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종 상위계층에 특별히 유리하지 않아”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대입제도 중 가족의 사회경제적 배경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전형은 논술 수능 학종 순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김창환 캔자스대 사회학과 교수 연구팀이 최근 ‘한국사회학’에 게재한 연구논문 ‘입시 제도에서 나타나는 적응의 법칙과 엘리트 대학 진학의 공정성’에 담긴 내용이다. 교육부가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의 일환으로 정시를 확대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인 결과다. 

학종의 경우 상위계층에게 특별히 더 유리한 전형은 아니라고 봤다. 어떤 가족배경 변수도 학종과 유의한 상호작용 효과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학종을 특정 계층에 배타적으로 유리한 제도라고 치부하는 것은 학종의 다양성을 간과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입시전형 비율 조절을 통해 공정성을 높이고자 하는 것은 효율성이 매우 낮은 정책 수단이라고도 지적했다. 다만 효과가 크지 않더라도 내신보다 수능위주 전형을 확대하는 것은 계층 격차를 확대한다는 점은 명확히 했다. 연구팀은 "상위계층 입시생이 수능을 통해 엘리트 대학에 입학할 확률이 그렇지 않은 배경을 가진 입시생보다 높다"며 “교육부의 공정성 강화 방안에서 드러난 정책 수단과 정책 목표의 이격은 증거기반정책 수립을 위해 정책 효과의 증거를 탐구하기보다는 여론에 기반해 정책을 수립한 결과일 것”이라고 말했다. 

학종이 '금수저 전형'이라는 오해와는 달리 상위계층에게 특별히 더 유리하지 않으며, 오히려 수능위주 전형을 확대하는 것이 계층 격차를 확대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학종이 '금수저 전형'이라는 오해와는 달리 상위계층에게 특별히 더 유리하지 않으며, 오히려 수능위주 전형을 확대하는 것이 계층 격차를 확대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논술에서 가족배경 영향력 가장 높아>
연구는 2016~2017 대졸자직업경로이동조사를 이용해 전체 4년제 대학 진학자를 대상으로 상위권대학 진학 확률에 끼치는 가족 배경의 영향이 입시전형에 따라 달라지는지 검증하고, 그 정도는 얼마인지 측정했다. 사회경제적 배경은 부모의 소득, 자산, 교육 수준, 직업 위계와 종합지표로 측정했다. 연구대상은 2009~2013 대학 입학자 2만2463명이다. 

상위권대학으로 분류한 대학은 경희대 고려대 서강대 서울대 서울시립대 성균관대 연세대 이화여대 중앙대 한국외대 한양대의 서울소재 11개교와 KAIST 포스텍, 모든 의대다. 부모의 사회경제적 배경은 대학 입학 당시의 부모 소득, 현재 부모의 자산 정도, 부모 직업의 위계, 부모의 교육 수준으로 측정했다. 

연구결과, 출신 고교의 유형과 지역, 인구학적 변수를 모두 통제한 후에도 내신위주 전형보다 수능위주 정시전형이나 논술위주 수시전형에서 가족배경의 영향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내신위주 전형은 가족배경과 엘리트 대학 입학 확률의 상관 정도가 상대적으로 작다”며 “입시에서 가족배경 효과를 줄이는 것이 교육 공정성 강화라면, 교육부의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은 가족배경 효과가 높은 논술위주 전형을 지양하는 측면에서 교육 공정성을 강화하는 반면, 내신보다 가족배경 효과가 큰 수능위주 전형의 비중을 늘리는 측면에서 교육 공정성을 약화시킨다”고 분석했다. 

<“학종이 상위계층에게 특별히 더 유리한 것 아냐”>
입시전형과 가족 사회경제적 배경의 효과를 측정하면 상위20%계층 대비 하위20%계층의 상위권대학 진학 확률의 격차는 수능위주 정시에서 8.4%에 이른 반면 내신위주 전형에서는 4.8%로 줄어들었다. 수능과 내신 모두 하위계층이 상위계층보다 불리하지만, 내신위주 전형에서 그 불리함이 감소했다는 의미다. 

내신과 수능 이외에 다른 전형을 살펴보면 학생부종합전형이 상위계층에게 특별히 더 유리한 것은 아니라고 봤다. 학종은 학교 특성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이뤄지는 만큼, 학종을 특정 계층에게 배타적으로 유리한 제도로 치부하는 것은 학종의 다양성을 간과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가족배경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전형은 학종이 아닌 논술전형이라고 봤다. 논술의 경우 부모의 소득이나 자산과는 큰 관계가 없지만 부모의 교육이나 직업위계와 상관관계가 컸다. 부모 교육 상위20%와 하위20%의 상위권대학 진학 확률 차이는 19.2%에 달했다. 논술의 경우 서울과 기타 지역의 상위권 대학 진학 확률에도 차이가 컸다. 논술전형이 대도시 거주 수험생에게 유리하고, 그 외 지역 거주 수험생에게 불리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의미다. 

<“정시확대 계층격차 확대.. 상위계층 유리함 강화”>
입시전형의 비율 조절을 통해 공정성을 높이고자 하는 것은 효율성이 매우 낮은 정책 수단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특정 입시전형이 유난히 배제의 법칙으로 작동하기보다는, 모든 입시전형에 상위계층이 더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적응의 원리가 지배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효과가 크지는 않더라도 내신보다는 수능위주 전형을 확대하는 것이 계층 격차를 확대한다는 점은 짚었다. 연구팀은 “수능위주 전형은 상위계층, 특목고-자사고, 서울소재 고교, 특히 강남 소재 고교 출신 입시생이 상대적으로 더 선호하는 제도”라며 “상위계층 입시생이 수능을 통해 엘리트 대학에 입학할 확률이 그렇지 않은 배경을 가진 입시생보다 높다”고 말했다. 

정시 확대는 상위계층이 수능위주 입시에서 누리는 이중의 유리함을 더 강화한다고 봤다. 여론에 기반해 정책을 수립한 결과라고도 지적했다. “수능 확대는 대학교육의 공정성 강화라는 애초의 정책 목표와 일치하지 않는다”며 “교육부의 공정성 강화 방안에서 드러난 정책 수단과 정책 목표의 이격은 증거기반정책 수립을 위해 정책 효과의 증거를 탐구하기보다는 여론에 기반해 정책을 수립한 결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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