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목자사 이어 과고 영재학교도 폐지하자는 얘기냐'

[베리타스알파=강태연] 12일 일부 언론들은 ‘영재-과고 의학계열 진학자 제재해야’ 등의 제목으로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블럭(유퀴즈)’ 출연자로부터 시작된 영재학교/과고 출신자의 의대진학 논란에 대해 비판했다. 기사의 골자는 “최근 한 예능 프로그램의 출연자를 두고 벌어진 영재학교/과고 의대진학 논란에 대해, 영재학교/과고는 각 이공계/과학 분야 우수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세워진 학교지만 ‘수도권 쏠림현상’, ‘의대 진학’ 등의 설립취지가 빛바랬다”며 “설립목적에 반하는 선택시 의대 진학 시 졸업자격 박탈, 의대 진학률이 높은 학교에 대한 예산지원 감축과 함께 특정 계층만 향유하는 수월성 교육을 모두를 위한 수월성 교육으로 관점을 확장해야 한다”였다. 기사들은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하 사걱세)을 비롯한 강득구(더불어민주) 의원,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교육과정디자인연구소, 좋은교사운동에서 공동 성명의 내용을 그대로 보도한 것들이다.

이에 앞서 11일 일부 언론들은 ‘유퀴즈, 과고 출신 의대생 섭외 사과 “무지로 실망드려 죄송”’ 등의 제목으로 유퀴즈 측이 공개한 입장문을 보도했다. 기사들은 출연자 출신고교가 ‘영재학교’인 경기과고임에도 제대로 된 설명없이 ‘과고’출신으로 오도해 오해를 빚기도 했다. 영재학교와 과고가 이공계열 인재를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운영되며 의학계열로의 진학이 문제라는 점은 동일하지만, 선발방식과 시기, 학교운영 등에 차이가 있다.

사걱세 등 교육기관들이 성명문을 낸 입장은 모두 타당할까. 교육전문가들 반응은 너무 나갔다는 게  중론이다. 설립목적에 반하는 의대진학 시 졸업자격 박탈 등의 조치는 고려해 볼수 있지만, ‘특정 계층만 향유하는 수월성 교육을 모두를 위한 수월성 교육으로 관점을 확장’해야 한다는 부분은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많았다. 업계 한 전문가는 " 외고 자사고 폐지에 이어 과고 영재학교도 폐지하자는 얘기로 들린다. 수월성과 평등성이라는 교육적 가치를 모두 살리기 위해 추진 되어온 학교 다양성이 문재인정부 들어서면서 일방적으로 무시되면서 외고 자사고 모두 일반고 일괄전환으로 밀어붙였다. 최근 해운대고의 법원판결로 정책자체가 제동이 걸린 상태다. 일부 문제가 있으면 실효성있는 대책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교육정책에서 가장 심각한 것은 문제가 나왔으니 없애자는 식의 접근이다. 수요자와 학교등 선의의 피해자를 만들기 때문이다. 모두를 위한 수월성 교육이란 받아들이는 입장에 따라서는 수월성 전반을 말살하자는 얘기로 들릴 수도 있다. 이미 법원판결로 결론난 조국자녀 교육 비리의 데자뷰를 보는 듯하다. 특기자전형에서 벌어진 개인의 전형비리를 따지고 처분하면 될 일인데 특기자도 아닌 학종을 블라인드로 한다고 하질 않나. 외고 자사고를 폐지한다고 하지 않나. 개인비리가 아니고 제도 잘못이니 공정성 강화한답시고 정시를 확대하지 않나. 실제 일반 국민의 체감도 면에서 부동산정책이 잘못됐다고 부각되고 있지만 실제 가장 일방적이고 문제 많은 정책추진은 교육부문에서 훨씬 많다. 이런 흐름에서 관변 역할을 하는 시민단체들이 나서서 수월성얘기를 하는 것부터 어불성설이다."라고 비판했다. 

 

 

최근 영재학교 출신자의 의대진학이 논란이 되면서 교육단체에서는 일부를 위한 수월성교육이 아닌 모두를 위한 수월성교육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전문가들은 오히려 수월성교육을 말살하는 길이라는 의견이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최근 영재학교 출신자의 의대진학이 논란이 되면서 교육단체에서는 일부를 위한 수월성교육이 아닌 모두를 위한 수월성교육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전문가들은 오히려 수월성교육을 말살하는 길이라는 의견이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모두를 위한 수월성 교육? 수월성 말살하는 길>
사걱세를 비롯한 교육기관의 성명서에서  주장한 '모두를 위한 수월성 교육'은 대부분 전문가들이 발끈 했다. 오히려 수월성 교육을 말살하는 길이라는 비판이 많았다. 공교육 체제에서 대표적인 수월성교육은 영재학교와 과고를 비롯한 외고 자사고 국제고 등 학교 다양성이 담보해왔다. 현재 외고/자사고/국제고의 경우 2025년 일반고로 일괄전환 될 예정이다. 이 역시 고교서열화를 없애자는 취지에서부터 시작됐다. 문제는 일반고 전환 시 수월성 교육을 모두에게 제공되는 방식이 아니라 수월성교육이 공교육 체제에서 사라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외고/자사고/국제고 재지정평가 이슈와 일괄전환 정책 등이 나올 때마다 수월성교육은 사교육과 교육특구로 몰리는 상황이 나오기도 했다. 매년 최대 사교육비를 경신하는 것을 통해서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전문가들은 '모두를 위한 수월성 교육'이라는 얘기 자체를 수사 내지 말장난이라고 비판했다.  업계 또다른 전문가는 “조국 전 법무부장관 자녀 입시비리 의혹에서부터 시작된 공정성 강화 방안은 대입/고입을 모두 뒤집어놓았다. 최근 조 전 장관 배우자의 자녀 입시비리 혐의가 모두 유죄로 나오면서 공정화방안 출발의 명분이 아예 사라진 상황이다. 지난해 코로나19 영향으로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는 현장교사들에게 공정화 강화방안 중 하나인 서류 블라인드를 강행했지만, 서울대 2021수시에서 오히려 일반고는 줄고 영재학교는 비율이 늘어나기도 했다. 현정권이 추구하는 교육정책의 결과를 보면 어처구니가 없다. 공교육의  외고 자사고 폐지를 통한 수월성교육 해체는 오히려 공교육전반을 하향 평준화시키고 있고 수월성 수요를 사교육이나 해외로 내몰고 있다. 수월성교육에 대한 수요는 죄악이 아니다. 평등성과 함께 교육의 가장 중요한 가치 중 하나다. 특목 자사고를 만들었던 상황을 되짚어 보면 특목자사가 폐지되면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충분히 예측 가능하다. 평준화를 거치면서 점차 커지기 시작한 강남8학군과 교육특구의 위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외고 과고는 모두 교육특구 이외지역에 지어졌고 전국단위 자사고의 경우도 기숙사체제를 통해 충분히 사교육중심의 교육특구를 견제하는 역할을 해왔다. 당연히 없어진다면 정시확대와 함께 강남을 비롯한 교육특구 강세를 이어갈 수밖에 없다. 모두를 위한 수월성 교육이라는 개인적 입시비리를 제도개선의 빌미 삼았던 강남좌파의 말장난 처럼 들릴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 의대진학 시 ‘졸업자격 박탈’ 가능성 있어.. 진학실적에 따른 예산 감축, 대학측 방안 필요

과고 영재학교의 의대진학 억제 방안은 실효성을 확보하는 방향에서 다각도로 검토해 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본다. 이미 영재학교와 과고는 설립 취지와 맞지 않는 의대 진학자들을 대상으로 학교로부터 지원받은 교육비/장학금 환수, 교내대회 시상 제한 등의 제재를 가하고 있다. 이번에 나온 졸업자격 박탈과 같은 불이익은 의대진학을 반대하는 입장을 명확하게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다만 의대진학 실적이 높은 학교에 대해 예산을 감축하는 방안은 모든 책임을 개인이 아니라 고교로 돌리는 처사라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 영재학교와 과고 모두 입학원서 작성부터 의대진학 시 불이익을 명시하는 등 나름 노력을 해왔기 때문이다. 학종 추천서 등을 작성해주지 않더라도 추천서가 없어도 갈 수 있는 의대가 많은 상황이어서 과고/영재학교 졸업생들 개인이 의대 진학의 의도를 갖는 다면 실효성이 떨어진다. 게다가 학종간소화 조치 방안으로 추천서 폐지가 추진되면서 의대진학 통로가 넓어져 진학을 부추길 가능성도 커졌다. 전문가들은 고교의 해결방법은 제한적이라는 점을 봤을 때, 교육 전문가들은 의대가 문제 해결에 동참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가장 실효성이 높은 방법이라고 말한다. 기본적으로 영재학교는 내신경쟁이 어렵고, 정시를 준비하는 교육과정이 아니어서 현재 의대로 진학하는 학종/내신 정시 등과는 맞지 않다. 의대진학이 적합하지 않은 환경에서도 지원을 하는 상황인 것이다. 결국 대학 측에서 대학 측에서 영재학교/과고 학생들이 지원할 수 없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셈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의대진학을 희망하는 인원이 영재학교로 진학하는 것은 전략적으로 맞지 않는 행위다. 영재학교 설립취지와 운영목적에도 어긋나 학교에서도 환영하지 않는 상황이며, 의대입시에서 자체적으로 제약을 받는 상황이 발생한다. 영재학교에서 자체적으로 교육비/장학금 환수, 시상내역 삭제 등을 통해 진학을 막고 있긴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바랄 수는 없다. 영재학교를 다니고 의대를 지원하는 것 자체를 막을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각 대학들에서 영재학교/과고 학생들이 지원을 막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영재학교 진학 후 의학계열을 지원하려는 학생/학부모의 인식도 개선될 필요가 있다. 간혹 의대진학에 대한 진로가 고교 도중 결정될 수 있고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하는 학생/학부모들의 의견이 있지만, 이기적인 행동이라고 밖에는 볼 수가 없다. 진로에 대한 진로에 대한 확신이 없는 상황에서 ‘과학인재 양성’이라는 목적을 위해 국가에서 예산을 지원하는 영재학교를 진학한 것이 문제이기도 하고, 이공계열 진학 이후 의학계열 진학을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애초 과학인재 양성을 목적으로 하는 과고/영재학교에 진로가 뚜렷하지 않은 상태로 진학해 대입 시 의대로 지원서를 넣는다는 것은, 진정으로 이공계열 진학을 꿈꾸는 다른 학생들의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선발부터 운영방식까지 차이 존재.. 영재학교 과고 '차이'>
영재학교와 과고는 엄연한 차이가 있다. 최근 논란이 된 유퀴즈 출연자의 경우 경기과고 출신으로 ‘영재학교’ 출신이다. 서울과고 경기과고 등의 경우 기존 과고에서 영재학교로 전환 시 이름을 변경하지 않아, 과고라는 이름만 쓰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영재학교와 과고는 설립목적은 비슷하지만 선발방식, 운영방식에 분명한 차이가 존재하는 학교유형이다. 전국모집을 실시하는 영재학교와 달리 과고는 광역모집을 실시한다. 모집시기로도 외고 국제 자사고가 후기인데 반해 전국 20개 과고는 전기이고 전국 8개의 영재학교는 전기보다 먼저 치뤄진다는 점에서 특차의 성격이 강하다.

경기과고는 물론 서울과고 대구과고 대전과고 광주과고 5개 영재학교는 영재학교 유형임에도 불구하고 오래된 브랜드라는 이유로 학교명을 그대로 유지키로 했다. 과고라는 학교명으로 인한 혼선이 언론에서도 자주 벌어지지만 엄연히 학교 유형은 영재학교다. 예를 들어 서울의 경우 서울과고는 영재학교인 반면 세종과고 한성과고는 과학고다. 

선발방식의 경우 영재학교는 전국에서 신입생을 모집하며, 학교별 자율운영이 가능하다. 반면 과고는 학교가 위치한 지역에서만 선발하며, 입학전형은 자기주도학습전형으로 통합돼 있다. 영재학교와 과고의 가장 큰 차이는 학교운영방식이다. 영재학교는 학교 운영 전반에 자율성을 확보하고, 교육과정 운영이 자유로워 무학년제 졸업학점제 대학학점선이수제 등을 운영한다. 수학/과학 특정 분야의 연구와 실험 중심의 교육에 무게를 싣는다. 자격이 없는 특정 분야의 전문가도 교사로 초빙할 수 있다. 과고의 경우 국가교육과정에 따라 전문교과와 기본교과의 이수단위가 정해져 있다. 수학/과학 심화 교육을 실시해 조기졸업을 하는 학생이 많다. 교원 자격을 가진 교사만 학생을 지도할 수 있고, 수급 역시 해당 교육청 소속 교사 선에서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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