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상 기반’ 꼼꼼한 학생부 필요.. '내신 5등급 극복사례' 눈길

[베리타스알파=손수람 기자] 2020수시에서 서울시립대 학종 최종등록자의 71.8%가 일반고 학생들이었다. 일각에서 우려하는 것과 달리 일반고 출신 지원자들도 충분히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다시 한번 확인된 셈이다. 서울시립대는 교사와 대학 관계자를 대상으로 지난달 21일 실시했던 ‘UOS 사례 공유 컨퍼런스’의 자료집을 23일 입학처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자료집에는 시립대가 직접 2020학년 수시모집의 학종전형 입시결과를 분석한 내용이 담겼다.

학종 지원을 고민하는 수험생들이 충분히 참고할 만한 내용들도 눈에 띈다. 선발방식과 평가기준에 대해 상세하게 안내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립대는 42개의 모집단위별 인재상을 바탕으로 다단계 전형을 통해 정성평가를 진행한다. 서류와 면접을 거쳐 학업역량 잠재역량 사회역량의 세 영역이 주요 평가항목이다. 특히 자료집에는 실질적인 진학정보로 볼 수 있는 합격사례들이 예시로 수록됐다. 2019학년과 2020학년 2개년 최초합격(등록)자들의 평가내용을 대학이 직접 요약해 제시한 것이다. 학업성취도의 약점이 있어도 분명한 진로설정으로 잠재역량을 충분히 드러낸 사례들이 많았다. 한 학생은 1학년1학기에 5등급대의 내신성적을 받았음에도 최초합격자로 이름을 올렸다.

시립대 입학처는 해마다 변화하는 입학전형 방향과 운영사례를 공개하는 컨퍼런스를 열면서 대학 신입생 선발과정과 고교현장의 거리감을 줄이고 있다. 올해는 시립대와 함께 한국외대도 참여했다. 학종으로 합격한 학생들의 전형자료와 실제 사례 기반으로 일반적인 입시설명회보다 깊이 있는 분석을 제공하고 있다. 참석대상인 진학지도교사들의 학생지도에도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2020수시에서 서울시립대 학종 최종등록자의 71.8%가 일반고 학생들이었다. 일각에서 우려하는 것과 달리 일반고 출신 지원자들도 충분히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다시 한번 확인된 셈이다. 서울시립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UOS 사례 공유 컨퍼런스’의 자료집을 23일 입학처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사진=서울시립대 제공​
2020수시에서 서울시립대 학종 최종등록자의 71.8%가 일반고 학생들이었다. 일각에서 우려하는 것과 달리 일반고 출신 지원자들도 충분히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다시 한번 확인된 셈이다. 서울시립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UOS 사례 공유 컨퍼런스’의 자료집을 23일 입학처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사진=서울시립대 제공​

<2020학종 지원/등록현황 공개.. 일반고 등록자 71.8%>
서울시립대는 컨퍼런스에서 2020학년 학종의 입결을 공개했다. 전체적으로 학종에선 일반고 학생들의 지원비율이 약 80%를 차지하며 가장 많았다. 지역별로도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비중이  각 절반 가량으로 나타났다. 등록현황 자료의 양상도 지원자 통계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고교유형별 등록자의 경우 특목고와 자사고 출신 비율이 지원현황에 비해 다소 오른 점이 확인됐다. 그렇지만 학교수가 가장 많은 일반고의 비중이 71.8%로 압도적이었다. 한 교육전문가는 “특목고나 자사고 위주로 산발한다는 학종에 대한 오해를 풀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들이 제시된 셈”이라며 “일반고 학생들이 가장 많이 지원하고 합격률도 비슷한 것이 확인됐다. 학종이 지역편중도 완화시킬 수 있다는 점도 드러났다”고 말했다.

2020학년 시립대 학종은 정원내 727명 모집에 9160명이 지원하며 12.6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지난해 10.74대1(모집732명/지원7863명)보다 상승한 결과다. 전형유형별로는 학종 14.38대1(556명/7993명), 고른기회 7.13대1(139명/991명), 사회공헌/통합 5.5대1(32명/101명)이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지원비중은 비슷했다. 전체 지원자 9160명 가운데 서울 경기 인천에서 47.8%인 4382명이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52.2%를 차지한 4778명은 비수도권 학생들이었다. 고교유형 가운데선 일반고 학생들의 비중이 가장 컸다. 9160명 중 7372명으로 80.5%였다. 전년의 84.7%보다 소폭 하락했지만, 학교수가 압도적인 만큼 여전히 타 고교유형에 비해 지원인원이 많았다. 이어 특목고 10.1%(926명), 자사고 7.8%(714명) 기타 1.6%(148명) 순이었다.

실제 등록현황도 지원자 통계와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 최종 등록자의 경우 수도권이 비중이 다소 높아졌다. 전체 671명 가운데 351명으로 52.3%의 고교 소재지가 수도권이었다. 비수도권의 경우 320명으로 47.7%로 나타났다. 별다른 지원자격의 제한이 없는 학종에선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가 거의 나지 않았다. 수도권 259명, 비수도권 257명이었다. 그렇지만 고른기회의 경우 수도권에서 79명이 합격한 반면, 비수도권은 48명으로 저조한 모습이었다. 고교유형별 등록자수도 일반고가 가장 많았다. 지원자 현황에 비해 등록자 비율은 줄었지만, 전체 등록자 671명 가운데 71.8%인 482명이었다. 특목고는 108명으로 16.1%, 자사고의 경우 77명으로 11.5%를 각각 기록했다. 학종의 세 전형유형 모두에서 재학생 등록자의 비율이 80%이상이었다. 

시립대는 계열별 최종등록자의 평균 내신등급도 공개했다. 인문/예체능계열의 경우 국어 영어 수학 사회, 자연계열은 국어 영어 수학 과학이 기준이다. 다만 학종은 정성평가를 실시하는 만큼 교과성적을 정량적으로 반영하지 않는다. 수험생 입장에선 참고하는 수준으로만 활용해야 한다. 학종 인문계열에서는 최종등록자들의 평균 내신이 2.7등급이었다. 일반고 2등급, 자사고 3.3등급, 특목고 4.4등급 순이었다. 자연계열은 평균 2.5등급으로 나타났다. 일반고 2등급, 기타(특성화고 등) 2.6등급, 자사고 3.3등급, 특목고 5.7등급이었다. 고른기회와 사회공헌/통합의 경우 상대적으로 내신 평균이 낮게 형성됐다. 인문계열 3.4등급, 자연계열 3.3등급이다.

<‘인재상 중심’ 세가지 평가영역.. 학업역량 잠재역량 사회역량>
2020학년 시립대 학종은 수능최저를 적용하지 않는 다단계 전형을 운영했다. 1단계는 서류100%로 2~4배수를 선발했다. 이어 2단계에서 서류50%와 면접50%를 합산해 최종합격자를 정했다. 학생부 자소서 교사추천서를 종합해 정성평가를 진행한 후, 면접으로 심층역량까지 종합해 최종합격자를 가렸다. 42개의 모집단위별로 인재상을 설정해 학업역량 잠재역량 사회역량의 세 가지 평가영역으로 나눠 서류와 면접평가의 기준으로 삼았다. 자소서의는 총 4문항으로 구성했다. 대교협에서 지정한 공통문항인 1번은 학업에 기울인 노력과 학습경험, 2번은 의미를 두고 노력한 교내활동(2~3가지), 3번은 배려 나눔 협력 갈등관리 등을 실천한 사례를 각각 묻는다. 대학 자율문항인 4번은 지원동기와 진로계획을 작성해야 한다.

학업역량의 경우 고교기초학업능력과 대학전공기초소양을 본다. 고교기초학업능력은 대학 학업수행의 기초가 되는 고교 교과 학업성취도를 의미하고, 대학전공기초소양은 진로/전공분야 탐구에 대한 학습경험과 교육활동 실적이다. 학생부의 교과학습발달상황 수상경력 세부능력및특기사항(세특) 등과 자소서의 공통문항 1,2번이 준거항목이다. 주요교과의 학업성취도/성적 추이, 전공관련 교과의 학업성취도/성적 추이, 주요교과의 이수상황 및 심층내용, 교과 관련 교내 수상실적, 학업에 기울인 노력과 학습경험 등이 평가 요소다. 

잠재역량은 다학제적 전공수학 열의와 통합적인 문제해결 역량으로 평가한다. 학생부의 세특 창의적체험활동상황 수상실적 독서활동 진로희망사항 행동특성및종합의견(행특) 등을 반영한다. 자소서에선 공통문항 1,2번과 자율문항 4번을 참고한다. 전공관련 활동실적의 우수성/지속성/다양성, 진로분야와 전공영역에 대한 열정과 이해수준, 학교 교육활동을 통한 자기주도적인 참여수준, 충실한 진로계발에 대한 노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방식이다.

사회역량의 주요영역은 공동체및시민윤리의식과 협동학습능력이다. 개인의 유익보다 공공의 이익과 공적윤리를 중시하는 태도와 타인과 협력을 통해 성과를 산출하는 팀워크를 평가한다. 학생부의 출결상황 봉사활동 행틍과 자소의 공통문항 2,3번이 준거항목이다. 지원자의 나눔 배려 공동체의식 리더십 성실성 등이 서류에 진실하게 드러나야 한다. 팀워크로 성과를 도출한 사례와 봉사활동 등 공공의 이익을 중시한 사례를 주로 평가하게 된다.

지원자의 학생부 내용이 전반적으로 상향평준화됐다고 시립대 관계자는 밝혔다. 그렇지만 일부 항목에선 여전히 학생들의 개별적인 역량이 충분히 드러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시립대 관계자는 “세특의 경우 양적으로는 확대됐지만, 의미있는 내용을 찾기 쉽지 않았다. 지원학과에 관련시켜 전략적으로 기술된 느낌도 있었다. 실제 교과목에서 얼마나 제대로 배웠는지는 알기 어려웠다. 모든 과목에서 대학의 전공적합성을 보여주려는 시도가 일부 학교들의 학생부에서 나타났다”며 “동아리의 활동 개수는 줄어들었다. 과거 한 학기 최대 5개에 이르기도 했지만, 2~3개 수준이었다. 그렇지만 여전히 면접을 충실성의 의구심이 드러난 사례가 나왔다. 일부 활동의 부풀리기가 존재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2020학년 학종 합격사례.. ‘명확한 진로, 충실한 학생부’>
컨퍼런스를 통해 시립대는 2020학년 최초합격(등록)자들의 사례도 공개했다. 실제 평가영역으로 제시한 학업역량 잠재역량 사회역량에 맞춰 학생들이 합격한 이유를 밝힌 것이다. 정성평가가 진행된 만큼 학생부와 자소서의 여러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지원자의 고교생활의 충실성을 판단했다. 정량평가와 달리 합격한 학생마다 강점과 약점이 드러난 점도 돋보였다. 1학년1학기에 5등급대의 내신성적이었지만 꾸준한 노력과 교내활동의 적극성으로 극복한 사례가 눈길을 끌었다. 일부 교과의 취약과목이 있었음에도 잠재역량의 높은 평가로 합격을 이뤄낸 학생도 있었다. 전반적으로 진로희망이 분명하고 그에 따른 학업역량과 교내활동이 충실한 학생들의 성과를 낸 것으로 보인다.

서울 서대문구의 일반고 출신 한 남학생은 국제관계학과에 합격했다. 특히 모든 지원자 가운데 성적 상승폭이 가장 컸다. 1학년1학기 당시 5.09등급에서 시작해 3학년1학기에 1.41등급까지 성적이 오르며 전과목 평균이 2.73등급이었다. 수학성적이 6등급(원점수43점)이었지만 꾸준한 노력으로 2등급(원점수96점)까지 향상됐다. 진로에 대한 관심사를 여러 과목의 세특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냈다. 애널리스트, 국제무역 종사자, 국제투자분야로 바뀌어온 전문가의 진로희망이 지원한 전공과 전반적으로 일치했다. 학생의 적극적인 면모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요소였다. 댄스반 활동 시 다른 학교의 초청행사에도 적극 참여했고, 교내 축제홍보부장으로서 홍보활동의 질을 실질적으로 높인 추진력을 인정받았다. 개인적 활동보다 학우들과 협력하려는 꾸준한 경향도 평가됐다.

사회복지학과에 합격한 서울 노원구 소재 일반고의 한 여학생은 잠재역량과 사회역량의 일관성을 통해 학업역량의 약점을 극복한 사례였다. 전제적인 성적은 평균 1.93등급으로 지속적인 상승추세를 보였다. 그렇지만 수학 3등급대, 과학 4등급대로 취약과목이 있었다. 그럼에도 잠재역량으로 장애인문제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다는 점을 인정받았다. 3년간 교지편집부에서 교육현안과 사회적 이슈에 대한 기사를 작성한 것이 충실하게 기록된 부분도 좋은 인상을 남겼다. 사회역량에서도 지속적으로 장애인 봉사활동을 해온 점이 학교생활의 일관성을 나타냈다는 평가다. 학생부 세특의 사회교과에서 관심분야 주제로 언급된 ‘특수학교 설립과 정치적 법적 사회문화적 쟁점’은 면접질문의 내용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경기 성남 일반고 출신의 한 학생은 지원한 모집단위와 교내활동의 일관성이 돋보였다. 전자전기컴퓨터공학부에 합격한 이 학생은 학업역량 가운데 전공과 관련된 학문간 연계성에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 전기와 전자에 대한 차이를 통해 전자공학에 대한 접근을 시도하기도 했다. 수학 관련 교내대회에 참가해 4회의 수상실적도 있었다. 평균 1.73등급(수학1.7등급, 과학1.74등급)으로 학업성적도 전반적으로 균일했다. 1학년 때 직업군인에서 2,3학년 전자공학자로 진로가 한번 변경됐다. 그렇지만 공학과 관련된 다양한 활동들로 잠재역량을 충분히 인정받았다. 알람시계를 분해하며 부품의 윈리를 학습하고자 했고, 동아리활동에서도 고주파 발진회로를 활용한 음성신호 전달과정을 탐구했다. 인류와 공학기술의 상호보환을 통해 세상을 이롭게 변화시키려 하는 모습이 보였다고 시립대 관계자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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