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대 설립가능성’.. ‘의료계 반발 관건’

[베라타스알파=손수람 기자] 2006년 이후 14년동안 동결됐던 의대정원을 2022학년부터 다시 늘리는 방안을 청와대와 정부가 논의한 것이 확인되면서 대입판도까지 뒤집힐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일보가 28일 보도한 내용에 의하면 정부는 의대정원을 500명 안팎으로 증원하는 것을 검토했다고 전해진다. 복수의 관계자에 의하면 청와대가 나서 본격적으로 논의를 시작한 후 보건복지부와 교육부 등이 협의하며 의대정원 확대를 위한 구체적인 안을 마련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 2곳을 포함한 전국 40개의대 전체 정원은 3058명이다. 최소인원인 500명만 증원될 경우에도 입학정원은 3558명으로 확대되는 셈이다. 실질적으로 정부가 의대정원 확대와 함께 공공의대 설립도 함께 추진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공공의료인력 확보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그렇지만 의대정원 확대를 확정하는 과정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대한의사협회(의협)를 중심으로 즉각적인 의료계의 반발이 이미 시작됐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실적인 맥락에서 의사들의 반발이 거셀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전문직 종사자들의 입장에선 자격증 취득자가 많아지는 것이 달갑지 않기 때문이다. 의사의 경우 면허시험을 통해 이를 제한하는 것이 변호사 등 다른 전문직에 비해 어려운 편이다. 의대정원이 늘지 않아야 취득자수를 통제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상황이다. 오랜 기간 의대 모집정원이 3058명 유지된 이유도 그 때문”이라며 “정부는 코로나19로 공공의료인력의 필요성이 높아진 시기에 의대정원 확대 논의를 진전시켰을 것이다. 그렇지만 구체적인 안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의료계와의 관계가 중요해 보인다. 이미 '총파업'까지 예고한 의협과 갈등을 원만하게 해결해야 의대정원 증원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고2 수험생들이 대입을 맞이하는 2022학년에 의대정원을 늘리는 것으로 교육계의 시선이 쏠린다. 2022대입은 이미 약대의 학부전환과 상위대학의 정시확대가 예견되는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자연계열 최상위권의 '정시쏠림'과 함께 이공계열 최상위학과들의 우수자원까지 의대와 약대가 흡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교육전문가는 “현재 알려진 대로라면 2022학년엔 의대 모집인원이 최소 500명 늘어난다. 약대 학부 모집인원의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면 약 1600명 수준이다. 최상위권 학생들은 2022학년을 선호도가 높은 의대와 약대 지원을 노려볼 수 있는 기회로 여길 것”이라며 “특히 2022학년은 정시확대기조까지 유지되는 만큼 상위권 수험생들이 수능대비를 최우선으로 여길 가능성이 크다. 우수한 수능성적을 바탕으로 '의치한약수'는 물론 상위대학의 인기 이공계열 모집단위까지 지원할 것이다. 중복합격 시 대부분 의학계열로 진학하게 되면 이공계열의 합격선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다. 동시에 의대와 약대 문호가 크게 확대되면서 사실상 지원자수도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2006년 이후 14년동안 동결됐던 의대정원을 2022학년부터 다시 늘리는 방안을 청와대와 정부가 논의한 것이 확인되면서 대입판도까지 뒤집힐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성균관대 제공
2006년 이후 14년동안 동결됐던 의대정원을 2022학년부터 다시 늘리는 방안을 청와대와 정부가 논의한 것이 확인되면서 대입판도까지 뒤집힐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성균관대 제공

<‘최소 500명이상’ 의대정원 확대.. ‘실행방안 논의 착수’>
정부는 그동안 14년간 묶여있던 의대 입학정원을 확대하는 것을 검토중이다. 28일 한국일보의 보도에 의하면 정부는 의대 입학정원을 최소 500명이상 증원하는 방안을 논의한 후 구체적 이행방안을 세우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방역체계와 공공의료시스템 강화를 위한 의료인력을 확보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의대정원은 1989년 처음 정해졌다. 1994년 이후 3253명으로 늘었지만, 2000년 의약분업 파업사태 이후 다시 규모가 줄어들었다. 당시 의약분업에 반대하던 의사들을 회유하기 위해 정부가 의대정원 축소와 편입학 제한을 제안했기 때문이다. 2006년 이후 의대 전체 정원은 3058명으로 묶여 있던 상태다.

현 정부가 의대정원 확대를 검토한 배경으로 코로나19의 확산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많다. 공공의료인력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 만큼 우호적인 여론을 형성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의대 신설 등 다른 대안에 비해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는 점도 고려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정부는 의대정원을 늘리는 것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의하면 올해 전국의 최소 수요 대비 의사가 2000명가량 부족한 것으로 추산됐다. 2030년에는 약 7600명으로 규모가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까지 있다. 환자들에 제대로 수술받지 못하는 ‘수술절벽’을 막기 위해 선제적으로 의대정원 증가가 필요하다는 게 정부의 시각이다.

의료법 개정 등 여러 난관이 있지만 의대를 신설하는 방안 역시 함께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의대정원만 조정할 경우 애초부터 의대가 없는 지역은 의료인력 부족을 해소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여권에서 공공의대 설립을 추진하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20일 코로나19 브리핑에서 지방정부 차원의 공공의대를 설립하겠다는 구상을 밝히기도 했다. 본회의상정이 무산된 전북지역 중심의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안이 다음 국회에서 다시 논의될 가능성도 있다. 결과적으로 정부가 의대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을 동시에 추진하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의료계 반발 넘길 수 있을까.. ‘부실 의대 양산 우려도’>
그렇지만 의대정원을 늘리는 것은 이미 의료계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상태다. 의협은 정부가 의대정원 확대를 검토한다는 보도가 나온 직후 전체 의사의 뜻을 모아 ‘총파업’에 돌입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대집 의협회장은 “지금 의료원 보건소 행정부처 각 조직 등에 인력이 부족한 상황은 의사수가 적어서 초래된 것이 아니다. 해당 영역으로 의사들을 유입할 정책적 노력을 거의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코로나19 사태에서 제대로 된 교훈은 얻지도 못하고 헛다리나 짚고 있는 문재인 정권은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다. 의대 정원 확대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 최고 수위의 투쟁으로 끝을 보겠다”고 비판했다.

통상 의사 변호사 회계사 등 전문직 관련 단체들은 자격 취득자수 제한을 주장하는 경우가 많다. 자격을 취득한 인원이 지나치게 많아지는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전문자격증시험의 합격률을 낮춰 취득자수를 줄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로스쿨 졸업생들이 응시하는 변호사시험이 대표적인 사례다. 응시생이 아닌 전국 로스쿨 총 입학 정원 2000명의 75%를 기준으로 합격자수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 결과 2012년 1회 시험에서 합격률이 87.15%에 이를 정도였지만, 최근에는 50%대로 크게 낮아졌다. 여러 차례 시험에서 떨어진 이른바 ‘변시낭인’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이유다.

반면 의사의 경우 통과 시 면허를 취득할 수있는 의사국가시험의 합격률이 매년 90%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 실시한 84회 시험에서도 합격률이 94.2%다. 의사국가시험은 절대평가로 점수가 매겨지기 때문이다. 자격증시험을 통해 면혀 취득을 제한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현장의 의사들 사이에선 의대정원 증원이 민감한 문제일 수밖에 없다. 의협이 의사 수급문제에 대한 정부의 인식을 반박하며, 의대정원 확대를 거세게 반대하는 것도 같은 맥락인 셈이다.

무리하게 의대정원을 늘리는 것이 교육의 질을 전반적으로 낮출 수 있다는 현장의 우려도 정부가 귀기울일 필요가 있는 대목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정원이 80명 수준은 돼야 의대의 시설과 인력을 최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의료계의 시각이 있는 것으로 안다. 따라서 입학정원이 80명미만인 ‘미니 의대’를 중심으로 정원을 확대하는 방안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제기되는 상황”이라며 “그렇지만 정부가 목표로 하는 예방의학과나 감염내과 등 기초 의료인력 양성을 위한 입학정원 분배를 단순히 의대규모로 정한다면 문제가 된다. 충분한 시설이나 인력이 없는데도 정원을 배분받아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사례가 나올 수 있다. 이는 부실하게 교육받은 의사들이 현장에서 환자들을 진료하게 된다는 의미다.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22 의대 ‘3500명 선발 가능’.. ‘약대 학부모집과 정시확대까지’>
일각에선 빠르면 고2가 대입을 치르는 2022학년부터 의대정원 확대가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올해 의전원을 제외한 전국 38개의대의 정원내 학부 모집인원은 총2977명이다. 내년에 500명 안팎으로 의대정원이 증원될 경우 학부에서 약 3500명을 선발할 수 있는 셈이다. 동시에 2022학년 약대들도 대거 학부모집을 실시할 전망이다. 35개약대의 모집인원은 1633명으로 추정되는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2022대입에서 의대와 약대를 중심으로 2000명이상 모집규모가 급증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뿐만 아니라 2022학년은 정시확대까지 예고된 상태다. 수능위주 선발규모가 상당한 의학계열 입시의 특성과 맞물리면서 자연계열의 ‘정시 쏠림’이 비정상적으로 과열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당장 2022학년 현재보다 500명 의대정원이 늘어난다면 학부 정원내 기준 의대 모집인원은 3477명이다. 이미 2021학년 의대 선발인원은 2977명으로 역대 최대규모다. 전형별로는 수시1849명 정시1128명이다. 강원대가 합류하면서 전국 의대 38개교가 올해 학부생 모집을 실시한다. 강원대 의전원은 2023학년 의대 전환을 확정하고, 2021학년부터 곧바로 학부 신입생을 선발한다. 기존에 의대로 학제를 전환했던 의전원들은 복귀과정에서 학사편입학과 병행하며 의대 정원을 단계적으로 늘려왔다. 그렇지만 강원대는 정원100%를 바로 의예과로 선발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올해 수시34명 정시15명으로 49명 전원 학부로 모집한다. 전국 38개의대체제가 유지된 상태에서 2022학년 입학정원 증원이 이뤄진다면 역대 최고수준을 다시 갱신할 것으로 보인다.

2022학년에는 약대 역시 6년제 학부모집으로 복귀한다. 정확한 모집인원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현재 규모를 그대로 적용할 경우 정원내 1633명을 선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의 약대 입시는 2009년 도입된 2+4 제도다. 약대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은 다른 학부나 학과로 입학해 최소 2년간 기초/교양교육을 거친 후, 약학대학으로 학사편입해 4년의 전공 교육과정을 이수하는 방식이다. 교육부의 ‘약대 학제개편 방안’에 따라 대학들은 기존 2+4년제와 6년제 중 자유롭게 학제를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렇지만 전국 37개약대 가운데 부산대와 충남대를 제외한 35개교가 2022학년 6년제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35개약대의 2+4년제 모집인원인 1633명 역시 2022대입부터는 학부선발로 이동할 전망이다.

현장에선 2022학년 의대 모집인원 증원이 실현될 경우 약대 학부모집과 정시확대와 함께 대입 지각변동을 일으킬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자연계열 최상위권이 정시를 집중적으로 대비하며 ‘의치한약수’ 진학을 노리는 대입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입시적 측면에서 의대 모집인원 확대는 단순히 숫자가 늘어난다는 의미가 아니다. 자연계열에서는 의대가 최고선호 모집단위다. 다른 학과와 중복합격했더라도 수험생들은 대부분 의대를 선택한다. 따라서 의대 문호 확대에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최상위권 학생들이 많을 것이다. 동시에 상당한 선호도를 보일 것으로 예측되는 약대까지 학부모집을 실시한다면 수험생들의 지원양상은 더더욱 의학계열로 치우칠 것”이라며 “정시확대도 영향이 작지 않다. 자연계열 최상위권이 수능위주로 대비하도록 유도할 것이기 때문이다. 정시에서 성과를 낼 경우 ‘의치한약수’와 상위대학을 함께 지원할 수 있게 된다. 결과적으로 최상위대학인 서울대나 이공계특성화대학을 갈만한 우수자원들이 상당수 의대나 약대로 진학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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