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진학’ ‘사교육 유발 전형’ ‘폐쇄적 입시운영’부터 고쳐야

[베리타스알파=조혜연 기자] 전국 20개 과학고교장단협의회(이하 협의회)가 지난달 30일 교육부에 영재학교 전환을 요구했으나, 교육계에선 오히려 영재학교는 물론 과고까지 포함한 고교체제 개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과고가 과연 ‘이공계 우수인재 양성’이라는 설립취지에 맞게 운영되는지 돌아보고 고질적인 ‘의대 진학 문제’ ‘사교육 유발 입시’ ‘폐쇄적 입시운영’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얘기다. 한 교육전문가는 “올해 경쟁률 상승에서 드러났듯 과고와 영재학교에 대한 관심이 몰리면서 두 학교유형이 지닌 사교육 유발효과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 통합형 수능 시행에 정시 비중까지 확대되면서 대입의 구조가 ‘수학 한 줄 세우기’로 바뀌며 벌어진 일이다. 의학계열 진학문제는 대입지형 변화로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과고/영재학교 학생들이 ‘대입 블랙홀’로 자리잡은 의학계열 진학을 향한 최대 선발효과를 갖게 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공계 인재 이탈을 막기 위해 과고와 영재학교의 대대적인 체제개편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여론이 많은 상황이다. 과고의 영재학교 전환 요구가 뜬금없이 들릴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과고가 영재학교로 전환해달라는 이유는 ‘이공계 우수 인재 양성’을 위해 자율적인 교육과정 운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 교육과정상 개정이 가장 시급하다고 지적하는 부분은 ‘통합과학 필수 이수’다. 2022 개정 교육과정 시안에 따라 과고 학생들도 일반고와 동일하게 통합과학을 필수적으로 이수해야 하는데, 과학 영역의 기본적인 이해와 기초 소양을 기르는 데 목적을 둔 통합과학 과목은 이미 우수한 역량을 갖춘 과고 학생들의 수준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과고는 ‘통합과학 탄력적 축소 편성’을 제기해왔으나 8일 열린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 공청회’에서도 “타 계열 특목고/타 교과와의 형평성, 선행학습 분위기 조성 우려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받아들여지지 않은 상황이다. 과제연구(R&E)를 포함한 연구교육 편성도 영재학교에 비해 미약하다고 밝혔다. 협의회에 따르면 ‘연구를 통한 교육’과 ‘교육을 통한 연구’를 지향하는 영재학교의 연구교육 체계에서는 연구활동 교육과정이 약 24~28학점으로 편성되나 과고는 4학점 정도에 불과하다. 현행 2015 개정 교육과정과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과고와 일반계고에 동일한 편성 원칙을 적용하기 때문에 R&E 교육과정 운영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전국 20개 과고 모두를 영재학교로 전환해달라’는 요구는 선을 넘었다는 비판이다. 과고 측 요구가 교육계나 수요자들에게 와 닿지 않는 배경은 자율성이 보장된 영재학교도 마찬가지로 이공계 인재 양성이라는 설립 취지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자사고 외고 국제고가 서류평가와 서류 기반 면접의 자기주도학습전형을 운영하는 데 비해 영재학교의 입시는 지필고사와 창의력 캠프전형까지 포함하면서 ‘최대 사교육 유발 전형’으로 꼽히는 실정이다. 과고 역시 영재학교와 함께 수요자들의 사교육 의존도를 높이는 대표적인 사교육 유발 학교유형으로 꼽힌다. 문제는 사교육 전형을 통과하면서 익숙해진 사교육 관성이 의대 진학까지 이어진다는 점이다. 김병욱(국민의힘) 의원실이 서울대와 지방거점국립대(지거국) 9개교의 의학계열/의대 합격자 자료를 요청해 분석한 ‘2022수시 의학계열 수시최초 합격자’ 자료를 보면 상당수의 영재학교 인원이 서울대 의대 등 의학계열에 합격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 의학계열과 지거국 9개교의 의대 합격자만 산정해도 서울과고 대전과고 대구과고는 각 3명의 수시최초 합격자가 나온 것으로 드러났다. 영재학교뿐 아니라 서울 2개 과고를 포함해 일부 과고는 상당수 의대 합격자를 매년 배출한다. 설립취지를 이행하기 위해 자율성을 보장해달라는 요구의 명분이 무력해지는 지점이다.  

실현 가능성도 낮아 보인다. 정치적 관계로 전국에 골고루 분포된 8개 영재학교가 더 이상 몸집을 늘리기엔 어려움이 크기 때문이다. 과기부가 추구하는 수월성 교육 기조와도 어긋난다. 근거로 하고 있는 법령도, 관계 부처도 달라 현실적인 제약도 많다. 특히 과고가 상대적으로 예산이 풍족하고 자율성이 커지는 영재학교로 전환하려면 과기부로 관할 기관이 바뀌어야 하고 과기부 역시 막대한 예산 증원이 필요하다. 협의회 역시 “당연히 단기간에 전환될 수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전환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게다가 현재 관할 부서인 교육부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교육부 권지영 고교교육혁신과장은 “과고 측의 주장은 교육과정상 더 많은 자율성을 보장해달라는 취지로만 해석하고 있다. 사실 고도의 영재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학교를 별도로 운영하는 국가는 드물다. 게다가 매년 700명가량의 학생을 선발하는 현재 영재학교 체제에서 더 규모를 늘리는 건 상위 극소수의 고도의 인재를 뜻하는 ‘영재’에 대한 개념과도 맞지 않다고 본다”고 밝혔다.

전국 20개 과학고교장단협의회가 교육부에 영재학교 전환을 요구했으나 실효성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사진=대전동신과고 제공
전국 20개 과학고교장단협의회가 교육부에 영재학교 전환을 요구했으나 실효성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사진=대전동신과고 제공

<‘과고 영재학교로 전환해달라’.. 요구 배경은>
전국 20개 과고교장단협의회가 교육부에 ‘영재학교 전환’을 요구한 배경은 ‘통합과학 필수 이수’ ‘R&E 연구교육 편성 미약’ 등이다. 2022 개정 교육과정 시안에 따라 과고 학생들도 일반고와 동일하게 ‘통합과학’ 과목을 필수적으로 이수해야 하지만 과학 영역의 기본적인 이해와 기초 소양을 기르는 데 목적을 둔 통합과학 과목은 이미 우수한 역량을 갖춘 과고 학생들의 수준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문제점이 제기돼 왔다. ‘지식의 위계를 고려하지 않은 교육’이라는 지적이다. 과고 측은 “통합과학을 최소 편성 단위로 조정하거나 또는 대체 과목으로 운영 가능하도록 규정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으나 8일 열린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 공청회’에서 정책연구진은 “타 계열 특목고/수학 영어 등 타 교과와의 형평성, 선행학습 분위기 조성 우려 등을 고려해 현재 시안을 유지하기로 했다”며 과고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과제연구(R&E)를 포함한 연구교육 편성에도 영재학교에 비해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연구를 통한 교육’과 ‘교육을 통한 연구’를 지향하는 영재학교의 연구교육 체계에서는 연구활동 교육과정이 약 24~28학점으로 편성되나 과고는 4학점 정도로 미약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현행 2015 개정 교육과정과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과고와 일반고에 동일한 편성 원칙을 적용하기 때문에 R&E 교육과정 운영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했다. 협의회 관계자는 “과학 분야 우수 인재 양성을 목적으로 한 과고와 이공계 분야 우수 인재 양성을 목적으로 한 영재학교는 설립 목적이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과학고등학교와 영재학교는 근거 법령이 상이해 교육과정 운영, 교원 임용, 학교생활기록부 작성 등에 큰 차이가 있다. 과학 우수 인재 양성이라는 동일한 목적 달성을 위해 모든 과고를 교육과정 자율성 등이 보장된 영재학교로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과고는 잘 하고 있나.. 사교육 유발 전형과 폐쇄적 입시운영 문제>
전문가들은 ‘전국 20개 과고의 영재학교 전환’ 요구를 선을 넘은 주장이라고 보고 있다. 아예 교육법의 통제로부터 벗어나게 해달라는 의미인데, 사교육 확대의 주범으로 지목받은 과고에게 더 이상의 자율성을 부여할 순 없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높은 사교육 의존도를 더 확대하는 등 부작용의 우려가 더 크기 때문이다. 이공계 인재 양성 체제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자율보다는 오히려 통제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사실 특목고 가운데 과고는 입시에 상대적으로 자율성을 확보한 상태다. 후기 모집하는 자사고 외고 국제고가 서류 평가와 서류 기반 면접의 자기주도학습전형을 실시하는 데 비해 과고 입시는 서류와 면접 사이에 면담 과정을 도입해 보다 정교한 입시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얘기를 바꾸면 전형구조부터 사교육 유발 요소를 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과고보다 더 자율성이 확보된 영재학교의 입시는 지필고사와 창의력 캠프전형까지 포함해 ‘최대 사교육 유발 전형’으로 꼽힌다. 실제 2021년 10월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득구(더불어민주) 의원이 공개한 ‘전국 영재학교 2022학년 합격예정자 출신중학교 분석’에 따르면 전국 8개 영재학교 합격자 838명 중 서울/경기 학생이 507명(60.5%)이나 됐다. 특히 507명 중 329명(64.9%)은 사교육의 영향력이 막강한 교육특구 출신이었다. 2021학년 영재학교 응시생의 78%가 사교육으로 입시를 준비했다는 설문 결과도 있다. KAIST 김용현 입학처장 역시 본지 교육시론을 통해 “수도권 출신들이 점령한 영재학교 입시는 사교육의 영향을 절대적으로 받고 있고, 어려운 대학 교과목을 선행하며 적자생존해야 하는 영재들은 대치동 사교육에 더 많이 의존하고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과고의 폐쇄적인 입시운영이 강화될 우려도 크다. 현재 과고 입시는 수요자 배려의 개념 자체가 없이 운영된다는 게 대체적 평가다. 올해의 경우 절반이 넘는 과고가 입시의 기본 정보인 최종 경쟁률에 대한 공개도 하지 않으면서 빈축을 샀다. 최근 대입을 포함한 모든 입시는 수요자 친화적인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최대한 정보를 상세히 공개하자는 분위기다. 입시의 수요자 중심으로 입시를 운영하겠다는 취지다.

반면 과고에서는 ‘내부적인 절차가 필요하다’ ‘별도의 규정이 없다’는 이유를 들며 수요자 친화적이면서 투명한 입시의 필요성도 체감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영재학교의 경우 폐쇄적인 입시행태가 더욱 심각하다. 교육부 과기부 교육청의 관리 사각지대에 있는 전국모집 8개 영재학교 모두 2020학년 이후 수요자의 학교선택 잣대로 가장 중요한 입시실적 비공개를 고수하고 있고, 지난해에는 한국영재가 원서마감 직후 경쟁률까지 비공개했다. 시도교육청이 매년 3월 말 발표하는 ‘고입 전형 기본계획’에서도 빠진 채 공고되고 있고, 과고 외고 국제고 등이 수요자를 배려해 자발적으로 공개하는 학교별 당해 연도 전형 기본계획도 공지하지 않는다. 원서접수 한 달 전 이뤄지는 모집요강 공개 전까지 수요자들이 오로지 사교육에만 의존해 입시를 준비하도록 방치하고 있는 셈이다. 현재의 과고 영재학교 입시는 자율성을 방패로 수요자 무시가 지속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최대 현안 ‘의대 진학’ 문제 해결부터>
현재 과고가 ‘의대 진학’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자유롭지 못한 교육과정 때문에 설립취지를 제대로 이행할 수 없다는 협의회의 주장은 설득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과학 분야 인재 양성과 어긋나는 대표적인 교육결과가 의대진학이기 때문이다. 강득구(더불어민주)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전국 영재학교/과학고 2022 수시 의약학계열 지원/합격/등록자 현황’ 자료를 보면 2022학년 대입에서 총 257명의 과고 학생들이 의약계열에 지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울산과고(57%) 세종과고(54%) 한성과고(52%)는 절반이 넘는 학생들이 의학 치의학 약학 한의학 등 의약계열에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과정상 자율성이 보장된 영재학교도 의대 진학률이 상당하다. 김병욱(국민의힘) 의원실이 서울대와 지방거점국립대(지거국) 9개교의 의학계열/의대 합격자 자료를 요청해 분석한 ‘2022수시 의학계열 수시최초 합격자’ 자료를 보면 상당수의 영재학교 인원이 서울대 의대 등 의학계열에 합격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서울대 의학계열과 지거국 9개교의 의대 합격자만 산정해도 서울과고 대전과고 대구과고는 각 3명의 수시최초 합격자를 냈다. 강득구 의원의 ‘전국 영재학교/과학고 2022 수시 의약학계열 지원/합격/등록자 현황’ 자료에선 총 141명이 의약계열에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과고의 경우 고3 졸업생 123명 중 48명이 의대에, 1명의 치의대에 지원한 걸로 집계됐다. 현재 의대 진학을 준비하는 건 영재학교 출신 재수/N수생이 대부분이지만, 이대로라면 의대 진학 기조가 재학생 사이에서도 적극적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 교육 전문가는 “최근 통합수능 시행에 정시 확대까지 대입이 이공계 우수 학생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가면서 과고와 영재학교 입시에 대한 관심이 대폭 확대됐다. 두 학교가 갖고 있는 사교육 유발효과도 대폭 늘어날 것이라고 본다. 문제는 사교육 관성을 갖게 된 학생들이 대입 고입판을 뒤흔드는 ‘의대 열풍’의 주역으로 올라설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 상황에서 학교의 자율성을 강화한다면 과고와 영재학교는 이공계 인재양성이라는 설립목적과는 반대로 의대 최대 배출 학교유형이 될 것이다. 과고의 취지를 살리려면 대대적인 체제개편을 통해 의대 진학문제부터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과고 모두 영재학교 전환?.. 줄어드는 ‘입시 선택지’>
20개 과고를 모두 영재학교로 전환하는 게 수요자의 선택권을 박탈하는 방향이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통상 영재학교와 과고를 목표로 하는 수요자층이 거의 같아서 모집시기가 더 빠른 영재학교로 먼저 지원, 불합격하면 전기모집을 진행하는 과고에 지원하는 경우가 많다. 고입에서 2개 카드를 쓸 수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과고 전부가 영재학교로 전환되면 수요자는 지원 가능한 카드가 1개로 줄어든다. 현재 영재학교는 중복 지원이 불가하기 때문이다. 

현재 과고 협의회의 주장이 불합리하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영재학교와 과고가 ‘애매한 경계’에 있기 때문이다. 20개 체제 과고와 8개 체제 영재학교의 설립 취지는 모두 ‘이공계 우수 인재 양성’으로 유사하지만 과학고는 초중등교육법, 영재학교는 영재교육진흥법으로 근거 법이 나뉘면서 운영방식에 차이를 두고 있다. 대체적으로 과고에게 한정된 제약이 크다. 우수 교원의 확보 문제에서도 과고의 경우 해당 교육청 소속 교사라는 한정된 인력풀에서만 충원할 수 있는 반면 영재학교는 실력이 있고 필요한 인재라면 누구든 임용할 수 있고, 교재의 경우에도 과고는 교육부장관이 검/인정한 교과용 도서만 가능한 반면 영재학교는 자율적으로 채택할 수 있다. 이 같은 차이는 영재학교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의 넉넉한 예산 지원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영재학교가 교육부 소속이 아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속으로 운영되는 영향이다. 

수요자 입장에서는 과고를 영재학교로 모두 전환하는 것보다 두 학교의 차이점을 명확히 해 다양한 고교선택권을 보장받는 편이 나은 상황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국가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영재학교와 과고의 역할은 지대하다. 특정 과학 분야에 우수한 역량을 보유한 인재와 보편적인 과학 분야에 우수한 인재 모두 절실한 상황이다. 그러나 현재 과고와 영재학교는 근본적 차이가 없는 상황에서 수요자들에게 혼란만 야기하고 있다. 모든 과고가 예산이 풍부하고 제약이 없는 영재학교로 전환해달라는 건 수요자가 아니라 학교 측만 유리해지는 이기주의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20개 과고 영재학교로.. 실현 가능할까>
실효성도 떨어진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현재 과고에서 영재학교로 전환된 고교는 5개다. 2003년 (구)부산과고가 한국과학영재학교로 전환된 것을 시작으로 2009년 서울과고, 2010년 경기과고, 2011년 대구과고, 2014년 광주과고와 대전과고가 차례로 영재학교로 전환했다. 2015년에는 이공계 역량에 예술, 인문학 역량까지 갖춘 융합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가 설립됐다. 2016년 동일한 취지로 인천과학예술영재학교까지 개교하며 현재 총 8개 영재학교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정치적 관계로 전국에 골고루 분포된 8개 영재학교가 더 이상 몸집을 늘리기엔 어려움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과기부가 추구하는 수월성 교육 기조와도 어긋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과고와 영재학교가 근거로 하는 법이 다르다는 게 최대 걸림돌이다. 과고는 초중등교육법 테두리 안에 있는 반면, 영재학교는 영재교육진흥법에 설립 근거를 두고 있다. 20개 과고 모두가 영재학교로 전환이 되려면 법 개정부터 손봐야 하는 상황이다. 근거법이 다름에 따라 관할기관도 다르다. 과고는 교육부 소속, 영재학교는 과기부 소속이다. 과고교장단협의회가 영재학교 전환을 요구한 교육부에서 승인한다고 하더라도 과기부와 부처 간 협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무산될 수밖에 없다. 예산의 규모도 다르다. 통상 과고에 비해 영재학교가 월등히 높은 예산을 지원받고 있기 때문에 과고가 영재학교로 전환되려면 막대한 예산이 증원돼야 하는 현실적인 제약도 있다.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협의회 또한 “당연히 단기간에 전환될 수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전환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다만 교육부 권지영 고교교육혁신과장은 “모든 과고를 영재학교로 전환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본다. 과고 측의 주장은 교육과정상 더 많은 자율성을 보장해달라는 취지로만 해석하고 있다. 사실 고도의 영재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학교를 별도로 두는 국가는 드물다. 게다가 매년 700~800명가량의 학생을 선발하는 현재 영재학교 체제에서 규모를 더 늘리는 건 상위 극소수의 고도 인재를 뜻하는 ‘영재’에 대한 개념과도 맞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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