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웅 DGIST 입학처장 (정보통신융합공학전공 교수)

지난해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발표된 ‘직업의 미래’ 보고서는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무인자동차 등의 발달에 따른 4차 산업 혁명으로 2020년까지 약 50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예측했다. 이에 따라 지난 산업 혁명들 때와 마찬가지로 커다란 인력 구조 개편이 예상된다. 일자리 감소의 내용을 살펴보면 단순 공정의 일자리들이 많이 줄어드는 대신 인간의 창조력이 필요한 기술과 전문 분야에 대한 일자리가 새로 생길 것이라는 데 주목해야 한다.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일들의 상당부분이 ‘정말 인간다운 일인지’ 반문할 필요가 있다. 내연기관이나 컴퓨터, 인터넷의 발전으로 산업 구조는 크게 변화했다. 큰 혼란이 야기될 것이라는 우려들을 인류는 창의와 혁신으로 새로운 기술과 산업을 창출하고 발전시켜왔다. 결국 AI의 출현에 혼란스러워 하기보다는 향후 AI로 인한 노동 분야의 변화를 미리 예상하고 인간다운 일들을 찾아내는 게 중요하다.

앞으로는 주어진 문제를 잘 풀 수 있는 ‘프라블럼 솔버(Problem solver)’보다 문제를 찾고 제기할 수 있는 ‘퀘스천 메이커(Question maker)’가 핵심 인재로 부각될 것이다. AI는 강력한 도구이지만 최종적인 결정은 결국 사람이 하게 되고 사용 주체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즉, 인공 지능이 주어진 문제를 풀지만 인간이 그 문제를 내야 하며, 오류의 가능성 등을 직관과 다차원의 생각 등으로 보완할 수 있어야 한다. AI 기술의 개발과 적용 또한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며, 시스템이나 대상이 특정되거나 모델링 되지 않아 경우의 수 등을 비교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적어도 한 동안은 인공 지능이 인간을 대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향후 인공 지능을 도구로써 활용할 수 있는 계층과 인공 지능의 결정에 따라 이를 단순히 수행하는 역할을 하는 직업군으로 이분화될 가능성이 크다.

최지웅 DGIST 입학처장

인간다운 능력을 갖춘 인재를 기르기 위한 교육 방향에 대해 최근 활발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최근 대기업들도 몇 년 후 다음 먹거리를 예측하기 어려운 불확실한 상황에서 어떤 인력을 선발해서 양성할 지에 대해 고민이 많은 상황이다. 기존 소품종 대량 생산에서, 4차 산업 혁명 시대의 다품종 소량 생산을 위해 유연성 있는 벤처 기업과 중소 기업들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이에 더해 100세 시대를 맞는 고령화 사회에서 한 개인은 여러 직업을 거쳐야 할 것이다. 이러한 불확실의 시대를 맞아 대학은 어떤 교육을 해야 할 것인가?

우선 인간다움을 추구하는 교육이 필요하고, 특히, ‘왜’ 라는 호기심 기반의 교육이 필요하다. 지금처럼 질문과 토론 없이 선생님과 어른들의 지식을 단순히 ‘복사’시키는 교육으로는 인공지능을 넘어설 수 없다. 현재의 교육은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어떻게 나중에 쓰일 수 있는지, 다른 분야들이 어떻게 합쳐져서 하나의 큰 흐름이 되는지에 대해 설명 없이 주입적인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제 ‘답’ 대신 ‘왜’, ‘결과’ 대신 ‘과정’을 중시하고, 흥미와 도전의식, 실패에 대한 내성 등 기계가 아직 할 수 없는 ‘인간다운’ 측면을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학생들의 다양성에 기반한 맞춤형 프로그램들이 제공될 수 있어야 하고, 근저에는 한 사람 한 사람을 귀하게 여기고 각 개인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는 교육자들의 사랑과 배려의 자세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DGIST도 이를 위해 창의(Creativity), 기여(Contribution), 배려(Care)의 3C를 갖춘 인재를 양성하고자 한다. 특히 DGIST는 급변하는 21세기 이공계 리더로 성장하기 위해 창의력은 필수적인 요소이지만 세계시민으로 성장해야 할 학생들에게 기여와 배려의 따뜻한 인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어 미래의 대학은 지금까지의 단순하게 배우는 방식, 한정된 관점으로 한 가지 전공만 공부하는 현재의 방식을 지양하고, 다양한 분야를 접하고 이들의 관계를 고민하는 융합적인 교육을 시도해야 한다. 최근 융합에 대한 여러 가지 시도들이 많이 진행되고 있지만, 여러 분야의 지식을 얕게 공부하고 나열하는 대신, 여러 가지를 시도해보고 자기에게 맞는 소수의 분야를 선택해서 자기 분야의 전문가가 되고 또한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과도 대화가 가능한 융합의 인재를 길러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이공계 전문 기술에 대한 교육뿐 만이 아닌 인간에 대해 고민하고 기술과의 관계를 정립할 수 있도록 인문사회 분야에 대한 교육도 반드시 필요하다. DGIST도 이러한 흐름을 미리 예상하고 융복합교육을 수행해 왔다. ‘무학과 단일학부‘ 체제아래 기초 과학 및 공학을 열심히 공부하면서도 비교역사학 등의 인문, 사회 과학 및 예술 소양도 함께 기를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학생 하나 하나를 보듬을 수 있도록 학부전담교수제도 시행하고 있다.

다음으로, 자신을 알고 즐기며 자존감을 바탕으로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찾을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러한 능력을 발현할 수 있는 장, 즉 졸업 후 진출할 진로에 대해 최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준비를 도와야 한다. 특히, 많은 졸업생들이 진출하게 되는 산업계는 기존의 대기업 중심의 경직되고 서열화된 진출이 더 이상 대세가 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4차 산업 혁명의 중심이 될 중소 기업 및 벤처 기업들이 더 이상 변방이 아닌 중심이 될 사회에서 이러한 기업들과 연결시키고 경험하며 창업할 수 있는 기회들을 많이 마련해야 한다. 최근 우리나라 많은 대학들이 창업과 관련해 많은 프로그램들을 제공하고 정부에서도 이를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있다. 예전에 비해 많은 개선이 이루어졌지만 아직도 실제 기업 운영이나 기술 개발에 참여해 성공과 실패를 직접 경험한 현장 전문가들이 대학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는 경우는 많지 않은 상황이다. 보수적인 대학들이 실제 사회와 더욱 소통하고 시대적 요구 사명을 달성하기 위해 더욱 고민해야 한다.

위기이자 기회인 4차 산업 혁명 시대를 맞이한 우리 대한민국, 인간다움을 갖춘 인재들의 양성을 통해 극적인 기회로 발전시키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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