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형 수능이후 외고 잇단 ‘탈출 러시’.. 2024 외고 28개 체제 ‘축소’
[베리타스알파=김하연 기자] 부산 부일외고의 자사고 전환이 이르면 이달 중 발표 예정인 가운데, 강원외고에 이은 잇단 ‘외고 탈출 러시’가 주목된다. 부일외고는 3일 특목고 지정취소신청에 대한 교육부의 동의를 받으면서, 마지막 절차인 자사고 전환 신청에 대한 교육부의 동의를 기다리고 있다.
부산교육청에 따르면 최근 교육부에 부일외고 자사고 신청 동의를 요청했으며, 교육부는 1일 ‘특수목적고 등 지정위원회’를 개최하고 관련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 요청을 받은 뒤 교육부는 50일 이내로 의견을 보내야 한다. 즉, 부일외고의 자사고 전환에 대한 결과를 이르면 이달 중, 늦어도 내달 중순까지 알 수 있는 셈이다.
교육부의 자사고 동의가 떨어지면 부일외고는 2024학년부터 ‘광역단위’ 자사고로 신입생을 모집할 예정이다. 교육부의 자사고 지정 판단 기준은 크게 법인 전입금 등 재정 분야와 교원 수급, 시설 현황, 교육과정 전환 적절성 여부 등이다. 다만 교육계에선 외대부고도 지난2010년 외고에서 자사고로 전환한 사례가 있기 때문에, 부일외고의 자사고 승인 검토에 큰 걸림돌은 없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부산 지역 광역단위 자사고는 남고인 해운대고 뿐인데, 부일외고가 광역 자사고로 전환되면 부산 유일 남녀공학 자사고가 된다. 반면 외고는 6월 말 자율학교로 전환한 강원외고에 이어 부일외고까지 현재 30개 체제에서 28개 체제로 축소된다.
부일외고의 자사고 전환 배경으로는 통합형 수능으로 인한 ‘이과반’운영 불가가 가장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과학생들이 극단적으로 유리한 통합수능이 올해로 3년째 이어지면서, 문과반 운영만 가능한 외고는 현재 입시제도상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낮다고 판단해서다. 학교 관계자 역시 최근 의대열풍 등 이공계 선호현상과 2025학년부터 전면 도입되는 고교학점제 적용에 따른 교육과정 다양화 등 변화한 입시환경에 문과에 극단적으로 불리한 3년차 통합형 수능을 원인으로 꼽았다. 대입환경 변화로 인해 강원/부일외고 뿐 아니라 다른 외고들도 고교유형 변경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일외고는 최근에도 7월1일 학생과 학부모 1000여명을 대상으로 2024학년 고입설명회를 성황리에 열고, 자사고로 전환된다는 가정 하에 달라질 다양한 교육프로그램과 경쟁력 등을 안내했다. 설명회에선 부일외고가 자사고로 전환되면 ‘부산 유일의 남녀공학 자사고’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기존 인문/외국어 계열에 더해 자연/이공계열 학생들도 지원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고교유형이 변경되면 2024학년 신입생들은 변경된 자사고 교육과정을 이수하되, 2023학년 이전에 입학한 재학생들은 졸업까지 특목고로서 외고 교육과정을 이수하게 된다.

<부일외고 자사고 전환.. 이르면 이달 중 결론>
부일외고의 자사고 전환이 이르면 이달 중 결정된다. 최근 부산청은 교육부에 부일외고 자사고 신청 동의를 보냈으며, 교육부는 이를 검토하기 위해 1일 ‘특수목적고 등 지정위원회’를 개최했다. 외고가 지정취소를 하고 자사고로 전환하는 건 지난 2010년 외대부고에 이어 두 번째 사례다. 부산에선 외고에서 자사고로 전환한 첫 사례이며, 부산 광역단위 자사고인 해운대고에 이어 두 번째 광역자사고, 남녀공학 광역자사고는 첫 번째 사례가 된다. 외고의 경우 농어촌 자율학교로 전환한 강원외고를 비롯해 부일외고도 자사고가 되면, 2024고입에서 외고는 현재 30개 체제에서 28개 체제로 축소된다.
부산청 관계자는 “외고는 특목고 지정취소를 하고 교육부의 동의를 받은 뒤, 또다시 자사고 지정신청서의 동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일반고에서 자사고로 전환하는 과정보다 기간이 더 걸릴 수 있다. 최대한 빠르게 진행하겠지만 언제 교육부의 동의가 날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다만 교육부가 동의해야 하는 기한이 50일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르면 이달 중 이르면 이달 중 늦어도 내달 중순까지 자사고 전환 신청에 대한 결과가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자사고 전환이 확정되면 부일외고는 2024년 3월부터 24학급, 720명 정원 규모의 자사고로 전환돼 운영된다.
부일외고는 지난 3월 말부터 자사고 전환에 대한 행정절차를 밟아왔다. 부일외고의 자사고 전환 배경은 달라진 교육환경 변화 등 이과선호현상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자사고로 전환하면 문과반만 운영할 수 있던 외고에 비해, 이과반도 운영가능하기 때문이다. 외고는 전공 언어와 관련된 전문교과를 학기당 최소 72시간 이수해야 한다는 규정으로 자연계열 진학대비나 의대반 운영이 어렵다.
앞서 진행한 설명회에서도 “2025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에 맞춰 진로/적성에 따른 계열 및 과목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자사고 전환을 추진중이다”고 자사고 전환 배경을 밝혔다. “자사고로 전환되면 문과 편향 외고와, 이과 편향 자사고의 장점을 결합해 인문/외국어, 이공/자연 트랙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자료에선 서울 강남, 강북, 경기 용인 등 명문 자사고를 방문하며 수학 과학 커리큘럼 중심의 교육과정 컨설팅을 받았다고 밝히고 있다. 과학실 3실도 추가로 확보했다고 홍보했다.
강원외고도 외고에서 자율학교 전환을 신청하고, 6월23일 교육부의 승인을 받아 2024학년 신입생부터 농어촌 자율학교로 신입생을 선발할 예정이다. 강원외고의 자율학교 전환 배경 역시 ‘이과반’영향이 가장 컸다. 강원도의 인재가 타 시도로 유출되는 현상을 막기 위해서는 문과에 특화된 외고만으론 한계가 있고, 문이과 통합수능, 이공계열 확대 등 현 대입제도가 외고 학생에게 불리하게 흘러가고 있는 것도 전환에 영항을 끼친 결정적 이유라고 밝혔다.
교육계에서는 이들 강원외고, 부일외고와 같이 외고들의 전국자사고, 광역자사고, 자율학교 등 학교유형 전환 신청사례가 더 이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 A외고 관계자는 “아무래도 대입이 자연계열, 의대 중심으로 흘러가니까 이과 학생들의 숫자가 많기도 하고 인재확보 측면에서 유리하지 않을까 싶다. 다른 학교도 많은 고민들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원/부일외고와 같이 외고들의 잇단 외고 탈출 러시는 의약 열풍, 통합형 수능 등 이공계열에게 유리한 대입 체제가 외고의 선호도를 떨어뜨리며 외고의 인기가 예전만 못한 이유가 가장 큰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가장 최근인 2023학년 경쟁률은 1.13대1로 8년 만에 상승했지만, 2022학년엔 ‘미달’을 기록했다. 지난해 경쟁률이 상승한 것도 이는 학생들의 외고에 대한 선호도가 증가한 것 보다 상위권 고교가 대부분 이과를 중점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데서 비롯됐다. 문과 교육을 희망하는 상위권 학생의 경우 외고와 국제고 등 문과 중심 고교 선택이 불가피했다는 분석이다. 교육부가 6월21일 ‘공교육 경쟁력 제고방안’에서 자사고/외고/국제고 존치를 공식화하며 지정취소 리스크가 해소된 일시적 영향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2028대입개편에서 내신 절대평가방식 등이 언급되며 특목고/자사고 선호도가 증가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실제 2023학년 전국 자사고 10개교의 경쟁률은 1.82대1로 최근 5년새 최고 경쟁률을 기록하고, 서울/비서울 광역 자사고 경쟁률 역시 일제히 상승했다. 8개 국제고 역시 마찬가지다. 외고도 작년 미달을 겪다가 2023학년 경쟁률이 상승하며 특목/자사 경쟁률이 일제히 상승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