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뚫고 공교육 역할 모델 양산’.. “민사고 교육이념 현실화할 최적의 카드”

[베리타스알파=조혜연 기자] ‘고교 마이더스’ 박하식이 친정 민사고에 교장으로 돌아왔다. 민사고를 국내 최고 명문의 반석에 올려놓은 설립 초기 멤버 가운데 한 명으로 학교를 떠난 지 20여 년 만이다. 오늘의 민사고를 만든 ‘그 시절 주역’이 고교 판을 휘젓는 화려한 경력의 마무리 시점에 다시 수장으로 친정에 복귀한 셈이다. 박하식 교장은 최근 30여 년간 우리나라가 특목고 자사고 시대를 통과하는 동안 불리한 여건을 뚫고 하나하나 새로운 공교육 역할 모델을 제시하며 당대의 고입 판도를 뒤흔들어온 인물이다.

민사고 외대부고 경기외고에 이어 가장 최근이었던 충남삼성고 교장 초빙 소식이 들렸을 당시, 교육계에선 삼성의 학교보단 ‘새로운 박하식 표 학교’의 등장에 더 큰 기대를 모았을 정도다. 한 교육전문가는 “고교 판에서 학교보다 개인의 브랜드가 큰 인물은 박하식이 유일하다”며 “박하식 표 OO교라는 표현이 가능한 인물이라는 얘기”라고 평가했다.

충남삼성고 역시 전국 명문고 반열에 올려둔 뒤 잠시 현장을 떠났던 박하식이 놀랍게도 친정으로 돌아왔다. 문재인 정부 시절 폐교 위기까지 몰린 이래 다각도로 내우외환에 빠진 민사고를 새롭게 정상으로 재도약시킬 최적의 카드라는 게 교육계의 평가다. 설립 초기 위기에서 구해낸 장본인이면서 늘 불리한 여건을 뚫고 새로운 역할 모델을 제시해온 고교 판 마이더스가 이제 출발점으로 돌아와 마지막 불꽃을 태울 태세이기 때문이다.

고교 판의 마이다스 박하식이 민사고에 교장으로 돌아왔다. /사진=박하식 교장
고교 판의 마이다스 박하식이 민사고에 교장으로 돌아왔다. /사진=박하식 교장

민사고 외대부고 경기외고 충남삼성고를 거치면서 보여준 박하식 교장의 진면목은 화려한 명문고의 결과물에 있는 것이 아니라 늘 위기상황을 뚫고 반전을 보여준 저력에 있다. 지금 돌아보면 모두 창대한 전국구 명문으로 꼽히지만, 처음 맡았을 당시의 시작은 모두 초라했다. 과거 민사고는 모기업의 부도로 폐교 위기를 겪고 있었고, 외대부고는 경기권 외고에 불과한 상황에서 학교 건물조차 완성되지 않았을 때 개교 책임교감으로 부임했다. 경기외고 교장으로 부임할 당시엔 ‘외고 입시부정’ 사건에 억울하게 휘말리며 이미지에 타격을 입은데다 재단이 바뀐 어려움까지 겹친 상태였다.  충남삼성고 역시 임직원 자녀를 70% 선발하겠다는 재단 입장에 따라 겉은 삼성그룹 소속으로 화려해 보였지만 오히려 선발 효과가 거의 없어 전문가들조차 미래를 낙관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박 교장을 전격 영입한 배경도 민사고를 둘러싼 안팎의 위기론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최근 민사고는 문재인 정부 시절 일반고 전환 위기에 몰린 이래 안정적인 학교 운영을 위해 대안학교 영재학교 전환 등의 대안책을 모색했지만 이마저도 추진되기 쉽지 않았다. 정권이 바뀌고 자사고의 존치가 확정되면서 한숨을 돌리나 했더니 사회통합전형과 지역인재전형으로 모집인원의 각 20%를 의무적으로 선발하는 정부 조치에 따라 선발권마저 대폭 축소된 상황이다. 이런 흐름이라면 전국에서 영재를 선발해 세계적인 지도자로 양성하겠다는 민사고만의 엘리트 교육 철학을 유지하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

암울한 현실을 돌파하고 반전의 기틀 마련이 절박한 상황. 민사고의 교육 철학에 대한 이해가 높고 위기 돌파의 저력으로 볼 때 박 교장은 최적의 카드였다는 후문이다. 민사고 관계자도 “설립 초기의 이념을 구현하기 위해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 노력하고자 한다. 박하식 교장은 학교 설립 초기 멤버로 민사고가 하고자 하는 교육의 방향을 명확하게 잘 알고 있고, 실제 구현할 수 있는 힘이 있는 사람이라 전격적으로 모시게 됐다”고 설명했다. 

돌아온 박 교장의 최우선 비전은 민사고를 ‘사립학교 다운 사립학교’로 리빌딩하는 것이다. 민사고를 중심으로 강원도를 수월성 영재교육의 메카로 만들겠다는 큰 그림도 그리고 있지만, 이를 위한 전제는 민사고가 고유한 설립목적에 맞게 교육과정을 운영, 선발, 평가하며 온전한 교육력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단언한다. 영국의 이튼 스쿨이나 미국의 필립스 앤도버가 수준 높은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엄격한 규율과 훈련 하에 사회 각계각층의 훌륭한 리더를 양성하는 것처럼, 민사고 또한 지역과 국가를 대표하는 학교로 자리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취임을 앞두고 박 교장은 세계적 명문 민사고를 향한 굳은 다짐을 내비쳤다. 박 교장은 “이젠 우리나라도 모든 국민이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세계인에게 내놓을 만한 고등학교가 하나쯤 있어야 하지 않을까. 민사고가 소재하고 있는 강원도 도민, 그리고 대한민국 국민이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국가를 대표하는 학교가 되도록 하려 한다. 다시 한복을 입고 출근하게 된다. 우리의 교육도 세계적이 될 수 있음을 꼭 보이도록 하겠다.”

<위기 속 탄생한 아이비리그 명문 민사고.. 부도와 내신 위기를 정면돌파>
민사고는 박 교장의 친정이다. 강남 한복판에 있는 현대고에서 10년간 교사로 재직하긴 했지만, 교감 이상 학교 당국자로 학교운영에 깊이 관여한 건 민사고가 첫 학교다. 처음부터 교감으로 부임한 건 아니었다. 민사고가 96년 개교했는데 박 교장은 97년 봄 일반 교사로 민사고에 처음 발을 들였다.

민사고와 박 교장의 특별한 인연이 시작된 것은 후원기업이 부도난 이듬해부터. 폐교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무보수결의’에 나섰고, 당시 설립자와 동고동락하며 프로그램을 구축해갔다. 박 교장과 민사고가 서로에게 여느 교사와 학교의 관계 그 이상의 애틋함을 갖게 된 배경이다. 이후 99년부터 2004년까지 교감을 맡았다.

박 교장이 맡은 프로젝트가 국제반 개설이었다. 당시 상황은 모기업 부도보다 내신 사태로 인한 인재유출이 더욱 위기였다. 전국에서 제일 우수한 학생을 선발했지만 불리한 내신 때문에 서울대 가기 힘들어 자퇴행렬이 줄을 이었고, 그때 설립자와 같이 새로 방향을 설정한 게 ‘서울대 보내는 학교가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좋은 대학 보내는 학교’였다.

박 교장은 “실력으로만 본다면 서울대를 들어가고도 남을 학생들이 내신 때문에 진학과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하고 안타까워하는 모습을 그대로 볼 수는 없었다. 당시 최명재 설립자와 해결방안을 고민하면서 학생들의 진로를 서울대가 아닌 세계 최고의 대학, 아이비리그로 상향 조정하게 됐다. 미국의 대학에서는 고교의 성적을 상대평가에 의한 등급이 아닌 절대평가에 의한 성적을 요구하기 때문에 석차에 의한 내신으로 불이익을 당할 위험 요소도 없으며 학교의 설립목적인 세계적인 지도자 육성의 목적달성을 위해서도 세계적인 대학으로의 길을 열어주는 것이 맞는 일이기 때문이었다”고 회상했다.

미국 대학은 어떤 프로세스로 가게 되는지 스터디를 하고 전문가의 자문을 받았으며, 교사진과 워크숍도 진행했다. 첫 국제반은 5명으로 98년에 시작했지만 세 달 준비해서 그해 1명의 코넬대 합격자를 냈다. 영어를 잘하던 그 학생만 민사고 1호 아이비리거로 조기졸업시켰고, 나머지 4명은 좀 더 다듬어 콜롬비아대 MIT 등 아이비리그에 모두 합격시켰다. 이후 글로벌 리더 교육을 다듬어 가면서 민사고는 아이비리그 최다 배출 학교로 올라섰고 현재 해외 대학 진학에 있어선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한 입지를 굳히게 됐다. 박 교장이 개설한 국제반이 오늘날 유수 외고와 자사고에서 운영하는 국제교육 프로그램의 전신이라는 게 교육계의 평이다.

<‘고교판 마이더스의 손’ 박하식>
민사고의 성공 신화를 발판삼아 박하식이 주도한 혁신의 물결은 전국으로 퍼져 나갔다. 교육계에 또 다른 획을 그은 것이 바로 현 시점에서 국내 최고 명문인 외대부고(당시 용인외고)의 설립 책임자를 맡게 되면서다. 책임교감이 된 다음날부터 박 교장은 학교 설명과 홍보를 위해 전국의 중학교들을 다녔다. 아예 기틀이 정해져 있지 않은 상황이라 외대 실무자들과 함께 포지셔닝부터 시작했다. ‘세계적 학교엔 세계적 디자이너의 교복이 어울린다’는 신념으로 앙드레김 표 교복도 만들었다. 개교 준비를 위해 밤낮 없이 일했던 용인외고는 첫 졸업생을 배출하자마자 단번에 국내 최고 수준의 학교로 성장했다. 국제반은 하버드대 2명을 포함해 전원 해외 유명 대학 진학에 성공시켰다. 국내반 역시 일본 와세다대 5명 합격을 포함해 7개 학급 215명 중 213명이 국내 대학에 진학했다.

경기외고의 환골탈태도 극적이다. 옛 명지외고 시절을 기억하기 힘들만큼 경기외고의 성장은 눈부셨기 때문이다. 박 교장 이전 외고로서 정체성이 불분명했던 명지외고는 50대 초반의 젊은 교장의 부임으로 완전히 달라졌다. 교육그룹 대교의 지원도 있었지만 5년 사이 경기외고의 위상은 혁신의 아이콘 박 교장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다는 게 중론이다. 부임하자마자 도입한 것이 국제 표준 교육과정인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 Diploma Program이다. 최근 들어 전국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IBDP를 박 교장은 10년도 전에 선제적으로 도입하면서 현재 경기외고의 입지를 독보적인 위치에 올려놓았다. 

초대 교장을 맡았던 충남삼성고에서도 놀라운 반전을 선보였다. 삼성그룹의 첫 학교인 ‘삼성의 학교’로 전국적 관심을 받았지만, 전문가들에게는 오히려 ‘박하식의 삼성고’로 기대를 모았다. 특히 충남삼성고는 약화한 선발 효과로 인해 출범 당시 전문가 사이에 회의론이 팽배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과연 이번에도 먹힐까 하는 의구심도 적지 않았다. 충남삼성고는 아산 산업단지 내 삼성 임직원 자녀를 70%로 선발해야 했다. 전국단위 혹은 광역단위로 우수인재를 선점하는 선발 효과가 거의 없다는 얘기다. 분명한 교육철학과 충실한 교육과정에 의한 ‘교육 효과’에 초점을 맞춰야 했던 것이다. 그래서 충남삼성고에서는 학업에 대한 기본적인 태도와 인성, 습관을 기르는 데 초기 교육을 집중했고, 이후에는 무학년 무계열로 자기만의 교육과정을 스스로 만들어 가도록 했다. 꿈에 그리던 교육과정의 실현이지만 과연 진학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을 것인가’하는 우려를 했던 게 사실이지만, 기우였다. 1기가 대입을 치른 2017학년 서울대 수시 합격자(최초 합격자 기준)는 2017학년 9명 배출했고, 2018학년엔 13명으로 확대됐다. 민사고에서 ‘영재를 뽑아 인재로 기르겠다’는 이념을 실현했다면, 충남삼성고에서는 ‘범재를 뽑아 준재로 기르겠다’는 이념도 실현한 셈이다.

지역의 특성과 학교 유형에 따라 각기 다른 새로운 공교육 롤 모델을 만들어냈지만, 기본적인 구상과 토대는 모두 민사고 교육에서 출발했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용인외고를 개교할 때 적용했던 것이 민사고의 교육 방식이었고, 선발 방식 역시 민사고 방식을 따랐다. 박 교장은 “현 외대부고 분들이 서운해하실지 모르지만, 외대부고가 빠른 시간 안에 명문고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민사고가 갖고 있는 교육의 중요한 특징들을 그 지역의 상황에 맞게 적용해 운영해 왔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명지외고를 새로운 경기외고로 리모델링할 때는 민사고의 국제 프로그램이 갖는 한계를 보완하는 데 중점을 두고 국내 최초로 IBDP를 도입, 성공적으로 실행했고 충남삼성고의 개교책임자로 만든 인성교육 프로그램은 민사고에서 했던 교육들을 충남의 상황에 맞게 재창조했다. 박 교장의 학교 교육에 대한 기본 마인드가 민사고 교육에 기본을 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친정’에 돌아온 박하식.. 민사고 제2의 전성시대 연다>
친정에 돌아온 박 교장은 이제 민사고에서 출발해 20년간 쌓아온 노하우로 마지막 반전을 준비 중이다. 민사고 교육에서 출발해 20년간 쌓아 올린 다양한 강점들을 다시 민사고에 맞게 접목하고, 새로운 학교 모델을 만들어보겠다는 게 목표다. 구성원과 충분히 협의하면서 차차 방향성을 정해가겠다는 입장이지만, 큰 틀에서 민사고를 수월성 영재교육을 제대로 하는 대한민국 대표 고교로 만들겠다는 건 분명하다. 국가를 대표하는 사립학교로서 전 세계 학교와 견줘 경쟁력에서 뒤지지 않도록 하겠는 것이 그의 사명이다. 3월1일 교장 취임을 앞두고 박 교장은 민사고의 제2의 전성시대를 지켜봐 달라며 새로운 각오를 다졌다.

“현재 국제적인 수준의 교육을 자녀가 받도록 하기 위해서 제주특별자치도의 법령에 따라 설립된 제주도의 국제학교를 보내는 경우가 많다. 제주의 NLCS, BHA 등의 국제학교는 내국인을 아무 제한 없이 받으며, 그 학교들의 연간 학비는 기숙사비를 포함할 경우 6000만원 정도가 된다. 외국 법인의 학교에 이러한 자율권을 주며 외화가 막대하게 유출되는 것에 대해서는 누구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 다만 자율이라는 이름을 붙여준 국내의 사립학교에 대해서는 왜 이와 같은 자율권을 주지 못하는지 잘 이해되지 않는다. 민사고는 영재학교 수준 이상의 교육을 하면서도 학교 운영과 인건비에 있어서 정부로부터 한 푼의 지원도 받지 않고 운영되는 학교다. 우리나라의 8개 영재학교는 전액 국가가 그 학교 운영비를 제공하고 있지만, 민사고는 국가의 지원 없이 학생들의 등록금과 법인의 전입금으로만 운영되고 있다. 지불하는 학비에 비해 학생들에게 제공되는 교육 서비스가 그만하지 못하다 한다면 그 선택을 학생이나 학부모가 하면 된다.

영국의 이튼 스쿨은 소수 학생들이 아주 비싼 등록금을 내고 다니고 있는데 이 학교에 대해 국가가 간섭을 하거나 국민들이 귀족 학교라 비난하지 않는다. 영국민은 그 학교가 있음으로 인해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민사고는 그런 학교가 되고자 한다. 사립학교로서 전 세계의 학교와 견줘 경쟁력에서 뒤지지 않는 학교가 돼야 한다. 학령인구가 심각하게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선 보다 높은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면서 경쟁력 있는 글로벌 인재를 키워내야 한다. 이게 국가가 해야 할 일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민사고는 국가 인재 개발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민사고는 이제 곧 개교 30주년을 맞게 된다. 이제 민사고가 한국을 대표하는 학교, 한국 교육에 희망을 주는 학교가 될 수 있도록 민사고 가족은 최선을 다하겠지만, 강원도민과 국민의 관심, 성원이 꼭 필요하다. 현재 K문화는 많은 영역에서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 K문화의 영역에 들어가지 못하는 것이 K-EDU다. 우리 교육이 세계적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K-EDU의 발원지 역할을 민사고가 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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