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당일 혼란 발생 우려 커져’.. ‘정부 다른 방안 검토중’

[베리타스알파=손수람 기자] 교육당국이 예년과 달리 올해 재난을 대비한 수능 예비문항을 따로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정의당 정책위원회는 최근 3년간 수능시행기본계획을 직접 비교해 확인한 결과 2021학년 별도의 예비문항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고 26일 밝혔다. 교육당국은 수능이 12월3일로 연기되면서 예비문항 준비가 어려워졌다며 다른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해명한 상태다. 그렇지만 올해 3월 2021학년 수능시행기본계획을 공개할 당시 교육당국은 이 사실을 특별히 강조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코로나19로 현장혼란이 커지고 있는 상황인데도 교육부가 예비문항이 없다는 사실을 은근슬쩍 넘겼던 것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나오고 있다.

수능시행계획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수능의 출제기준과 시험운영 등 전반적 사항을 제시한 내용으로 매년 3월말 발표된다. 정의당 정책위에 의하면 2021학년 수능시행기본계획에는 예비문항 개발과 관련된 내용이 아예 없다. 반면 2019학년과 2020학년 수능시행기본계획에선 지진 등 재난사항을 대비한 예비문항을 마련하겠다는 설명이 포함됐다. 실제 정의당 정책위가 교육당국을 통해 올해 수능 예비문항 유무를 문의한 결과 준비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당국이 예년과 달리 올해 재난을 대비한 수능 예비문항을 따로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정의당 정책위원회는 최근 3년간 수능시행기본계획을 직접 비교해 확인한 결과 2021학년 별도의 예비문항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고 밝혔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교육당국이 예년과 달리 올해 재난을 대비한 수능 예비문항을 따로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정의당 정책위원회는 최근 3년간 수능시행기본계획을 직접 비교해 확인한 결과 2021학년 별도의 예비문항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고 밝혔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교육당국은 2019수능부터 2년간 예비문항을 마련해왔다. 2017년 사상 초유의 수능 전날 지진 사태로 2018학년 수능이 일주일 연기되면서 혼란이 컸기 때문이다. 수능 당일 학생들이 응시할 수 없게 되면 출제위원들이 예비로 만들어 둔 문제를 활용해 1주일 안에 재시험이 가능하도록 대응한다는 계획이 기본이다. 재난 상황에 따라 전국 혹은 특정지역 대상으로 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준비해왔던 것으로 알려젔다. 현장에서도 난이도와 보안 등을 고려해 예비 문제지를 한 세트이상 더 준비해 재난 상황에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상당하다.

그럼에도 코로나19로 불확실성이 여느 때보다 높아진 올해 예비문항 없이 수능이 시행될 가능성이 큰 셈이다. 유초중고 개학이 연기되고 수능이 2주 늦춰지면서 예비문항의 준비가 어려워졌다는 게 교육당국의 해명이다. 대신 코로나19로 수능 당일 발생할 수 있는 돌발적인 상황뿐 아니라, 확진자로 판정되어 격리된 수험생을 위한 방안까지 고심 중인 것으로도 전해진다.

현장에선 교육당국의 보다 신속한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코로나 재유행이나 확진자 증가 등으로 시험 실시 여부가 불확실해질 수 있는 상황에 대한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박원석(정의) 정책위의장은 “코로나가 다시 유행하는 상황이나 다른 감염병을 대비해야 한다는 현장의 반응이 많다. 수능도 예외가 아니다”라며 “정부가 검토 중인 방안을 조속히 확정 발표하고, 대응 매뉴얼을 마련해 6월모평이나 9월모평에서 감염병 대비 모의훈련을 실시해야 한다. 수능의 경우 본시험과 비상용의 2개세트, 또는 추가시험까지 감안한 3개세트의 문항을 준비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올해 수능 예비문항이 없는 상황을 교육당국이 숨기듯 넘어간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교육전문가는 “물론 교육당국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대입일정 전반을 조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예비문항까지 만들기는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수능 예비문항은 지난 2년동안 꾸준히 준비됐던 부분이다. 따라서 올해 수능 시행기본계획을 발표할 때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면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당연히 예비문항이 있다고 오해할 소지가 있는 셈”이라며 “교육당국의 정확한 상황인식이 필요하다. 코로나19로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수능의 변수에 민감한 상태다. 예비문항이 없다는 사실을 모른다면 당장은 조용하게 넘어갈 수 있을지라도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수습할 수 없게 된다. 사전에 투명하게 정보를 밝히고, 다른 대안을 모색중이라는 점을 먼저 밝히는 것이 제대로 된 정부당국의 모습이 아닌가 싶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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