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년간 218명.. “대입 개편으로 해결해야”

[베리타스알파=조혜연 기자] 영재학교마저 ‘의대 쏠림’이 심화하면서 이공계 인재 양성에 빨간불이 켜질 것으로 보인다. 영재학교 8개교(서울과고 경기과고 대구과고 대전과고 세종영재 광주과고 인천영재 한국영재)에서 2023학년 의약계열로 진학한 학생은 총 83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8개교 졸업생 806명의 10.3%에 해당하는 규모다. 더욱 심각한 점은 영재학교에서 의약계열로 진학하는 사례가 2021학년 62명(7.5%), 2022학년 73명(8.8%), 2023학년 83명(10.3%)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영재학교 측이 의대 진학을 제재하기 위해 나름의 조치를 강화하고 있지만 실효성이 없었던 셈이다. 강득구(더불어민주) 의원은 “단순히 교육비와 장학금 환수라는 제재만으로는 실효성이 없는 만큼 교육 당국의 실질적인 조치와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영재학교 8개교 중 2023학년 의약계열 진학자가 가장 많은 영재학교는 서울과고다. 총 29명이 의약계열로 진학했다. 2023년 2월 졸업생 122명의 23.8%에 해당하는 비중으로, 5명 중 1명 이상이 의약계열로 진학하고 있는 셈이다. 이어 대전과고 16명(18.4%), 대구과고 15명(16.1%) 순으로 많다. 특히 대전과고와 대구과고는 최근 3년간 의약계열 진학자가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전과고는 2021학년 6명(6.3%)에서 2023학년 16명(18.4%)까지 의약계열 진학률이 3배 가까이 확대됐고, 대구과고 역시 동기 7명(7.5%)에서 15명(16.1%)로 두 배 이상 확대됐다. 서울과고는 2021학년 30명(24.4%)에서 2022학년 24명(19.4%)으로 잠시 축소됐다가 2023학년 29명(23.8%)으로 다시 확대됐다. 수도권 영재학교인 경기과고 역시 13명(10.4%)으로 두 자릿수의 의약 진학자를 배출했다.

업계에서는 정시 확대와 통합형 수능의 학습 효과로 영재학교의 의대 진학 확대가 이미 예견됐던 결과라고 입을 모은다. 학종 블라인드와 통합수능 등 달라진 교육 정책이 영재학교 및 과고 출신의 의대 행을 부추겼다는 것이다. 한 교육 전문가는 “통합수능이 자연계 학생에게 훨씬 유리하다는 사실이 확인된 상황에서 정시 확대 기조와 의약계열 모집인원 확대 등이 맞물리며 자연계 최상위권 수험생의 의약계열 진학은 더욱 가속화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서류 간소화 조치로 의대 수시에서 추천서 없이도 지원이 가능하게 됐고, 학종 블라인드 정책 역시 올해 영재학교와 과고에 반사 효과를 줬다. 학교와 마찰을 빚을 수 있는 수시보다 사교육을 통해 학교 통제를 벗어난 정시 N수의 가능성도 커졌다”고 지적했다. 

전국 영재학교 8개교와 과고 20개교는 과학 분야의 인재 양성을 위해 설립된 학교로 국가의 막대한 재정 지원을 받고 있다. 세금으로 운영되는 학교라는 점에서 영재학교와 과고에서 의약계열로 진학하는 사례는 과학 분야 진로를 희망하는 다른 학생의 교육 기회를 박탈하고 사회적 손실을 발생시킨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이에 영재학교에서는 입학 시 의약계열에 진학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작성하도록 하고, 의약계열에 진학할 시 자체적으로 교육비와 장학금을 환수하고 있다. 다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바랄 수는 없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영재학교를 다니고 의대에 지원하는 것 자체를 막을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과고는 의약계열에 지원하기만 해도 교육비와 장학금을 환수하도록 조치를 강화했지만 그럼에도 의약계열 지원자는 3년간 최대치로 증가했다. 대입 제도 개편과 함께 의대 측의 제재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영재학교 8개교에서 2023학년 의약계열로 진학한 학생은 총 83명이다. 진학자가 가장 많은 영재학교는 서울과고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영재학교 8개교에서 2023학년 의약계열로 진학한 학생은 총 83명이다. 진학자가 가장 많은 영재학교는 서울과고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2021~2023 의약계열 진학 218명.. 서울과고 83명 ‘최다’>
영재학교 또한 의대 쏠림의 여파를 피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득구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최근 3년간 영재학교별 의약계열 진학 현황’ 자료를 살펴보면, 2021학년부터 2023학년까지 영재학교에서 의약계열로 진학한 학생 수는 218명이나 된다. 전국 영재학교 8개교 가운데 한국영재를 제외한 7개교에서 모두 의약계열 진학자가 나왔다. 학교알리미와 학교 홈페이지에 공시된 8개교의 3년간 졸업생 수 2466명을 기준으로, 10.5%에 이르는 인원이 이공계열이 아닌 의약계열을 택한 것이다. 심지어는 의약계열로 진학하는 학생 수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2021학년 62명에서 2022학년 73명, 2023학년 83명으로 증가했다. 졸업생 수 대비 비율로 따져보면 7.5%→8.8%→10.3%의 상승세다.

서울과고의 의약계열 진학자 수가 압도적으로 많다. 2021학년부터 2023학년까지 3년간의 졸업생 369명 중 의약계열 진학자가 83명이나 된다. 졸업생의 23.8%에 해당한다. 서울과고는 매년 영재학교 중 가장 많은 의약 진학자를 배출하는 고교로 꼽힌다. 2021학년 30명(24.4%)에서 2022학년 24명(19.4%)으로 다소 감소하는 분위기였으나, 2023학년 29명(23.8%)로 다시 증가했다. 2023학년 의약 진학자 29명 가운데 수시에 합격한 학생은 24명, 정시에 합격한 학생은 5명이다.

이어 대전과고가 3년간 32명의 진학자를 배출했다. 졸업생 275명의 11.6%에 해당한다. 대전과고는 최근 가장 급격하게 의약계열 진학자가 증가하고 있는 학교다. 2021학년 6명(6.3%)에서 2022학년 10명(10.8%), 2023학년 16명(18.4%)으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특히 2023학년 진학자 16명의 경우 모든 인원이 수시로 의약계열에 합격한 것으로 나타나 학교 측의 제재마저 부족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대구과고 역시 3년간 32명의 진학자를 배출했다. 졸업생 279명의 11.5%에 해당한다. 대구과고 역시 의약계열 지원자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2021학년 7명(7.5%), 2022학년 10명(10.8%), 2023학년 15명(16.1%)으로의 증가세다. 진학자 가운데 수시 합격자는 11명, 정시 합격자는 4명이다. 

경기과고는 40명으로 단순 진학 규모로 보면 서울과고에 이어 두 번째로 많지만, 졸업생 대비 비율로 따져보면 네 번째로 많다. 3년간 졸업생 127명의 10.6%가 의약계열로 진학했다. 2021학년 13명(10.2%), 2022학년 14명(11.1%)으로 서울과고와 함께 매년 의약계열 진학자를 많이 배출하는 수도권 영재학교로 꼽혔지만, 2023학년에는 13명(10.4%)으로 전년 대비 소폭 감소했다. 13명 중 수시 합격자는 12명, 정시 합격자는 1명이다.

3년간 세종영재가 19명(6.9%), 광주과고가 8명(2.8%), 인천영재가 4명(1.4%)이다. 세종영재는 2021학년 4명(4.4%)에서 2022학년 8명(8.5%)으로 두 배 증가하더니, 2023학년에는 7명(7.6%)으로 다시 감소했다. 광주과고 역시 2021학년 2명(2.1%)에서 2022학년 5명(5.2%)으로 증가, 2023학년엔 1명(1.1%)으로 감소했다. 인천영재는 2021학년엔 단 한 명도 배출하지 않으며 눈길을 끌었으나, 2022학년부터 2023학년까지는 매년 2명의 진학자가 나왔다. 한국영재의 경우 유일하게 최근 3년간 의약계열 진학자가 전무하다.

<2021~2023 의약계열 지원 ‘406명’.. 서울과고 141명 ‘최다’>
의약계열에 지원한 인원까지 범위를 넓혀보면 심각성이 더욱 두드러진다. 강 위원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최근 3년간 영재학교별 의약계열 지원자’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국 영재학교 8개교에서 총 406명이 의약계열에 지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체 졸업생 2466명의 16.5%에 해당한다. 증가폭도 크다. 2021학년에는 106명(12.8%), 2022학년에는 136명(16.4%)이 의약계열에 지원했고, 2023학년에는 164명(20.3%)으로 크게 뛰었다. 수시에 147명, 정시에 17명이 지원했다. 정시 지원자의 경우 재수생이 대거 포함돼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학교별로 2023학년 기준 대구과고의 의약계열 지원율이 가장 높다. 2023년 2월 졸업생 93명의 절반에 이르는 43명(46.2%)이 의약계열에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과고 역시 졸업생 122명의 44.3%에 이르는 54명이 의약계열에 지원했다. 이어 경기과고 25명(20%), 대전과고 18명(20.7%), 세종영재 10명(10.9%), 인천영재 12명(15.8%), 광주과고 1명(1.1%), 한국영재 1명(0.8%) 순으로 지원자가 많다.

<영재학교 측 제재로는 한계.. ‘대학 차원 방안 마련돼야’>
영재학교 졸업생의 의대 진학 문제는 해마다 되풀이되고 있다. 학교별로 장학금 환수, 졸업 포상 제외, 교사 추천서 미발급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대다수의 의대가 추천서 없이도 지원 가능하다는 점에서 의대 지원 자체를 막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재학교 8개교가 실적 비공개 방침을 고수하면서 수요자의 알 권리를 묵인한다는 비판도 끊이질 않고 있다. 영재학교 8개교는 의대 진학과 관련한 논란이 지속되자 2020학년부터 의약계열을 포함한 모든 대입 실적을 비공개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실제로 의약계열로의 진학을 제재하고자 영재학교 측에서는 조치를 강화했지만 실효성이 크지 않은 분위기다. 서울과고 경기과고 한국영재 등 세 학교의 경우 의약계열에 ‘지원만’ 하더라도 교육비와 장학금을 환수하도록 했지만 여전히 지원자가 감소하지 않고 있다. 특히 서울과고의 경우 2023학년 진학 대상자부터 해당 조치를 시행했으나 오히려 지원자가 최근 3년간 최대치로 증가했다. 경기과고는 2021학년 지원자 29명에서 2023학년 25명으로 크게 감소하지 않고 있고, 그간 의대 지원자 자체가 없던 한국영재에서도 2023학년에는 1명의 지원자가 나왔다. 서울과고는 2023년 2월 졸업생 기준 의약계열에 지원한 47명에 대한 교육비 및 장학금 3억2355만7000원을, 경기과고는 24명에 대한 9906만3980원의 환수 조치를 완료했다. 한국영재 또한 1명에 대한 1128만1900원을 환수했다.

올해 역시 영재학교 8개교는 모집요강을 통해 의약계열 진학 제재 방안을 명시했다. 영재학교 입학 전형 응시를 희망하는 지원자 및 보호자는 입학 원서에 명시된 제재 방안에 서약해야 원서접수가 가능하다. 이공계 분야의 인재 양성을 위해 설립된 과학영재학교 특성상 의약계열 대학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에겐 불이익을 부여한다고 설명되어 있다. 공개된 제재 방안으로는 진로 및 진학지도 미실시, 교육비 및 장학금 환수, 정규 수업 시간 외 기숙사 및 독서실 이용 제한 등이다. 한국영재는 의약계열에 지원할 시 징계와 졸업유예 조치를 내리기로 결정했다. 추가로 영재학교에서 운영되는 연구활동 등의 교육과정이 표기되지 않는 학생부Ⅱ를 제공한다. 교과학습발달상황에서도 학점으로 표기되지 않고, 석차등급 등으로 표기된다. 영재학교장 협의회는 “영재학교는 영재교육진흥법에 따라 이공계 우수 인재 양성을 위해 설립된 학교로 영재학교 학생이 의약계열로 진학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번 조치를 통해 영재학교의 사회적 책무성을 강화하고, 영재학교 학생이 이공계 분야로 더 많이 진출해 우리나라 과학기술 발전에 큰 역할을 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미 선행되고 있던 제재 방안이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기숙사 및 독서실 사용 금지, 일반고 전출 등의 방안은 재학생에게만 해당된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고등 교육과정과 상이한 영재학교 교육 특성상 영재학교 출신 학생들은 대부분 재수를 통해 의대 진학을 꾀하기 때문이다.

결국 고교의 해결 방안이 제한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선발 주체인 의약 대학이 문제 해결에 동참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가장 실효성 높은 방법이라 할 수 있다. 한 영재학교 관계자 역시 “선발 주체인 의대의 해결 의지와 학부모, 수험생의 인식 개선이 우선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직업 선택의 자유를 주장하며 의대 진학을 제한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그런 경우 처음부터 영재학교로 진학하지 않았어야 한다. 의대 준비는 국비 지원이 따로 없는 자사고 외고 일반고 등에서 충분히 가능하다. 굳이 국가적 차원에서 이공계 인재 양성을 목적으로 교육하는 영재학교에서 의대 준비를 하는 것은 어불성설인 상황”이라며 “수험생과 학부모 또한 영재학교의 의대 진학자들이 과학에 확고한 뜻이 있는 인재들의 교육 기회를 박탈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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