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작전 효용’은 크지 않아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2021정시에서도 눈치작전이 여전했다. 상위15개대(건국대 경희대 고려대 동국대 서강대 서울대 서울시립대 성균관대 숙명여대 연세대 이화여대 인하대 중앙대 한국외대 한양대) 기준, 원서접수 지원자를 시간별로 분석한 결과 원서접수 종료 전 대학들이 마지막으로 경쟁률을 발표한 ‘직전경쟁률’ 발표 시점부터 원서마감시간까지 쏟아진 지원비율은 37.1%로 전년 37.3%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2019학년 39.5%, 2020학년 37.3%, 2021학년 37.1% 순의 추이다. 

해마다 40%에 가까운 지원자가 막판에 몰리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지만 눈치작전의 효과는 크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의 관측이다. ‘눈치작전’은 접수마감 몇시간 전까지 대학별 경쟁률 동향을 살피다 경쟁률이 낮은 곳으로 원서를 넣는 작전을 의미한다. 한 교육 전문가는 “막판 경쟁률이 낮았던 모집단위가 접수마감 후 최고경쟁률 모집단위로 올라서 있는 경우도 빈번하다. 지원하려던 모집단위의 경쟁률이 예년보다 크게 높아지는 등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원래 지원하려던 곳에 접수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성균관대는 2021정시모집에서 마감직전 경쟁률 공지 시간과 최종경쟁률 공지 시간 사이의 간격이 커서 막판 지원율 수치가 높게 나타났다. /사진=성균관대 제공
성균관대는 2021정시모집에서 마감직전 경쟁률 공지 시간과 최종경쟁률 공지 시간 사이의 간격이 커서 막판 지원율 수치가 높게 나타났다. /사진=성균관대 제공

 

<상위15개대 ‘소나기 지원’ 37.1%.. 성대 외대 서울대 톱3>
2021정시 상위15개대 원서접수 동향을 살펴본 결과 눈치작전은 지난해와 비슷했다. 상위대학에 접수된 7만6411개 원서 중 37.1%가 원서접수 마감 전 마지막 경쟁률이 공고된 시점부터 원서접수 마감 사이에 몰렸다. 올해 수능도 영어가 쉽게 출제되긴 했지만 국 수(가)에서 만만치 않아 변별력 있었던 시험인 만큼, 눈치작전에 의지하기는 어려운 해였지만 여전히 40%에 육박하는 높은 수준이다. 

올해 성대가 57.7%로 막판 지원율이 가장 높긴 했지만 마감 직전 마지막 경쟁률 발표 시점이 오전10시로 텀이 길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다른 대학들이 3~4시간 정도 텀을 둔 것과 비교해 8시간으로 가장 길었기 때문이다. 직전-최종 사이 8시간 동안 2991명이 지원했다. 최종 지원인원 5180명의 57.7%다. 

성대를 제외하면 올해도 외대의 막판지원율이 높았다. 직전-최종 사이 3457명의 지원자가 몰렸다. 원서접수를 마친 전체 외대 지원자가 7143명인 것을 감안하면 절반에 가까운 48.4%가 막판에 지원했다. 지난해의 경우 전체 지원인원 6523명 중 3533명이 몰리면서 55.4%를 기록했다.

성대를 제외하면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외대 서울대 고려대 순으로 톱3였다. 서울대는 최종 지원인원 3049명의 47.2%인 1438명이 막판에 몰렸다. 고려대는 최종 지원인원 3612명의 45.7%인 1649명이 막판에 지원했다. 

이어 숙명여대(43.3%) 연세대(42%) 경희대(39.8%) 서강대(36.6%) 동국대(36%) 한양대(35%) 이화여대(32%) 건국대(31.5%) 중앙대(27.9%) 서울시립대(24.1%) 인하대(19.9%) 순이었다.

<마감직전 미달대학, 최종 경쟁률 치솟아>
마감직전까지 미달이었던 모집단위가 최종 경쟁률은 치솟은 경우도 여전했다. 서울대의 경우 마감직전 오후3시 미달이었던 모집단위가 8대1 가까이 경쟁률이 오르기도 했다. 서울대 소비자학전공은 마감직전 0.9대1(9명/10명)로 미달이었다가 최종 7.8대1(78명/10명)로 마감했다. 최종-직전 사이 지원한 비율이 88.5%에 달해 서울대 모집단위 중 막판 지원율이 가장 높았다.

영어교육과가 0.88대1(7명/8명)에서 6.75대1(54명/8명), 조선해양공학과가 0.71대1(10명/14명)에서 5.5대1(77명/14명), 생물교육과가 0.78대1(7명/9명)에서 4대1(36명/9명)로 경쟁률이 오르면서 막판 지원율이 80% 이상이었다.

연세대도 마감직전까지는 미달이었던 모집단위가 막판 지원율이 높은 경우가 많았다. 막판지원율 기준, 아동/가족학과(인문) 93.4%, 사회복지학과 81.3%, 불어불문학과 81%, 정치외교학과 76.6%, 노어노문학과 75% 순이었다. 아동/가족학과(인문)은 0.57대1(8명/14명)에서 8.64대1(121명/14명)로, 사회복지학과는 0.86대1(12명/14명)에서 4.57대1(64명/14명)로, 불어불문학과는 0.86대1(12명/14명)에서 4.5대1(63명/14명)로, 정치외교학과는 0.95대1(40명/42명)에서 4.07대1(171명/42명)로, 노어노문학과는 0.92대1(12명/13명)에서 3.69대1(48명/13명)로 상승했다.

막판 지원율이 70%이상인 모집단위를 대학별로 살펴보면 한국외대는 프랑스어교육과2대1(8명/4명)→7.5대1(30명/4명), 프랑스어학부1.35대1(31명/23명)→4.96대1(114명/23명), 아랍어과1.56대1(25명/16명)→5.69대1(91명/16명), 몽골어과1.6대1(8명/5명)→5.6대1(28명/5명) 순이었다. 

▲고려대는 식품공학과1.11대1(10명/9명)→9.22대1(83명/9명), 중어중문학과1대1(12명/12명)→5.5대1(66명/12명), 행정학과1.14대1(16명/14명)→4.93대1(69명/14명), 불어불문학과1대1(7명/7명)→4.14대1(29명/7명) ▲숙명여대는 가족자원경영학과0.67대1(4명/6명)→20.67대1(124명/6명), 글로벌서비스학부-글로벌협력전공1대1(5명/5명)→9대1(45명/5명), 소비자경제학과1.2대1(6명/5명)→4.6대1(23명/5명), 아동복지학부1.13대1(17명/15명)→4.33대1(65명/15명), 정치외교학과1.29대1(18명/14명)→4.29대1(60명/14명) ▲경희대는 지리학과(인문)1.2대1(12명/10명)→5.8대1(58명/10명), 식품영양학과1.5대1(18명/12명)→6.92대1(83명/12명), 프랑스어학과1.13대1(17명/15명)→4.93대1(74명/15명), 주거환경학과1.23대1(16명/13명)→4.77대1(62명/13명), 무역학과1.33대1(28명/21명)→4.48대1(94명/21명) ▲한양대는 중어중문학과1대1(17명/17명)→6.76대1(115명/17명) ▲이화여대는 유아교육과1.25대1(20명/16명)→5.25대1(84명/16명), 교육공학과1.42대1(17명/12명)→4.75대1(57명/12명) 순으로 막판지원율이 70% 이상이었다.

<최종마감-마감직전 간격 3시간 일반적>
대부분 대학들은 원서접수 진행과정에서 일정한 시간을 미리 공고해두고 그에 맞춰 지원현황을 공개했다. 마감전날에도 특정 시간대 이후로는 경쟁률을 공개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원서접수 마감시간까지 눈치작전을 벌이며 경쟁과열로 이어지지 않도록 방지하기 위함이다.

지난해 오후3시 마감직전 경쟁률을 공개했던 성균관대는 올해 오전10시로 시간을 앞당기면서 간격이 8시간으로 확대한 점이 눈에 띈 변화다. 

상위15개대 기준, 마감직전 경쟁률 공개 시간과 최종경쟁률 사이의 간격이 가장 작은 경우는 2시간이다. 서울시립대와 인하대가 마감 2시간 전까지 직전경쟁률을 발표했다. 두 대학 모두 마감일 오후4시 직전경쟁률을 발표한 후 오후6시 원서접수를 마감했다. 두 대학은 마감 간격이 적다보니 소나기지원 분석에서도 막판 지원율이 가장 낮게 집계될 수밖에 없었다.

직전경쟁률 공개 시간과 최종경쟁률 간격이 3시간인 곳이 10개대학으로 가장 많았다. 건국대 고려대 동국대 서강대 서울대 숙명여대 연세대 이화여대 중앙대 한양대다. 고려대 동국대 연세대는 오후2시 직전경쟁률을 발표한 후 오후5시 접수를 마감했고, 건국대 서강대 서울대 숙명여대 이화여대 중앙대 한양대는 오후3시 직전경쟁률을 발표한 후 오후6시 원서접수를 마감했다.

경희대 한국외대는 4시간 간격으로, 모두 오후2시 직전경쟁률을 발표한 후 오후6시 원서접수를 마감했다. 

<막판 과열양상 막기 위한 경쟁률 비공개 기간.. ‘지나치게 긴 것도 역효과’>
원서접수 마감직전 경쟁률 공개 시점과 경쟁률 마감시점 간에는 평균 3시간 정도의 간격이 있는 만큼, 이 기간동안 수험생들은 ‘깜깜이 지원’을 감행할 수밖에 없다. 대학들이 경쟁률을 비공개하는 시점에서도 모집단위를 확실히 정하지 못한 수험생들이 많기 때문이다. 

원서접수 막판에 이르면 지원자들의 눈치작전은 극심해진다. 안정적인 성적을 확보하지 못한 학생들의 경우 경쟁률에 따른 변수를 통해 상향지원을 노리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대학들이 경쟁률을 비공개하기 직전까지 미달됐던 모집단위들이 경쟁률이 치솟는 경우가 많았던 이유다.

대학들은 오히려 이런 지원자들의 눈치작전으로 인해 마감직전까지 섣불리 경쟁률을 계속 공개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막판 경쟁률을 공개하지 않는 ‘깜깜이 지원’이 수험생들의 경쟁과열을 완화하는 역할을 한다는 설명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경쟁률을 실시간 공개할 경우 지원자들의 과열양상이 빚어져 왜곡될 수 있기 때문에 특정시간에만 공개해온 방침을 계속 유지해오고 있다. 원서접수 막판의 경쟁률을 공개하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의 이유다"라며 "실시간으로 경쟁률을 접수마감 때까지 공개할 경우 마지막 순간까지도 지원자들이 눈치작전을 벌이면서 경쟁률에 따라 지원자들이 쏠리는 현상이 더 심해질 것이다"고 말했다.

다만 지나치게 오랜 시간 경쟁률을 공개하지 않는 것도 역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단 지적도 나온다. 적정한 수준으로 막판경쟁률 비공개 시간을 대학들이 조율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한 교육전문가는 "현실적으로 경쟁률을 실시간 공개하는 것이 대학 입장에선 어려운 만큼 공개 방식이나 비공개시기를 동일하게 하는 접근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지금처럼 대학마다 경쟁률을 공개하는 시점뿐 아니라 마감시간마저 제각각이라면 지원자들에게 다소 혼란스러운 측면이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눈치작전 효과 있을까.. 무턱대고 낮은 경쟁률 좇는 것은 ‘독’>
마감직전 경쟁률을 기반으로 지원하는 눈치작전은 정시에서 얼마만큼의 효과를 발휘할까. 눈치작전이 유독 정시에서 활용되는 이유는 수능성적에 따라 합격여부가 결정되는 ‘줄세우기’ 정량평가의 특성상 경쟁률이 중요한 변수로 꼽히기 때문이다. 경쟁률이 높으면 그만큼 성적이 높은 지원자가 늘어나 합격선이 높아지고, 경쟁률이 낮으면 반대로 합격선이 낮아진다는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눈치작전의 큰 효과는 기대해선 안 된다고 조언한다. 지난해와 비교해 모집단위 경쟁률이 크게 높아지는 등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면 원래 지원하려던 곳에 접수하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한 입시기관 관계자는 “지원자가 늘어나면 합격선이 올라간다는 것은 일부만 맞는 얘기다. 막판 지원을 결정하는 경우는 대부분 점수가 모자란 ‘허수 지원자’에 속하는데 이런 인원들이 아무리 늘어난다 한들 합격선은 요지부동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수험생들은 무턱대고 경쟁률이 낮은 모집단위를 좇아선 안 된다. 한 교육전문가는 "경쟁률이 낮은 모집단위만 살피는 어설픈 눈치작전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비슷한 성적의 다른 지원자들도 마찬가지로 경쟁률만 놓고 눈치작전을 벌이기 때문이다. 결국 마지막 시점에는 다수의 수험생들이 같은 모집단위에 지원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반대로 마감직전 미달을 기록하거나 경쟁률이 낮은 모집단위를 피하는 것이 유리한 전략이 될 수 있다. 지원자들이 몰리면서 경쟁률이 급상승하는 변수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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