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숙사 체제 특성 고려해야.. 사교육 차단 오히려 ‘효과적’

[베리타스알파=유다원 기자] 올해부터 고교 무상교육이 전면 확대됨에 따라 일각에서는 또다시 자사고 '귀족학교 낙인찍기'가 되풀이되는 모습이다. 같은 사립이더라도 사립일반고는 무상교육을 지원받지만 자사고와 사립특목고(외고/국제고)는 고교 무상교육 대상에서 제외, 일반고 대비 자사고 학비가 필요 이상으로 많이 든다는 것. 고교유형에 따른 교육격차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자사고 역시 일반고와 비슷한 수준으로 학비를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가장 최근이었던 2020년 공시내역을 토대로 살펴보면 전국자사고 10개교의 평균 학비는 연 1242만원 규모로, 수치만 놓고 보면 다소 부담스러운 금액임은 사실이다. 해당 공시는 2019학년 현황을 토대로 이뤄졌다.

교육전문가들은 ‘현장에 대한 이해 없이 명시된 금액만으로 무작정 비난하는 꼴’이라는 입장이다. 학비와 교육비를 구분하지 못해 발생하는 문제라는 단언이다. 자사고들이 교육과정 운영을 위해 투자한 비용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단순히 학비의 액수만을 문제 삼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 학비는 학부모로부터 받은 수입을 말하는 반면, 교육비는 학교가 학생들에게 투자하는 실질비용을 말한다. 교육비가 많을수록 학교단위의 투자가 더 활발히 이뤄진다는 의미다. 전국자사고 10개교의 평균 교육비는 약 1857만원으로, 평균 학비인 1242만원보다 615만원 더 큰 액수다. 실제로는 재단투자와 지자체투자 유치 등을 통해 학부모로부터 받은 학비보다 더 많은 교육비를 투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전국자사고 10개교 모두 학비 대비 교육비가 더 많은 특징이다. 현대청운은 학비가 1037만7528원인데 반해 교육비가 2059만360원으로 학비 대비 교육비가 1021만원이나 더 많았다. 현대청운에 이어 북일고 역시 학비가 1021만2108원, 교육비가 1970만5497원으로 학부모가 납입하는 학비보다 학교가 학생에게 실 투자하는 금액이 949만원 가량 많았다. 이어 광양제철 698만2952원(학비 715만2225원/교육비 1413만5176원), 인천하늘 679만5276원(학비 1121만6303원/교육비 1801만1579원), 하나 647만1909원(학비 1602만199원/교육비 2249만2108원), 포항제철 537만7151원(학비 712만5509원/교육비 1250만2660원), 김천 507만7573원(학비 1030만1123원/교육비 1537만8696원), 외대부 504만1154원(학비 1197만4670원/교육비 1701만5824원), 민사 358만2567원(학비 2827만2501원/교육비 3185만5159원), 상산 250만7965원(학비 1158만5656원/교육비 1409만3621원) 순으로 학비 대비 교육비가 높았다. 연 학비가 2827만원으로 ‘귀족학교’라는 비난을 받아온 민사고 역시 연간 교육비가 3185만원으로 학비에 비해 교육비가 358만원 이상 높은 규모를 보이는 모습이 눈에 띤다. 

기숙사비나 급식비를 고려할 경우 자사고가 '교육 양극화'를 유발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전국 자사고의 경우 10개교 모두 기숙사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기숙사 생활에 따라 학부모가 내는 학비에는 기숙사비와 식비를 중심으로 한 수익자부담경비가 더해진다. 전문가들은 “3끼의 식대와 기숙사비를 포함한 금액을 기숙사를 운영하지 않는 여타 일반고 학비와 비교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는 지적이다. 한 교육전문가 역시 "자사고에 입학하는 경우 주거비, 식비, 교육비, 방과후 학습비 등이 모두 한 번에 해결된다. 반면 일반고를 선택할 경우 학원비/과외비 등 사교육비는 물론, 급식비 외 추가로 사용되는 간식비, 학원 식비 등도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자사고를 선택하는 수요자들 역시 상대적으로 비용이 적게 든다고 생각해 지원하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현 정부는 사교육과 고교서열화 유발을 논거로 2025년 외고 국제고 자사고 등의 특목자사고를 일반고로 일괄전환한다는 방침을 2019년 11월 확정, 전문가들은 물론 수요자들의 우려를 키웠다. 전문가들은 공교육 내 수월성교육을 담당하던 자사고의 입지가 약해질 경우 수월성교육에 대한 수요가 교육특구를 중심으로 한 사교육시장으로 몰릴 것이란 우려를 내놓고 있다. 수월성 교육이나 선행교육에 대한 갈증을 느낀 수요자들이 해외 유학으로 눈길을 돌림에 따른 인재유출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한 관계자 역시 "학생마다 다른 소질이나 적성에 맞춰 다양하고 심화된 교육기회를 제공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교육 불평등"이라는 지적을 내놨다. 한 교육전문가는 "고소득계층의 해외유학 수요를 흡수해왔던 전국자사고들이 무력화될 경우 국내에서도 충분히 우수한 역량을 펼칠 수 있는 인재들의 해외유출을 막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교육전문가 사이에서는 학교의 특성화 프로그램에 대한 학생들의 이해도와 만족도가 높기 때문에 별도의 사교육이 필요 없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국단위 자사고는 주말마다 외출이 가능한 학교도 일부 있지만 하나고 등은 주말외출도 자제시키는 것으로 유명하다. 민사고의 경우 접근 자체가 어려운 지리적 특성과 교육 시스템으로 인해 교육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사교육 차단효과가 높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들 학교가 없어질 경우 우수자원들이 대부분 해외유학을 준비하거나 교육특구 학교로 진학할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더군다나 현 정부가 밀어붙여 온 2025년 자사고 일반고 일괄전환 방침은 교육특구 중심의 일반고 경쟁체제로 개편될 실마리를 제공한 꼴이다. 오히려 '일반고 서열화'가 공고해질 수 있다는 우려다. 한 교육전문가는 "자사고의 출현 자체가 평준화 교육의 폐해를 없애고자 다양한 교육과정을 운영, 유학 등으로 인한 인재 유출을 막고자 위함"이라며, "매년 이를 위한 교육비가 받은 학비보다 더 소요되고 있다. 이 마저 규제한다면 학교의 존립 자체를 흔들 뿐 아니라 인재유출 사태가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교육특구를 중심으로 해마다 갱신을 거듭하고 있는 사교육비가 이런 우려를 방증하는 모습이다. 소득별/지역별 사교육비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인 2020년 기준 소득별 격차의 경우 월평균 소득 800만원이상 가구의 월평균 사교육비는 50만4000원, 200만원미만 가구는 9만9000원으로 5배이상 차이가 났다. 

올해부터 고교 무상교육이 전면 확대됨에 따라 일각에서는 또다시 자사고 '귀족학교 낙인찍기'가 되풀이되는 모습이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잣대'부터 다른 학비지적.. 기숙사 체제 특성 '고려해야'>
전국단위 자사고들이 ‘귀족학교’로 군림한다는 일부의 주장은 과연 사실일까. 해당 주장은 2019년 회계 기준으로 전국 공/사립 고등학교를 분석한 결과 전국자사고 10개교의 연간 평균 학비가 서울 소재 일반고들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다는 이유만으로 불거졌다. 실제로 2019학년 기준 전국자사고 10개교의 평균 학비는 1242만원으로 수치만 놓고 봤을 땐 다소 부담스러운 금액임이 사실이다. 특히 민사고는 2827만원으로 학비가 가장 많이 드는 학교였다. 일각에서는 같은 해 대학등록금 평균인 672만원보다 3배 이상 높다는 점을 강조하며 논란에 불을 지폈다. 전국자사고의 높은 학비가 진입장벽으로 작용하며 일반적인 학부모와 학생들의 접근을 막아 교육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주장이다. 

교육전문가들은 ‘현장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인한 오해'라고 말한다. 전국자사고의 높은 학비에는 ‘수익자부담경비’라는 배경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익자부담경비는 급식비 기숙사비 방과후학교활동비 현장체험학습비 등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전국자사고들의 학비 수준이 높아지는 배경에는 이러한 수익자부담경비가 자리한다. 실제 전국자사고의 수익자부담경비를 조사한 결과 10개교 평균 수익자부담수입은 559만9878원으로, 이중 급식비가 290만8692원, 기숙사비가 159만3647원으로 수익자부담수입의 8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사고를 예시로 살펴보면 2019학년 학비 중 등록금을 제외한 수익자부담수입 총액은 34억7231만원 가량이었다. 2019학년 재학생 458명으로 나누면 1인당 758만1466원으로, 이중 급식비가 연400만원, 기숙사비가 126만원 수준으로 수익자부담 경비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통상 1/2학기 합산 8개월을 기숙사에서 생활한다고 가정했을 경우 급식비는 월 50만원, 기숙사비는 월 15만7000원 수준이다. 전국자사고 대부분이 방학 중에도 기숙사를 운영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월 급식비와 기숙사비가 차지하는 실금액은 더욱 낮아질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1인당 수익자부담경비가 889만원으로 가장 높았던 하나고 역시 급식비가 443만1480원, 기숙사비가 262만9334원으로 수익자부담경비의 상당 부분이 급식비와 기숙사비로 형성된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1인당 수익자 부담금이 많은 학교 순으로 살펴보면 하나고, 민사고에 이어 인천하늘고 656만8876원(급식비 281만9018원/기숙사비 251만6750원), 현대청운고 632만4546원(급식비 354만9154원/기숙사비 173만4682원), 외대부고 613만7614원(급식비 274만6611원/기숙사비 274만9842원), 북일고 593만6047원(급식비 326만1310원/기숙사비 175만1886원), 김천고 556만2350원(급식비 251만2877원/기숙사비 150만371원), 상산고 516만5336원(급식비 307만4479원/기숙사비 144만7954원), 포항제철고 349만4082원(급식비 197만7304원/기숙사비 37만9326원), 광양제철고 335만2789원(급식비 207만4419원/기숙사비 48만4790원)이었다. 

전국자사고 10개교는 기숙사를 운영, 학생들의 생활과 관련된 전반적인 비용이 모두 수익자부담경비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자사고 가운데 가장 ‘비싼 학교’로 꼽히는 민사고는 강원도 횡성에 자리해 근처에 하숙집을 구하는 것도 마땅치 않다. 외대부고 역시 경기도 용인시 처인면에 위치, 마찬가지로 학생들이 기숙사 생활을 할 수밖에 없는 지리적 특징이다. 전북 전주 소재 상산고, 충남 천안 소재 북일고, 울산 동구 소재 현대청운고, 전남 광양 소재 광양제철고, 경북 포항 소재 포항제철고, 경북 김천 소재 김천고 등도 지방에 위치한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학생들의 기숙사 생활이 불가피하다. 서울 은평구에 자리한 하나고는 전원 기숙사 체제는 물론, 주말 외출 또한 한달에 한 번만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 한복판에 위치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교육이 불가능한 환경에 일조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인천 영종도에 위치한 인천하늘고 역시 전원 기숙사 생활이 의무화된 특징이다. 

<학비 뛰어넘는 교육비.. '학교 단위 투자 활발'>
실상은 전국자사고 10개교 모두 학비 이상의 교육비를 학생들의 교육활동에 투자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통상 학비는 학부모로부터 받은 수입을 말하는 반면, 교육비는 학교가 학생들에게 투자하는 비용을 말한다. 교육비가 많을수록 학교단위의 투자가 더 활발히 이뤄진다는 의미다. 전국자사고 10개교의 평균 교육비는 약 1857만원으로, 평균 학비인 1242만원보다 615만원 더 큰 액수다. 실제로는 재단투자와 지자체투자 유치 등을 통해 학부모로부터 받은 학비보다 더 많은 교육비를 투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전국자사고 10개교 모두 학비 대비 교육비가 더 많은 특징이다. 현대청운은 학비가 1037만7528원인데 반해 교육비가 2059만360원으로 학비 대비 교육비가 1021만원이나 더 많았다. 현대청운에 이어 북일고 역시 학비가 1021만2108원, 교육비가 1970만5497원으로 학부모가 납입하는 학비보다 학교가 학생에게 실 투자하는 금액이 949만원 가량 많았다. 이어 광양제철 698만2952원(학비 715만2225원/교육비 1413만5176원), 인천하늘 679만5276원(학비 1121만6303원/교육비 1801만1579원), 하나 647만1909원(학비 1602만199원/교육비 2249만2108원), 포항제철 537만7151원(학비 712만5509원/교육비 1250만2660원), 김천 507만7573원(학비 1030만1123원/교육비 1537만8696원), 외대부 504만1154원(학비 1197만4670원/교육비 1701만5824원), 민사 358만2567원(학비 2827만2501원/교육비 3185만5159원), 상산 250만7965원(학비 1158만5656원/교육비 1409만3621원) 순으로 학비 대비 교육비가 높았다. 연 학비가 2827만원으로 ‘귀족학교’라는 비난을 받아온 민사고 역시 연간 교육비가 3185만원으로 학비에 비해 교육비가 358만원 이상 높은 규모를 보이는 모습이 눈에 띈다. 

<기숙사 생활로 인한 '사교육 원천 차단효과'.. 해마다 높아지는 교육특구 사교육비와 '대조적'>
전문가들은 일반고를 다니는 학생들은 사교육을 받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다는 점 역시 간과한 지적이라는 입장이다. 일반고 학생들의 1인당 평균 학비에 사교육비와 기타 생활비를 더할 경우 자사고의 학비보다 더 높아질 수도 있다는 것. 한 교육전문가 역시 "자사고에 입학하는 경우 주거비, 식비, 교육비, 방과후 학습비 등이 모두 한 번에 해결된다. 반면 일반고를 선택할 경우 학원비/과외비 등 사교육비는 물론, 급식비 외 추가로 사용되는 간식비, 학원 식비 등도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자사고를 선택하는 수요자들 역시 상대적으로 비용이 적게 든다고 생각해 지원하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교육특구를 중심으로 해마다 갱신을 거듭하고 있는 사교육비가 이런 우려를 방증한다. 2020년을기준으로 시도별 고등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약 64만원으로, 지역별 사교육비 격차가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경우 학생 1인당 월 82만9000원 수준으로 전국 17개시도 평균인 64만원을 18만9000원 가량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역시 월 68만8000원으로 전국 평균보다 높았다. 

소득별 사교육비 격차 역시 해마다 벌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가장 최근인 2020년 기준 소득별 격차의 경우 월평균 소득 800만원이상 가구의 월평균 사교육비는 50만4000원, 200만원미만 가구는 9만9000원으로 5배이상 차이가 났다. 사교육 이용률에서도 격차를 확인할 수 있었다. 월평균 소득이 800만원이상 가구와 200만원미만 가구의 사교육 이용률은 각 80.1% 39.9%였다. 지역별로도 양극화는 심해졌다. 특히 통상 부모의 소득이 높다고 평가되며, 사교육이 활발한 교육특구를 중심으로 사교육비가 높았다. 고교생을 기준으로 서울(82만9000원) 경기(68만8000원) 대전(65만원) 인천(64만원) 부산(60만8000원) 대구(60만7000원) 세종(60만6000원) 순으로 60만원이상의 월평균 사교육비를 기록했다. 서울은 강남3구를 비롯한 교육특구가 가장 많은 지역이고, 세종 역시 교육열이 높은 지역이다. 대구도 대표적인 교육특구인 수성구가 있는 특징이다. 

전문가들은 '교육정책 뒤집기'가 자주 이뤄질수록 정책의 투명성이 사라지고 불안이 증폭되며 사교육 의존도가 높아진다고 단언한다. 전문가들은 현 정권의 교육정책 중 사교육억제 정책이 존재하긴 했는지 의문이라는 입장이다. 정시확대를 통해 기존 학종 중심의 수시체제가 무너짐은 물론, 고교학점제를 전면 도입하고 통합형 수능 체제로 개편하는 등 대입을 준비하는 학생들로 하여금 혼란만 가중시켰기 때문이다. 한 전문가는 '결국 혼란을 겪던 수요자들이 기댈 수 있는 곳은 사교육 밖에 남지 않은 꼴'이라는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2025 자사고 일괄전환 ‘말뚝박기’.. 수월성 교육 무력화 '우려'>
현 정부는 사교육과 고교서열화 유발을 논거로 2025년 외고 국제고 자사고 등의 특목자사고를 일반고로 일괄전환한다는 방침을 2019년 11월 확정, 전문가들은 물론 수요자들의 우려를 키웠다. 전문가들은 공교육 내 수월성교육을 담당하던 자사고의 입지가 약해질 경우 수월성교육에 대한 수요가 교육특구를 중심으로 한 사교육시장으로 몰릴 것이란 우려를 내놓고 있다. 선제교육에 대한 갈증을 느낀 수요자들이 해외 유학으로 눈길을 돌림에 따른 인재유출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한 관계자 역시 "학생마다 다른 소질이나 적성에 맞춰 다양하고 심화된 교육기회를 제공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교육 불평등이다"는 지적을 내놨다. 한 교육전문가는 "고소득계층의 해외유학 수요를 흡수해왔던 전국자사고들이 무력화될 경우 국내에서도 충분히 우수한 역량을 펼칠 수 있는 인재들의 해외유출을 막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반고 전환이 이뤄질 경우 지방 자사고들의 생존에 대한 위협이 커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서울에 위치한 하나고를 제외한 대부분의 전국자사고가 학교 밖과 단절돼 있는 지방에 위치, 기숙사 체제 없이는 운영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일반고로 전환, 자사고만의 메리트가 사라질 경우 어느 학부모가 굳이 기숙사비 등을 감당하면서 지방에 있는 학교에 보내려고 하겠냐"며, "일반고 전면 무상교육이 시행된 현 시점에서 자사고들이 일반고로 전환됐을 때의 재산권 공방 등은 전혀 의식하지 않은 일차원적인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자사고 일괄전환으로 소요되는 비용 역시 상당할 것이란 분석이다. 2019년 10월 국회 예산정책처가 전희경(자유한국) 의원으로부터 의뢰받아 분석한 '자사고 일반고 전환에 따른 재정 소요'에 의하면, 연평균 1542억원의 추가재정지원금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됐다. 2020년 603억원, 2021년 1238억원, 2022년 1906억원, 2023년 1956억원, 2024년 2007억원 규모다. 

시도교육청별 자사고 일반고 전환 시 가장 많은 보조금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은 서울이다. 2019년1학기 기준 22개교로 계산된 추가재정지원금은 5년간 총 4002억원(인건비4002억원/운영비0원)이다. 서울지역에 이어 대구699억원(619억원/80억원) 전북468억원(449억원/19억원) 대전457억원(442억원/15억원) 경기384억원(384억원/0원) 인천372억원(349억원/23억원) 충남316억원(300억원/16억원) 경북306억원(243억원/63억원) 부산191억원(191억원/0원) 울산182억원(162억원/20억원) 전남177억원(169억원/8억원) 강원156억원(153억원/3억원) 순이다.

<서로 부딪히는 고입정책 아이러니.. '실효성부터 의문’>
더 큰 문제는 현 정부가 내놓은 고교 정책들이 서로 부딪히며 수요자들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데 있다. 현 정부가 임기말임에도 불구하고 4년후 정책을 밀어붙이는 행보를 연이어 보여왔기 때문이다. 202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다음 정권이 문재인 정부의 교육정책을 흡수할지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

2019년 정부는 2025년 고교학점제 전면도입 계획을 발표, 올해 2월 구체적인 운영계획을 발표했다. 고교학점제는 고교생이 개인 시간표를 짜서 학점을 취득하는 제도로 현 대학 수업 방식과 유사하다. 전문가들은 "아무리 이상적인 정책이라도 입시와 무관할 경우 아무 쓸모 없다"며 날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직업을 진로로 하는 마이스터고의 고교학점제는 대입체제와 아무 연관이 없으며, 오히려 다양한 직업교육을 직/간접적으로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반응이 많았다. 하지만 통상 대학진학을 목표로 하는 일반고에서 고교학점제를 전면 시행할 경우 2022/2023 대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수요자혼선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현행 내신 상대평가제를 유지하면서 고교학점제를 도입할 경우 학생들은 수강인원 수에 따른 내신 유불리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 소인수 과목은 좋은 성적을 받기가 어렵기 때문에 진로/흥미와 연관된 과목일지라도 기피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내신 절대평가제를 도입하는 것도 무리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일반고에서 내신 절대평가제가 도입될 경우 특목자사고에 비해 그나마 강점으로 작용했던 내신마저도 불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정시확대 역시 고교학점제와 충돌 양상을 보인다. 수능 영향력이 커질수록 학생들은 좋은 성적을 받기 쉬운 선택과목을 고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시가 확대될 경우 '모든 학생들이 자신이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 공부하게끔 한다'는 고교학점제의 기본 취지 자체가 무색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시확대와 특목자사고 폐지가 맞물림에 따라 일각에서는 '강남좌파'들이 스스로의 이익을 놓지 않기 위해 입시제도 개편을 강행한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 교육전문가는 "현 정부가 강행 중인 입시정책들이 마치 공정성을 확보하는 것처럼 포장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사교육 영향력을 높여 교육격차를 확대하겠다는 말로밖에 안 들린다"라며, "결국 '평등한 교육'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교육특구 특권층만의 리그가 형성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준 셈'이라고 지적했다.

졸속 개편안이라는 비판에도 불구, 교육부는 2028학년부터 적용될 수능과 대입 제도 개편 논의를 올해부터 진행하겠다고 2월 밝힌 바 있다. 교육전문가들은 "수요자를 위해 대입정책의 투명성을 제고하겠다며 문 대통령이 시행한 '4년예고제'를 스스로 어겼다"고 지적하고 있다. 다음 대통령의 말 한 마디에 교육제도를 전면 수정, 애꿎은 수요자들의 혼란만 가중될 가능성을 심어 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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