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 수시돌풍의 주역이 만든 새로운 일반고 모델.. SW중점학교

[베리타스알파=김경 기자] 당곡고는 2017년 심중섭 교장의 취임 이후 지역의 기대를 모으고 있는 일반고다. 당곡고가 자리한 서울관악 봉천은 서울의 끄트머리 교육취약지구다. 일반 공립고에 다름없는 자율형공립고인 당곡고에 그간 큰 관심이 없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심중섭 교장 취임 이후엔 달라졌다. 화학 교사로 일반고에서 출발해 한성과고 교사를 지내다 당시 서울의 세 번째 과고인 세종과고가 개교할 때 세종과고 교무부장을 지냈고, 이후 서울고에서 4년간 교감을 지내다 당곡고 공모교장으로 심 교장이 취임한 것이다. 심 교장의 공력은 역사 깊은 한성과고와 성공적인 빌드업을 선보인 세종과고보다는 서울고에서 빛을 발했다. 교육특구 대표적 고교인 서울고가 강남특유의 정시실적보다는 수시실적에서 빛을 내며 공교육 시스템의 경쟁력을 발휘했고, 여기에 심 교장의 공력이 절대적 요소로 자리했다는 게 업계분석이다. 서울고 수시돌풍의 주역이 첫 교장으로 선보이는 또 하나의 공교육 롤모델 당곡고가 교육계의 주목을 끄는 것은 당연하다. 

<진화하는 당곡고 ‘교육과정 아이디어 내는 교사 응집력’>
당곡고가 3년째 진화하고 있다. 심 교장 체제 이후 교육과정이 업그레이드되며 효과가 대입실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베리타스알파의 조사에 의하면, 2017대입만 해도 서울대 합격자가 단 한 명도 없던 당곡고가 심 교장 취임 이후 2018대입에서 서울대 2명, 2019대입에서 서울대 3명의 합격실적을 냈다. 모두 수시실적이다. 이경은 당곡고 3학년부장은 “당곡고는 지역에서 가장 선호하는 학교 중 하나가 되었다”며 “특히 SW중점학교로 지정되고, 학종에 최적화된 학교라는 소문이 나면서 선호도가 더욱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당곡고의 특징은 이 부장에 의하면 “학생들의 학교의존도가 상당히 높다”는 것이다. 지역에 사교육시장이 발달되어 있지 않은 특징이 오히려 학교에 모든 것을 의존하는 학교충성도로 전이된 것이다. 이 부장에 의하면, 그간 각개격파했던 교사들의 공력이 심 교장 취임 이후 체계가 잡혔다는 것이다. 학생부기록 연수에 적극 임하면서 교사들 스스로 수업에 변화가 생겨야 하겠다는 의식이 생겨났고, 급기야는 교사들이 교육과정에 아이디어를 내는 수준까지 올랐다. 교장의 의지가 학교 하나를 얼마나 바꿀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심 교장은 “선생님들의 의기투합이 당곡고의 강점”이라며 “당곡고의 5등급대 학생들인 타 고교의 2등급 수준으로 기록된다. 선생님들께서 기록을 열심히 해주신다. 5등급대 학생이 큰 욕심을 안 내면 수시 1단계에는 대부분 합격한다. 작년에 4.5등급 학생도 서울시내 대학에 수시 합격했을 정도”라고 당곡고에 자리잡은 교사응집력을 강조했다.

이 부장은 당곡고 진학지도의 특징으로 ‘다양한 진로 탐색 및 체험 프로그램 운영’ ‘체계적인 학생부 기록 및 관리’ ‘연수 및 대학 연계 간담회를 통한 전 교사의 진학지도 역량 강화’ ‘학생 개인별 맞춤형 진학 지도’ ‘서울대 숭실대 등과의 대학연계 프로그램’을 꼽았다. 특히 교사들의 역량강화를 강조했다. “학생부기록과 관련한 연수를 전 교사를 대상으로 연간 수차례 진행한다. 교장이 주도해 1학년부터 3학년까지 전 교사가 참여한다. 학생부가 1학년 때부터 누적되기 때문이다. 콘트롤타워가 있어서, 모든 학생의 기록을 담당교사가 콘트롤타워로 보내면, 학생부기록 가능여부를 확인해 담당교사와 담임교사에 사항이 내려와 학생부에 입력한다. 담임교사 교과교사를 포함헤 전교 선생님들이 함께 학생들의 학교기록에 힘쓰는 것이다.” 이 부장은 특히 “상위권 학생들의 학생부만 신경쓰는 게 아니다. 전교생에 대해 학생부기록을 모두 동등하게 신경써 작성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3년간의 당곡고 실험은 이미 현장에 소문이 자자하다. 관악 동작 등 인근 거주하는 학생뿐 아니라 강남 서초 양천 등 타 지역에서 입학문의가 생겼을 정도다. 실제로 교육특구에 살면서도 당곡고에 지원해 입학한 학생도 있다. 이 부장은 “SW중점학교에 관한 관심과 학종을 준비하기에 좋은 학교라는 인식 때문이라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심 교장 역시 “주로 학교 주변에 거주하는 학생이 많으나, 강남 서초 양천 등의 중학교 출신도 있다”며 “학생들은 학교 수업 및 교육 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학교 만족도가 높다. 특히 당곡고에 대한 자부심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당곡고는 심 교장이 취임한 2017년 ‘SW중점학교’ 지정 이후 ‘고교학점제 연구학교’로도 지정되면서 타 고교보다 선택과목이 많은 학교이기도 하다.

<일반고 범주 벗어나는 다양한 프로그램>
당곡고의 교육프로그램은 일반고 범주를 벗어난다. 특목자사못지않은 다양한 과정을 운영, 학생들이 관심분야를 최대한 심화학습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모두 2017년 이후 진행하고 있는 프로그램들이다.

‘수학 아카데미’가 대표적이다. 이 부장은 “비교과 프로그램이 아니라, 교과활동의 연장이며 수학학습에 도전적인 학생들을 위한 교육과정”이라고 소개했다. 수학 아카데미는 ‘실험 수학반’ ‘수학 독서 토론’ ‘체험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특히 실험 수학반은 당곡고 교사들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해 당곡고 수학교사들이 직접 수업을 진행한다. 이 부장은 “이론적으로 어려운 문제에 도전하던 패턴에서 벗어나 실생활에 적용하며 수학의 원리를 좀더 탐구해보는 교육과정”이라며 “학생 만족도가 매우 높다. 심화수업을 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현실에 맞게 참여를 유도하는 차원에서 교육과정을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실험 수학반은 1~3학년 전교생을 대상으로 수학에 관심이 많은 학생을 선발, 학년당 20명 내외로 구성한다. 기하 대수 확률과통계 등 수학의 각 영역에서 중요하거나 위상수학 등 최근 각광받는 내용에 대해 스스로 교구를 만들거나 실험을 통해 이해하며 지식을 확장하는 과정이다. 수학 독서 토론은 올해 신설한 과정으로, 1~2학년 희망자 중 선발해 학년과 계열을 융합해 팀을 구성하는 특징이다. 수학 도서 독후 활동, 월드카페 토론, 수학 칼럼 작성 등을 외부강사 영입 없이 당곡고 수학교사들이 진행한다. 체험 프로그램으로는 실험 수학반 수업 이수 학생들이 부스 운영 및 수학활동 산출물을 전시하는 교내 수학축제와 서울시 수학 체험전 부스를 운영하는 교외 수학 체험전 참가, 서초수학박물관에서의 수학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과학 아카데미’ 역시 교육과정과 연계되어 학생들의 호기심을 충족하는 데 보완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인상적이다. 과학 아카데미는 ‘주제 탐구 프로젝트 및 발표 대회’ ‘과학자 초청 특강’ ‘현장 체험 학습’ ‘독서를 통한 이공계 진로 탐색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다. 주제 탐구 프로젝트 및 발표대회는 당곡고의 과학 수학 정보 기술과목의 교사들이 방과후 시간을 활용해 수시로 지도하는 프로그램이다. 1~2학년 희망자를 대상으로 과학 수학 정보와 관련한 주제를 선정 후 자기주도적 탐구 프로젝트 활동을 진행해 4~8월에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통과한 학생들에게 10월에 발표 대회에서 참가 결과물을 발표할 기회를 준다. 과학자 초청 특강엔 100여 명 이상의 당곡고 학생들이 참여했다. 연 3회 실시하며, 올해는 ‘제주과학탐험’ ‘빛과 나노 입자의 상호작용’ ‘우리는 왜 탐험을 해야 하는가’ 주제로 진행됐다. 현장 체험 학습은 과학영재반과 1,2학년 학생 중 희망자를 대상으로 국립과천과학관의 창의과학체험활동으로 탐구 및 실험실을 탐방하고, 송암스페이스 센터에서 과학캠프를 통해 천문 관측 등의 탐구활동을 하며, 서울대 농생대 위탁 프로그램으로 생명/환경과학 체험학습을 실시하는 것으로 진행한다. 독서를 통한 이공계 진로 탐색 프로그램은 1학년 중 희망자에 대해 관심 분야의 독서활동을 장려하고 책 소개와 발표를 진행하게 한다.

‘인문사회 아카데미’는 1~3학년 중 희망자를 대상으로 초청된 강사의 저서를 사전에 탐독하고, 강좌를 듣고, 다양한 형태의 독후 활동을 하는 것으로 진행된다. 역사학 철학 법학 사회비평 문학 노동/인권 등 고교생 수준을 고려한 다양한 분야로, 학기별 3회 연간 6회 실시한다. 학생 주도로 대담 형식의 질의 응답을 하며 행사를 진행한다.

‘SW 아카데미’는 SW중점학교로서 당곡고의 면이 드러난다. SW 아카데미는 ‘SW 창의 캠프’ ‘앱개발 과정’ ‘SW 체험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다. SW 창의 캠프를 통해 SW중점반 학생 및 희망자를 대상으로 매년 여름방학에 이틀간 전문가 초청 특강과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올해 고려대 교수의 ‘암호의 역사와 암호해독 기술’ 강의가 이뤄졌다. 학생들에게 인기 있는 앱개발 과정은 2학년 희망자를 대상으로 여름방학 중 닷새간의 디자인 씽킹을 중심으로 전후 앱개발 기초과정(1학기)과 심화과정(2학기)으로 진행한다. SW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선 ‘아두이노를 이용한 피지컬 컴퓨팅 체험 프로그램(기초)’ ‘EV3를 이용한 EPL 체험 프로그램(기초)’가 진행되었고, 수료자를 대상으로 SW 창의융합과정 프로그램(심화과정)을 운영한 이후 소프트웨어 교육의 날에 부스 및 산출물을 전시하는 행사도 열었다.

‘독서프로그램’이 빠질 수 없다. 특히 전교생을 대상으로 한 ‘책함성’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책을 통해 함께 성장하는 학교 공동체’의 줄임말이다. 당곡고 학생들은 전교생이 매일 아침 30분 독서 후 독서카드를 작성하고, 대학생 멘토로부터 독서 지도를 받는다. 방학 중에는 매일 한 시간 이상 도서관에서 독서 활동을 하며 독서록을 작성한다. 도서관을 활용한 수업을 통해 교과 독서도 실시한다. ‘꿈책 독서 모임’은 1~3학년 중 희망자를 대상으로 한다. 연간 8권의 책을 읽고 팀별 자유 독후 활동을 실시한다. 월2회이상 활동이 필수다. 인터넷에 팀별 활동 내용을 업로드해 정보를 공유하고, 8월 중 실시하는 교내 독서모임 연합토론회에 참여한다. ‘달빛독서 캠프’도 눈에 띈다. 도서관 이용과 독서 프로그램 참가실적이 우수한 독서활동 우수자 40명 내외를 선발해 활판 인쇄 박물관 체험 등 다양한 독서관련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심 교장 취임 이후에는 당곡고 하드웨어에도 변화가 있다. 정부의 공간혁신사업인 ‘꿈 담은 교실’에 참여, 예산을 받아 학교의 공간을 그야말로 ‘혁신’시키고 있다. 학생들이 자유롭게 토론하고 학습할 수 있는 공간을 곳곳에 새로 만들었는데, 규모와 디자인이 ‘요즘 아이들’의 취향에 딱이다. 카페 같은 편안한 분위기와 토론에 적합한 탁자 위주의 배치, 햇살이 눈부신 통창 디자인 등이다. 심 교장은 “일부 과학중점학교가 과중 학생들에게만 집중된 교육을 하고 있지만, 당곡고는 다르다. 모든 학생들의 성장 가능성을 열고 기회를 고루 주려 한다. 예체능 학생들을 위해선 갤러리를 운영하고, 학교에서 과제전을 열 때도 과목을 두루 섭렵한다. 이번 공간 리모델링을 할 때도 건축분야에 관심 있는 학생들을 참여시켰다. 굳이 입시 관련해서 한 줄 써보라 하는 게 아니라, 아이들이 관심있는 분야에 적극 참여시키고 싶어서다.”

취임 이후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의 정착과 대입실적으로의 순환체제를 이루며 공교육 시스템의 가능성을 선보인 심 교장은 당곡고에 대해 “학교 교육과정과 교육활동을 통해 학생이 성장하는 학교”라며 “이런 경험을 통해 교사가 보람을 많이 느끼는 학교”라고 강조했다. 사교육시장이 형성되어 있지 않은 지역특색으로 사교육효과가 절대적인 정시수능보다 학교시스템이 결정적인 수시학종과 관련한 프로그램을 학생들의 적극적인 호응으로 쌓아가고 있는 당곡고의 교장 입장, 아니 공립고 36년차 교사의 입장으로 심 교장은 “대입의 공정성을 이유로 학종을 축소하거나 정량화하려는 시도는 점차 살아나고 있는 일반고의 사기를 저하시킬 수 있다”며 “요즘 얘기되고 있는 학종개편은 학생부의 정성적인 평가를 약화시키지 않는 방향으로 진행되었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피력했다.

자공고라 하지만 일반고에 다름없는 상황에서 심 교장은 일반고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촉구했다. “요즈음 사회적으로 자사고와 특목고만 이슈가 되는 경향이 있으나, 당곡고처럼 여건을 극복하면서 성장하는 학교가 있다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사교육 없이도 학교 교육과정과 교육활동을 통해 학생이 성장하고 만족하는 학교를 만들고 싶다. 입시에 ‘올인’하는 게 아니라 교육과정을 충실히 운영하면서 학종에 최적화된 학교를 만들고 싶다. 학종에 최적화된 학교는 입시위주의 학교가 아니라 교육과정을 충실하게 운영하는 학교다. 미래사회의 주인공이 될 아이들을 키우는 상황에서 교육과정이 학종과 일치되는 부분이 많다. 학생들의 선택권을 다양하게 보장하면서 교육과정을 충실히 운영하면 일반고도 충분히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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