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 최고전문가’ 주석훈 교장 취임 후 교육계 주목

[베리타스알파=김경 기자] 미림여고는 자사고에서 일반고로 전환한 후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삼아 도약중인 학교다. 미림여고는 2011학년부터 자사고로 운영하다 지속적 미달사태로 결국 2016학년 일반고로 전환했다. 학교 운영체제의 변화는 구성원들을 뒤흔든 위기였다. 일반고 전환 얘기가 나오자 100명 이상이 전학을 갔고 학부모들은 동요했으며 학교는 학생과 학부모 설득에 몰두해야 했다. 거듭된 미달로 재정 운영이 힘들어진 재단이 일반고 전환을 결정지은 것도, 일반고의 3배 가까이 되는 학비를 지원하며 자녀교육에 힘쓰던 학부모들이 느꼈을 배신감도 제3자의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 이해되는 상황이지만, 현실의 시련은 간단치 않았다.

다만 위기는 곧 기회다. 미림여고는 공교육 최고의 고수 주석훈 교장을 초빙하면서 도약을 위한 혁신에 들어갔다. 주 교장은 ‘공교육 대입 전문가’로 전국적 명성이다. 전국의 진학부장들이 주 교장의 대입분석과 방향의 탁월함에 귀를 기울일 정도다. 한영고/한영외고 교사로 출발해 2011년부터 2016년 2월까지 인천하늘고 교감을 지내다 2016년 미림여고 교장으로 취임했다. 주 교장이 취임함과 동시에 교내 프로그램과 마인드는 전면적으로 탈바꿈한 건 당연하다. 교내 모든 프로그램은 학교 중심에서 학생 중심으로 바뀌었고 서서히 수시체제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무엇보다 위기를 함께 겪은 교사와 학생, 학부모들의 심기일전은 학교를 움직이는 가장 큰 동력이다.

벼랑 끝에서 구성원들의 심기일전을 기반으로 고수 주석훈이 만드는 미림여고의 반전을 교육계가 주목하고 있다. 미림여고는 선발효과에 의존할 수 없는 일반고인 특성상 오로지 교육력으로 승부 볼 수밖에 없는 만큼 심기일전의 각오로 교육혁신을 이루고 있다. 학교 중심의 교육이 아닌, 학생 중심의 교육을 목표로 변화하며 자연스레 학종대비를 위한 ‘수시체제’가 안착한 것은 물론이다. 주 교장은 “일반고 전환 성공사례로 만들겠다”는 포부다.

<학종중심 대입실적, 2018대입 기점 ‘더욱 기대’>
주 교장 취임 이후 미림여고의 대입실적은 확실히 달라졌다. 자사고 출신 졸업생이 낸 실적인 2017대입과 일반고 출신 졸업생이 낸 실적인 2018대입의 실적 차가 상당한 것이다.

매년 실시하는 베리타스알파의 대입 합격실적 조사에 의하면, 미림여고는 2017대입만 하더라도 SKY기준 서울대2명 고려대1명 연세대0명의 실적에서 2018대입에 서울대3명 고대6명 연대5명의 실적을 냈다. 정시실적은 하나도 없고 온전히 수시로만 낸 실적이다. SKY외에 서울소재 대학으로 범위를 넓히면 성과는 더욱 확실하다. 건국대 경희대 동국대 서강대 서울시립대 성균관대 숙명여대 이화여대 중앙대 한국외대 한양대 홍익대 등 ‘인 서울’까지 모두 포함하면 2017대입에 57명에서 2018대입에 87명으로 합격자가 크게 늘었다. 2016년 취임한 주 교장이 펼친 공교육 시스템의 힘이 2017년에 실시한 2018대입에서 성과를 낸 셈이다. 올해 2019대입에서 기대가 더욱 커지는 배경이다.

사교육영향이 큰 정시수능보다는 학교내 교육과정 운영과 구성원의 노력이 절대적인 정시학종에서 승부를 내는 미림여고의 진학지도의 특징은 ‘차별이 없다’는 데 있다. 백경미 3학년부장은 “미림여고 진학지도의 가장 큰 특징은 소수의 상위권 학생들만 관리하는 것이 아니다. 별도의 심화반조차 없다. 모든 학교프로그램을 전체 학생들에게 개방하여 희망자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하여 차별 없는 진학지도를 하는 것”이라며 “특정 진학 담당 교사에만 의존하지 않고 담임 교사 모두가 진학지도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도 미림여고 진학지도의 특징으로 꼽았다.

백 부장이 전한 미림여고 진학지도는 매우 체계적이다. 미림여고는 학교 자체적으로 전 교사를 대상으로 대입지도 컨퍼런스를 개최한다. 이 자리에서 졸업생들의 진학 결과를 분석해 문제점 및 개선 방안에 대해 함께 토론하고 학생부 작성에 대한 의견도 공유한다. 백 부장은 “그 결과 수업과 평가 방식이 점점 변화하게 되고, 성적이 다소 나쁘더라도 수업이나 학교생활에 최선을 다한 학생들은 학생부 내용의 양과 질이 상위권 학생들과 비교해도 별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학년 초(2월 중), 수시 원서 작성 전(8월 중), 정시 원서 작성 전(12월 중)의 연간 세 번에 걸쳐 각 5일 진학지도 워크숍도 실시하고 있다. 백 부장은 “교장, 교감 선생님을 비롯해 3학년 담임 교사들이 모두 모여 학생별로 가장 적합한 대입 전형 방법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공동의 진학지도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바탕으로 학급별로 통일성 있게 진학지도를 실시한다”며 “올해 8월에는 여름방학기간임에도 불구하고 일주일간 매일 밤 10시까지 워크숍을 진행할 정도로 선생님들의 진학에 대한 열의가 높다”고 전했다.

대학별 담임 간담회를 4~7월 중에 20회 이상 실시하는 특징도 있다. 일반고 상황에선 이례적이다. 백 부장은 “각 대학의 입학사정관을 학교로 초빙하거나 담임교사들이 직접 대학을 방문해 대학별 전형과 전년도 본교 입시 결과에 대한 질의응답을 통해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정보를 얻는다”며 “간담회는 항상 고3 담임 전체가 참여하며 1,2학년 담임교사들도 함께 참석하기를 권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림여고는 1,2학년에서도 학교 실정에 맞는 진학 설명회를 자주 하는 특징이다. 백 부장은 “1학년 때부터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와 전공 선택, 그에 따른 학교 생활을 설계하도록 한다. 진로와 관련된 교과활동, 독서활동, 과목 선택에 대한 안내를 비롯해 생활기록부의 이해, 학교생활 설계를 위한 자기소개서 특강, 선배들의 합격 노하우 등 학년별 특성에 맞춰 다양한 설명회를 연중 개최한다. 1, 2학년 담임 교사들도 각종 진학 연수에 적극 참여하고 3학년 담임들과의 소통을 통해 학생들이 대입에 미리 대비하도록 이끌어줄 수 있는 진학 전문가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미림여고는 대입 전형에 대한 학부모들의 이해도를 제고하기 위해 4~8월 중에 20개 이상 대학의 입학처 관계자들을 초빙해 ‘학부모 진학아카데미’를 진행하고 있다. 백 부장은 “상위권 대학은 물론이고 중하위권 대학도 초빙해 학부모들에게 맞춤형 진학 정보를 제공한다. 3학년뿐 아니라 1,2학년 학부모들에게도 관심 대학에 자녀를 진학시키기 위해 미리 준비해야 할 사항 등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에 학부모들의 참여도가 높다”며 “그 결과 학교의 진학지도 방향에 대한 학부모들의 이해도가 매우 높아졌고 실제 지원 대학 결정 시에도 학부모들이 학생들의 상황에 맞게 현실적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주석훈 표 일반고 교육과정>
미림여고 교육과정은 주 교장의 전문성에 담당교사들의 열정이 맞물려 최상의 시스템으로 구현되었다. 김현국 교육행정지원부장은 “미림여고의 교육과정은 제도와 현실의 간극을 메워 학생들이 과목선택에 의한 불이익이 없게 하고, 과목선택권을 보장하는 것으로 방향성을 갖췄다”고 소개했다. 김 부장에 의하면 미림여고는 ‘학생은 무엇을 배울 것인가’에서 출발해 ‘학교는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로 고민했다. 학생들을 위해선 학생 자신의 진로와 적성에 적합한 과목을 선택할 수 있는 학생선택 중심의 교육과정을 구성했다. 전교생이 자신이 배우고자 하는 과목을 선택할 수 있도록 다양한 과목으로 교육과정을 구성하고, 선택의 기회가 충분히 제공될 수 있도록 학기집중이수제의 교육과정을 구성했다. 1학년 공통교육과정을 제외한 2,3학년에서의 모든 과목은 학기집중이수로 구성함으로써 학생의 과목선택 기회를 확대하고, 관심분야 및 학업수준에 따라 다양한 선택이 가능하도록 일반선택과목 진로선택과목 전문과목 등을 다양하게 구성하도록 교육과정을 편성하고 운영한다. 학생 스스로 자신의 진로에 대해 깊이 있는 고찰을 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진로 적성검사 진로탐색의날 교육과정설명회 등 행사를 다양하게 진행하는 특징도 있다. 김 부장은 “최신 연구 경향과 사회적 이슈에 대해 고찰할 수 있는 미래인재역량강화 프로그램과 각종 경시대회, 각종 외부 참여활동의 기회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학교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데 있어서 수능 중심의 교육과정 구성이 아닌 학생의 진로와 적성, 학생의 지식습득 과정에 따른 다양한 선택이 가능한 교육과정 구성을 위해 교과협의를 강화하고 있다. 교사들에게 대입제도의 변화, 수업 및 평가방법 등에 대한 다양한 연수 기회를 제공하고, 학생이 선택한 교과에 대해 학생 스스로 주도적으로 학습할 수 있도록 학생참여중심의 수업방법을 적용토록 하고 있다. 영어과의 경우 1,2학년 과정에서 학생선택 중심 테마형 영어수업을 운영하거나, 과학과의 경우 학생참여형 수업 선도학교를 운영하는 식이다. 학생평가도 변화했다. 김 부장은 “학생의 차별화된 능력에 따라 기존의 지식의 습득 여부를 일괄적으로 평가하는 결과 중심의 평가에서 이제는 학생이 지식을 알아가는 과정 중심의 평가로 변화했다”며 “전 교과의 수행평가 반영 비율이 40~60%”라고 설명했다.

주 교장 취임 이후 미림여고엔 특색 있는 교육과정도 운영되고 있다. 2016년부터 시작한 ‘미래인재역량강화 프로그램’은 방과후 시간 또는 주말을 이용 강좌당 4~6회 정도의 강의, 실험실습, 토론 등 다양한 형태로 운영된다. 대학교수 전문연구원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초빙해 학생들에게 전공 탐색의 기회를 제공하고, 범교과적이고 융합적인 강의로 미래인재로서의 역량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학생들은 강의를 듣는 동안 주제탐구 실험 실습을 하고 강좌 수강이 끝난 후에도 관심 분야에 대한 개인별 연구 및 탐구 활동을 하며 전공 심화 연구 경험을 한다. ‘미디어스피치소양교육’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만남’ ‘생각하기 표현하기’ ‘영상매체의 분석과 탐구’ ‘공존과 상생의 세계시민교육’ ‘통계 및 빅데이터’ ‘지구의 역사와 과학’ ‘항공우주기술’ ‘인공 지능과 사물인터넷의 이해’ 등 연간 20~30개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2017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영어과의 ‘학생 선택중심 테마형 이동수업’은 수능 문제풀이형 수업에서 탈피해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2015교육과정을 적용해 다양한 수업 방법 및 평가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시작했다. 학년별 영어과 수업의 일부(주당 1학년 4시간 중 2시간, 2학년 4시간 중 2시간)를 테마별 학생의 선택을 받아 학기별로 진행하며, 교과 담당 교사는 테마별 교재를 자체 제작하여 지도한다. 4개 학급을 ‘영어소설 연극화 활동반(컨텐츠 제작반)’ ‘동영상 교과서 제작반’ ‘TED 영상 발표토론반’ ‘영어회화반(Academic writing반)’의 4개의 테마로 나누어 이동수업을 실시하는데, 다양한 수업 형태에서 주로 모둠별 활동을 하다 보니 수업시간에 낙오되는 학생 없이 누구나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하게 되어 학생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는 평가다.

이외에도 자율 주행 자동차를 기반으로 4차 산업 전반에 관한 관심을 제고해 이공계열뿐만 아니라 인문사회계열 학생들에게도 문을 열어 올해 운영을 시작한 ‘공학리더캠프’, 과학 교육의 주입식 암기식 수업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2017년부터 체험 탐구 실험 중심의 수업 모델을 개발해 학생들의 능동적인 수업 참여를 유도해 운영하는 ‘학생참여형 수업 선도 학교’, 2016년부터 실시, 일본 및 중국 학생들과 일상생활을 공유하고 문화 교류 행사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어학 능력을 함양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국제교육교류 협력 사업’이 돋보인다. 송숙영 글로벌역량지원부장은 “북경 신부학외고에서 미림여고 2학년 편입으로 편입해 현재 3학년으로 재학 중인 10명, 9월에 편입한 2학년 10명, 북경 신교외고에서 편입한 1학년 1명, 1학년 때 신입학해 현재 1,2학년으로 각각 재학 중인 일본 학생 2명 등 총 23명의 외국인 유학생이 함께 생활하고 있다”며 “이 학생들과 함께 미림여고 학생들은 한중 학생 포럼, 나라칼라지 홈스테이, 일본 지벤학원 나라칼라지 수학여행단 문화교류 행사 등 다양한 국제 교류 행사를 실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특이하게 일반고가 유학생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데 대해 송 부장은 “본교 학생들 중에는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소외되어 외국 경험이 없는 경우가 많이 있다. 외국어를 배우고 싶고, 문화를 접하고 싶어도 직접적으로 외국인과 언어적, 문화적 교류를 할 수 있는 기회를 거의 갖지 못하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껴 외국 유학생들과의 교류 기회를 주고자, 유학생의 본교 입학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주 교장은 “교육력 제고 이전에 교육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한다. 일반적으로 설명회 하면 학부모들은 수능성적분포, 모의고사 성적 등을 묻는다. 하지만, 지금 교육의 패러다임은 아이들의 미래인재로서의 자질과 역량을 길러주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수능공부를 시키지 않겠다는 얘기가 아니다. 수능 외 역량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이라며 “미림여고에 와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수업과 평가를 바꾼 것이다. 수업을 통해 학생들의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켜주고자 과제/발표/토론 등을 틈나는 대로 하도록 했다. 수업-수행평가, 프로그램 등에 많은 변화를 줘 다소 힘겨울 수 있을 텐데도 구성원들이 모두 즐겁게 잘 협조하고 있다. 앞으로 미림여고의 교육프로그램들이 입소문을 타 선호도가 더욱 높아지는 선순환구조가 자리잡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일반고 전환을 두고 잘했다는 평가들이 이미 나왔다. 자사고에서 일반고로 전환한 성공사례가 만들어질 것이라 확신한다”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본 기사는 교육신문 베리타스알파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일부 게재 시 출처를 밝히거나 링크를 달아주시고 사진 도표 기사전문 게재 시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저작권자 © 베리타스알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