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보는’ 마이스터고 고교학점제.. ‘진로 맞춤’ 세부전공 확대

[베리타스알파=손수람 기자] 올해 3월 새학기의 시작과 함께 마이스터고 51개교 전체를 대상으로 고교학점제가 도입된다. 교육부는 지난해 8월 ‘2020학년 마이스터고 학점제 도입 방안’에서 안내한 대로 마이스터고 대상 고교학점제를 올해 시행한다고 1일 밝혔다. 고교학점제는 진로에 따라 다양한 과목을 선택 이수하고, 누적 학점이 기준에 도달할 경우 졸업을 인정받는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제도를 말한다. 이후 2022학년 특성화고와 일부 일반고 등에 부분적으로 고교학점제를 확대한 후, 2025학년부터 전체 고교를 대상으로 본격 시행할 예정이다. 구체적 실행방안을 담은 ‘고교학점제 종합추진계획’도 올해 하반기 발표할 계획이다.

직업계고는 물론 일반고 학생과 학부모들까지 교육부와 서울교육청이 공개한 연구/선도학교 사례를 통해 마이스터고 고교학점제의 전반적인 운영방향을 가늠해볼 수 있는 상황이다. 특히 금오공고(경북) 서울로봇고(서울) 충북반도체고(충북) 한국바이오마이스터고(충북)의 4개고교가 눈길을 끈다. 큰 틀에서 고교별로 학생 진로에 맞는 전공선택이 강화될 전망이다. 학생들의 직무역량과 일치하는 교과목을 개설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학과의 수업도 수강할 수 있는 융합 교육과정 역시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인근 직업계고나 일반고와 교육자원을 공유하는 형태의 수업이 가능해지며, 대학 혹은 연구기관과 협력해 ‘학교밖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학교차원에서 학생들의 진로교육을 지원하는 방안도 적극 모색하는 움직임도 있다.

그렇지만 현장에선 고교학점제를 일반고로 확대하려는 교육당국의 계획이 순탄치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가 정시확대로 대입기조를 바꾸면서 고교학점제와 충돌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취업이 목표인 마이스터고나 특성화고 등의 직업계고는 다양한 교과목 개설의 효과가 어느 정도 기대되는 측면이 있다. 실제 마이스터고의 고교학점제 운영사례에서도 학교내 융합 혹은 학교간 공동 교육과정이 돋보인다”며 “이는 전적으로 입시의 영향력이 작기 때문이다. 반면 일반고의 경우 대입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고교학점제는 대학처럼 학생이 원하는 수업을 선택해 수강할 수 있는 것이 핵심이다. 그럼에도 정시확대로 수능 영향력이 커진다면 학생들의 자유로운 선택이 어려워지게 된다. 수능과 관련 있는 과목들로 학생들이 몰린다면 고교학점제는 파행 운영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마이스터고 고교학점제 도입.. ‘2025학년 전체 고교로 확대’>
2020학년부터 마이스터고 51개교는 고교학점제로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2025학년 전체 고교로 확대하기에 앞서 시범적으로 도입하는 셈이다. 마이스터고는 산업현장 중심의 교육과정이 탄력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만큼 학점제 시행이 상대적으로 수월한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학생의 적성과 진로에 따른 선택학습 강화로 미래 사회에 적합한 맞춤형 인재 양성을 위해 올해 마이스터고를 시작으로 특성화고, 일반고까지 고교학점제를 단계적으로 도입한다”며 “2025학년에는 고등학교 전체에 안정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올해 하반기에 ‘고교학점제 종합 추진계획’을 발표할 예정”라이고 말했다.

교육부는 마이스터고 교육과정은 3년간 이수해야 하는 총 이수학점을 204단위에서 192학점으로 줄었고, 1학점 수업량도 17회에서 16회로 조정했다. 학사운영의 유연성을 확보해 학생들의 과목선택권 확대와 책임교육이 이뤄지도록 하기 위해서다. 마이스터고들은 학과 내에서 국가직무능력표준에 기반한 세부 직무경로 연계 교육과정도 다양하게 개설할 수 있게 됐다. 예를 들어 소프트웨어학과의 경우 ‘소프트웨어 개발 과정’과 ‘정보보안과정’으로 세분화된 교육과정 운영이 가능해졌다. 교육부와 서울교육청은 마이스터고 가운데 ‘고교학점제 연구/선도학교’들의 운영사례를 공개한 상태다. 금오공고 서울로봇고 충북반도체고 한국바이오마이스터고 등 대표적 사례를 통해 올해 시행되는 마이스터고 고교학점제 전체적인 운영방향을 확인할 수 있는 셈이다.

<‘실질적 진로선택’ 금오공고.. ‘학과내/학과간 전공코스’>
경북의 공립 마이스터고인 금오공고는 학과내/학과간 세부전공을 마련한 것이 돋보인다. 금오공고는 정밀기계과 자동화시스템과 전기전자과의 3개학과를 운영하고 있다. 학과별로 세부전공을 개설하지만, 학생들은 학과 구분 없이 이수할 수 있는 특징이다. 소속 학과의 세부전공을 심화 학습하거나, 타 학과에서 개설된 전공 코스를 부전공으로 이수하는 것이 모두 가능하다. 자신의 적성에 따라 과목을 선택하는 기회를 제공해 학생에게 실질적 진로 선택권을 부여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 학교 관계자의 설명이다. 

학과별 세부전공은 1학년1학기부터 3학년2학기까지 단계별 교육과정으로 구성된다. 입학한 후 첫 학기는 공통 교육과정이다. 모든 학과에서 학생들의 전공선택을 위한 진로탐색교육이 실시된다. 학생들은 담임교사의 지도 아래 ‘학업계획서’를 작성한다. 학업계획서는 학생의 진로목표를 바탕으로 직업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실행계획을 수립하는 단계다. 학생들은 학교에 개설된 과목들을 토대로 구체적인 수강계획까지 세워야 한다.

1학년2학기부터 2학년2학기까지는 ‘선택집중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학생들은 적성에 따라 ‘과정평가형 자격’과 연계된 세부전공을 이수하게 된다. 과정평가형 자격은 검정시험 없이 일정한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과정상의 내/외부평가를 통해 국가기술자격을 취득하는 제도를 의미한다. 3학년부터는 ‘선택융합 교육과정’을 받게 된다. 학생들은 흥미 있는 타학과의 전공 코스를 선택하여 전공융합과정 또는 부전공으로 이수할 수 있다.

금오공고는 학교밖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학생들을 적극 지원한다. 직업훈련센터와 연계해 3학년1학기 선택과목으로 ‘금오-FACT 과정’을 개설한다. 전기공합제어 기술, 전기유압제어기술, SERVO 제어기술, PLC 제어기술, 제조혁신 공정제어기술 등이 교육내용이다. 수강을 희망하는 학생들은 학교 밖의 공동훈련센터에서 3~6주간 이수할 수 있다. 이수 완료 시 독일 FESTO사에서 발급되는 ‘FACT Certificate’도 별도로 수여된다. 캐나다의 프레이저밸리대학교의 대학과목을 이수할 수 있는 ‘ UFV 연계과정’도 운영한다. 학생들은 용접과 자동화로보틱스 분야의 교육을 받을 수 있다. 학습과 실습을 각8개월 총 16개월간 진행한다.

<‘맞춤형인재 육성’ 서울로봇고.. ‘직무경로형 융합 교육’>
로봇분야 마이스터고인 서울로봇고는 학생들이 진로설계에 따라 로봇기구개발기능원 로봇하드웨어설계기능원 로봇소프트웨어개발기능원 등 로봇 분야 초급관리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학과간 인력양성유형에 따른 직무경로형 융합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1학년 때 모든 학생들은 첨단로봇설계과 첨단로봇제어과 첨단로봇시스템과 첨단로봇정보통신과의 4개학과가 로봇 분야 기초 과목을 공동으로 수강하게 된다. 로봇 분야를 이해하는데 필요한 기본 지식을 습득하고 융합인재의 기초를 다지는 과정이다. 2,3학년부터는 학과 간 직무경로에 따른 전문가 양성을 위한 선택과목을 제시한다. 

특히 서울로봇고는 1학년 대상 진로교육의 내실화에 힘쓴다. 각종 진로적성검사, 다양한 진로분야의 사전 체험을 위한 진로프로그램, 학생들이 직접 참여하는 진로의 날 등을 운영한다. 학생별 개인 맞춤형 진로지도를 실현하기 위해서다. 학부모를 대상으로 고교학점제에 대해서도 적극 홍보한다. 학부모총회 기간을 통해 연수를 실시하고, 가정통신문과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학점제 준비현황 및 진행사항을 알리고 자녀들의 진로를 학부모와 함께 설계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고교학점제 도입과 함께 다양한 교육프로그램도 운영한다. 특히 학과별 인력양성유형을 기초로 학과간 융합교육과정을 진행할 계획이다. 학생들은 로봇 분야의 희망 진로에 따라 융합전공교과를 수강할 수 있게 된다. 학교내 없는 첨단 기자재를 이용한 실습과정을 운영하기 위하여 서울공고와 첨단기계실무 과목의 공동교육도 실시한다. 전문기술교육 경험이 풍부한 한국산기대와 협력해 산업체에서 요구하는 현장 실무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학교밖 교육과정을 마련한다. 대학에서의 교육 경험을 통해 학생들의 취업의 기회와 취업의 질을 높이며 선취업 후진학의 진로를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학교밖 교육’ 충북반도체고.. ‘아주대 한국나노기술원 연계’>
충북반도체고의 경우 대학/연구기관과 연계하는 ‘학교밖 교육’으로 학생들의 역량 강화를 지원한다. 반도체 분야의 성과가 주목되는 인근의 아주대, 한국나노기술원과 함께 반도체 공정기술 및 장비운영에 관한 교육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가격이나 크기 등의 문제로 학교 내부에 설치가 어려운 반도체 장비의 한계를 외부시설로 극복하는 것이다. 실제 산업현장 장비를 활용한 실습교육으로 학생들의 현장적응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셈이다. 특히 교육내용 구성에서부터 교수자 교육장 선정까지 ‘학교–대학–연구기관’이 상호 협력해 운영한다. 충북반도체고는 ‘나노/반도체 기초과정’을 통해 기본 이론에서부터 반도체/공정기술 실습, 클린룸&환경안전까지 학교밖 교육으로 제공한다.

학과별로 다수의 인력양성 유형을 설정해 세부전공도 운영한다. 반도체제조과 반도체장비과 반도체케미컬과의 3개학과로 나눠 그에 맞는 세부 교과목들을 개설한다. 전공필수 58학점과 전공선택 40학점의 단계별로 쳬계적인 교육과정을 구성한다. 인력양성유형의 예시는 ▲반도체제조과 반도체장비유지보수원 반도체제조설비운용원 ▲반도체장비과 반도체장비제조원 반도체장비유지보수원 ▲반도체케미컬과 반도체재료제조원 반도체재료설비운용원 등이다. 

진로지도 역시 학교차원에서 체계적으로 진행한다. 먼저 학생 개인별 학업계획서를 작성해 맞춤형 진로상담과 자료를 제공한다. 또한 학생 스스로 학습역량과 경력을 개발을 할 수 있도록 온라인 포트폴리오 시스템을 구축해 활용할 예정이다. 온라인으로 학생들이 작성한 이력서 자소서 포트폴리오를 통해 진로/취업지도 역시 실시한다. 고교학점제 교육과정 운영을 주제로 학생동아리도 운영한다. 학생 시각에 맞는 학점제 운영 아이디어 도출하기 위한 방안이다.  고교학점제 홍보포스터 제작, 학업계획서 작성 예시 제공, 또래 상담 등이 주요 동아리활동의 내용이다.

<한국바이오마이스터고.. ‘직업계고/일반고 공동교육과정’> 
충북의 한국바이오마이스터고는 지역 내 학교간 공동 교육과정을 운영해 고교학점제를 통한 교육자원 활용 극대화를 유도한다. 인근에 소재한 인천상고 진천고 서천고의 3개고교와 협의해 보통/전문교과 과목을 공동 개설한다. 직업계고인 한국바이오마이스터고와 인천상고 학생 중 보통교과 심화학습 또는 다양한 교양과목 학습을 희망할 경우 일반고에서 과목을 수강할 수 있게 된다. 반대로 일반고인 진천고와 서천고 학생 가운데 직업교육을 희망하는 학생들은 시설과 기자재가 갖추어진 직업계고의 과목을 수강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구체적인 운영사례는 한국바이오마이스터고의 ‘생명공학기술’ 과목과 진천고의 ‘전공기초중국어’다.

고교학점제를 도입하며 학과내 과목군을 ‘전공’과 ‘교양’으로 영역을 구분한 점도 특징적이다. 예를들어 바이오식품과의 경우 전공선택과목은 식품가공기술 식품위생 건강기능식품가공 중 선택과목을 3개 이수할 수 있다. 교양선택은 유전자재조합 GMP실무 화학물질분석 디자인일반 가운데 3개를 이수하도록 운영된다. ‘선취업 후학습’으로 학생의 취업 이후 지속적인 역량개발이 이어질 수 있도록 수학 외국어 등 보통교과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3년간 2,3학년 각4단위로 총 8개단위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