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대책, 공교육 정상화 ‘엇박자’ 해결할까

[베리타스알파=조혜연 기자] 교육부가 당초 목표였던 상반기 내로 2028대입 개편안을 결국 마무리하지 못했다. 지난달 15일 윤석열 대통령이 “공교육 외 분야 수능 배제”를 언급하면서 시작된 ‘킬러 문항’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자 2028대입 개편 발표를 뒤로 미룬 것이다. 정시40%룰과 통합수능이 겹치면서 증폭한 재수생, 의대 열풍, 수학 한 줄 세우기 등 입시 부작용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교육 현장에서는 교육부가 구조적인 개편은 뒤로한 채 정의가 모호한 킬러 문항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사실에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수습이 불가한 킬러 문항 논란에 집착하느라 당장 시급한 대입 개편마저 우선순위에서 밀려났고, 결국 현장의 혼란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2028대입 개편안은 최근 교육부가 중점을 두고 발표한 사교육비 경감 대책과 공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과도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역대 사상 최대 규모로 커져버린 사교육비의 원인은 킬러 문항과 같은 일부 요소가 아닌 대입 구조 자체에 있는 데다, 현 정시 중심의 대입 구조는 공교육 경쟁력 강화 방안의 일환으로 발표한 2025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과도 엇박자를 이루고 있어 개편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사실상 현재 교육 현장의 혼란을 바로잡을 수 있는 결정적인 키는 실효성 있는 2028대입 개편이 쥐고 있다고 해석해도 무방한 셈이다.

하반기로 넘어간 새로운 대입 개편안은 6월 말을 넘어 7월 중순까지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7월 초에 이른 현재까지도 교육부는 대입 개편안 공개 일정을 공개하지 못하고 있다. 개편안은 이주호 교육부 장관이 한 언론 인터뷰에서 “2028학년에는 고교학점제에 부합하는 입시 체제가 필요하다”고 언급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취임 이래 계속해서 ‘현행 유지’를 강조해오던 이 장관이 최근 방향을 선회해 입장을 표명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다만 교육부는 “학생과 학부모의 예측 가능성, 교육 현장의 안정적 운영 등을 고려, 현행 제도의 큰 틀의 일관성을 유지하며 교육과정 변화를 반영할 계획”이라고 해명하며 공식적으로는 이 같은 해석에 선을 긋고 있는 상황이다.

교육부가 당초 목표였던 상반기 내로 2028대입 개편안을 결국 마무리하지 못했다. /사진=교육부 제공
교육부가 당초 목표였던 상반기 내로 2028대입 개편안을 결국 마무리하지 못했다. /사진=교육부 제공

<교육 현장 혼란 ‘수습 불가’.. 열쇠 쥔 ‘2028대입 개편’>
현장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올해 상반기까지 마련하겠다고 했던 2028대입제도 개편안 시안이 결국 7월 초가 돼서도 공개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의 ‘수능 교육과정 밖 킬러 문항 배제’ 지시에 따른 여파로 해석된다. 앞서 교육부 관계자는 2028대입제도 개편안에 대해 “여러 가지 고려할 사항들이 발생했기 때문에 6월 말에서 7월 초 브리핑을 하는 것으로 목표를 잡고 있지만 조금 변동이 있을 수 있다”며 “아주 늦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대입 개편안은 대입사전예고제에 따라 2024년 2월까지는 확정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2028대입 개편이 정시40%룰과 통합수능이 겹치면서 증폭한 N수생 확대, 의대 쏠림, 역대 최대 사교육비 등 산적한 교육 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 ‘키’라고 보고 있다.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 부작용인 만큼 구조 개편으로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현재 정시 중심의 대입 구조는 교육특구와 사교육 시장으로 쏠리는 결과를 초래해 공교육 정상화와도 배치된다. 실제 앞서 ‘조국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문재인 전 대통령이 주문한 정시 확대 이후 지난 5년간 사교육 시장이 급격히 팽창해 온 것은 각종 지표가 증명한다. 급격한 학령인구 감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사교육 총액은 26조원을 기록하면서 전년 23조4000억원보다 10.8%p 폭증했다. 학생 수는 줄었지만(532만명→528만명) 사교육비는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것이다. 즉, 교육부가 추구하고자 하는 사교육비 경감 대책이나 공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 역시 2028대입 개편 없이는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특히 최근 2년 연속 이어진 통합수능 문이과 유불리에 대한 구조적 폐해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가운데 미래형 수능의 모습과 현 통합수능의 개선책이 담길지도 관심사다. 문이과 유불리 문제를 해결하려면 통합수능 자체를 없애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는데 수능의 큰 틀은 2028대입 개편에서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가장 최근인 2023정시에서도 통합수능의 대표적 부작용으로 이과생의 문과 교차지원인 ‘이과 침공’ 폐해는 심각했다. 서울대가 정경희 의원(국민의힘)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3정시 인문/사회/예체능 합격자 52%가 이과생으로 문과생을 넘어섰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서울대 인문계 지원을 위해서는 제2외국어/한문 응시가 필수임을 감안하면 충격적인 수치다. 교육부 역시 통합수능의 문이과 유불리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올해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 평가지표에도 이과 침공을 해소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한 대학에 국고를 지원하는 지표를 새롭게 추가하는 등 개선책을 강구했으나 대입 4년 예고제에 따라 2027학년까지는 통합형 수능이 계속되는 한 미세 조정에 불과하다는 평이다. 

현 중2가 대입을 치르는 2028대입 개편은 40%까지 확대된 정시와 2025학년부터 도입 예정인 고교학점제와도 상충되는 성격을 가져 어떻게 개편될지에 대한 관심도 높다. 교육부는 지난달 공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하며 기존 계획대로 2025년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을 목표로 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고교학점제는 학생이 원하는 과목을 대학 수업처럼 자율적으로 선택해 학점으로 듣는 방식으로 운영되는데, 현 정시 확대 기조가 유지된다면 원하는 과목이 아닌 수능 과목으로 쏠림 현상이 발생할 수 있어 꾸준하게 우려가 제기돼 왔다. 고교학점제 취지인 ‘다양한 과목 선택’과는 맞지 않아 유명무실하게 운영되지 않겠냐는 시각이다. 한 교육 전문가는 “수능 위주 대입의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교육부가 원하는 학생의 개인 맞춤형 공교육 체제는 완성될 수 없다. 정시 확대 기조라는 대입 정책과 엇박자가 불가피하다는 얘기”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주호 2028대입제도 전면 개편 시사 “고교학점제에 맞는 새로운 대입제도 필요”>
2028대입 개편은 최근 이주호 장관이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2028대입부터 새로운 대입제도가 들어설 것이라 시사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이 장관은 “2027학년까지는 대입 4년 예고제에 따라 미세 조정만 가능했다”면서 “2028학년부터는 고교학점제로 공부한 학생들이 치르는 시험이기에 거기에 부합하는 입시 체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028학년부터는 고교학점제로 공부한 학생들이 치르는 시험이기에 거기에 부합하는 입시 체제가 필요하다”는 이 장관의 발언에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는 취임 이래 처음으로 현행 유지가 아닌 개편이라는 카드를 제시했기 때문이다. 40%까지 확대된 정시와 더불어 수능 중심의 대입제도가 고교학점제와는 상충된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이 장관 역시 새로운 대입제도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교육계에서는 선다형 시험인 수능에 논서술형을 도입하는 방안과 수능 자격고사화 등이 안으로 언급되고 있다. 자격고사는 선발 시험과 달리 절대평가로 치러지며, 일정 성적을 받으면 고졸/대입 자격을 인정해주는 시험이다. 프랑스의 바칼로레아(Baccalaureate)가 대표적이다. 미국 역시 대입 시험(SAT/ACT)으로 최소한의 대입 자격을 확인한 뒤 대학에 따라 면접/에세이/추천서/내신 등을 반영해 합격자를 정한다. 특히 이규민 전 평가원장은 지난해 3월 취임사를 통해 “수능 출제 시스템 개선/개편을 준비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김동원 고려대 총장 역시 “수능으로는 고교 졸업과 대입 자격만 확인하고 나머지 세부 전형은 대학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대학에서는 최소한의 학업역량 확인을 위해 대학별 고사를 확대할 가능성도 논의되고 있다. 수능으로 대입 자격을 확인한 뒤 대학별 논술 구술면접 등으로 우수 학생을 가리는 식이다. 이미 대학에서는 수시 학종과 교과전형의 통합, 정시 수능전형의 교과평가 도입 등 자구책을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장관이 처음으로 2028대입 개편 방향에 대해 언급한 것에 대해 ‘현장에 주는 사인이 다소 늦었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한 교육 전문가는 “그동안 2028대입 개편에 대해 물었을 때 확실하게 제도를 전면 개편할 것이라 언급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저 4년 예고제에 따라 현행 유지 또는 미세 조정만을 언급해 시장은 그에 맞춰 사교육과 의대 쏠림 등으로 이어졌다. 이미 제도 개편을 논의 중이었다면 시장에 사인을 조금 더 빨리 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전했다. 그래도 이 장관이 고교학점제에 맞는 대입전형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에 의의가 있다고 보는 의견이 다수다. 또다른 교육 전문가는 “현행 유지를 고수하던 이 장관의 태도가 확 바뀐 것이다. 상대평가인 현 수능 체제만으로는 고교학점제에 적합한 대입제도 운영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에 동의해 제도 개편을 강조한 셈”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교육부는 공식적으로는 여전히 현행 대입제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2028대입 개편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교육부는 인터뷰 보도 이후 설명자료를 통해 “교육부는 2022 개정 교육과정과 고교학점제 도입 등 변화된 상황에 맞춰 2028대입제도 개편을 준비하고 있다. 학생과 학부모의 대입 예측 가능성, 교육 현장의 안정적 운영 등을 고려해 현행 대입제도의 큰 틀의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교육과정의 변화를 반영할 계획”이라며 대입제도 변화 방향에 대해 국교위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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