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반발로 혁신학교 신청 안해’.. ‘학력저하 불신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베리타스알파=손수람 기자] 조희연 서울교육감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혁신학교 확대 정책이 현장반발로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서울교육청은 그동안 ‘예비혁신학교’로 운영됐던 송파구 재건축단지 헬리오시티의 가락초와 해누리초중이 내년부터 일반학교로 전환된다고 13일 밝혔다. 세 학교 모두 10월 혁신학교 지정 공모에 신청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가락초와 해누리초중을 1년간 예비혁신학교로 운영하긴 했지만, 일부 학교구성원들의 반발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학교의 결정에 따라 세 학교는 내년부터 일반학교로 운영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비혁신학교는 혁신학교의 전 단계다. 1000만원의 예산을 지원받아 1년간 혁신교육과정을 운영한 성과를 토대로 학교구성원들이 혁신학교 전환여부를 다시 결정하게 된다. 조 교육감은 지난해 말 가락초와 해누리초중의 혁신학교 지정을 추진했지만 주민 반대에 부딪혀 세 학교를 예비혁신학교로 지정하는 ‘우회로’를 택했다. 예비혁신학교가 혁신학교로 전환되는 조건과 절차는 일반학교의 경우와 같다. 혁신학교로 지정되기 위해선 교사 또는 학부모 가운데 50% 이상이 동의해야 한다. 이후 학부모도 참여하는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최종결정한 뒤 교육청에 신청하면 된다. 그렇지만 가락초와 해누리초중 모두 학부모의 반발이 지속되면서 혁신학교 전환 절차를 밟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교육계에선 혁신학교에 대한 불신에 대해 서울교육청을 포함한 교육당국이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교육전문가는 “10년 동안 지속적으로 확대해왔음에도 여전히 혁신학교는 수요자들의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학력저하’에 대한 우려다. 그런데도 교육부와 교육청은 혁신학교의 성과를 운운하며, 학력저하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실제 기초학력미달 학생의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는데도 교육부는 혁신학교의 문제가 아니라는 주장만 반복하고 있다. 심지어 평가원이 보도자료를 내며 학업성취도 이외의 정의적 특성을 반영한 연구결과로 논박하기도 했다”며 “교육당국이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 본다. 혁신학교로 자녀를 보내야 하는 학부모들이 교육당국과 논리적 대결을 펼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수요자들은 혁신학교에서 이뤄지는 교육의 질 자체에 의문을 품고 있다. 만약 혁신학교의 경쟁력이 충분했다면 정부가 밀어붙이지 않아도 혁신학교들이 저절로 늘어났을 것이다. 혁신학교가 추구하는 가치의 상당수가 수요자들이 원하는 바와 일치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학부모들의 반발이 끊이지 않는 것은 학교수업 자체에 대한 불신이 크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혁신학교를 무조건 늘릴 것이 아니라, 질적 고민도 필요할 때다. 10년간의 운영성과를 냉정하게 평가해 부진한 것으로 판단된다면 축소하거나 폐지하는 방향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희연 서울교육감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혁신학교 확대 정책이 현장반발로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그동안 ‘예비혁신학교’로 운영됐던 송파구 재건축단지 헬리오시티의 가락초와 해누리초중이 내년부터 일반학교로 전환된다. 교육계에선 혁신학교에 대한 불신에 대해 서울교육청을 포함한 교육당국이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조희연 서울교육감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혁신학교 확대 정책이 현장반발로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그동안 ‘예비혁신학교’로 운영됐던 송파구 재건축단지 헬리오시티의 가락초와 해누리초중이 내년부터 일반학교로 전환된다. 교육계에선 혁신학교에 대한 불신에 대해 서울교육청을 포함한 교육당국이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반발 키운’ 서울교육청 무리수.. ‘꼼수 논란’ 예비혁신학교 지정>
조 교육감이 무리하게 혁신학교 확대를 강행한 점이 오히려 주민들의 불신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말 서울교육청이 가락초와 해누리초중의 혁신학교 지정을 추진했을 때부터 학부모들의 반발이 거셌다. 가락초는 2014년부터 휴교상태였지만 주민들이 입주를 시작한 올해 3월부터 다시 개교했고, 해누리초중은 서울의 첫 초중등 통합운영학교 문을 열었다. 당초 조 교육감은 신설학교에 대해 혁신학교 임의지정 해왔던 관행을 들면서 강행하려는 의지를 내비쳤었다. 그렇지만 주민들이 단체민원을 제기했을 뿐 아니라 교육청 앞에서 반대시위도 이어가면서 결국 세 학교를 ‘예비혁신학교’로 지정하는 것으로 한발 물러섰다.

당시에도 주민의견을 배제한 서울교육청의 행태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입주할 예정이었던 주민들이 사실상 학부모나 다름없음에도 자녀를 아직 학교에 보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혁신학교 지정을 밀어붙였기 때문이다. 한 학부모는 서울교육청이 사전 수요조사를 위해 입학예정자인 학생명단은 받았음에도 혁신학교 지정을 반대하는 단체청원과 반대의견은 수용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필요할 때는 주민들의 학부모 지위를 인정했으면서 정작 동의를 받는 절차를 생략한 교육청의 ‘이중잣대’를 비판한 것이다.

서울교육청의 일방적인 행정에 대해 학부모회 한 관계자는 “한 번에 세 곳의 학교를 멋대로 혁신학교로 지정하는 비민주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허울뿐인 운영방침과 교육감 개인의 취향에 따른 권력 행사로 인해 학부모와 학생들은 교육 선택의 권리를 박탈당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울교육청이 뒤늦게 의견수렴을 위해 간담회를 열었지만 혁신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몰려들면서 조 교육감이 폭행당하기도 했다. 당시 조 교육감의 등을 때린 30대 여성을 경찰이 현행범으로 체포하는 과정에서도 주민과 경찰 사이의 충돌이 있었다. 

조 교육감이 세 학교를 예비혁신학교로 지정한 것도 혁신학교 강행을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 의구심도 나왔었다. 조 교육감의 태도가 예비학교로 당장의 거센 반대를 무마시키고 혁신학교를 추진하려는 의도로 읽혔기 때문이다. 조 교육감은 “신설학교를 혁신학교로 지정해달라는 학부모 청원을 주로 받아오면서 혁신학교에 대한 시민들의 이해와 선호가 상당히 올라갔다고 전제한 측면이 있었다”며 정반대의 상황인식을 드러내기도 했다. 실제 간담회에서도 조 교육감은 신학교 지정 방침을 완전히 철회한 것이 아님을 강조했다. 당시 학력저하에 대한 불안감을 덜 합리적 근거를 대지 못한 채 혁신학교 지정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비판이 학부모들 사이에서 쏟아졌다.

<‘확대 난항’ 서울 혁신학교.. ‘학력저하 우려 해소 불가능’>
앞으로도 주민반발로 혁신학교 확대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올해 상당수 학교들이 혁신학교 공모 신청을 저울질했으나 포기했다. 5월에도 강남에 위치한 대곡초와 개일초가 혁신학교 신청을 추진했으나 불발됐다. 학부모들의 항의가 빗발쳤기 때문이다. 집단시위까지 예고하며 갈등이 격화되자 두 학교 모두 부담을 느낀 탓이다. 광진구의 양진초 역시 학부모들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반대서명운동을 이어가자 혁신학교 전환 논의를 철회했다.

학부모들이 혁신학교를 거부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학력저하’를 우려하기 때문이다. 3월 발표된 2018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결과 중고교 모두 수학과 영어에서 기초학력미달 비율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수조사가 진행됐던 이전의 시기에도 혁신학교들의 학력저하가 명백하게 확인됐던 만큼 지난해 전체 학생들의 학업성취도 하락이 초등학생 학부모들의 불안감까지 고조시킨 셈이다. 그럼에도 교육당국은 뚜렷한 설명 없이 혁신학교 확대가 기초학력미달 비율이 늘어난 것과 연관성이 없다고만 밝히면서 더 큰 논란을 자초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교육부와 교육청이 학부모들이 우려를 덜 만한 뚜렷한 설명 없이 혁신학교를 늘리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교육당국은 혁신학교의 학력저하를 인정하고 있지 않지만, 전수조사로 학업성취도 평가가 진행됐던 시기의 자료를 종합하면 충분히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이라며 “혁신학교는 이미 교육수요자들 사이에서 기피의 대상이다. 심지어 교육공무원들도 자녀를 혁신학교로 보내지 않는 것이 드러났다. 혁신고교들의 부진한 학종실적은 교육당국이 장점으로 뽑았던 토론과 발표중심 교육 프로그램마저 무색하게 만든다. 기초학력 미달 학생의 비율은 2017년부터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공교롭게도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시기와 겹친다. 그럼에도 교육부는 혁신학교의 문제가 아리나는 주장만 되풀이한다. 수요자들의 우려를 해소할 의지가 있는지부터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내년 226개교 운영’ 서울형혁신학교.. ‘신뢰 상실’ 개선방안 필요>
서울형혁신학교는 내년 226곳으로 확대된다. 10월 진행된 공모를 통해 초등학교 7곳과 중학교 1곳이 신규지정됐다. 새롭게 지정된 초등학교는 보라매초(동작구) 신성초(관악구) 양원초(양천구) 정수초(성북구) 종암초(동대문구) 중랑초(중랑구) 포이초(강남구)의 7개교다. 중학교의 경우 은평구 소재 연신중만 포함됐다. 고교는 단 한곳도 지정되지 못했다. 서울교육청은 현재 17%인 혁신학교 비율을 2022년까지 20%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그렇지만 학력저하 문제에 대한 현장의 불신이 매우 높아 확대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고교의 혁신학교 지정은 사실상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올해 3월 가재울고 이후 내년에 혁신학교로 신규 전환되는 학교가 없는 실정이다. 혁신고들이 저조한 대입실적을 누적하면서 학부모의 반발이 크기 때문으로 보인다. 2016학년부터 2018학년의 3년간 서울형 혁신고 12개교의 서울대 등록실적은 2016학년 6명, 2017학년 13명, 2018학년 9명이었다. 2018학년 개교한 금호고와 도선고를 제외한 결과다. 2018학년엔 배화여고가 3명을 모두 수시등록자로 배출해 가장 실적이 우수했다. 이어 금옥여고 인현고 각2명, 동산고 효문고 잠일고 각1명 순이었다. 잠일고만 정시실적이고, 나머지 고교는 모두 수시등록자만 기록했다. 삼각산고 선사고 신도고 신현고 한국삼육고 휘봉고의 6개교는 서울대 등록실적이 전혀 없었다.

서울교육청이 혁신학교를 늘리기 전에 개선방안이 필요하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한국항공대 양희원 연구원과 연세대 강유림 연구원이 7월 종단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서울형혁신학교 시행이 학교효과성에 미치는 영향’ 논문에 의하면 학업성취도 창의성 자아개념 학교만족도 등에 있어 혁신학교는 일반학교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장기적으로 혁신학교의 학업성취도가 일반학교에 비해 낮다고 나타난 결과도 있었다. 연구진들은 “창의성이나 자아개념 등은 혁신학교 정책이 추구하는 핵심발달 목표다. 그럼에도 혁신학교와 일반학교에서 뚜렷한 차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따라서 2011년 이후 8년 동안 지속된 혁신학교 정책에 대한 효과성을 제고하기 위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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