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만든 폐지공방 5년째..'오히려 폐지가 사교육/고교서열화 유발'

[베리타스알파=강태연 기자] 지정취소 논란부터 2025년 일반고 전환까지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자사고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해운대고에 이어 배재고와 세화고까지 자사고 지정취소 처분을 받았던 고교들이 법원의 1심 판결로 자사고 지위를 유지했다. 이후 진행될 판결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다. 1심 판결로 인해 서울권 자사고는 한 고비 넘긴 셈이지만, 지난달 서울교육청이 서울권 자사고/외고/국제고 등에게 매년 성과 평가를 실시하겠다고 밝혀 2025년 일괄전환 전까지 잠잠할 것으로 예상됐던 자사고 논란이 매년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돌출했다.  2025년 일괄전환 이전까지 정상적인 운영을 하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지만, 해운대고 지정취소 처분 위헌 판결 이후 진행됐다는 점과 평가지표가 2019년 지정취소 처분을 내렸던 것과 동일하다는 점에서 서울권 자사고들의 판결에 대한 서울청의 '감정적 견제'로 보는 시각이 많다. 자사고측은 법원판결을 통해 서울청의 당시 평가지표가 자사고 지정 목적 달성여부를 판단하는 지표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 입증됐음에도, 동일한 잣대로 평가를 진행한다는 점에서 ‘자사고 죽이기’가 목표라고 볼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다.

자사고들이 1심에서 승소한 상황이더라도 2025년 일반고 일괄전환에 대한 헌재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는 시한부에 불과하다. 1심 판결 이후 교육부는 행정소송 결과와 관계없이 2025년 자사고 일반고 일괄전환 정책을 강행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현 정부가 시행령 개정 등을 통해 전환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비춰왔다는 점에서 자사고 폐지 철회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결국 자사고 외고 국제고 등 24개교가 함께 제출한 헌법소원 결과가 일괄전환 이슈의 결말을 가닥질 것으로 보인다. 학교법인들은 일반고 전환을 두고 ‘헌법상 보장된 사립학교 운영의 자유와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명목으로 지난해 5월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현재 자사고측에서는 헌재판결의 쟁점으로 사학 운영에 대한 자율권 침해, 학생들의 선택권 침해, 정책 변화에 따른 과잉금지 원칙, 교육제도 법정주의 훼손 등으로 보고있다. 과잉금지의 경우 '침해의 최소성으로 입법목적의 달성을 위해 적절한 내용이더라도 가능한 완화된 수단이나 방법을 모색해 필요/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제한해야 하는 것을 의미하고, 일괄전환에 최소침해 수단에 대한 시도가 없던 것에 대한 내용이다. 교육제도 법정주의의 경우 자사고 운영이 법률이 아닌 시행령으로 규정된 것에 대한 문제제기로, 언제든지 개정을 통해 변경될 수 있다는 점에서 법정주의 훼손을 의미한다. 

헌법재판소 판결만큼 불확실성을 부여하고 있는 부분은 2022 대선 이후의 상황이다. 현 정권이 시행령 개정을 통해 2025년부터 자사고 외고 국제고의 모집범위를 축소시켰지만, 차기 정권은 이념적 성향을 떠나 법적공방에 헌재판결까지 갈 만큼 피로도가 높았던 이슈였던 만큼 수요자와 학교당국과의 다툼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업계 한 전문가는 "이미 수요자 보호원칙 없이 학종 중심의 수시확대 기조에서 정시확대 기조로 뒤집힌 선례는 문재인대통령이 만들었다. 대선이후 차기 정권 입장에서 2025년 고교학점제 일반고 일괄 전환 2028대입개편을 그대로 수용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정책을 놓고 수요자나 국민과 법적 공방까지 벌였다는 것은 이미 정책으로 명분을 잃은 것으로 볼수밖에 없다. 이슈의 피로감이 상당한 데다 명분이나 동력역시 법적 공방을 통해 약화된 이슈이기 때문이다"고 전망했다.  

게다가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여온 자사고일괄전환은  정시확대와 맞물리면서 최근 명분이 약해지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현 정부는 자사고가 사교육을 유발하고, 고교서열화의 주범이라는 주장을 내세워 일괄전환을 강행했지만 최근 상황은 현실에서 정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공교육 내 수월성 교육을 담당하던 자사고의 입지가 줄어들면서 수월성교육의 수요가 교육특구로 급격히 쏠리며 특목자사고 이전 경제력을 바탕으로 했던 평준화 시대의 서열화로 복귀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해운대고에 이어 배재고와 세화고까지 자사고 지정취소 처분을 받았던 고교들이 법원의 1심 판결로 자사고 지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22일 서울청이 매년 운영성과를 실시한다고 밝혀 자사고 논란은 매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자사고는 일반고 전환에 있어 헌재 판결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지정취소 논란부터 2025년 일반고 전환까지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자사고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해운대고에 이어 배재고와 세화고까지 자사고 지정취소 처분을 받았던 고교들이 법원의 1심 판결로 자사고 지위를 유지했다. 이후 진행될 판결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다. 결과적으로 2025 일반고 일괄전환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아직 남아있는 상황이며, 서울권 자사고의 경우 매년 재지정평가를 통과해야 하는 고비가 남았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서울권자사고 매년 재지정평가 실시.. ‘자사고 지정목적 달성여부’ 관련성 적은 평가지표 그대로 활용>
배재고와 세화고가 법원 1심판결에서 승소하면서 다른 서울권 자사고들 역시 비슷한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서울교육청이 기존 5년주기로 실시하던 재지정평가를 매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서울권 자사고들은 법원 1심판결 이후 2025년 일괄전환 헌재판결만 기다리면 되는 상황에서, 매년 지정취소를 막아야하는 상황이 된 셈이다. 서울청은 ‘2025년 일반고 일괄전환으로 인해 예정돼 있던 재지정평가 등이 미실시 되면서 학교가 방만하게 운영될 개연성이 있다는 판단’이라는 입장이지만, 공문을 내린 시기가 해운대고 지정취소 판결 이후라는 점에서 이후 결과가 나올 서울권 자사고 결과에 대한 견제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문제는 2019년 지정취소 처분을 내릴 당시 활용한 평가지표를 그대로 활용한다는 점이다. 2019년 재지정평가 시 서울교육청의 자사고 평가지표에는 혁신학교 운영 기본계획과 흡사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학부모 학교 교육 참여 확대 및 지역 사회와의 협력’을 자사고 평가지표로 제시, 학부모 동아리 활성화 등 평가 요소 7개 항목 등으로 자사고 운영목적과는 거리가 먼 지표를 넣은 셈이다. 1심에서 평가지표에 대해 ‘서울청 평가지표는 자사고 지정 목적 달성여부와 관련성이 높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결이 나온 상황에 또 다시 같은 지표를 통해 자사고를 평가하겠다는 것이다. 

재지정평가부터 일괄전환을 위한 시행령 개정까지 논란을 겪어오던 자사고들은 서울청의 조치를 감정적 견제나 협박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앞서 2025년 일괄전환을 목적으로 시행령이 개정된 후 예정된 재지정평가 일정조차 진행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서울청이 해운대고의 판례를 보고 미리 견제한 것으로 여겨진다”며 “2019년 평가지표가 자사고 목적 달성여부와 관련성이 없다는 것이 법원에서 입증됐는데도 활용을 고집하겠다는 결국 매년 똑같은 상황으로 자사고를 괴롭히겠다는 의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기본권 침해여부' 헌재 판결.. 일반고 전환 이후에는 재산권 등>
교육청과 자사고측의 다툼과 별개로, 2025년 일반고 일괄전환은 헌법재판소의 위헌심판에서 결정된다. 1심에서 승소한 학교들의 경우 당장 운영에는 문제가 없지만, 2025년까지 시한부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변함없다는 것이다. 앞서 교육부는 현재 나오고 있는 자사고 행정소송 결과가 2025년 고교 체계 개편에 대한 위법 판단이 아니었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이미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자사고 일반고 일괄전환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밝히기도 해 폐지 철회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결국 정부의 고교체계 개편을 무효화하기 위해선 자사고 외고 국제고가 지난해 제출한 헌법소원에서 위헌 판결이 나야한다. 24개 자사고/외고/국제고가 함께 제출한 헌법소원 내용은 ‘헌법상 보장된 사립학교의 운영의 자유와 기본권 침해한다’는 것이다. 다른 부분으로는 일반고 전환에 따른 재산권에 대한 부분이다. 일반고 전환 시 학교에서 투입한 비용과 일반고로서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운 위치 등의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전국단위 자사고 중 광양제철고 민사고 북일고 인천하늘고 포항제철고 하나고 현대청운고 등은 기업이 세운 학교며, 상산고는 개인이 세운 학교다. 한국외대와 용인시가 공동출연해 만든 외대부고도 있다. 광철고의 경우 2002년부터 15년간 662억원을 출연했고, 상산고는 자사고 전환 준비/운영 과정에 439억6000만원이 투입됐다. 나머지 학교들에서도 수백억의 예산이 투입된 상태다.

자사고들은 헌법소원에 대한 주요 쟁점으로 사학 운영에 대한 자율권 침해, 학생들의 선택권 침해, 정책 변화에 따른 과잉금지 원칙, 교육제도 법정주의 훼손 등으로 보고 있다. 자사고교장연합회 관계자는 "주요 쟁점은 사학 운영에 대한 자율권, 학생들의 선택권 침해를 기본으로 과잉금지 원칙의 침해의 최소성, 교육법정주의 훼손 네 가지다. 과잉금지에서는 침해의 최소성에 저촉된다. 침해의 최소성은 기본권의 제한조치가 입법목적 달성을 위해 적절하더라도 가능한 완화된 수단이나 방법을 모색해 필요/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제한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교육/고교서열화 유발이 자사고에 원인이 있다는 것에 대한 명확한 근거 조차 없는 상황에 일괄전환이 추진됐고, 운영이 이뤄지는 과정에서의 해결방안 모색 없이 기본권을 제한했다는 것에 대한 내용"이라며 "교육법정주의의 경우 자사고 운영 등에 대한 내용이 법률이 아닌 시행령으로 규정했다는 점에서, 언제든지 개정을 통해 자사고의 존폐를 좌지우지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법정주의를 훼손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2022대선 이후 불확실성.. 중장기정책 수립기관 '국가교육위', 정권마다 구성원 교체 예상>
헌법재판소 판결뿐 아니라 2022대선으로 인해 자사고 상황은 변할 수 있다. 현 정권에서 대통령의 지시로 기존의 교육정책을 완전히 뒤집어버릴 수 있다는 선례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자사고 외고 국제고 등의 일반고 일괄전환을 위해 시행령이 개정된 내용을 다시 수정하는 일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교육정책에서는 이전 정권의 ‘흔적지우기’는 같은 정치적 성향의 차기 정권에서도 발생했다는 점에서, 결국 언제 어떻게 정책이 변경될지 모르는 상황인 셈이다.

현 정권이 임기 말에 2025년 일반고 일괄전환, 2025년 고교학점제 전면도입, 2028대입 개편 등 임기가 끝난 뒤의 정책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도 불확실성이 높다. 전문가들 역시 정책 자체에 문제여부를 떠나 정권 막바지에 던지고 있는 교육정책에 대한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고교학점제 도입을 위한 일반고 전환과 고교학점제 운영을 위한 2028대입 개편 등 맞물려 있는 것도 있지만 순서가 바뀌거나 정시확대와 같이 뜬금없는 정책뒤집기와 난해한 메시지로 도대체 어떤 교육정책을 펼치겠다는건지 의문이 들 정도"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문정부가 추진중인 국가교육위를 통해 다음 정권에 정책을 압박하는 '대못박기'를 하려 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 한 전문가는 “교육의 중장기적 정책을 위해 설치한다는 ‘국가교육위원회’ 조차 정권초월의 전제를 무시하고 대통령 직속으로 구성하면서 정권마다 손쉽게 뒤집기의 가능성을 열어두었다"라며 “교육계가 바라왔던 정권초월 형태의 교육위를 만들려면 어느정도 공감대가 형성되었던 지난 대선 직후 추진되었어야 했다. 하지만 5년 내내 고입 대입 할 것없이 입시정책의 기조까지 뒤집다가 이제와서 뒤집기 결과를 대못박기하려는 의도로 보이는 국가 교육위 추진에 수요자나 다음정권에서 기속력을 인정할 가능성은 전혀 없어 보인다"고 비판했다.  

<임기 5년 내내 논란만 키워 수요자만 .. 명분도 약해진데다 대책조차 없어>
문제는 문재인정부 출범부터 시작된 특목자사고 폐지논란은 정권말까지, 그리고 다음 정권까지 이어지면서 수요자들을 혼란에 몰아넣는다는 점이다. 정작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에 대한 명분은 점차 약화하고 있고, 전환 이후의 대책도 불분명하다 것이다. 자사고 등 특목자사고를 폐지에 내건 문재인정부의 대표적인 논거는 '사교육 유발'과 '고교서열화 유발'이다. 서울 광역 자사고의 경우 추첨선발로 인해 사교육유발의 명분이 거의 사라졌고 서열화문제 역시 교육특구내 일반고들이 정시확대에 힘입어 새로운 서열화를 만든다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심지어 자사고 폐지를 밀어붙이는 상황에서 오히려 자사고가 폐지의 논거가 됐던 사교육유발과 고교서열화문제 해결에 오히려 도움이 되고 있다는 사실만 부각되고 있다.  공교육 내 수월성교육을 담당하던 자사고의 입지가 약해지면서 수월성교육에 대한 수요는 사교육과 교육특구로 몰리게 됐고, 사교육을 바탕으로 하는 새로운 서열화가 진행될 조짐이 도처에서 널려있다. 일반고 전환과 함께 사교육의 영향력이 큰 정시확대까지 맞물리면서, 사교육을 더욱 키우는 역설적 상황을 맞게 됐다. 

일반고 전환이 이뤄진 이후 벌어질 문제점에 대한 인식이나 방안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서울권에 위치한 자사고는 제외하더라도 전국자사고의 경우 학교 밖과 단절돼 있는 오지에 위치한 경우가 많고, 대부분 기숙사를 운영하는 형태다. 현장에서는 전국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시 정상적인 학생수급과 운영이 가능할지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 교육전문가는 “일반고 전환이 이뤄지더라도 재산권에 대한 법정공방이 예상된다. 전국자사고들의 경우 설립된 자사고 설립 시 투자한 비용, 통학이 불가능한 학교입지로 인해 폐교위기를 맞을 가능성까지 있다. ”며 “명확한 대안이나 후속조치도 제시하지 않은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폐지를 밀어붙이고 있는 상황이다. 애초 일괄전환 이전에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일반고로 전환하는 경우 지원하겠다는 금액으로 모든 상황을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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