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간 누적 372명.. ‘인재유출 방지방안 절실’

[베리타스알파=신현지 기자] 2022년 로스쿨에 진학한 경찰대학 출신자는 70명이다. 사범시험준비생모임(사준모)이 경찰청에 정보공개를 청구한 결과를 보면 올해 로스쿨 신입생 중 70명이 경찰대학 출신이고, 현재 25개 로스쿨에 재적 중인 경찰대학 출신은 196명이다. 지난해 163명보다 33명 늘어났다. 입학생의 경우 자료가 공개된 2012년부터 2012년 7명, 2013년 15명, 2014년 30명, 2015년 31명, 2016년 17명, 2017명 13명, 2018년 25명, 2019년 27명, 2020년 57명, 2021년 80명으로 크게 증가했다가 올해도 70명의 인원을 기록했다. 2023학년 신입생 모집인원이 50명임을 감안하면 한 해 신입생 규모를 넘어서는 수치다. 경찰대학은 편입학 선발을 위해 2022학년부터 신입생 모집인원을 기존 100명에서 50명으로 줄였으며 2023학년부터 50명 규모의 첫 편입생을 모집한다. 경찰 재직자가 지원 가능한 편입학까지 합해 100명으로 비교해 봐도 절반 이상이 로스쿨로 이탈하는 셈이다. 2012년부터 지금까지 11년간 모두 372명의 경찰대학 출신이 로스쿨에 진학했다.

경찰대학은 경찰대학 설치법에 의거 1981년 개교했다. 경찰대학 졸업 후 경위로 6년간 의무복무를 거쳐야 하며 그 기간을 채우지 않을 시 지원받았던 학비를 상환해야 한다. 6년 복무를 마치고 로스쿨로 이탈하는 경우도 있지만 학비 상환을 해서라도 이탈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현역 경찰들이 로스쿨 진학으로 눈을 돌리는 현상은 경찰대학 졸업 후 기대와 다른 현실, 승진에 대한 고민에서 비롯된 문제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업무량이 폭증한 점도 결정적인 이유라 할 만하다. 경찰의 권한은 늘었지만 인력충원이 뒷받침되지 않으면서 업무량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특히 수사부서의 경우 경찰 내 기피부서로 자리잡았다는 목소리도 들려온다. 이런 상황 속 변호사 시험에 합격하면 곧바로 변호사 자격을 얻을 수 있으니 로스쿨로 방향을 트는 것이다. 물론 로스쿨 진학이 능사는 아니다. 변시 합격률은 올해 53.6%로 지난해 54.6%보다 소폭 감소했고, 응시자 절반 정도는 탈락하는 셈이다.

올해 5월 말 기준, 13만1394명의 경찰 중 경찰대학 출신은 3249명으로 2.5%에 해당한다. 일선 경찰서 서장급인 총경 계급의 경우 전체 632명 중 381명(60.3%)이 경찰대학 출신이다. 하지만 이들 인원이 로스쿨로 빠지게 되면 경찰대학의 본래 설립 취지와는 어긋나게 된다. 일각에서는 현역 경찰의 로스쿨 진학을 두고 경찰대학에 화살을 돌리기도 한다. 경찰대학 설립 취지에 맞지 않다는 점을 들어 경찰대학을 폐지해야 한다는 강경한 주장도 나오지만, 설립취지에 맞지 않은 운영은 시정해야 할 사안이지 폐지 주장은 무리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오히려 경찰대학이 아닌 경찰청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경찰대학 신설 당시보다 경찰 인력의 수준이 상향됐다고는 하지만, 경찰대학을 대체할 만한 우수인력 양성기관 마련은 쉽지 않다. 폐지를 주장하기보다는 개선방안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2022년 로스쿨에 진학한 경찰대학 출신은 70명이다. 현재 25개 로스쿨에 재적 중인 경찰대학 출신은 196명이다. 지난해 163명보다 33명 늘어났다. 입학생의 경우 2012년부터 지금까지 11년간 총 372명이나 된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2022년 로스쿨에 진학한 경찰대학 출신은 70명이다. 현재 25개 로스쿨에 재적 중인 경찰대학 출신은 196명이다. 지난해 163명보다 33명 늘어났다. 입학생의 경우 2012년부터 지금까지 11년간 총 372명이나 된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2022년 로스쿨 입학자, 경찰대학 출신 70명.. 재적 196명> 
2022년 로스쿨 입학자 중 경찰대학 출신은 70명이다. 전국 25개 로스쿨 중 경찰대학 출신 입학자수가 가장 많은 곳은 10명의 경희대다. 로스쿨에 재적 중인 전체 경찰대학 출신의 수도 30명으로 가장 많다. 경찰대학 출신의 로스쿨 지원자 수는 원광대가 53명으로 가장 많다. 원광대는 2021년 경찰대학 출신 입학자가 11명으로 가장 많았던 대학이기도 하다.

경희대에 이어 성균관대 9명, 원광대 8명으로 입학생 수 톱3다. 이어 충남대 7명, 경북대 5명, 고려대/부산대/전남대/한국외대 4명, 인하대/충북대 3명, 강원대/동아대/서울시립대 2명, 서울대/이화여대/한양대 1명 순이다. 건국대 서강대 아주대 연세대 영남대 전북대 제주대 중앙대의 8개교는 경찰대학 출신 입학생이 한 명도 없다. 특히 건국대와 제주대의 경우 총 재적인원을 살펴봐도 경찰대학 출신은 없다.

<6년 의무복무에도 로스쿨행.. 인재유출 방지방안 마련 필요>
경찰대학 출신의 로스쿨 진학은 경찰대학 폐지론으로도 이어진다. 특히 경찰대학의 경우 4년 동안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학비 식비 등을 국가예산으로 지원받는다. 하지만 이들 인원이 로스쿨로 빠지게 되면 ‘국가치안 부문에 종사하는 경찰간부가 될 사람에게 학술을 연마하고 심신을 단련하게 하기 위해 경찰청장 소속으로 경찰대학을 둔다’는 본래 목표와는 어긋나는 셈이다. 하지만 현역 경찰관의 이탈 문제는 경찰대학이 아닌 경찰청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경찰대학도 중도이탈자들을 방지하기 위한 대비책인 학비상환 제도를 통해 관련 문제에 대해 적극 대응해 왔다. ‘경찰대학 설치법’ 제8조를 보면 경찰대학 학사학위과정을 마친 졸업자는 ‘경찰공무원법’에 따른 경위로 임명한다. 또한 제10조에 따라 경찰공무원으로 임용된 사람은 6년간 경찰에 복무해야 한다. 의무복무를 마치지 않은 중도이탈자는 학비상환 기준금액 가운데 남아있는 의무복무 개월 수만큼의 비율을 상환해야 한다.

문제는 6년간의 의무복무를 마친 이후다. 현 법체계 하에서는 의무복무를 마치고 로스쿨 등 여타 직종으로 이탈하는 것까지 방지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 교육 전문가는 “의무복무를 마친 졸업생들의 진로까지 일괄적으로 제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로스쿨 진학을 금지시키는 것은 법조인 진출을 불허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직업선택의 자유 문제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수월한 부서 이동해 진학.. 불법 아니지만 근무태만 등 우려> 
공부량이 많기로 알려진 로스쿨 수업을 현역 경찰이 따라갈 수 있는 방법은, 보다 ‘수월한’ 부서로 이동하는 것이다. 현직 자리를 유지하면서 로스쿨 공부를 마친 후, 주요 보직으로 자리를 옮겨 이후 법조계로 이동하는 수순이다. 사준모는 “로스쿨에 진학하기 위해 업무량이 많지 않은 곳에서 근무하는 이들과 그렇지 않은 이들의 형평성 문제도 발생한다. 현직 경찰 로스쿨생은 국가에서 주는 세금으로 금전적 부족함 없이 로스쿨에 진학하는 특혜를 누린다”고 비판했다.

공무원 특별휴가제를 학업에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공무원은 자녀 양육을 위해 육아휴직과 별개로 ‘육아시간’이라는 특별휴가제도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20년 10월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김민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창룡 전 경찰청장에 “일반 국민은 육아휴직 가기조차 어려운 것이 현실인데, 특별휴가를 사용한 경찰관이 자녀를 양육한 뒤 남는 시간에 로스쿨을 다닌 것이 적절하냐”고 물었다. 김 청장은 “공무원의 휴가 사용은 불법적 사유가 아니면 제한할 수 없고, 휴가 중에 자기계발하는 것을 특별히 제한할 수 있는 근거는 없다”며 “목적 외 휴가나 휴직을 악용하는 사례에 대해서는 조치하겠다”고 답했다.

<현역 경찰들의 로스쿨행.. 업무량과 승진 등 고민> 
현역 경찰들이 로스쿨로 눈을 돌리는 현상 이면에는 다양한 고민이 자리하고 있다. 최근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업무량이 폭증한 점이 다른 진로를 찾는 원인으로 우선 꼽힌다. 검경수사권은 검찰이 수사/기소/영장청구 권한을 모두 독점하고 있는 기존의 구조에서 경찰에 1차적 수사권과 수사종결권을 부여한 수사권 조정을 말한다. 2020년 1월13일 검경 수사권 조정안 관련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데 이어 2021년 1월1일부터 해당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검경 수사권 조정이 이뤄졌다. 때문에 경찰의 권한은 늘었지만 인력충원이 뒷받침되지 않으면서 업무량이 늘어나는 셈이다. 특히 수사부서의 경우 경찰 내 기피부서로 자리잡았다는 목소리도 들려온다.

승진에 대한 고민도 근본적인 원인이다. 경찰대학을 졸업하면 경위에 임관되며 경찰간부로 출발한다. 경찰간부는 경위 이후 경감 경정 총경 경무관 치안감 치안정감 치안총감 순으로 계급이 높아진다. 총경은 경찰서장, 경찰청 지방청 과장급으로 근무하는 계급으로, ‘경찰의 꽃’으로 불린다. 세간에서 ‘출세했다’고 인정받는 기준점이 총경이다. 경찰내 간부의 구성원은 경찰대학 출신, 간부 후보생, 고시 출신, 순경 출신 등 네 가닥으로 구성된다. 올해 5월 말 기준, 13만1394명의 경찰 중 경찰대학 출신은 3249명으로 2.5%에 해당한다. 총경의 경우 전체 632명 중 381명(60.3%)이 경찰대학 출신이다. 경무관은 경찰대학 출신이 80명 중 59명(73.8%), 치안감 계급은 34명 중 25명(73.5%)이다. 치안정감은 7명 중 3명이 경찰대학 출신이다. 고위직으로 갈수록 경찰대학 출신의 비중이 높지만 그렇다고 모든 경찰대학 출신이 승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군 조직이 그러하듯, 경찰 조직 역시 승진하지 못하고 후배 기수에서 승진이 먼저 이뤄질 경우 사실상 ‘옷을 벗게’ 되는 문화다. 한 경찰 관계자는 “총경 정원이 500명 내외인데, 경찰대학 기수별 졸업인원이 100명이다. 총경 계급 정년이 11년이라는 점을 고려해 단순 계산하면 1년에 40~50명 정도가 승진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한 해 졸업하는 경찰대학 졸업생만 해도 그것보다 훨씬 많다”고 설명했다. 입학하기 힘든 경찰대학을 졸업해도 총경까지 올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이유다.

경찰대학 졸업생이 승진하려면 총경 아래 직위에서부터 치열하게 경쟁하는 구조다. 관계자는 “40~50명 중에서도 쿼터를 나눈다. 경찰대학 출신은 경찰대학 출신끼리 경쟁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총경을 달지 못하고 밀려나게 되면 향후 진로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목소리를 경찰대학 출신들이 내기 어렵다. ‘경찰대학 출신은 모두 총경을 달아야 하느냐’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내부적인 고민을 입 밖에 내진 못하지만 ’내가 총경을, 혹은 경정이라도 달 수 있을까‘하는 고민을 모두 안고 있다. 이런 고민의 결과가 로스쿨 진학으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대학에서 품은 꿈과 현실 간 괴리도 무시할 수 없다. 한 관계자는 “경찰대학에 진학한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공부를 잘한다는 소리를 들으면서 열심히 했던 사람이다. 경찰대학에서 배울 때도 경찰조직을 이끌어가는 핵심 엘리트라는 교육을 받고 생활한다. 하지만 막상 입직하고 보면 배우고 들은 것과 다른 현실을 맞닥뜨린다. ‘현장도 모르고 책상에 앉아 보고서만 쓴다’는 다른 직원들의 냉소를 겪어야 하고 향후 미래에 대한 비전도 불투명해진다”고 말했다.

결국 묵묵히 일만 한다고 해서 원하는 승진/자아실현이 가능하느냐는 스스로의 물음에 대한 해답을 로스쿨에서 찾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로스쿨을 진학하는 것이 결코 만만한 선택지는 아니다. 올해 제11회 변시에선 3191명이 응시해 이 중 1712명이 합격했다. 응시생 대비 평균 합격률은 53.6%다. 지난해 54.6%보다 소폭 감소했다. 변시 합격률은 1회 87.15%, 2회 75.17%, 3회 67.63%, 4회 61.11%, 5회 55.2%, 6회 51.46%, 7회 49.35% 등 계속해서 하락하다가 8회 50.78%, 9회 53.32%, 10회 54.6%로 반등한 상태다. 매년 절반에 가까운 인원이 탈락하는 셈이다. 변시에 떨어지는 인원이 해마다 누적되면서 매년 하락하는 변시 합격률로 인해 ‘변시 낭인’이라는 용어도 나올 정도다. 로스쿨 3년 과정 동안 학업에만 매진하는 경우에도 어려운 시험을 경찰 근무와 병행하면서 좋은 성적을 내기가 더욱 쉽지 않다. 한 교육 전문가는 “경찰 출신 변호사에 대한 수요가 있다 보니 ‘현역 메리트’가 있다는 점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것만 좇아서 로스쿨로 진학한다고 다 되는 것은 아니다. 경찰대학 진학을 준비 중인 수험생이라면 ‘경찰대학에 진학해서 로스쿨로 빠져야지’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진학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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