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학평 등급컷 '예측부터 난항' ..'수능최저 가늠 불가능'

[베리타스알파=유다원 기자] 통합형 수능 체제가 첫 적용된 3월학평부터 현장의 반응은 시끄럽다. 전문가들은 난이도에 따른 유불리 문제는 통합형 수능이 안고 가야 할 '구조적인' 문제라고 설명한다. 각기 다른 성격을 지닌 선택과목 간의 난이도 균형을 맞춘다는 생각 자체가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통합형 수능 체제 첫 단계부터 허점이 드러난 것에 대해 전문가들이 예견된 결과라는 반응을 보이는 이유다. 한 교육전문가는 "3월모평에서 일어난 논란은 단순히 통합수능 체제로 진입함에 따른 시행착오로 봐서는 안된다"며, "6월/9월 모평, 나아가 수능에서조차 터질 수밖에 없는 문제다"라며 우려를 표했다. 또다른 전문가 역시 "수능 출제기조와 무관하다는 평을 받는 3월학평조차 이정도면, 수능 출제기관은 교육평가원이 주관하는 6월모평 이후 아수라장은 예견된 상황"이라는 어두운 전망을 내놨다.

게다가 통합형 수능을 처음 선보이는 3월학평은 수학 공통과목/선택과목 간 난이도 조절에 실패하면서 혼란을 심화했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공통과목이 작년 수능보다 더 어렵게 출제됐다는 것. 점수보정 체계에 따라 상대적으로 쉬운 확률과통계를 응시한 인문계 수험생들은 공통과목에서도 낮은 점수를 받을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국어의 경우 선택과목 간 난이도 차이가 극명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문법이 포함된 언어와매체가 화법과작문에 비해 어렵게 출제됐다는 분석이다. 선택과목간 난이도 불균형이 심화될 경우 선택한 과목에 따라 문제 푸는 시간 배분에서 다소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발생할 수 있다. 

올해부터 모평/학평은 물론 수능까지도 정확한 등급컷 예측이 불가능해졌다고 전문가들은 단언한다. 통합형 수능이 도입됨에 따라 국어 수학이 공통+선택형으로 치러지며 점수 산출법이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공통과목 점수를 활용해 선택과목 점수를 보정한 후 이를 표준화해 가중합을 산출하는 '점수보정 체계'가 적용된다. 원점수가 동일해도 선택과목이 다르면 표준점수가 달라지는 원리로, 선택형으로 실시되던 기존 탐구과목의 과목별 표준점수가 다른 것과 유사하다. 

실제 매년 모평/학평 예상 등급컷을 발표해 온 사교육 업체들조차 등급컷 예측에 난항을 빚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9개 입시기관(김영일 대성 메가스터디 스카이에듀 유웨이 ebs 이투스 종로 진학사)들이 최초 발표한 추정 1등급컷을 분석한 결과 표준점수 기준 국어는 최저122점부터 최고135점, 수학은 최저 125점부터 136점까지로 예측됐다. 두 과목 모두 입시기관 간 예상등급 최저/최고점이 10점 이상 벌어진 모습이다. 전년의 경우 국어가 1등급컷 92점~94점, 수학(가) 88점~89점, 수학(나) 80점~84점 등 입시업체간 예상 등급컷 격차가 크지 않았다. 

'깜깜이 입시'가 예견됨에 따라 현장에서는 수험생들이 수시 수능최저를 모평으로 가늠하는 것마저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우려가 커지는 분위기다. 표준점수는 학생이 받은 원점수를 보정해 해당 학생 성적이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는지 파악하는 지표임에도, 학생들의 표준점수 예측이 어려워짐에 따라 시험직후 자신의 위치를 가늠하는 것이 불가능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수시 지원단계에서부터 차질은 큰 혼란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한 교육전문가는 “교육부 주관으로 수능 출제경향과 무관하다고 평해지는 3월학평조차 반응이 이 정도인데, 수능출제기관 주관의 6월/9월 학평이 시행되면 그 파급력은 절대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또다른 교육전문가 역시 "수시에선 대학별로 수능최저를 적용하는데 자신의 성적을 예상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대체 어떤 학교의 어떤 모집단위에 지원하라고 조언해야 할지 난감할 따름"이라며, “수시는 물론 정시에 지원하려는 학생들 역시 6월/9월 모평만을 토대로 지원가능한 대학을 추리는 게 예년보다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고 입장을 전했다. 

그럼에도 수험생들 입장에서는 3월학평으로 인한 혼란에 대해 일희일비하지 말고 학습에 전념하는 게 최선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조언이다. 대성평가연구소 이영덕소장은 베리타스알파와의 인터뷰를 통해 “3월학평은 수능출제기관인 교육평가원이 주관하는 시험이 아닐 뿐더러, 시험 범위 역시 수능보다 좁다”며, “아직 수능에서 치를 과목을 선택하기까지 시간이 많이 남은만큼 3월학평 결과에 연연하지 말고 자신이 어떤 과목에서 강점을 보이고, 어떤 과목에서 취약한지를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말을 전했다. 또 다른 전문가 역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75% 비중을 차지하는 공통과목의 성적”이라며, “3월학평은 자신이 공통과목 중에서도 어떤 부분에 취약점이 있는지를 파악했다면 그 자체로 의미있는 시험이 됐을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3월학평 이후 고3 학생들이 점수 예측단계부터 혼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선택과목간 유불리 해소.. '불가능에 가까운 구조적 문제'>
입시기관이 추정한 1등급 추정컷을 표준점수 기준으로 살펴보면 국어의 경우 최저 122점부터 최고 135점까지 분포된 모습이다. 대성이 135점으로 1등급 예상 등급컷 점수가 가장 높았고, 김영일 132점, 종로 진학사 131점, 스카이에듀 129점, 유웨이 125점, 메가스터디124점, EBS 123점, 이투스 122점으로 예측했다. 수학의 경우 1등급컷이 낮게는 125점부터 높게는 136점까지로 예측됐다. 대성 진학사 종로가 136점, 김영일 메가스터디 EBS 135점, 유웨이 134점, 스카이에듀 131점, 이투스 125점이다. 전년 사교육 업체별 등급컷 격차의 경우 국어는 최대 2점, 수학의 경우 최대 4점까지 격차가 벌어졌던 것과 비교해 입시기관 간 예상등급 최저/최고점이 상당히 벌어졌다. 선택과목 점수를 보정해 이를 표준화하는 점수보정 체계가 적용된 영향이다. 

전문가들조차 각기 다른 의견을 내보이는 데에는 통합형 수능의 시행방식 자체가 원인으로 꼽힌다. 선택과목에 따른 유불리를 온전히 해소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구조적인 문제'라는 것. 결국 평가원이 난이도를 어떻게 조절하느냐가 관건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 3월학평은 전문가들 사이에서 수학 공통과목/선택과목간 난이도 조절에 실패했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공통과목이 작년 수능보다 더 어렵게 출제됐다는 분석이다. 인문계 수험생들의 경우 자연계 수험생들보다 수학 공통과목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 게다가 점수 보정체계에 따라 확률과통계를 응시한 인문계 수험생들은 공통과목에서도 낮은 점수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공통과목이 22문항, 선택과목이 8문항이라는 점에서 점수보정 체계가 인문계 학생들의 수학 성적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이다. 결국 점수보정 체계가 적용됨에 따라 인문계 학생들이 수학에서 3등급 이내에 진입할 가능성 역시 현저히 줄어들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점수보정 체계에 따라 미적분/기하를 응시한 학생들이 공통과목에서도 높은 점수를 선점할 경우 인문계 학생들의 수학 성적은 예상보다도 더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보탰다. 공통과목과 선택과목 간 난이도 간극을 해결하지 못할 경우, 인문계 학생들은 통합형 수능의 실험대상으로 전략해 버린다는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게다가 국어 역시 선택과목 간 난이도 차이가 극명했다는 평이다. 종로학원 오종운 평가이사는 “언어와 매체, 화법과 작문 선택 과목간 난이도 불균형이 발생했다”며 “문법이 포함된 언어와 매체가 화법과 작문에 비해 어렵게 출제됐다”고 설명했다. 선택과목간 난이도 불균형이 심화될 경우 선택한 과목에 따라 문제 푸는 시간 배분에서 다소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국어 영역의 경우 수학과 달리 인문/자연 계열에 따른 주요 응시과목이 정해져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등급컷을 예상하기 더욱 어려운 측면이 있다. 실제 최근 재수생들을 대상으로 한 선택과목 설문조사 결과, 인문에서는 화법과 작문이 54.9%, 언어와매체는 45.1%의 학생이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연은 화법과 작문이 58.2%, 언어와매체가 41.8%로 인문/자연 모두 화법과 작문 선택 비율이 더욱 높게 나타난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교육과정평가원 주관으로 실제 수능과 동일 방식으로 치러지는 6월모평 이후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는 문제라고 설명한다. 아수라장은 예견된 상황이라는 것. 표준점수는 학생이 받은 원점수를 보정해 해당 학생 성적이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는지 파악하는 지표임에도, 학생들의 표준점수 예측이 어려워짐에 따라 수시 지원단계에서부터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한 교육전문가는 “교육부 주관으로 수능 출제경향과 무관하다고 평해지는 3월학평조차 반응이 이 정도인데, 수능출제기관 주관의 6월/9월 학평이 시행되면 그 파급력은 절대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또다른 교육전문가 역시 "수시에선 대학별로 수능최저를 적용하는데 자신의 성적을 예상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대체 어떤 학교의 어떤 모집단위에 지원하라고 조언해야 할지 난감할 따름"이라며, “수시는 물론 정시에 지원하려는 학생들 역시 6월/9월 모평만을 토대로 지원가능한 대학을 추리는 게 예년보다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고 입장을 전했다. 

<모집단위별 지정 선택과목.. 이과계열 미적분/기하 '다수'>
명목상으로는 문이과 구분이 폐지됐지만, 대학별로 모집단위에 따른 지정과목을 설정해 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유의해야 한다. 사실상 '무늬만 문이과 통합'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 교육전문가는 "수학교육과가 수학을 잘해야 하고, 국어교육과가 상대적으로 국어 영역에서 높은 점수를 차지해야 함은 너무 당연한 이치다"라며, "무작정 문이과 통합을 실시하는 것은 모집단위별 특성을 무시하는 행위"라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상위대학의 경우 이과 계열 모집단위들이 수학 선택과목에서 미적분/기하 중 한 과목을 선택하도록 지정하고 있다. 자연계열 전반에 적용한 경우도 있고, 의학계열에 한정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서울권 대학 중에서는 서강대 서울과기대 서울대 서울시립대 성균관대 숙명여대 숭실대 연세대 이화여대 중앙대 한양대 홍익대 등이 있다.

<2022 ‘첫’ 통합형 수능.. 달라지는 점은>
2022수능은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11월18일 연기 없이 시행될 방침이다. 국어와 수학은 공통과목+선택과목 구조로 개편, 영역별 선택과목 중 1과목을 선택해 응시하게 된다. 두 과목 모두 공통과목에서 75%를 출제하고, 선택과목에서 25%를 출제하는 식이다. 국어는 총 45문항이 출제된다. 공통과목은 독서 문학, 선택과목은 화법과작문 언어와매체다. 수학은 공통과목인 수학Ⅰ 수학Ⅱ와 선택과목인 확률과통계 미적분 기하에서 총 30문항이 출제된다. 

사회/과학 탐구 영역은 기존 분리돼 있던 것과 달리 계열 구분 없이 17개 과목 중 최대 2개까지 선택해 응시할 수 있다. 과목당 문항은 예년과 동일하게 20문항씩 출제된다. 

EBS 수능교재/강의와의 수능 출제 연계율은 기존 70%에서 50%로 축소된다. 영어 과목은 100% 간접연계 방식으로 변경되며, 나머지 과목들은 기존과 동일하게 직/간접 연계 문항을 병행 출제한다는 설명이다. 직접연계는 EBS 교재나 강의에서 본 지문 자료 개념 원리 문항 등을 그대로 연계해 출제, 간접연계는 EBS 연계교재 지문과 주제 소재 요지가 유사한 지문을 다른 책에서 발췌해 출제하는 방식을 말한다.

영어의 경우 100% 간접연계 방식이 적용됨에 따라 EBS 교재 내에서 단 하나의 지문도 나오지 않게 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수학/탐구 등에 비해 지문의 길이가 길고, 문제 풀이 단계에서 사고방식의 다각화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 혼자 준비하는 데 어려움을 느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게다가 서울 주요 대학들이 2022전형계획을 통해 영어의 영향력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해 수요자들의 혼란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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