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권 없는 서울 비강남 일반고의 한계 넘어서.. 정시체제도 계획

[베리타스알파=김경 기자] 한영고는 일반고도 특목자사고만큼 폭 넓은 교육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입증한 학교다. 배정방식으로 신입생을 받은 일반고이면서 교육특구가 아닌 지역의 학교임에도 전국 정상급 진학실적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베리타스알파가 매년 실시하는 조사에 의하면, 한영고의 5년간 서울대 합격실적은 2015학년 9명(수시8명/정시1명), 2016학년 9명(수시9명), 2017학년 13명(수시11명/정시2명), 2018학년 13명(수시11명/정시2명), 2019학년 14명(수시14명)이다. 고려대 연세대에도 수시중심의 실적을 이어오고 있다. 고대의 경우 2017학년 9명(수시8명/정시1명), 2018학년 12명(수시12명), 2019학년 14명(수시13명/정시1명)의 합격실적이다. 연대의 경우 2017학년 9명(수시7명/정시2명), 2018학년 9명(수시9명), 2019학년 17명(수시17명)의 합격실적이다. 서울대 고대 연대 모두 수시에 기반한 합격실적이 특징인 셈이다. 진학실적만으로 학교의 교육력을 평가할 수는 없겠지만, 수시 학종체제에 안착한 일반고 가능성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공교육 롤모델로 손색없다. 합격자수 자체가 전국권 우수고교로 입증될만한 실적이지만 수시중심의 실적이라는 점이 더욱 의미가 크다. 학교의 시스템과 구성원 전체의 경쟁력이 결집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정시수능이 문제풀이 위주의 경직된 수업으로 따라갈 수밖에 없는 반면, 수시학종은 고교 내의 살아있는 활동적 교육을 통해 인성교육까지 끌어낼 수 있다는 장점에 공교육 정상화를 이끌 수 있다는 강점을 지닌 입시체제다. 한영고는 학종체제 중심으로 선발권 없는 비강남 일반고의 한계를 뛰어넘는 실적으로 공교육 체제의 선도모델로 손색이 없다. 

<교육과정운영과 진학지도 맞물린 최상의 시스템>
한영고의 교육은 교육과정의 운영과 진학지도가 맞물린 최상의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최대 강점을 지닌다. 일반고임에도 특목자사못지않은 진학실적을 낼 수 있는 원동력으로, 구성원의 협심과 자부심이 돋보인다. 유제숙 교무기획부장은 “학교의 진학지도는 혼자 할 수 없다. 나와 닮은 이를 찾아 가깝게 지내며 함께 고민하고 이뤄내야 한다”며 “한영고엔 이 같은 동료와 후배교사들이 많다. 학생을 위해 뭔가를 해야 한다고 판단이 든다면, 이뤄내기 위해 교사들이 힘을 합쳐 교과와 학년을 막론하고 똘똘 뭉치는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다. 유 부장은 진학지도부장을 거쳐 현재 교무기획부장으로 2015개정교육과정을 학교 내 교육과정에 녹여내는 데 전문성을 발휘하고 있다. 유 부장에 이어 진학지도를 담당하는 정지택 진학지도부장 역시 “교사간 협업”을 강조했다.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일단 하고 보자는 게 한영고 교사들의 특징이다. 큰 틀의 사랑으로 아이들을 품는다. 학부모와 학교가 함께 교육한다는 정서도 깔려 있다. 진학교육이 중요하지만 인성교육 역시 중요하다는 공감대를 가지고 시스템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정책이 바뀌어도 한영고의 교육특징은 계속 성과를 낼 것”이라 자부했다.

일선교사뿐 아니라 한영고는 교육행정 역시 리더십이 대단하다. 구영진 교장과 김운 교감은 모두 연구부장 교무부장 교감을 거쳐왔고, 특히 구 교장은 7년간 교감을 지내며 리더십을 발휘해왔다. 구 교장의 리더십은 교육자로서의 순수한 철학으로부터 시작해 교사들에겐 오랜 기간 한영고에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발전시켜온 선배의 리더십으로 포용력이 남다르다. 구 교장은 “3월에 개학해 거의 첫시간에 전교생이 모여 인성예절교육으로 신학년을 시작한다”며 교육철학을 설명했다. “한영고는 학생들에게 지식의 전달, 즉 공부보다 인성교육을 더 중시한다. 공교육 기관인 학교로서 당연한 것이다. 국가가 교육의 목표를 세울 때 1차적인 목표는 열심히 공부시켜 좋은 대학 보내달라는 게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인성을 갖춰 졸업시켜달라는 것이다. 국가로부터 교육을 명받은 공교육 기관인 학교의 1차적인 목표는 건전한 민주시민을 양성하는 것이다. 한영고가 학종의 수시에서도 좋은 입시성적을 내고 있는 것도 한영고의 졸업생이라면 공부뿐 아니라 주변을 배려하고 돌아볼 줄 알고, 한영고 학생이라면 반듯하다는 평가를 받는 게 한몫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인성에 방점 찍은 한영고의 진학지도는 ‘행복진학’이 키워드다. 한영고 진학지도부는 ‘행복진학을 위한 학생중심 교육활동 강화’ ‘행복진학을 위한 교사역량함양활동 강화’ ‘행복진학을 위한 학부모동행활동 강화’의 세 가지 목표로 움직인다. 학생-교사-학부모가 똘똘 뭉친 체제인 셈이다. 교육활동의 중심에는 학생이 있다. 학생들은 교육활동내용(3P-Plan, Product, Pride)과 활동참여주체수준(Maximum ability, Highflying ability)을 큰 축으로 정확한 목표와 방향성을 확보한다. 3P는 자기주도학습 프로그램이다. 계획-교육활동-대회시상으로 압축할 수 있다. 교육활동은 인성교육을 기반으로 학생들의 성취수준에 따른 프로그램 운영이 돋보인다. 성취수준에 따라 교과와 비교과를 연결하고, 학생참여형 수업을 지원한다. 수요에 맞춰 대학별고사반과 핵심역량심화과정 창의융합심화과정도 운영한다. 올해 1학기에만 217개의 방과후학교가 개설되었는데, 모두 한영고 교사들이 담당하는 특징도 여전하다. 그만큼 고교 내 역량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전 학급에 대해 학기 초 2개월간 야간 자기주도학습을 운영하는 것도 전교생을 아우른 교육과정이라는 데 의미 있다. 반별 담임교사가 자율학습 교실을 임장 지도한다. 학생에 따라 지원하면 학기초 외에도 자기주도학습을 순차지도한다. 3학년 담임교사들의 입시역량을 강화하는 프로그램도 돋보인다. 신임 또는 고3경력단절 담임교사를 위해 교육청 연수 및 대학주관 입시설명회 등에 참석하게 하고, 연속고3 담임교사들에겐 변화된 입시에 대해 심화연수를 실시한다. 정 부장은 “교사들의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연수 참여로 입시정보를 공유하고 입시역량을 강화하고 있다”며 “교사 상호 튜터제를 통해 여러 교사가 학생 1명의 학생부를 분석하고 맞춤전략을 세운다”고 특징을 설명했다.

<특목자사 압도하는 교육활동>
한영고는 학생역량과 관심에 따른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설해 운영중이다. 신청자에 한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창의융합활동으로 ‘뜬구름노트 및 뜬구름메이커대회’ ‘한영 창의융합 R&E 오케스트라언스(Orchestra+Science)’ ‘한영 창의융합 R&E 동아리 연계 ‘다빈치-넛지’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특히 소통교육인 ‘말하기 공부방’은 2~6명의 학생이 팀을 이뤄 신청, 서로 가르쳐주고 배우면서 학습하는 프로그램으로 독특하다. 야간 자율학습실과는 완전히 다른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토론하며 생각의 폭을 넓혀갈 수 있다. 한 학생이 주제를 발표하면 다른 학생들이 논의하며 난상토론을 하기도 한다. 말하는 공부방을 운영하는 김진화 교사는 “학생들이 수업 때보다 훨씬 주도적으로 토의에 참여한다”며 “공부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지만 모둠활동과 프로젝트를 통한 평가가 늘어난 현재의 교육으로 걸맞다. 길게 보면 학생의 성장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한영고는 2010년부터 ‘서울교육청 지정 영재학급’ ‘강동구 명문고 육성지원사업 창의인성 인재학급’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수요일 방과후시간과 방학기간을 이용해 인문사회영역과 수학과학영역으로 나눠 연간 100시간 운영된다. 영재학급은 신청자가 많아 절차를 통해 학생을 선발하고 있고, 더 많은 학생들에게 기회를 제공해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고자 영재학급과 동일한 과정의 인재학급을 운영 중이다. 특목자사못지않은 교육환경이다.

<전교생 품는 다양한 교육과정>
한영고는 일부 일반고가 상위권 학생들에만 집중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과 달리 전교생을 품은 특색 프로그램의 운영으로 인상 깊다. 전교생을 대상으로 하는 ‘독서토론대회’ ‘NIE ZONE 토의토론활동’ ‘또래세미나’ ‘글로벌토크콘서트’ 등 대학 입학사정관들이 인정하는 한영고의 프로그램이 많지만, 유 부장은 ‘독서’가 기반이 되는 한영고 특유의 프로그램을 강조했다. “독서가 하나의 문화인 다양한 독서프로그램”이다. 한영고의 독서 프로그램은 하나같이 학생 중심으로 펼쳐지되 교사들이 정겨운 네이밍과 독려를 통해 심화 확장을 유도하는 특징이 있다. 우선 ‘아침독서시간’으로 시작한다. 아침독서시간은 하루15분의 독서시간을 통해 학생들에게 독서습관을 길러주기 위해 2000년대 초반부터 시행해오고 있다. 한영고 학생들은 전교생이 오전7시50분부터 8시5분까지 15분간 책을 읽는다. 감명 깊게 읽은 책과 부분을 친구들과 공유하는 선글타임을 운영하고 학급 독서멘토가 독서활동을 관리한다. 교사들은 독서와 학급특색활동을 비롯한 다양한 탐구활동을 연계하고, 독서기록장 기록을 바탕으로 학생부에 기재하는 것은 물론 아침독서우수상 독서기록장경진대회 독서토론대회로 독후활동을 확장해나갈 수 있도록 관리한다.

학생들이 접근하기 편한 도서관을 운영하는 특징도 있다. 한영고에는 1층에 진리의 배움터, 2층에 한빛 꿈터, 지혜의 계단 등 최근 3년 간 도서관을 열어뒀다. 유 부장은 “학생들 가까이에 크고 작은 도서관을 만들어 독서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낮추고자 한다”며 도서관 개관 의미를 설명했다. 학생들은 비치된 도서를 편안한 독서환경에서 자유롭게 읽는다. 여느 칸막이 도서관이 아닌 토의에 유용한 탁자들이 널따랗게 배치되어 있다. 학생들은 평일 점심시간이나 방과후인 오후4~6시, 학급특색활동시간 등에 도서관을 이용해 독서를 생활하고 이를 다양한 대회와 토의토론활동 등으로 확장해 나간다. 교사들은 독서시간을 ‘지혜콩 장바구니’에 쌓는 ‘지혜콩 포인트제도’를 운영해 활발한 독서활동을 유인, 다양한 독서관련 프로그램과 대회를 통해 독려한다.

몇 년 간 운영되어온 ‘이래그래 독서토론’ 역시 학생중심 교사독려의 독서 프로그램으로 인상깊다. 학생들은 토론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독후활동을 통해 비판적 사고력, 의사소통능력을 기른다. 프로그램 명칭인 ‘이래그래’는 유 부장이 작명한 것으로 ‘나의 생각은 이래, 너의 생각은 그래’라는 뜻인데, 학생들은 표현 및 공감을 통해 사고의 개방성과 다양성을 배양하게 된다. 전교생 중 선착순 신청자에 대해 운영되며, 학생들은 학기 단위로 대주제 및 소주제에 따른 지정도서를 일정기간 읽고, 주제 관련 강연과 독서를 배경지식으로 하는 팀별 주제토론을 한다. 토론내용은 토론지와 활동지에 기록한다.

2000년대 초반부터 한영고의 대표적 독서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은 ‘독서꽃 필 무렵’은 사제간 학생간 부모간 책 나눔 문화를 확산해 독서문화에 활력을 부여하고 긍정적 관계 형성을 통해 정서적 소통에 도움을 주고 있다. ‘독서원데이’와 ‘독서를 부탁해’의 두 가지 코너로 전교생을 대상으로 운영한다. ‘독서원데이’는 교장과 교감이 학급에 방문, 독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분야별 지정도서를 학급에 선물하는 프로그램이다. 학급은 지정도서를 윤독한다. ‘독서를 부탁해’는 학부모가 자녀에게 편지를 쓴 후 편지와 함께 선물하고 싶은 책을 학교 홈페이지에 올리면, 매달 일정 인원의 학생을 선정해 편지와 책을 선물하는 프로그램이다.

한영고는 전교생을 대상으로 학급별로 특색활동을 실시하는 점도 이색적이다. 2011년부터 시작한 프로그램으로, 학급만의 특색있는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활동함으로써 각자의 특기를 개발하고 창의력과 문제해결능력을 함양한다. 무엇보다 학급 전체의 협동을 통해 건강한 학급 공동체 문화를 정착시키고 있다. 프로그램은 정규 교육과정에 편성해 매주 한 시간씩 운영한다. 정 부장은 “학생들은 자율적인 연구과정을 경험하며 진로에 대해 더 구체적으로 성찰하게 된다”며 프로그램의 효과를 설명했다. “지적 호기심이 생겨 관련 서적을 읽고 지식을 습득하고 이를 논술하며 비판적 사고력을 키울 수 있다. 결과물을 만드는 과정에서 학업 수준과는 별개로 미술을 잘하는 친구, 영상을 잘하는 친구 등이 모두 제 능력을 발휘하며 제 역할을 하고, 자존감을 키울 수 있다. 교과 공부와는 달리 주제 선정부터 자료 수집까지 스스로 해내야 하기 때문에 어려움도 있지만, 새롭게 배울 것이 정말 많다는 것을 알고 미래에 대해서도 더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다.” 해당 프로그램은 ‘실제로 하는 게 맞냐’는 의구심이 들 수 있을 정도로 전교생이, 학급별로 움직인다는 데서 인상적이다. 지난해 학급특색활동 주제로 1학년 14개반, 2학년 14개반, 3학년 15개반이 총 43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1학년 프로그램 중에선 11반의 ‘영화 드라마 웹툰 등 미디어 매체를 통한 직업 탐구’, 12반의 ‘적정 기술과 지속 가능한 발전에 대한 탐구’가 눈에 띈다. 2학년 중에선 6반의 ‘영어 소설을 통한 문학 작품의 내용 이해와 표현력 키우기’, 12반의 ‘아침 독서 활용한 내신, 논술, 수능 3박지 따라잡기’가 돋보인다. 심지어 3학년도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4반의 ‘4차 산업혁명과 인문학적 미래융합사회’, 13반의 ‘학습 칭찬 게시판 ‘칭찬 우체부’’가 눈에 띈다. 전교생을 품는 한영고 교육철학이 학생들의 자발적인 창의력으로 돋보이는 면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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