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대의/치대 동국의대 동아의대 한양대 DGIST 지스트대학 ‘가산점’

[베리타스알파=손수람 기자] 자연계열 수험생들에게 과탐Ⅱ를 응시하는 것이 불리한 선택일까. 통상 자연계열 수험생들은 과탐Ⅱ를 기피하는 경우가 많다. 상대적으로 과탐Ⅰ에 비해 난이도가 높고 응시인원은 적어 상위등급을 획득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그렇지만 과탐Ⅱ는 서울대 지원의 ‘필수조건’이다. 서울대 진학을 염두에 둔 상위권 수험생들은 과탐Ⅱ를 선택하는 것이 무조건 유리한 셈이다. 2020수능에서도 자연계열 4명의 만점자 중 2명이 과탐Ⅱ를 응시하지 않아 서울대에 지원 자체를 할 수 없었다. 서울대 못지 않은 이공계열 선호도를 자랑하는 KAIST도 정시에서 과탐Ⅱ 미응시자의 지원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과탐Ⅱ를 선택해 정시모집에서 다른학생들에 비해 유리해질 수 있는 대학들도 있다. 2021전형계획 기준 단국의/치대 동국의대 동아의대 서울과기대 성신여대 한림대 한양대 DGIST 지스트대학이 과탐Ⅱ응시자에게 3~10%의 가산점을 부여한다.

입시에서 눈을 돌리더라도 과탐Ⅱ의 중요성은 분명하다. 특히 자연과학계열이나 공대 진학을 희망하는 경우라면 과탐Ⅱ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대학 교육과정이 고교 교육과정을 끝냈다는 가정 하에 마련됐기 때문이다. 과탐Ⅱ 미응시자는 대학진학 후 학업에서 뒤처지기 쉽다. 당장 인식하기는 어려워도 대학생활의 연장선에서 과탐Ⅱ는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는 것이다. 대학들이 이유 없이 대입 전형방법을 통해 과탐Ⅱ 응시를 장려하는 것이 아닌 셈이다. 학종 등의 수시전형에서도 고교에서 이수한 과목들을 꼼꼼히 살펴보는 추세다. 수험생들은 자신이 진학하고자 하는 모집단위에 맞는 과학과목을 Ⅱ범위까지 학습할 필요가 있다. 학종의 선발비중이 매우 높은 이공계특성화대들의 구술면접 문항 역시 과탐Ⅱ 범위에서 출제된다.

현장에서도 수험생들의 과탐Ⅱ 선택을 유도하는 분위기가 확산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학생들의 진로에 맞는 교육이 이뤄지기 위해 대입에서부터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과탐Ⅱ를 응시하지 않아도 진학이 가능한 의대입시를 중심으로 교육당국과 대학 등이 해결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는 얘기다. 한 교육전문가는 “현재는 서울대와 KAIST만 과탐Ⅱ 유지에 애를 쓰고 있는 상황이다. 쏠림현상의 주체인 의대가 입시운용을 보다 신중하게 하든가 자연계 대입 정상화를 위한 당국의 가이드라인이 나오는 게 대안이라고 본다. 수험생 부담을 고민했다면 아예 수능에서 과탐Ⅱ를 폐지하는 가닥을 잡았어야 했다”며 “그렇지만 학생들을 위해 궁극적으로 과탐Ⅱ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상황이다. 최상위권 블랙홀로 자리잡은 의대입시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한 이유다. 최상위권이 몰리는 의대의 무신경한 전형운영과 함께 이를 방임한 교육부의 직무유기도 문제다. 의대 입시에서도 과탐Ⅱ를 권장하거나, 적어도 의대 진학에서 필요과목이라고 여겨지는 생물 화학 필수화를 추진하는 게 상식적인 대안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자연계열 수험생들에게 과탐Ⅱ를 선택하는 것이 불리한 선택일까. 통상 자연계열 수험생들은 과탐Ⅱ를 기피하는 경우가 많다. 상대적으로 과탐Ⅰ에 비해 난이도가 높고 응시인원은 적어 상위등급을 획득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그렇지만 과탐Ⅱ는 서울대 지원의 ‘필수조건’이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자연계열 수험생들에게 과탐Ⅱ를 선택하는 것이 불리한 선택일까. 통상 자연계열 수험생들은 과탐Ⅱ를 기피하는 경우가 많다. 상대적으로 과탐Ⅰ에 비해 난이도가 높고 응시인원은 적어 상위등급을 획득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그렇지만 과탐Ⅱ는 서울대 지원의 ‘필수조건’이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과탐Ⅱ 응시 필수’ 2개교.. 서울대 KAIST>
올해도 서울대와 KAIST를 지원하는 수험생들은 수능에서 과탐Ⅱ를 반드시 응시해야 한다. 고교 교육과정 범위 내에서 학생들에게 대학강의를 이해할 수 있는 충분한 학업능력을 요구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과탐Ⅰ과목만 2개 응시할 경우 두 대학 대입에서의 불이익을 받게 된다. 한 교육전문가는 “과탐Ⅱ를 선택하면 학생들의 학습량이 늘어나게 된다. 시간의 여유가 많지 않은 고3 수험생들이 과탐Ⅱ 선택을 주저하는 이유”라며 “그렇지만 수능에 강점이 확실한 자연계열 학생들은 과탐Ⅱ를 응시하는 것이 유리하다. 최상위권의 성적을 받고도 서울대 진학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사례가 매년 나오기 때문이다. ‘군외모집’이라는 변수를 통해 정시에서 수시납치의 대안이 될 수 있는 KAIST에도 지원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반면 최상위권 학생들의 관심이 쏠리는 의대의 경우 과탐Ⅱ 필수과목 지정에 소극적인 모습이다. 2019학년 유일하게 경상대 의대가 정시에서 과탐 가운데 같거나 다른 과목 Ⅰ,Ⅱ를 각각 응시하도록 제한하는 조치를 처음 취했다. 그렇지만 지난해부터 규정을 삭제해 과탐 선택과목에 상관없이 지원 가능한 것으로 다시 변경됐다. 교육계에선 자연계열 상위권 학생들의 ‘과탐Ⅱ 기피현상’에 어느 정도 책임이 있는 의대들의 자체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 ‘과탐Ⅱ 미응시자 지원불가’ 서울대.. 서로 다른 Ⅰ+Ⅱ, Ⅱ+Ⅱ조합 
서울대는 2021학년에도 정시지원의 필수조건으로 과탐Ⅱ를 내걸었다. 2017정시에선 과탐Ⅱ+Ⅱ 응시자에게 별도 가산점을 부여할 정도로 서울대는 자연계열 학생들의 과탐Ⅱ 선택을 강조해온 대학이다. 지난해 4월 발표한 ‘2021학년 대학 신입학생 입학전형 주요사항’에 의하면 정시모집 가군 일반전형과 기회균형선발특별전형Ⅱ(음대 제외) 지원자는 모집단위가 과탐을 반영하는 경우 과탐Ⅱ를 필수 응시해야 한다. 수시에서도 지역균형선발전형(지균) 전 모집단위와 일반전형 일부 모집단위(미대/체육교육과)에 지원할 경우 수능최저에 과탐Ⅱ가 포함된다.

지원 모집단위 기준에 따라 과탐을 응시하는 수험생들은 서로 다른 분야의 Ⅰ+Ⅱ, Ⅱ+Ⅱ조합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과탐 Ⅰ+Ⅰ조합이거나, 동일 분야의 Ⅰ+Ⅱ조합인 경우 지원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화학Ⅰ+물리Ⅱ, 생명과학Ⅱ+지구과학Ⅱ와 같은 조합으로 수능을 응시했다면 서울대에 지원할 수 있다. 반면 물리Ⅰ+물리Ⅱ, 화학Ⅰ+화학Ⅱ처럼 동일과목 Ⅰ+Ⅱ조합일 경우엔 지원이 불가능해진다. 물리Ⅰ+화학Ⅰ처럼 Ⅰ+Ⅰ조합으로 수능을 치렀을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 ‘정시지원 자격’ KAIST.. ‘수시 구술면접 출제범위’
KAIST도 서울대와 함께 과탐Ⅱ 미응시자에게 지원자격을 부여하지 않는다. 다만 KAIST는 정시에서만 과탐Ⅱ 필수 응시를 적용한다. 서울대의 경우 수시 일부 모집단위에 수능최저를 두고 있기 때문에 과탐Ⅱ 기준을 제시할 수 있다. 반면 KAIST는 수시에서 수능최저를 적용하지 않는다. 수시지원자들은 과탐Ⅱ 뿐만 아니라 수능 자체에 응시하지 않아도 무방하다. 그렇지만 수시 전형과정에서 학업역량을 평가하기 위한 과학분야의 구술면접이 포함된다. 면접 출제범위에 과탐Ⅱ가 포함되는 만큼 수시지원자들도 이를 대비해야 한다.

<‘정시 과탐Ⅱ 가산점’ 9개교.. 이공계특성화대 DGIST 지스트대학 포함>
정시에서 가산점을 통해 과탐Ⅱ 응시자들의 합격률을 높여 지원을 유도하는 대학들도 있다. 현재까지 단국대 동국대(경주) 동아대 서울과기대 성신여대 한림대 한양대 DGIST 지스트대학의 9곳이 확인됐다. 단대 동국대(경주) 동아대의 경우 의학계열 모집단위에서 과탐Ⅱ 응시자에게 가산점이 있는 점이 눈에 띈다. KAIST와 함께 이공계특성화대 가운데 정시모집을 실시하는 DGIST와 지스트대학 역시 과탐Ⅱ를 선택할 경우 유리해진다.

0.01%차이로도 합격자가 갈리는 정시에선 3~10%인 가중치의 영향력은 결코 작지 않다. 일례로 자연계열 다른 대학에 비해 적은 3% 가산점을 부여하는 한양대의 경우에도 과탐Ⅱ 응시자 합격률이 상당한 수치로 파악된다. 한 입시전문가는 “정시에선 선호도가 높은 모집단위로 비슷한 성적대의 지원자가 다수 몰리게 된다. 학생들의 점수 격차가 미미할수록 가산점의 영향력을 커진다. 실제 최상위권으로 갈수록 이러한 경향은 더욱 두드러진다. 단대 동국대(경주) 동아대 의예와 같은 모집단위에서 과탐Ⅱ 가산점의 의미가 큰 이유”라며 “물론 단번에 다른 학생들과 격차를 벌릴 수 있는 기회인만큼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측면도 있다. Ⅱ과목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다면 역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수능성적 자체가 낮아질 경우 오히려 합격권에서 멀어진다”고 말했다.

- ‘의학계열 과탐Ⅱ 가산점’ 3개교.. 단국대 동국대(경주) 동아대
단국대 동국대(경주) 동아대는 의학계열 모집단위 지원자가 과탐Ⅱ를 응시할 경우 유리해진다. 단국대는 의대와 치대에서 과탐Ⅱ 가산점을 부여한다. 2021전형계획을 통해 올해도 과탐Ⅱ 응시자에게 백분위점수의 5%를 가산한다고 밝혔다. 수능 과목별로 국어20% 수학(가)40% 영어15% 과탐25%를 반영한다. 2019학년부터 과탐 반영비율이 5% 늘었다. 여기에 과탐Ⅱ를 응시할 경우 5%가 가산되는 것이다. 미세한 점수 차이에 따라 당락이 결정되는 의/치대 입시 특성상 단대의 경우 과탐에 강점이 있는 학생 한층 유리해졌다는 분석이다.

동국대(경주) 의대도 과탐Ⅱ에 가중치를 부여하는 대학이다. 표준점수에 5%의 가중치가 있다. 2019학년까지는 한의대도 함께 가중치를 부여했지만, 지난해부터 의대로 한정된 모습이다. 수능 반영비율은 국어25% 수학(가)35% 영어20% 과탐20%다. 표준점수로 성적을 반영하는 만큼 가산점의 영향력은 수능이 치러진 후 확실해진다는 것을 유의해야 한다. 수능 난이도나 과목별 표점만점 등에 따라 가중치의 영향력이 달라질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과탐Ⅱ 가산점을 주는 의대 가운데 부산에 위치한 동아대도 빼놓을 수 없다. 동아대는 2018학년부터 정시에서 화학Ⅱ 생명과학Ⅱ 응시자의 표준점수에 3점을 가산하고 있다. 의대라는 모집단위 특성을 살려 과탐Ⅱ 가산점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타당성 높은 전형방법으로 평가된다. 수능은 국어 수학(가) 영어 과탐 4개영역을 각25%씩 반영한다. 동국대(경주)와 마찬가지로 표점을 기반으로 가산점이 주어지는 방식이다.

- ‘과탐Ⅱ 전략적 활용’ 4개교.. 서울과기대 성신여대 한림대 한양대
서울과기대 성신여대 한림대의 3개대학은 의대 이외의 다른 모집단위 지원을 고민할 경우 과탐Ⅱ 응시가 전략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서울과기대는 특정 모집단위로 제한하지 않고 폭넓게 과탐Ⅱ 가산점을 부여하는 특징이다. 자연계열 지원자가 과탐Ⅱ를 응시할 경우 과목 취득 표준점수에 3%를 가산한다. 수능 반영비율은 모집단위별로 다르지만, 자연계열은 국어20% 수학(가)35% 영어20% 탐구25%다. 탐구는 전체 모집단위에서 사탐 과탐 직탐의 응시영역 구분 없이 지원 가능하다. 과기대 역시 표점 기반인 만큼 수능 채점결과가 발표된 다음에야 영향력을 가늠해볼 수 있다.

성신여대는 모집단위 특성을 살려 특정과목에 과탐Ⅱ 가산점이 있다. 간호학과나 글로벌의과학과의 지원자가 물리Ⅱ 화학Ⅱ 생명과학Ⅱ를 응시했을 시 최상위 성적 한 과목 백분위점수의 5%를 가산하는 방식이다. 두 모집단위 모두 국어10% 수학35% 영어30% 과탐25%의 수능반영비율이다. 수학은 가/나형 구분 없이 모두 응시 가능하다.

한림대의 경우 특화된 단과대학에 과탐Ⅱ 가산점을 부여한다. 소프트웨어융합대 나노융합스쿨 데이터과학융합스쿨 자연과학대 지원자가 과탐Ⅱ 선택시 백분위점수에 7%를 가산한다. 나노융합스쿨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데이터과학융합스쿨은 데이터테크 임상의학통계 디지털금융정보 등의 분야를 포괄하는 모집단위다. 가산 비율이 큰 편이지만 수(가) 10%, 과탐Ⅰ 5%씩 추가로 가산점이 있다. 실질적으로 가산점이 적용되는 차이는 Ⅱ+Ⅱ의 조합이 아닌 이상 다른 대학과 비슷한 편이다. 다만 탐구과목 제한이 없는 특성상 사/직탐 선택자는 불리해질 수 있다. 수능은 네 단과대 모두 1순위로 국어 영어 수학(가/나) 중 최상위 1개영역 80%을 반영한  후, 2순위에서 1순위 반영영역 제외한 국어 영어 수학(가/나) 탐구(사회/과학/직업) 중 최상위 1개영역 20%를 추가로 반영하는 방식이다.

한양대도 꾸준히 과탐Ⅱ 응시자에게 가산점을 주는 대학이다. 자연계열 전반에 가산점을 부여하며, 상위권 학생들의 관심이 높은 의학계열도 포함된다. 가산점의 범위는 변환표준점수의 3%다. 특히 한대는 상위15개대학 중 유일하게 과탐Ⅱ 가산점을 부여하고 있다. 과탐Ⅱ에 대한 고교차원의 관심 환기와 교육과정 정상화를 위한 상위대학의 자발적인 행동으로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 ‘정시선발 이공계특성화대’ 2개교.. DGIST 지스트대학
이공계특성화대학들 역시 수험생들의 과탐Ⅱ 선택을 유도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다. 정시모집에서 매년 높은 경쟁률을 자랑하는 DGIST의 경우 과탐Ⅱ 과목에 가중치를 적용한다. 변환표준점수에 5% 가중치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올해 수능반영방법은 전형계획상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난해의 경우 국어표점(100%)+수학(가)표점(150%)×1.5+영어등급별점수+과탐2과목(변표점수합계)×1.5+한국사등급별점수의 방식으로 산출된다. DGIST는 2015개정고교교육과정 편성에 따른 입학전형 반영계획도 지난달 공개하며,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과목 선택방향도 제시한 상태다. 정시의 가산점뿐 아니라 수시전형의 면접 학업역량평가의 출제 범위에서도 기존과 동일하게 과탐Ⅱ를 포함시켰다. 

2021학년 정시로 20명을 모집할 예정인 지스트대학도 과탐Ⅱ 선택 시 변환표준점수의 10%를 가산한다. 가중치 범위가 크다는 점에서 실제 당락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줄 것이라 판단된다. 지스트대학의 경우 정시에서 2단계 전형을 실시한다. 1단계에선 수능성적70%와 서류종합평가30%를 합산한다. 수능은 국어표점(100%)+수학(가)표점(150%)×1.5+영어등급별점수+과탐2과목(변표점수합계)×1.5+한국사가산점의 방식으로 반영한다. 2단계 면접은 학업능력을 판단하는 교과면접이 아닌 인성면접으로 Pass/Fail 여부만 평가한다. 합격자는 2단계 면접전형 통과자 가운데 1단계성적100%를 반영해 선발한다. 

<서로 다른 2과목 요구 ‘유의’.. 고신대 연대(서울/미래) 울산대 지스트대학>
과탐Ⅱ와는 관련이 없지만, ‘서로 다른 과목’ 응시를 요구하는 대학들도 있다. 과목명이 다른 2개영역의 시험을 치르는 것이 서로 다른 과목의 의미다. Ⅰ+Ⅰ, Ⅰ+Ⅱ, Ⅱ+Ⅱ의 조합을 모두 허용하지만 과목명은 달라야 한다. 예를 들어 수험생들은 물리Ⅰ+물리Ⅱ처럼 과목명이 같도록 응시할 수 없다는 얘기다. 대신 물리Ⅰ+화학Ⅰ 물리Ⅰ+화학Ⅱ 물리Ⅱ+화학Ⅱ 등으로 과목명만 다르다면 어떠한 조합으로도 지원이 가능하다. 대표적으로 고신대 의예, 연대(서울) 과탐반영 모집단위, 연대(미래) 의예, 울산대 의예, 지스트대학 수능전형 등이 서로 다른 과목 응시를 규정하고 있다. 

다만 이 같은 제한사항은 큰 의미가 없다는 게 교육계의 평가다. 수험생들이 의도적으로 과목명이 같도록 응시하는 경우 자체가 드물고, 특별히 과탐Ⅱ 선택을 유도하는 방안도 아니기 때문이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학생들은 지금도 대부분 Ⅰ+Ⅰ조합을 선택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수험의 부담 측면에서 Ⅱ과목 선택보다 Ⅰ+Ⅰ조합이 유리하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기 때문”이라며 “의학계열 진학을 노리는 경우라면 간혹 자신이 자신 있는 과목 2개를 선택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어차피 Ⅱ과목까지 대비가 됐다면, 서로 다른 Ⅰ+Ⅱ조합으로 서울대나 KAIST 지원이 가능한 상황을 만들어 놓는 것이 더 낫다. 학생들이 실질적으로 택할 가능성 자체가 적은 경우를 불필요하게 제한하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과탐Ⅱ 응시’ 도입 시급.. ‘이공계열 학력저하 해결방안’>
대학들이 특정과목 응시를 적극 권장하는 이유는 과탐Ⅱ를 배우는 것이 대학교육을 이해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수능성적을 잘 받기 위해 상당수 수험생들이 과탐Ⅱ 선택 자체를 피하는 상황이다. 많은 대학들이 고교 때 물리Ⅱ를 배우지 못한 학생이나 수학과학 수준이 뒤처지는 학생을 위해 예비과정 혹은 기초과목을 별도로 개설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최고대학인 서울대에서조차 이공계열 신입생들의 학력저하 문제가 계속 지적되면서 과탐Ⅱ 응시를 필수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2017년 열렸던 ‘고교-대학연계 샤 포럼’에서도 대학가에 불어 닥친 ‘공학교육의 위기’가 학생들의 과탐Ⅱ 기피에 따른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유재준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물리는 공대에서 전공 공부를 하려면 꼭 필요한 기초교과목 중 하나다. 하지만 고교 교과 과정의 물리Ⅰ 물리Ⅱ는 이미 오래 전 대입을 위한 전략적 선택의 희생양이 됐다. 대학에서 공학을 전공하려면 고교 물리Ⅱ 개념을 익히는 것이 필수인데 수능 물리Ⅱ를 선택한 학생 수는 4년제대학 공학계열 정원인 8만9000명의 10분의1도 되지 않는다. 우리 교육의 현실을 보여주는 지표”라며 “이렇게 대입에 초점을 맞춰 방향을 정하고 입시에 유리한 과목을 선택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보면 학생 본인의 능력을 저하시키고 대학 교육에서도 큰 비용과 시간의 낭비를 초래하게 된다. 예를 들어 공대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려는 학생이 수능에서 높은 성적을 받기 위해 화학Ⅰ과 생명과학Ⅰ만 공부했다면 대학입학 후 물리학의 기본 소양이 부족해 학업을 따라가기 힘들 것이 분명하다. 실제 대학에서도 이공계열 교수들이 최근 10년간 이공계열 신입생들의 학력저하가 심각하다고 토로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는 지난해부터 고교 재학중 물리Ⅱ를 이수하지 않고 학부에 입학한 신입생 대상으로 기초적 내용을 강의하는 ‘물리의 기본’ 강좌를 운영하고 있다. 궁여지책으로라도 교육이 이뤄지고 있긴 하지만, 최상위대학인 서울대에서조차 고교에서 다루는 내용을 강의해야 하는 상황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대학의 자원과 인력을 고교 수준의 내용을 학습시키는 데 활용하는 것은 심각한 손실”이라며 “학생 개인의 차원에서도 긍정적이라고 볼 수 없다. Ⅱ과목이 필수자격인 서울대에서 조차 물리Ⅱ 미선택자들의 학력저하가 문제다. 다른 대학의 경우 신입생들이 Ⅱ과목 자체를 응시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수학이나 과학 등은 이전에 배운 내용을 토대로 학업을 지속할 수 있는 학문이다. Ⅱ과목을 선택하지 않는다면 다른 학생에 비해 손쉽게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대학 진학 후 기초부터 다시 학습해야 하므로 결국은 시간낭비가 된다”고 말했다.

실제 대입에서의 효용성을 떠나 장기적 안목으로 볼 때도 과탐Ⅱ를 수험을 대비하는 시기에 미리 공부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자연계열 수험생들의 대학진학 이후 학업까지 생각해본다면 과탐Ⅱ 학습은 필수사항이나 마찬가지다. 서울대처럼 신입생 대상 기초교육을 제공하는 대학이 소폭 늘긴 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과탐Ⅱ 미응시자들은 스스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야 한다. 과탐Ⅱ 공부를 등한시 하는 경우 대학을 다니면서 고교 교육과정 내용을 함께 공부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일부 학생들은 대학강의를 제대로 따라가지 못해 사교육의 도움을 받는 경우도 나온다. 결과적으로 시간과 비용에서 모두 손해를 보는 셈이다.

<‘과탐Ⅱ 기피’ 여전한 현실.. ‘의대선호와 교육부 방임이 원인’>
교육계와 학계에선 과탐Ⅱ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현실은 정반대로 흘러가는 상황이다. 특히 고교현장에서는 과탐Ⅱ 기피 기류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 난이도가 높고 응시인원은 적어 상위등급을 획득하기 어렵단 이유에서 수험생들이 선택 자체를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과탐Ⅱ 기피현상은 ‘악순환’의 뫼비우스 띠 위에 올라서 있다. 상대평가 체제인 수능은 상위 4% 1등급, 이후부터 11%까지 2등급 등 비율에 따라 등급이 주어지는 구조이기 때문에 응시인원이 적을수록 높은 등급을 받기 어렵다. 상위등급을 받기 어려워 기피하는 경우가 늘면 응시인원은 계속해서 줄어들고, 이후 상위등급을 받기 더 어려워져 기피가 심화되는 과정의 반복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상위권 학생들의 ‘의대 쏠림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는 점도 심각성을 더한다. 자연계열 상위권 학생들이 굳이 과탐Ⅱ를 선택하지 않아도 되는 여건이 만들어졌다는 이유에서다. 사실상 과탐Ⅱ에 미응시 하는 경우 지원 불가능한 대학은 서울대와 KAIST 뿐이며, 가산점 관련 불이익도 일부 학교에 불과하다. 의대 자체를 노린다면 서울대를 포기하는 선에서 충분히 과탐Ⅱ를 응시하지 않고도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상황이다. 심지어 서울대 공대 등에 합격했더라도 타대학 의대에 진학하는 경우가 해마다 증가하면서 과탐Ⅱ를 응시하지 않아도 된다는 기류가 형성된 상태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발표하는 수능 채점결과에 따르면 과탐Ⅱ응시인원은 꾸준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4과목 합산 2016수능 4만1263명에서 2017수능 3만872명, 2018수능 2만5743명, 2019수능 2만2654명, 2020수능 1만9518명 순이다. 학령인구 감소와 겹치면서 2만명대 아래로 응시자가 줄었다.

전문가들은 과탐Ⅱ 기피문제 해결을 위해선 편향된 대입현상의 주체인 의대가 대책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재 의대 입시에서는 과탐Ⅱ의 영향력이 미비한 상태일 뿐만 아니라, 과탐 과목에 대한 제한 자체가 없는 곳이 대부분이다. 실제로 지난해 정시 37개 의대 전형을 살펴보면 과탐Ⅱ응시를 필수로 한 대학은 서울대가 유일했다. 경상대는 2019학년 과탐Ⅱ를 필수응시 항목으로 지정했다가 곧바로 다음해 없애며 1년만에 기조를 바꿨다. 동국대(경주) 동아대 단국대 한양대 4개 대학은 3~5%의 가산점을 부여해 상대적으로 적극적인 모습이다. 반면 나머지 32개 대학은 일부 학교가 ‘서로 다른 과목 응시’ 정도만 규정하고 있다. 서로 다른 과목 응시 규정은 Ⅰ+Ⅰ조합을 택하는 경우에는 근본적으로 같은 과목을 선택할 수 없는 구조다. 과탐Ⅱ 선택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 제약이다. 극히 일부 대학만이 과탐Ⅱ 응시의 유인을 갖추고 있어 수험생들 행동변화를 유도하기 쉽지 않은 상황인 것이다.

보다 심각한 문제는 의대진학 시 활용도가 낮은 물리와 지구과학을 공부해야 하는 이공계열 학생들도 일단 의대에 원서접수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게다가 이공계 인재양성에 특화된 과학/영재학교 학생들도 여전히 마음만 먹으면 의대로 이탈할 수 있다. 한 교육전문가는 “비교적 수능점수를 받기 쉽단 이유로 물리와 지구과학을 선택한 학생이 의대에 입학하는 경우가 상당한 수치로 파악된다. 신입생들의 생물/화학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부족해 기초과목을 새로 편성하는 대학들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며 “서울대와 KAIST처럼 과탐Ⅱ를 강제할 것까지는 없지만, 의대들이 과탐 선택에서 생물과 화학 과목을 필수로 지정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의학계열 진로를 희망하는 학생들에게도 도움이 되고, 이공계열로 진학할 학생들이 무분별하게 지원하는 것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공계 학생들의 의대 진입이 어려워지면 자연스럽게 서울대와 KAIST로 눈을 돌리게 될 것이다. 의대쏠림 현상으로 ‘이공계 위기’가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의대가 어느 정도의 책임의식을 갖고 대안을 마련하려는 노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부 역시 의대열풍을 억제할 실질적인 대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정부는 과고/영재학교에 대한 교육투자를 실시하며, 의대 쏠림현상 완화와 이공계 인재 육성을 시도해왔다. 의대진학 시 추천서 작성거부, 장학금/지원금 회수 등 학교차원의 대책에도 의지하는 상황이다. 그렇지만 매년 과고와 영재학교에서도 의대 진학자가 나오는 만큼 보다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힘을 받는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결국 해결책은 대입에서 찾을 수밖에 없어 보인다. 현재 상위권 학생들에게 최고 선호도를 보이는 의대 등이 일제히 생물/화학 필수화를 추진하는 등 이공계학생들의 진입장벽을 높일 필요가 있다”며 “물론 대학들에만 책임을 전가할 수는 없다. 고교 교육과정이 일부 현장에서 파행 운영되는 것도 과탐Ⅱ 기피 현상을 부추기고 있는 원인이다. 교육당국이 나서 대학과 고교와 긴밀히 소통하며 대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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