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팬지의 눈으로 세계를 볼 수 있다면

[베리타스알파=김하연 기자] 국제 자연 보전 연맹(IUCN) 레드 리스트 멸종 위기 등급에 속한 침팬지는 인간과 가장 가까운 친척이다. 얼마 전 막스 플랑크 인간 인지 및 뇌과학 연구소는 야생이나 동물원에서 자연적으로 사망한 침팬지의 뇌를 검사할 수 있는 새로운 단층 촬영 방법을 이용해 침팬지 뇌 구조를 보여 주는 고해상도 MRI 데이터 지도를 공개했다. 이를 인간의 뇌와 비교하며 인류 진화 과정에서 뇌가 발달한 과정을 밝히는 데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다. 일찍이 1960년 탄자니아 곰베 국립공원에서 제인 구달이 시작한 야생 침팬지 연구는 과학계가 침팬지와 인간이 생물학적으로만이 아니라 지능과 행동 면에서도 닮았음을 인정하는 계기가 된 바 있다. ‘워싱턴 포스트’가 20세기 가장 위대한 과학적 업적 중 하나라고 칭한 제인 구달의 야생 침팬지 연구 및 보호와 교육 활동은 어느덧 65주년을 앞두고 있다.

초기 10년의 연구를 정리해 1971년 나온 ‘인간의 그늘에서(In the Shadow of Man)’에 이어 30년의 연구를 담은 ‘창문 너머로: 곰베 침팬지와 함께한 30년(Through a Window: My Thirty Years with the Chimpanzees of Gombe)’는 1990년 처음 출간되었으며 이번에 사이언스북스에서 펴낸 한국어판은 그 20년 후의 이야기까지 더해 현장 연구를 집대성한 과학의 고전으로, 사이언스 클래식 시리즈의 최신간이기도 하다.

‘창문 너머로’의 제목은 우리가 세계를 바라보고 의미를 찾는 창에서 유래했다. 수많은 창문 중에서도 과학이 연 창을 통해 우리는 인류의 지식이 닿지 않던 영역까지 더 멀리, 더 명확히 들여다볼 수 있다. 제인 구달이 곰베에 닿은 이래 침팬지의 행동을 배울 수 있었던 것도 그러한 창문을 통해서다. 동시에 그 창문은 인간 행동의 여러 측면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끔 했으며, 우리가 자연계에서 침팬지와 인간이 놓인 자리를 인식하는 통로가 되기도 했다. 

과학자들의 창문 말고도 철학자, 신비주의자, 종교 지도자들의 창문도 있다. 즉 우리는 자신의 존재에 관련해 풀리지 않는 물음을 떠올릴 때 이러한 창 가운데 하나를 통해 세계를 들여다보는 것이다. 우리가 내쉰 숨으로 흐려진 유리창으로 인해 우리 시야마저도 좁아지곤 한다. 제인 구달은 자연 속에서 홀로 지내본 사람에게 문득 찾아오는 순간에 대해, 해 저무는 숲속 벌레들과 새들의 날갯짓, 나뭇잎과 열매의 향기, 잘 곳을 찾아가는 임바발라와 침팬지 소리가 어우러진 그 경이로운 광경에 대해 침팬지만이 알 수 있는 창으로 들여다본 세계 같았다고 표현한다. 찰나일지언정 한 번만이라도 침팬지의 눈으로 세계를 볼 수 있다면 얼마나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까? (제인 구달, 사이언스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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