'보안 관건에 평가공정성 방역효용도 숙제'..인력/비용 문제까지 고심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올해 대학별고사에서 자가격리자 대상의 권역별 별도 시험장을 마련하도록 한 교육부 방침이 나온 이후 대학은 평가공정성을 담보하면서도 방역을 철저히 할 수 있는 방안을 고심 중이다. 자가격리자가 응시할 권역별 별도 시험장은 교육부가 공통으로 마련하지만, 시험장에 관리인력을 파견해 전형을 운영/관리해야 하는 것은 대학의 몫이기 때문이다. 추가적인 비용 문제도 있거니와, 처음 시행하는 방법이다보니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우선적인 문제는 보안이다. 한 곳에 모여 시험을 실시하는 것과, 권역별로 고사장을 구분해 동시에 실시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보안 대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평가 공정성 측면에서 보면 권역별로 일자나 시간을 달리 해 치를 수도 없다. 권역별 시험장을 운영하는 자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대학들은 전례 없던 시험방식을 급작스레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부담이 크다. 한 대학 관계자는 “애로사항이라고 한다면 하나부터 열까지 많다”며 “세부적인 방식은 다양하게 놓고 고민중”이라고 말했다. 

수험생들은 '코로나발 입시혼란'의 피해자가 본인이 되는 것은 아닐지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코로나 2차 대유행이 있을 것이라는 예측과 함께 '내가 확진자/자가격리자가 되면 어쩌나' 걱정이다. 최대한 응시기회를 부여하는 방향으로 대책을 마련하고는 있지만, 대학마다 대책의 수준이 다를 수 있는데다, 일반수험생과 응시환경이 동일할 수는 없다보니 형평성 우려도 남아있다. 

올해 대학별고사에서 자가격리자는 권역별로 마련된 별도의 시험장에서 응시하게 될 예정이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올해 대학별고사에서 자가격리자는 권역별로 마련된 별도의 시험장에서 응시하게 될 예정이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보안문제 가장 큰 부담.. ‘인력부담 비용부담’까지>
교육부가 4일 발표한 ‘2021학년 대입 관리방향’에 의하면 자가격리 수험생의 전국단위 이동에 따른 감염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권역별 별도 시험장을 마련해, 수험생은 지원대학이 아닌 별도 시험장에 이동/응시하도록 했다. 대학은 별도 시험장에 시험 관리인력을 파견해 전형을 운영/관리하도록 한다. 가급적 모든 전형에서 자가격리자 응시를 지원하라는 설명도 더해졌다. 대입 관리방향의 기본 원칙을 ‘방역 관리범위 내에서 수험생의 응시기회를 최대한 지원하는 것’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들은 수험생의 응시기회를 최대한 보장한다는 취지에 공감하고 이를 따르겠다는 입장이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고심할 부분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한 대학 입학팀장은 “모든 수험생이 치러야 한다는 원론적인 측면은 이해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만은 않은 부분”이라고 말했다. “방역 측면은 누구도 ‘이렇게 하면 확실히 안전하다’고 확언할 수 없다”며 “차선조차 어려운 상황이라 고심이 많다”고 덧붙였다.

자가격리자가 응시할 권역별 별도 시험장은 교육부가 공통으로 마련한다, 대학별고사를 응시해야 하는 자가격리자가 교육부에 신고하면, 이를 대학에 통보하고 대학은 해당 장소에 감독을 파견해 시험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별도 시험장을 각 대학이 마련해야 하는 부담은 없지만, 추가인력을 파견해 전형을 운영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는 상황이다.

대학들은 인력적인 부담과 그에 따른 비용 부담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한다. 사립대 입학팀장A는 “전형료도 올리지 못하고 동결된 상황에서 마이너스가 될 확률이 가장 커졌다. 전형과정에 쓰이는 비용은 전형료 내에서만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한정된 예산 안에서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파견인력의 경우 대학이 외부에 맡길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전형 운영을 맡기고 신뢰할 수 있는 전문인력이 파견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입학팀장 B는 "파견인력은 단순한 인력이 아니라 교내에서 신뢰할 수 있는 입학사정관이나 총장이 임명한 위원 등이 관여를 해야 하는데, 전형이 한창 운영중일 때 파견인력까지 염두에 두고 하려면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보안 문제도 신경써야 할 부분이다. 논술고사뿐만 아니라, 제시문기반면접을 실시하는 경우 역시 마찬가지다. 동일한 제시문을 가지고 시험을 치러야 하기 때문에 문제 이송 과정의 보안을 유의해야 한다. 사립대 입학팀장 C는 “보안 문제가 가장 크다. 동시에 시험을 실시해야 하는데 문제가 미리 오픈 되는 것도 유의할 문제다”라며 “평가공정성을 위해서는 시험일자나 시간에 차이를 두기 어렵고 동일한 시간대에 운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처음 시행되는 조치이다보니 시행착오에 대한 우려도 대학이 안고 있는 부담이다. 입학팀장 A는 “전날 점검하다가 발견되는 예기치 못한 문제도 많을 것으로 본다”고 우려했다.

<'확진자 되면 어쩌나' 노심초사 수험생>
대학이 고심중인 가운데 불안한 것은 수험생이다. 대학이 만전의 노력을 기울여 대학별고사를 준비하고 있지만 처음 시행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시행착오의 가능성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교육 전문가는 "대입에 대해 고3 수험생이 가지고 있는 민감도는 크다. 수능의 경우만 봐도 1993년 첫 수능 이후 30년이 다 되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감독관이나 국가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하는 사례가 있다. 올해 대입에서는 변수가 더 많아, 어느 한 부분이라도 삐끗하게 된다면 동일한 응시환경을 제공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대학 대상으로 이의를 제기하는 사례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더군다나 대학마다 각자 방역대책을 수립해 시행하는 상황에서 대학별 방역대책의 수준이나 방식의 차이가 있을 경우 역시도 형평성 문제가 거론될 수 있다. 같은 증상자이더라도 대학별 응시제한 기준이 달라질 경우 응시기회에 차이가 생기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수험생 본인이 자가격리자 또는 확진자가 될 가능성이 불안을 가중시킨다. 자가격리자는 별도의 수험장이라도 마련된다지만, 확진자는 아예 대학별고사를 응시할 수 없다. 수능응시는 가능하지만, 대학별고사는 응시할 수 없어 수시는 포기하고 정시로만 진학이 가능해지는 셈이다. 한 교육 전문가는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는 것은, 물론 본인의 부주의를 탓할 수도 있지만, 지금처럼 감염이 전방위로 확산돼 언제 어디서 걸릴지 모르는 상황에서는 그 누구도 안심할 수 없다"며 "코로나가 가을철 2차 대유행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나도 확진자/자가격리자가 되는 것은 아닐지 불안감을 안고 있다"고 말했다. 

<“세부적인 사항 더 논의해나가야”>
대학별고사의 유형은 크게 지필(논술) 면접 실기로 나뉜다. 지금까지 대학별고사는 한 장소에 모여 같은 모집단위별로 동시에 실시하는 방식이었다. 면접/실기고사의 경우 다수의 평가위원이 한 명의 수험생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다대일 면접을 실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같은 날 한 장소에 모이기는 하지만 수험번호별 순서에 따라 진행하는 방식이다. 세부적인 방식에는 차이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전국 각지에서 모인 수험생이 한 데 모여 실시하는 형태다.

상황이 바뀐 것은 코로나19로 인한 자가격리자/확진자 발생 가능성 때문이다. 감염병 확산의 우려로 인해 일반 수험생과 자가격리자 또는 확진자가 기존의 방식 그대로 한 곳에 모여 실시하기에는 위험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기본방향은 발표했지만 대학들은 세부적인 사안에서 아직 논의해나갈 것이 더 많다는 입장이다. 논술고사와 같이 공통의 제시문기반으로 평가해야 하는 대학별고사의 경우, 자가격리자는 별도의 권역별 시험장에서 응시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면접 역시 온라인 방식으로 변경되는 것이 아니라면 비슷한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실기의 경우에는 권역별 시험장을 활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 한 입학팀장은 “실기고사를 권역별로 실시하는 것은 이론적으로는 가능하겠지만, 사실상 격지에서 혼자 원격으로 혹은 지역별로 별도로 측정해서 본다는 것은 현실적으론 어렵다. 4월총선 투표때처럼, 방역안전장치를 하고 일반학생과 접촉하지 않는 방안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도 문제는 있다. 수험생이 응시를 위해 권역을 넘나들 경우 방역문제가 있다. 자가격리자가 이동할 때 경기-서울처럼 그리 멀지 않은 경우라면 그나마 괜찮겠지만, 부산-서울, 제주-서울 등 거리가 먼 경우 이동이 허락 되지 않는다고 하면 수험생 간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대학별평가 시행방법은 각 대학이 대학별 여건에 따라 대학 자체 방역 관리대책을 수립해 정하도록 했다. 대면요소 진단 결과 수험생 간 접촉 빈도나 수준이 높다고 판단되는 경우, 전형취지와 평가 공정성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전형방식 변경 등을 검토한다. 

대입전형시행계획 변경신청 기한인 19일까지 대학별로 추가적인 변동사항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고3대책을 발표한 대학들 역시 전형방법의 변경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 입학팀장 B는 “학교에 불러서 비대면 면접을 실시할지, 아예 온라인으로 실시할지 등 여러 방안을 두고 고민하고 있다. 비대면 면접의 경우 평가위원과 수험생간에만 비대면인 것이지, 수험생이 대학까지 이동해야 한다는 점은 동일하기 때문에 방역 실효성이 있을지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수능날짜 그대로.. 확진자도 수능 응시>
대학별고사는 확진자의 응시가 제한되는 반면, 수능은 확진자 역시 격리중인 병원 또는 생활치료시설에서 응시하게 된다. 자가격리자는 일반 시험장과 분리된 별도 시험장에 이동해 응시한다. 

일반수험생 대상으로 발열검사를 실시해 미발열자는 일반시험실, 발열자는 2차검사 후 증상에 따라 시험장 내 별도시험실이나 시험장과 분리된 별도 시험장에 배치한다. 추가 방역조치로 일반시험실 수험생 배치기준을 최대24명까지로 상향해 칸막이를 설치한다. 

현재로서는 수능일자의 추가적인 변경은 없을 예정이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12월3일 예정된 수능날짜가 확정된 날짜라며 예정된 일정에 안정적으로 시험이 치러지도록 준비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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