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원 ‘영재학교 포함’ 과학영재 선발 급부상.. ‘심사 통해 고2 조기선발’

[베리타스알파=조혜연 기자] 과고의 조기진학과 조기졸업 제도가 축소되는 분위기다. 내년에 실시하는 2026대입에서는 과고에서 학업성취도가 우수해 상급학교 조기입학 자격을 받더라도 KAIST의 수시 모든 전형에 지원할 수 없다. 조기졸업자는 전형 중 일반 고른기회 특기자에는 지원할 수 있지만, 창의도전과 학교장추천에는 지원이 제한된다. 과고의 조기진학과 조기졸업제도가 당초 취지와는 달리 의대 이탈의 창구로 변질됐다는 비판이 잇따르자 고교에서도 자체적으로 비율을 줄이는 데 이어 대학에서도 문호를 줄이는 모습이다. 서울대 연세대에 이어 고려대가 2025학년부터 조기진학자의 지원을 제한하겠다고 예고했고, 2026학년에는 KAIST까지 합류하게 되는 상황이다.  

다만 과고 2학년의 KAIST 진학 기회가 아예 사라지는 건 아니다. KAIST는 과학기술분야에 탁월한 능력이 있는 고2 학생에게 입학 자격을 부여하는 과학영재선발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과고에서 조기진학 자격을 받지 않더라도 KAIST 자체 심사를 통해 영재성을 입증받으면 고2 역시 학교장추천을 제외한 모든 전형에 지원할 수 있다. 수학 과학 정보 과목 중 한 과목의 특정한 학기 성적이 석차 상위 30% 이내에 들거나, 성적이 이보다 낮더라도 전국단위의 연구활동 대회에서 입상한 이력이 있다면 신청 자격이 충족된다. 고2 조기선발제도는 KAIST뿐 아니라 GIST DGIST UNIST 등 타 과기원 학부선발에서도 운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줄어드는 과고 조기진학의 대체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계에선 KAIST가 부작용이 커진 과고의 조기진학 조기졸업을 줄이면서 동시에 과학영재의 속진교육은 활성화하기 위해 나름의 묘수를 내놓았다고 보고 있다. 과고의 우수한 인재를 조기진학 조기졸업보단 과학영재선발제도로 유인하게 되기 때문이다. 과학영재선발제도를 통해 지원서 자소서 학교장추천서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내신을 기준으로 부여하는 과고의 조기진학 조기졸업제도에 보다 과학기술분야로의 진로가 뚜렷하고, KAIST의 진학 의지가 높은 인재를 선별해낼 수 있는 것이다. 결국 과학영재선발제도를 활성화하면 1년 일찍 이공계열에 진학한 후 반수나 재수를 통한 의대 진학을 노리는 수험생을 1차적으로 막을 수 있고, 동시에 조기진학과 조기졸업을 겨냥한 내신경쟁에만 몰입하기 보단 R&E 등 연구활동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과고의 조기진학과 조기졸업은 고교 현장에서도 문제점을 인식하고 계속해서 축소를 요청해온 사안이다. 과도한 내신 경쟁으로 교육과정의 정상적 운영이 불가하다는 이유가 가장 컸다. 이에 교육부는 지난해 3월 ‘영재교육진흥종합계획’을 통해 2025신입생부터 조기졸업 규모를 조정하겠다고 밝혔고, 최근에는 과고 20개교가 공동으로 조기졸업 조기진학 비율을 축소한다는 내용의 개선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조기졸업은 상위 20%(서울/경기 10%, 경남 15%), 조기진학은 상위 40% 이내로 비율이 정해져 있지만 이를 각 15% 30% 이내로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자세한 비율은 시도교육청 별로 내달 초까지 조정할 예정이다.

과고의 조기진학과 조기졸업 제도가 축소되는 분위기다. 내년에 실시하는 2026대입에서는 과고에서 학업성취도가 우수해 상급학교 조기입학 자격을 받더라도 KAIST의 수시 모든 전형에 지원할 수 없다. /사진=KAIST 제공
과고의 조기진학과 조기졸업 제도가 축소되는 분위기다. 내년에 실시하는 2026대입에서는 과고에서 학업성취도가 우수해 상급학교 조기입학 자격을 받더라도 KAIST의 수시 모든 전형에 지원할 수 없다. /사진=KAIST 제공

<KAIST 2026부터 ‘과고 조기진학’ 수시 지원 불가.. 조기졸업 지원전형 축소>
KAIST가 발표한 입학전형 시행계획에 따르면, 상급학교 조기입학 자격을 받은 학생은 2026학년 KAIST 수시 전형에 지원할 수 없다. 2025학년까지는 조기진학자도 수시의 창의도전 일반 고른기회 특기자에 지원이 가능하지만, 2026학년부턴 수시 모든 전형에 지원이 불가하다. 

조기졸업자의 지원 문호도 줄어든다. 조기졸업자 역시 2025학년까지는 KAIST 수시에서 창의도전 일반 고른기회 특기자에 모두 지원이 가능하지만, 2026학년부턴 창의도전을 제외한 일반과 고른기회 특기자 3개에만 지원할 수 있다. 일반 고른기회 특기자는 서류40%+면접60%로 2단계에 걸쳐 반영하는 전형이고, 창의도전은 면접 없이 서류100%로 반영하는 전형이다. 학교장추천의 경우 국내 일반고 특성화고 자율고의 졸업예정자만 지원할 수 있고, 과고와 영재학교의 경우 조기진학 조기졸업 여부와 상관없이 지원이 불가하다. 

<‘영재학교 합류’ 과학영재선발제도 활성화하나>
현 과고 1학년부터 KAIST에 조기진학하기 위해서는 ‘과학영재선발제도’를 이용해야 한다. 과학영재선발제도는 과학기술분야에 탁월한 능력이 있는 과학영재에게 폭넓은 입학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로 KAIST가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제도다. KAIST의 과학영재선발위원회(이하 영재위)가 서류심사를 통해 영재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학교장추천을 제외한 모든 수시 전형에 지원할 수 있다. 

올해부터 영재학교의 조기진학이 가능해지면서 KAIST의 과학영재선발제도는 더욱 활성화할 전망이다. 영재학교의 조기진학 자격 역시 과학영재선발제도에서 영재성을 입증 받아야 주어진다. 과고와 영재학교뿐 아니라 일반고와 자사고 2학년 역시 동등하게 해당 제도에 지원할 수 있다. 결국 조기입학의 혜택을 고교유형에 상관없이 동등한 기준에서 제공하는 것이다. KAIST는 “과학영재선발제도는 KAIST 특별법에 의해 1986년부터 과학영재들에게 폭넓은 KAIST 입시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운영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KAIST 진학 의지가 높은 우수 이공계 인재들을 위한 특별한 혜택으로 활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청자격은 △고교 2학년 수료 예정자, 영재학교 재학생, 영재교육특례자 중 하나에 해당하면서 △소속 학교장으로부터 과학기술 분야의 탁월한 능력(영재성)을 인정받아 추천돼야 하고 △과학기술분야(수학 과학 정보) 중 어느 한 과목이라도 특정 학기 석차 백분위가 과고/영재학교 70%, 일반고/자율고/기타 90% 이상을 만족해야 한다. 단 영재학교 재학생의 경우 2025학년까지는 한국영재만 해당, 타 7개 영재학교는 성과에 따라 2026년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고교에서 조기졸업 또는 조기진학 대상자로 선발된다면 과학영재선발제도에는 지원할 수 없다. 

석차 백분위의 경우 R&E, 과학전람회, 올림피아드, 기타 연구활동 대회에서 입상한 이력이 있다면 대체할 수 있다. 교내, 시/도 단위를 제외한 전국단위 이상의 대회에서 입상한 경우만 해당되며, 입상한 상의 상급에 상관없이 지원할 수 있다. 학술지 논문과 학술대회, R&E, URP 등의 단순 교육이나 캠프 수료증 등은 해당하지 않는다. 

과학영재선발제도는 지원서 자소서 학교장추천서를 종합적으로 심사해 학생을 선발한다. 학교장추천서를 통해 제공된 정보가 활용되며 ‘학기별/과목별’ 가중치와 ‘대회별/상급별’ 가중치를 함께 고려한다고 학교 측은 설명했다. 최근 학기, 세계 대회, 대상(금상)일수록 중요도가 높게 적용되는 식이다. 

<GIST DGIST UNIST도 운영하는 ‘고2 선발제도’>
KAIST의 과학영재선발제도와 같은 고2 조기선발제도는 GIST DGIST UNIST 등 4개 과기원이 모두 운영하고 있는 제도다. 각 대학의 영재위가 학업능력과 영재성 등을 종합평가해 입학전형 지원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과학기술분야에 탁월한 능력이 있다고 판단되면 학교장추천을 제외하고 수시 모든 전형에 지원이 가능하다. 전형에 합격해 최종 등록을 마친 경우에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고교 졸업자와 동등한 학력이 인정된다. 올해부터 영재학교 재학생도 과기원 영재위를 통한 조기선발 심사 대상자에 포함되면서 네 개 과기원 모두 문호를 확대해둔 상황이다.  

과고의 조기졸업과 조기진학 비율이 축소되고 있는 상황에서 과기원의 고2 조기선발제도는 대체안이 되면서 더욱 활성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전국 과고 20개교는 조기졸업과 조기진학 요건을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개선안을 공동으로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20%까지 가능한 조기졸업 비율을 15%로 축소하겠다고 계획한 상태다. 현행 10%~15% 이내로 비율이 더 낮은 서울 경기 경남에서는 10% 이내까지도 조기졸업 비율이 줄어들 수도 있다. 조기진학 비율은 상위 40% 이내에서 30% 이내로 축소된다. 과기원의 조기선발제도는 조기진학 자격을 받지 않은 학생을 대상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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