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응시자 논란 ‘신중한 접근 필요’.. ‘정시확대 영향 미리 대비해야’

[베리타스알파=손수람 기자] 검정고시제도의 시험출제계획 공고 일정을 앞당기고, 대입활용 목적을 가진 재응시자 증가로 초래되는 난이도 상승 등의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현재 검정고시의 경우 시행 2개월 전 출제계획이 공고된다. 시험 과목이나 출제범위 변경을 수요자들이 대응하기에 촉박한 기간이라는 지적인 셈이다. 검정고시 재응시 기회를 제한하는 방안을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 역시 주목된다. 일부 검정고시 합격자들이 대입에서 유리하게 활용하기 위해 고졸 검정고시를 여러차례 응시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령 정비나 예산지원 확대 등 행정상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국회입법조사처의 이덕난 조사관은 2일 ‘검정고시제도의 운영 현황 및 개선방향’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개선뱡향을 제시했다. 검정고시는 학교 밖에서 실시하는 별도의 시험을 통해 학력을 인정하는 보완적 학력인정제도다. 1년에 총 2회 시험을 치르며, 올해 1회 시험일은 내달 11일이다. 

현장에선 향후 대입 변화에 따른 선제적인 대책도 필요하다는 시각이 많다. 정시확대와 자사고 외고 국제고 일괄폐지로 공교육의 큰 변화가 예견되는 만큼 수험생들이 고교를 자퇴하고 검정고시 응시를 전략적으로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입시전문가는 “대입활용에 대한 입법조사처의 분석이 수시 교과전형 중심인 점이 아쉽다. 검정고시는 더 이상 내신관리실패를 만회하는 대안에만 머무르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정시확대 추세가 계속된다면 고교를 자퇴하고 검정고시를 응시하는 수험생들이 늘어날 전망이다. 수능 대비에 집중하는 편이 대입에 유리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재수까지 염두에 둔다면 이른 시기부터 수능학습이 가능한 것이 검정고시의 장점이 된다”며 “결과적으로 사교육의 꾸준한 지원이 가능한 계층에서 의대 등을 목표로 검정고시로 이탈하는 경우도 충분히 생각해볼 수 있다. 애초에 재수비율 자체가 높은 교육특구부터 입시왜곡이 극심해질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얘기다. 교육당국은 학생들이 학교생활을 포기하고 시험에만 전념하게 될 부작용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검정고시제도의 시험출제계획 공고 일정을 앞당기고, 대입활용 목적을 가진 재응시자 증가로 초래되는 난이도 상승 등의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회입법조사처의 이덕난 조사관은 2일 ‘검정고시제도의 운영 현황 및 개선방향’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개선뱡향을 제시했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검정고시제도의 시험출제계획 공고 일정을 앞당기고, 대입활용 목적을 가진 재응시자 증가로 초래되는 난이도 상승 등의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회입법조사처의 이덕난 조사관은 2일 ‘검정고시제도의 운영 현황 및 개선방향’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개선뱡향을 제시했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깜깜이 우려’ 검정고시 예고제.. ‘출제범위 미리 공고해야’>
국회입법조사처의 이덕난 조사관은 가장 먼저 교육과정 개정 등에 따라 변경될 수 있는 검정고시의 출제범위를 사전에 예고하는 ’검정고시 예고제‘ 도입을 제안했다. 수험생들이 피해를 볼 수 있음에도 검정고시 시험출제 계획 공고 일정이 지나치게 촉박하다는 지적이다. 이 조사관은 “초중등교육법 시행규칙에는 검정고시의 시험과목에 관한 항목이 있긴 하다. 그렇지만 시험과목이 포함되는 교육과정이나 범위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규정되지 않았다”며 “사전예고제가 정비되지 않아 수험생들이 피해를 볼 수 있는 상황이다. 교육과정이 개정되는 경우 고시된 날로부터 2년 이내에 검정고시의 시험 과목과 과목별 출제 범위를 정하여 공고하도록 하는 규정을 추가하는 개정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현행 초중등교육법 시행규칙에 의하면 교육당국은 검정고시 시행 2개월 전까지 시험의 일시, 장소, 원서접수 절차 등을 알리게 된다. 실제 경기교육청의 사례를 살펴보면 2020년 4월11일에 실시하는 1차 검정고시 관련 안내가 2개월 전인 지난달 6일에 공고됐다. 교육부는 지난해 12월에 검정고시 지원 사업 기본계획을 수립한 후, 올해 1월에 세부추진계획을 확정했다. 그렇지만 세부추진계획에는 시험 출제계획 등 수요자가 미리 파악해야 하는 내용들은 포함되지 않았다. 시/도교육청별 검정고시위원회가 연 2회이상 협의회를 진행하며 출제범위 응시시간 등 출제계획을 구체적으로 결정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지역별 검정고시위원회가 시험 실시 2개월 전에 관련 사항을 공고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교육과정이 수시로 개정된 상황에서도 검정고시 출제계획이 시험일에 임박해서야 공지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통상 교육과정이 개정되면 초/중/고교 각 교육단계별로 교과(군) 과목, 이수 단위 등이 변경된다. 교육당국 입장에선 개정 이전의 교육과정과 내용을 비교 분석하여 각 교육단계별로 검정고시에 적용할 출제 범위를 검정고시의 성격에 부합하도록 재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조사관은 “2020년부터 초졸 검정고시부터 ‘2015개정교육과정’이 적용됐다. 교육과정 개정 취지와 사회적 요구 등을 고려하여 초졸 검정고시에서 영어를 필수 과목으로 지정하는 것이 논란이었다. 향후 중졸 검정고시에 2015개정교육과정이 적용할 경우 정보과목이 시험이 포함되는지도 수험생들의 관심사였다. 모두 교육당국이 사전에 정하여 예고할 필요가 있었던 내용”이라고 분석했다.

결과적으로 시험일 2개월 전에 시험 출제범위를 공고하는 현재의 방식은 수요자들에게 상당한 어려움과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주장이 힘을 받는다. 특히 검정고시 응시자들은 시험에 응시하기 위해 수개월 또는 수년 전부터 준비하는 경우가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교육과정이 개정된 후 약 4년 후에 학교에 적용된다. 수험생 입장에선 검정고시 출제에 반영되기까지 약 4년의 시간적 여유가 있는 셈이다. 그렇지만 실제 검정고시 출제범위를 정확히 알 수 있는 시점은 시험일 2개월 전이다. 수험기간이 긴 편인 검정고시의 특성과 맞지 않는 셈”이라며 “대입 사전예고제를 강화하는 정책의 일관성 측면에서도 중요한 대목이다. 현 정부는 기존 3년제로 운영됐던 사전예고제를 4년으로 확대한 상황이다. 검정고시 예고제 역시 수요자의 예측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다. 문제는 확실한 법적 근거와 신뢰성이 있는 정책의 운영에 달렸다고 본다”고 말했다.

<‘대입 목적’ 재응시자.. ‘영향 제한적일 수 있어’>
대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검정고시 합격자의 재응시 제한에 있어서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분석을 내놨다. 실제 재응시가 가능한 검정고시의 특성에 따라 일반적인 고교 졸업생들과 형평성의 문제가 불거질 수 있는 상황이다. 고교 졸업생은 졸업 이후 내신성적을 향상시킬 기회가 제한된 데 비해 고졸 검정고시 합격자는 재응시를 활용하여 검정고시 점수를 상향시킬 수 있다. 검정고시 점수를 고교내신으로 환산해 반영하는 교과전형에 있어 검정고시 출신 학생들이 유리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그렇지만 이 조사관은 실제 대학들의 입학전형을 파악한 후 형평성의 문제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신중하게 모색해야 한다며 다소 유보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최근 5년간 고졸 검정고시 연령별 응시 현황을 살펴보면, 전체 응시자 중 만13~19세 응시비율이 2015년 50.7%에서 2019년 67.7%로 매년 증가했다. 전체 응시자 합계는 2015년에 5만2688명에서 2019년에 4만3816명으로 감소했으나, 만13~19세는 2만6699명에서 2만9659명으로 오히려 늘었다. 만19세까지의 고졸 검정고시 응시자 중에는 합격 후 대학입학전형에 지원하기 위한 목적을 가진 경우가 많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고졸 검정고시 합격자가 검정고시 점수 상향을 위해 여러 번 시험을 치렀을 가능성이 높은 대목이다. 실제 재응시자로 인해 고졸 검정고시 출제 난이도가 상승하고, 시/도교육청의 시험운영 부담이 가중되는 부작용도 일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다만 이 같은 접근은 모든 대입전형에 일반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대입 활용 논란은 주로 학생부교과전형을 채택하는 대학에 한정될 수밖에 없다. 그 중에서도 고졸 검정고시 점수를 고교 내신 등급으로 환산하여 반영하는 일부 대학뿐이다. 여영국(정의) 의원이 분석한 내용에 의하면 서울 상위15개대학(건국대 경희대 고려대 동국대 서강대 서울대 서울시립대 성균관대 숙명여대 연세대 이화여대 중앙대 한국외대 한양대 홍익대)의 2020학년 교과전형 비율은 7.1%였다. 전국 4년제 대학으로 범위를 넓힐 경우 42.2%로 확대됐다. 이 조사관은 “교육부 관계자는 서울지역 주요 대학의 교과전형에서 고졸 검정고시 점수를 내신 등급으로 환산하는 경우가 드물었다고 답변했다. 반면 수도권 외의 4년제 대학에선 검정고시 최상위 점수에 대해 내신 1-3등급 부여하는 방식으로 반영하는 사례들이 확인됐다”며 “고졸 검정고시 합격자의 재응시를 통한 점수 향상이 서울지역 대입에선 큰 영향을 미치기 어렵지만, 수도권 외의 대학 진학에는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이러한 여러 가지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검정고시 합격자의 재응시 제한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이 조사관은 분석했다. 헌법재판소가 지적한 기본권 제한의 법률유보원칙 위배에 저촉되지 않고,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가능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재응시의 전면적인 제한보다는 일차적으로 대학들의 자율적 관리에 맡기는 것이 순서라고 본다. 충분히 각 대학에 맞는 상황에 따라 검정고시 재응시자의 선발 여부를 대학들이 직접 결정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라며 “그럼에도 동일한 평가요소의 성적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회가 검정고시 응시자에게만 있는 것이 사실이다. 내신 점수를 상향시킬 목적으로 검정고시를 수회 반복 응시하는 경우는 보완적 학력인정제도라는 본래의 취지에 부합하지도 않는다. 교육당국은 형평성 문제를 지적하는 주장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무위탁’ 법적근거 필요.. ‘예산 추가확보로 내실화 유도’>
검정고시와 관련된 일부 행정상의 문제들도 제기됐다. 검정고시지원센터와 시험출제의 업무위탁에 관한 법적 근거가 미비하고, 교육소외계층 지원 등을 위한 예산지원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검정고시지원센터는 전문인력과 조직을 구성하고 평생교육 검정고시 지원 관련 업무를 전담하여 추진하는 기관이다. 공모를 통해 2018년부터 국가평생교육진흥원 사업위탁기관으로 선정됐다.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은 검정고시제도 시행 관련 유관기관인 시/도교육청 한국교육과정평가원 한국교육학술정보원과 네트워크를 구축해 검정고시제도 활성화를 지원하고 있다. 시험문항 출체, 채점, 합격증 발급 등 검정고시 시행과 관련된 업무는 17개시/도교육청 교육감 소속 검정고시위원회가 관장한다.

다만 검정고시지원센터 운영과 시험출제 관련 업무의 위탁에 대한 명확한 법적 규정이 없는 상황이다. 실제 검정고시지원센터로 선정된 정부출연기관 혹은 공공기관의 업무위탁 등에 대한 법령상 근거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얘기다. 검정고시의 시험 출제업무도 마찬가지다. 검정고시위원회가 직접 시험문항을 개발하지 않는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17개시/도교육청으로부터 예산을 지원받아 출제관리 사무를 수행한다. 그렇지만 업무의 위탁에 대한 법적 근거는 마련되어 있지 않다. 이 조사관은 “감사원은 2018년 교육부에 대한 감사결과에서 ‘교원 임용고사 1차시험 위탁/관리에 대한 법적 근거가 미비하다’고 지적한 전례가 있다”며 “교육부가 평가원에 위탁하고 있는 시험출제 및 관리 업무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위탁권자가 수탁기관을 지휘 감독하라는 의미다. 따라서 검정고시지원센터 운영, 검정고시 출제 관리 사무의 업무위탁도 마찬가지로 법령상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교육소외계층 지원 등 검정고시지원센터의 기능 활성화를 위한 예산지원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나왔다. 장애인, 결혼이민자 등 교육 사각지대에 놓인 학습자를 위한 검정고시 준비 및 응시 지원이 추가로 필요하고, 검정고시지원센터 홈페이지에 대한 학습자의 접근성이 낮다는 지적이다. 이 조사관은 “교육부는 2020년 검정고시지원센터에 총 8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검정고시지원센터의 인건비와 관리비가 1억5000만원이고, 나머지 예산의 대부분은 검정고시 프로그램 운영기관 지원과 종사자들에 대한 연수 등에 소요된다”며 “법적 근거가 마련되기 이전이지만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검정고시지원센터 활성화를 위한 예산을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 검정고시 학습자에 대한 학습 및 상담 지원을 내실화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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