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문호 대폭 확대.. 충북대 등 7개 지거국 200명 정원에 지역인재 60%까지
[베리타스알파=김하연 기자] 2000명 의대증원 대학별 배정이 20일 확정된 가운데 2025의대 증원의 ‘최대 수혜대학’은 기존 40명에서 증원 이후 120명으로 늘어난 울산대와 성균관대인 것으로 보인다. 빅5의대 가운데 서울대 연세대 가톨릭대 3곳은 정원이 묶인 대신 울산대와 성대만 서울대에 육박하는 규모로 모집인원이 늘면서 빅5의 판도 변화가능성을 보였기 때문이다. 2025 이후 빅5의대의 규모는 서울대 135명, 울산대 성대 각 120명, 연대 110명, 가톨릭대 93명 순으로 재편된다. 지난해까지 서울대 135명, 연대 110명, 가톨릭대 93명, 울산대 성대 각 40명 순이었다. 선호도는 물론 성적 최상위를 일컫는 대학병원 중심의 빅5는 가톨릭대(서울성모병원) 서울대(서울대병원) 성대(삼성서울병원) 연대(신촌세브란스병원) 울산대(서울아산병원)의 5곳이다.
최상위권 자연계 수험생의 각축지인 의대정원이 3058명에서 5058명으로 급증하면서 2025대입은 최상위부터 상위까지 대대적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서울대 의대부터 내려오는 연쇄적 파장으로 대입 전반의 대규모의 지각변동이 불가피해졌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의대 정원이 2000명 늘면서 서울대 고려대 연대의 SKY 정시 합격생의 78.5%가 의대 합격권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성대 서강대 한양대 합격생도 의대 합격이 가능한 성적대가 9.9%에서 22.8%까지 확대된다”고 전망했다. 이어 “서울지역 의대는 정원이 늘지 않아 서울 소재 대학의 의학계열 입시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공계 최상위권 학생이 의대로 빠져나가면서 최상위권 이공계열의 합격선이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비수도권 의대는 정원이 1639명 늘고, 지역인재전형 60% 이상 확대를 권고하면서 합격선이 지금보다 다소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비수도권 고교를 졸업한 수험생의 의대 진학 가능성이 높아지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지방 의대가 지역인재전형을 수시에서 학종과 교과전형으로 주로 선발해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고교에서 내신 경쟁이 더 치열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정부는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25학년도 의대 정원 대학별 배정결과’를 발표했다. 이번에 증원된 의대정원은 당장 올해 2025대입부터 반영된다. 배정된 의대 증원을 토대로 수시 정시 전형 지역인재비율 등 올해 진행할 입시에 관련된 세부사항은 대학들이 5월 발표하는 입시요강을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서울대 의대보다 큰 10개 지방의대.. 전국 40개 의대 판도변화>
빅5 이외의 다른 대학들의 판도변화도 예상된다. 정부는 이날 증원된 2000명의 82%(1639명)를 지방에, 18%(361명)는 경기와 인천에 배정했다. 서울권 대학에는 한 명도 증원하지 않았다. 이번 결정으로 현재 2023명인 비수도권 27개 대학의 정원은 3662명으로 늘어났다. 경기/인천 의대 입학 정원은 209명에서 570명으로 증가했다. 전국 거점대 역할을 하는 7개 지방 국립대 의대 정원은 강원과 제주를 제외하고 200명으로 일괄 확대했다. 즉 지역거점국립 의대 7곳의 정원이 200명으로 늘었고, 사립대인 원광대 조선대 순천향대도 150명이 되면서 총 10개 지방 의대가 서울대 의대(135명)보다 덩치가 커졌다. 증원 전에는 서울대 의대보다 정원이 많은 곳은 전북대 의대 한 곳뿐이었다.
반면 정원에 변화가 없는 ‘인 서울’ 의대는 상대적으로 쪼그라든 셈이 됐다. 이화여대 의대는 76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정원이 적은 ‘미니 의대’가 됐다. 100명 미만인 대학에는 빅5의대인 가톨릭대 93명과 함께 중앙대 86명, 대구가톨릭대 차의과대 각 80명과 이대까지 수도권 대학이 포진해 있다. 기존엔 100명 미만 대학이 29곳으로 대부분 비수도권 의대였지만, 이번에 40명 미니의대 정원을 몰아주면서 수도권 의대와 비수도권의 정원이 역전됐다.
<2025대입 연쇄적 지각변동 예고>
전문가들은 2025대입부터 정부가 대학별 의대정원이 늘어나면서 대입지형 역시 대규모 지각변동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을 내놨다. 당장 올해 진행되는 2025입시부터 정원이 증원되면서 전문가들은 △N수생과 사교육 폭증 △합격선 변화 △교육특구 중심 양극화 등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분석한다. 늘어난 의대 문호에 교육특구를 중심으로 N수와 사교육 수요 증가는 예견된 결과다. 게다가 의대 정원도 늘어나지만 그만큼 자연계 최상위권 N수생 역시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면서 합격선 예측 역시 힘들어졌다.
입시업계에 따르면, 늘어난 의대 정원 2000명은 2025학년 서울대 이공계 모집인원 1775명(의약계열 제외)보다 많다. KAIST 등 5개 이공계특성화대 정원 1600명(정원내 기준)도 넘어선다. 서울대 고대 연대 이공계열 전체 모집인원 4882명의 41%에 해당하는 규모다. 대학입시의 최정점에 있는 의대 정원이 대규모로 늘면서 이공계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 가운데 상당수가 의대로 방향을 바꿀 가능성이 크다. 의대 진입을 노리는 N수생과 반수생, 직장인까지 가세하면서 ‘의대 열풍’이 더 거세질 전망이다. 지역에 따라서도 의대 진학을 희망하는 수험생의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지방 의대의 경우 입결 하락이 예상되지만 빅5 의대 등 최상위권 의대의 경우 오히려 합격선이 굳건히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사교육이 발달된 교육특구로의 쏠림도 심화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정시40%가 유지된 대입 체제에서 의대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수능 준비에 몰입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특히 교과평가가 5등급 체제로 바뀌는 2028대입에선 내신의 변별력이 약화되는 만큼 결국 수능에서 누가 더 고득점을 받는지에 따라 의대 합격의 당락이 좌우될 것이라 전망된다.
반면 지방의대에서는 합격선이 낮아져 1등급을 못 맞아도 의대진학이 가능할 것이라는 예측도 내놓았다. 종로 임 대표는 “비수도권에서는 수능 1등급만으로 의대 모집정원을 채우기에는 어려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2023학년 수능 성적 기준으로 비수도권 고3 학생 중 수능 수학 1등급은 3346명으로 추정된다. 비수도권 의대 모집인원(366명)보다 316명 적어지게 된다. 강원권은 지금도 수학 1등급 학생 수(97명)가 강원권 4개 의대 모집인원(267명)보다 170명 적다(0.4배). 정원 확대로 충청권(0.8배)과 제주권(0.9배)도 수학 1등급 학생이 의대 모집인원보다 적어진다. 수도권은 현재 수학 1등급 학생 수가 수도권 의대 모집인원의 6.1배에 달한다. 2025학년 모집인원이 1396명으로 늘면 4.5배로 낮아지지만, 여전히 비수도권보다는 의대 진학 경쟁이 치열하다는 것이다. 수능 수학 1등급 학생 수를 고려할 때 비수도권 의대는 정시보다는 수시에서 지역인재전형 비중을 높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의대정원 27년 만 증원.. 의사 반발 ‘관건’>
27년 만에 의대정원이 2000명 확대됐지만 의사단체 반발은 여전히 관건이다. 의대정원은 2000년 의약분업 당시 의료계의 요구에 따라 351명 감축됐고, 2006년 이후 27년간 3058명에 묶여 있었다. 이처럼 장기간 의대 정원이 동결된 상황에서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 등의 현상이 벌어지고 지역과 필수의료가 붕괴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의대 정원이 확대돼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졌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월 “2035년 1만5000명이 부족한 의사수급상황을 고려해 2025학년부터 의대 입학정원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하고 한 달 만에 구체적인 증원규모를 내놓아 의대증원을 속도감 있게 추진했다.
다만 의료계와의 갈등을 봉합하지 않은 상태에서 의대증원을 빠르게 밀어붙인 탓에 이날 발표를 기점으로 의료계의 반발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전국 33개 의대 교수 협의회, 의대생, 전공의, 수험생이 교육부와 복지부 등을 상대로 무더기 소송과 가처분 소송을 제기해 이를 봉합하는 데도 수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의대증원과 함께 전공의들의 처벌을 계획대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면서 의대교수들의 사직서 제출도 전방위적으로 확대될 수 있다. 의대생들의 집단 휴학 움직임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의정갈등이 장기화하면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의 몫인 만큼 협의가능한 수준의 중재안을 내놓고 충분한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일부 의사들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지역인재 60% 반영에 ‘지방유학’ 관심 급증>
이날 발표한 의대정원에 비수도권 의대가 지역인재 전형을 60%까지 늘리면, 비수도권 지역인재 전형이 대폭 늘어나 초중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정부가 의대 정원 2000명 증원과 관련해 현재 40% 수준인 비수도권 의대 지역인재를 60%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이주호 교육부장관은 이날 “대학들이 자율적으로 지역인재 선발 비중을 올려 지역 교육 생태계를 살리고자 한다”고 말했다.
지역인재도 의대증원과 함께 2025대입에서 의대 전체 판도 변화에 있어서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역인재에 더욱 관심이 쏠리는 배경은 지역 학생의 의대진학의 유리함이 가중되면서 합격선 하락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번 발표에서 집중적으로 정원이 배정된 지방대학의 의대정원이 크게 늘어난 상태에서 지역인재비율도 60%까지 늘리면 지역학생의 의대진학이 더 수월해질 수 있다. 지역인재란 해당 지역 학생만 지원 가능한 전형으로 ‘지방대 육성법’ 제15조에 따라 실시하는 제도다. 수도권 대학을 중심으로 쏠림 현상이 가속화하면서 비수도권 지역 우수인재의 이탈 현상을 방지한다는 목적으로 도입됐다.
전문가들은 지역인재 확대가 지금의 의료인재의 수도권 쏠림 현상을 다소 누그러뜨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권 의대를 노리는 학생들이 ‘보험용’으로 지방권 의대에 진학한 후 다시 서울권 의대로 중도이탈하거나, 의대 졸업 이후 다시 서울로 복귀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지역인재를 확대하면 이를 방지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특히 2028학년부터 지원자격도 강화되는 만큼 실효성을 한층 강화할 수 있을 것을 보인다. 현재 ‘해당 지역 고교 졸업자’로 명시된 지역인재 지원자격을 ‘비수도권 중/고교 졸업과 거주학생’으로 변경해 2028학년부터는 비수도권 중/고교에서 전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졸업해야 한다.
실제 지방권 학생의 지거국 의대 합격률은 압도적이다. 김병욱 의원(국민의힘)이 강원대 경상국립대 경북대 부산대 전남대 전북대 제주대 충남대 충북대 등 9개 지거국으로부터 받은 의대 2022수시 합격자를 분석한 자료를 보면 수도권 학생보다 지방권 학생의 강세가 두드러진다. 의대 합격생 중 지방 출신 학생은 77.8% 규모로 가장 많다. 반면 서울 인천 경기의 수도권 출신 학생은 20.42%로 큰 격차를 보인다. 서울 출신 합격생만 따로 놓고 보면 8.1%로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 서울대 의대 수시 최초 합격자 중 서울 출신이 35%인 점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결과다.
<예고된 N수생 폭증.. 대학가 ‘비상’ 이공계 대거이탈 어쩌나>
교육계에서는 2025대입부터 늘어난 의대정원만큼 의대진학을 노리는 N수생도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의대 열풍’에 대응하기 위해선 근본적인 원인 분석이 필수라고 입을 모은다. 경제난 속 취업의 안정성을 가진 직업 선호로 정년 없는 의사를 택하는 사람은 늘어났다. 여기에 정시40%가 도입되며 수시이월과 합하면 사실상 정시는 절반 규모까지 확대됐다. 의대의 학부 전환으로 인해 의대 문호 역시 확대됐다. 이때 수학에서 이점을 얻는 통합수능까지 도입, 의대 진학을 위한 N수 일상화를 만들었다. 반복학습이 유리한 수능 구조상 정시는 재수생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여기에 통합수능에서의 수학 표점 이점까지 겹쳐져 수학에 자신있는 자연계 최상위권이라면 너도나도 ‘의대 재도전’에 돌입하는 상황이다. 그 결과 2023수능에선 재수생 비율이 31.1%까지 확대됐다.
특히 의대정원이 2000명이나 늘어나면서 지금도 심각한 우수 이공계 인재 이탈이 더 심각해질 수 있다. ‘이공계 블랙홀’ 의대의 이공계 이탈에 영향력은 이번 대입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실제 교육부와 대교협이 8월 정보공시를 통해 공개한 대학알리미 자료 ‘중도탈락 학생 현황’에 의하면 상위15개대(건국대 경희대 고려대 동국대 서강대 서울대 서울시립대 성균관대 숙명여대 연세대 이화여대 인하대 중앙대 한국외대 한양대) 기준으로는 1만595명이 자퇴 미등록 등의 이유로 중도탈락했다. 전체 재적학생의 3.19%다. 이 중 자퇴 비율은 76.9%로 전년보다 0.9%p 상승했다. 특히 상위15개대의 중도포기 학생 비율 역시 최근 5년간 꾸준히 상승해왔다. 자퇴 비율도 같은 기간 계속해서 상승해왔다. 정시확대로 반수 문호가 열리자 의대 재도전에 돌입한 학생이 많아진 것으로 해석된다.
이공특(KAIST 포스텍 GIST DGIST UNIST 한국에너지공대) 역시 처음으로 3%를 넘겼다. 중도포기 학생은 전년 2.47%(269명)에서 3.03%(338명)까지 확대됐다. 이과생에게 유리한 통합수능 체제까지 더해지며 이공특 역시 반수 규모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단 이공특의 경우 일반대와 비교해 재적학생 수가 적어 작은 변화에도 수치가 크게 튈 수 있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한 교육전문가는 “이공특은 뚜렷한 진로와 확실한 입학전형으로 중도탈락 비율이 낮은 것이 일반적이지만, 대부분의 학생이 이공계인 만큼 이번 의대확대로 인한 중도탈락 여파에서 자유롭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게다가 최고 선호 모집단위인 의약계열에 입학하고도 다시 의대 진학을 위해 반수/재수를 택하는 학생 역시 늘어났다. 대학알리미의 의치한수 공시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0~2022년 의치한수 중도탈락자는 총 1196명이나 된다. 특히 최근 3년새 급증하고 있다. 2020년 357명, 2021년 382명, 2022년 457명의 추이다. 최초 합격자의 이탈로 인한 정시 충원율 역시 2022학년 42.5%에서 2023학년 44.1%까지 상승했다. 의약계열에 합격하고도 의대 진학을 위해 이탈하는 것이다. 결국 의대 정시 합격자 중 N수생의 비율은 78.7%까지 상승했다. 민형배(더불어민주) 의원이 교육부를 통해 확보한 ‘2020~2022학년도 의대 정시 합격자 현황’을 보면, N수생 비율은 78.7%였다. 자료를 제출한 18개교 기준 전체 합격생 1879명 가운데 N수생이 1478명이나 됐고, 재학생은 380명(20.2%)에 그쳤다. 정시로 의대에 합격한 학생 10명 중 8명이 N수생이었다.
산업계도 비상이다. 의대지원을 겨냥하고 퇴사 후 의대 재도전을 노리는 직장인이 우후죽순 늘어날 것으로 보이면서 대책마련에 분주하다. 학부모들이 지출하는 사교육비도 만만치 않게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얼마 전 교육부가 발표한 2023년 초중고 사교육비가 27.1조원으로 역대최대 기록을 경신했는데, 의대증원이 이뤄진 올해 사교육비는 아예 걷잡을 수 없는 수준으로 폭증할 수 있다는 우려도 교육계 전반에 만연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