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수능최저 완화 검토중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통합형 체제가 적용되는 올해 수능 수학영역에서 인문계열 학생들이 자연계열 학생에 비해 높은 등급을 받기가 더욱 어려워진다는 분석이 힘을 얻으면서 수능최저 충족에도 비상이 걸렸다. 인문계열 학생들이 수능최저를 대거 충족하지 못하게 되는 사태가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올해 상위대학 수능최저는 지난해와 동일한 수준을 그대로 유지하는 경향이다. 하지만 ‘수능 성적 산출방식 변화’라는 변수가 선택과목별 유불리 문제를 발생시키면서 수능최저 완화를 고려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전국진학지도협의회가 자체적으로 실시한 연합모의평가에서 전국 9457명의 표본을 대상으로 살펴본 결과, 수학 1등급 인원에서 인문계(확률과통계 선택)가 차지하는 비율은 6.3%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2등급으로 범위를 넓혀도 인문계가 14%로 자연계가 1~2등급을 ‘싹쓸이’해 가는 형국이었다. 

서울대는 지난해 코로나로 인한 학습결손을 우려, 수능최저를 완화한 데 이어 올해도 수능최저 완화를 검토중인 상태다. 올해 역시 코로나19로 인해 수험생을 배려하는 성격인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계에서는 통합형 수능으로 인한 인문계열의 불리함도 일부 고려되지 않았겠느냐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대를 제외하고 서울 상위권 대학들은 당장의 수능최저 완화 계획은 없는 상태다. 고민은 있지만 아직 명확한 통계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섣부른 완화도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학이 수능최저를 완화하겠다고 결정하더라도 당장 5월 요강 발표 예정인 2022입시에서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승인 없이는 변경이 불가능하다. 지난해의 경우에 코로나19로 인한 시행계획 변경사항을 심사하면서 서울대를 제외한 나머지 대학에서 수능최저가 변경된 사례는 없었다. 면접폐지 방안마저 승인받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교육계에서는 선택과목별 유불리를 명확히 보여주는 통계가 공개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첫 전국단위 모의고사였던 3월학평의 성적 분석결과는 유불리를 확인할 수 없는 ‘반쪽’자리 정보였기 때문이다. 한 교육 전문가는 “확률과 통계를 선택한 학생들이 등급에서 불리함을 겪었다는 명확한 자료가 모의고사 결과를 토대로 보여져야 하는데, 그런 자료가 없으니 대학 입장에서는 2022입시 뚜껑을 열어볼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며 “확률과통계 선택 학생들이 수능최저를 충족하기 어렵다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근거가 필요하다. 그래야 대학도 이 자료를 토대로 수능최저 완화든 대응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수능 수학에서 인문계열 학생들이 높은 등급을 받기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면서 수능최저 충족에도 비상이 걸렸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올해 수능 수학에서 인문계열 학생들이 높은 등급을 받기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면서 수능최저 충족에도 비상이 걸렸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통합 점수 산출.. 예견됐던 유불리 문제>
2022수능은 국어+수학을 통합형 수능으로 치르게 되면서 새로운 점수 보정체계가 도입됐다. 이전 수능에서는 인문계열 수험생들이 수(나), 자연계열 수험생들이 수(가)를 선택해 응시하고 성적도 따로 산출하는 구조였다면 2022수능에서는 선택과목이 다르더라도 성적은 통합해 산출한다는 점이 달라졌다. 수학의 경우 선택과목이 ‘확률과통계’ ‘미적분’ ‘기하’로 나뉜다. 통상 인문계열로 불리는 수험생들은 확률과 통계를, 자연계열로 불리는 수험생들은 미적분과 기하를 선택한다. 

이에 따라 적용되는 점수보정 체계는 학습분량이 많고 난이도가 상대적으로 높다고 여겨지는 선택과목을 응시한 수험생 집단의 공통과목 점수가 평균적으로 높을 경우, 선택과목 점수 역시 다른 선택과목을 응시한 수험생들에 비해 상향 조정되는 구조다. 상대적으로 어려운 과목을 선택한 학생들의 불이익을 없애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하지만 문제는 점수보정체계가 오히려 반대로 유불리를 가중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점수보정체계에 따라 미적분/기하를 응시한 학생들이 공통과목에서 높은 점수를 선점하면 인문계 학생들의 수학성적이 예상보다 더 낮아질 수 있다. 

우려는 현실화되고 있는 분위기다. 전국진학지도협의회(이하 전진협)가 자체적으로 문제를 출제해 실시한 3월 연합모의평가에서 표본 9457명을 분석한 결과, 수학 1등급 인원에서 인문계(확률과통계)가 차지하는 비율은 6.3%에 불과했다. 381명 중 24명만이 확률과통계를 선택한 학생이었다. 10명 중 1명도 안 되는 인원이 1등급을 가져갔다는 얘기다. 더군다나 재수생이 합류하지 않은 상태의 분석결과라는 점에서 앞으로의 우려를 더 키운다. 

수능최저 판단 기준으로 자주 활용되는 2등급까지 범위를 넓혀봐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1~2등급 인원 1045명 중에서 확률과통계를 응시한 인원은 146명으로 14%를 차지했다. 1등급에서보단 비중이 늘긴 했지만 자연계열의 86%와 비교하면 큰 격차다. 그만큼 인문계열 학생들이 수능최저를 충족하기 어려워진다는 의미다. 

<수능최저 기준 유지.. 인문 수능최저 미충족 늘어나나>
올해 대학별 인문 수능최저 기준을 살펴보면 지난해와 동일한 수준을 유지하는 추세다. 수능체제에 따른 선택과목 지정의 차이만 있을 뿐 등급합 기준은 동일한 모습이다. 인문보다 오히려 자연의 등급합 기준이 낮은 상태를 유지한 경우도 많다. 기준은 변화가 없지만 인문계열 학생들이 높은 등급을 받기가 더 어려워지면서 수능최저 미충족 사례가 늘어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한 입시기관 관계자는 “지난해 수능까지는 수(가) 응시 인원이 적기 때문에 수능최저 맞추기가 어려워서 인문보다 자연의 등급합 기준이 낮은 경우가 많았다. 수(나)는 응시 인원이 많아서 등급별 인원도 많았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문이과 구분이 사라지면서 확률과통계를 선택한 학생들이 수능최저를 맞추기가 확실히 어려워졌다”고 분석했다. “수학에서의 격차는 국어로도 만회가 어렵다”고 덧붙였다. 

고려대의 경우 지난해 교과전형 학교추천에서 국 수(가/나) 영 사/과탐 중 3개 등급합 5이내, 한국사 3등급 이내로 적용했고, 올해는 국 수 영 탐 중 3개 등급합 5이내, 한국사 3등급 이내로 선택과목 지정 없이 등급합 기준이 동일하다. 학종 일반(학업우수형)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해 국 수(가/나) 영 사/과탐 4개 등급합 7이내, 한국사 3등급이내였고, 올해 국 수 영 탐 4개 등급합 7이내, 한국사 3등급 이내로 등급합 기준이 동일하다.

서강대 논술도 지난해와 동일하게 올해 역시 국 수 영 탐 중 3개 등급합 6, 한국사 4등급이내다. 교과전형인 고교장추천의 경우 올해 신설해 논술과 동일한 기준을 적용한다.

성균관대 논술도 지난해와 올해 기준이 동일하다. 인문과학계열 사회과학계열 경영학 기준, 국 수 탐 중 2개 등급합 4, 영어 2등급, 한국사 4등급이다. 글로벌리더학 글로벌경제학 글로벌경영학은 이보다 더 높은 기준으로, 국 수 탐 중 2개 등급합 3, 영어 2등급, 한국사 4등급이다. 올해 신설한 학교장추천은 국 수 탐 중 2개 등급합 5, 영어 3등급, 한국사 4등급으로 적용한다.

연세대는 올해 활동우수형/국제형 수능최저를 신설한 경우다. 활동우수형 인문/사회에서 국어 수학 중 1개 포함해 2개 등급합 4이내, 영어 3등급, 한국사 4등급으로 적용한다.

<‘통계자료 없는 상황에서 당장 완화는 어려워’>
현재 서울대는 올해 지균 수능최저 완화를 검토 중이다. 서울대는 지난해의 경우 코로나로 인한 고교 현장의 어려움을 감안해 수능최저를 기존 2등급 3개에서 3등급 3개로 완화했었다. 올해 수능최저는 전형계획 상으로는 2등급 3개로 명시되어 있지만, 대교협 심의 결과에 따라 수능최저가 변경될 수 있다고 공지해 둔 상태다. 코로나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지긴 했지만 통합형수능의 영향도 감안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인문계열 학생들의 수능최저 충족 어려움을 두고 현장이 시끄러운 가운데, 대학가는 섣부른 수능최저 완화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대학 입학관계자는 “전형이라는 것이 몇 년 시행하고 추이를 살펴보고 문제점 파악도 해야 하는 건데, 지금은 분석할 자료나 통계도 없다”며 “올해 결과를 살펴보고 2023은 내년에라도 (대교협 승인을 받아) 바꿀 수 있으니 좀 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통합형 수능체제와는 별개로 향후 전반적인 수능최저 완화의 흐름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고려대는 2023학년 교과 학교추천전형에서 수능최저를 완화할 방침이다. 입학 관계자는 “학교추천은 내신이 높은 학생들이 지원하는 전형인데, 수능최저가 높다는 현장 의견이 있어서 2023학년부터 등급합 기준을 1등급씩 낮추는 것으로 대교협 승인을 올려놓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성균관대 역시 수능최저 폭을 넓히는(완화하는) 방향성을 갖고 있는 상태다. 입학 관계자는 “수학 문제 때문이 아니라 이번 성적산출방식 논란이 나오기 전부터, 수능 절대평가 확대 추세를 고려해 수능최저를 본질적으로 고민해왔다”며 수능최저 완화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학이 보다 적극적으로 수능최저 완화를 검토할 수 있으려면 모의고사 결과가 보다 상세하게 공개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교육청 주관으로 실시한 3월학평의 분석결과가 선택과목별 유불리를 판단하기에는 부족했기 때문이다. 대학 입장에서는 명확한 근거자료 없이 수능최저 완화를 고려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3월학평 분석결과에 대해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수학에서 미적분 선택집단이 가장 우수하고 다음이 기하, 확률과 통계 선택자가 성적이 가장 낮다는 정도 밖에 알기가 어렵다”며 “선택과목 집단별 공통과목과 선택과목의 평균과 표준편차를 공개하는 것이 수험생들을 위해서 바람직하다고 생각되는데 3월학평 채점결과에서는 선택과목 집단별 공통과목과 선택과목을 합친 총점의 평균과 표준편차만 공개됐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본 기사는 교육신문 베리타스알파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일부 게재 시 출처를 밝히거나 링크를 달아주시고 사진 도표 기사전문 게재 시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저작권자 © 베리타스알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