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시확대 명분 못찾자 고교서열화로 의도적 화살 돌려'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교육부가 5일 발표한 학종 실태조사 결과를 기반으로 과고/영재고의 학종 합격률이 일반고의 3배에 달한다는 보도가 쏟아졌다. 하지만 통상적으로 공개되지 않는 ‘지원자 대비 합격자’ 비율을 사용해 일반고와 자사/특목고 사이의 표본차를 무시한 의도적 고교서열화 몰아가기라는 지적이 대두된다. 이번 실태조사를 통해 학종의 불공정성을 드러낼 수 있는 명확한 결과가 없어 정시 확대의 명분이 약해지자 고교서열화로 화살을 돌리기 위해 통상적으로 쓰이지 않는 개념을 활용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자아낸다. 교육부는 7일 고교 서열화 해소 방안 발표를 앞두고 있는 상태다. 자사고/외고 폐지가 주 골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고교서열화를 뒷받침할 근거를 보여주려는 의도가 작용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이번 조사는 2주간 202만여건의 전형자료를 분석한 것으로, 부실조사의 우려도 대두된다. 조사단이 24명으로 구성돼있어 1명이 8만400건을 살펴본 셈이기 때문이다. 문재인대통령 정시확대 지시를 이미 결론으로 만들어놓고 과정과 논리를 짜맞춰야 하는 교육부의 '강박'이 촉박한 일정으로 알맹이 없는 조사가 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대두되는 이유다.

대입에서 자사/특목고의 진학실적이 우수하게 나타난 것은 고입 선발효과와 학교구성원 전체의 경쟁력으로 구축하는 수시체제의 문제라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고교서열화가 고교등급제로 연결돼 부당하게 혜택을 받은 것이 아니라 학교경쟁력을 통해 만들어진 결과라는 것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이미 고교선택의 잣대는 고교유형보다 수시체제구축 유무가 힘을 얻고 있는 상태다. 교육특구를 중심으로 의대실적을 만드는 일반고가 있고 수시체제를 통해 외고 자사고 보다 많은 수시실적을 만드는 일반고도 존재한다. 외고 국제고 가운데서도 사립을 중심으로 수시체제를 갖춘 소수 학교가 실적을 확대하고 있고 자사고 역시 교육특구 광역 자사고들은 정시중심으로 의대입시에 몰두하는 반면 수시만 선발하는 과고 영재학교를 비견할만 수시실적을 만드는 전국단위자사고도 있다. 정시실적이 선발효과나 사교육 배경 그리고 재수에 영향을 받는 학생 개인의 능력 중심인 반면 수시실적은 선발효과보다 교사와 학생 학부모 구성원들이 전반적인 학종에 대한 이해도를 바탕으로 구축한 수시체제로 만드는 학교경쟁력 중심이다.  특목 자사에서 수시체제를 갖춘 학교가 많다는 것 때무에 특목 자사의 대입실적이 높게 나타난 결과는 어쩌면 당연하다. 특목자사는 전반적으로 다양한 교육과정과 교내 프로그램을 운영해 일반고 대비 적응이 더 빠르다. 이를 두고 마치 특혜의 결과인 것처럼 비판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일반고 역량강화를 위한 구체적 대책조차 없는 상황에서, 자사/특목고를 폐지할 경우 이들 고교를 벤치마킹하던 일반고들이 동력을 잃고 교실은 다시 정시 위주의 문제풀이식 수업으로 바뀌면서 공교육 약화로 귀결된다는 우려가 대두된다. 한 교육 전문가는 "고교서열화를 근거로 학종이 일반고에게 불리한 전형인 것처럼 몰아가고 있다. 하지만 오히려 정시는 공교육의 힘을 약화시키는 전형이다. 수시에서는 수시체제로 역량을 강화시켜 나가는 고교에서 공교육만으로 대비할 수 있었다면, 정시는 반복학습이 유리한 특성상 사교육의 지배를 많이 받는다. 경제력 싸움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 공교육의 힘을 빼 사교육에 힘을 실어주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자사/특목고의 강세는 정시에서 오히려 심하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정시 비중이 확대될 경우 일반고의 진학 통로가 더 좁아진다는 분석이다. 2017년 서울10개사립대가 2015~2017학년 입학생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수능(정시)보다 학종에서 일반고 입학비중이 높게 나타나기도 했다. 

교육부가 5일 발표한 학종 실태조사 결과를 기반으로 '고교서열화' 쟁점이 뜨겁게 부상했다. 고교서열화 해소방안 발표를 앞두고 명분쌓기에 나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교육부가 5일 발표한 학종 실태조사 결과를 기반으로 '고교서열화' 쟁점이 뜨겁게 부상했다. 고교서열화 해소방안 발표를 앞두고 명분쌓기에 나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지원자 대비 합격자’ 비율.. 표본수 격차 무시>
주요 언론들이 교육부 자료를 근거로 대대적으로 보도한 학종조사 결과는 고교서열화 였다. 내용의 핵심은 일반고보다 과고/영재학교 합격률이 세배에 가깝다는 얘기다.  고교유형별 합격률은 학종에 지원한 학생들의 합격률이 일반고 9.1%, 자사고 10.2%, 외고/국제고 13.9%, 과고/영재학교 26.1%였다.

하지만 비판의 근거가 된 합격률은 무엇일까. 지원자 대비 합격자라는 합격률은 입시기사에서 거의 다루지 않는 개념이다. 매년 수시 정시별로 합격자의 고교유형별 통계를 가장 충실하게 발표해온 서울대 합격자 통계에서도 지원자 대비 합격자의 합격률은 한번도 사용되지 않았다.  

일단 거의 쓰지 않는 지원자 대비 합격자의 합격률은 표본수(모수)의 격차를 무시한 수치라는 치명적 결함을 갖고 있다. 지원자 대비 합격자를 산출하면 표본수(지원자)가 적을수록 합격률이 높게 나타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4개년 평균 고3 학생수는 일반고가 45만556명, 자사고가 1만4946명, 외고/국제고가 7473명, 과고/영재고가 1613명이다. 일반고와 과고/영재고의 학생수는 무려 279배 차이가 난다. 교육 전문가는 “일반고 모수 자체가 큰 상황에서 일반고의 합격률이 낮게 보여지는 것이 자연스럽다. 상대적으로 우수 학생이 몰려있는 자사/특목고에서 합격률이 더 높을 수밖에 없는 것을 두고 학종만의 문제로 몰아가는 결론을 냈다는 것은 거의 어거지 수준이다”라고 지적했다. 

여기에다 수시의 경우 6장의 원서를 쓸 수 있는 상황에서 상향지원이 이뤄지는 특징 때문에 합격률은 더 떨어진다. 스펙트럼이 다양하고 학생수가 훨씬 많은 일반고에서 합격률이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한 교육 전문가는 “지원자 대비 합격자 비율이 유의미했다면, 이전까지의 수많은 연구에서는 왜 이런 자료가 나오지 않았겠는가. 어떤 대학이나 교육기관도 지원자 대비 합격자 비율을 산출하는 경우는 없다”고 지적했다. 

가장 유의미하고 통념에 가까운 수치는 서울대는 물론 대부분 대학에서 통계로 잡는 합격자의 고교유형별 구성비다. 13개 대학의 합격자 전체에서 전형유형별로 고교유형들의 합격자들이 얼마나 나왔는지 일목요연하게 알수 있다. 이번 조사결과에서도 학종에선 일반고 비율은 63.8%, 외고/국제고 11.5%, 자사고 8.9%, 과고/영재학교 7.5% 순으로 나타났다. 학종의 일반고 비중으로 한정해 보면 2016학년 64.9%, 2017학년 63.3%, 2018학년 64%, 2019학년 63.3%로 63~64%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다른 고교유형에서 상대적으로 모집정원의 감소가 적었던 가운데 일반고 수는 2016년 46만9000명에서 2019년 44만3000명으로 큰 폭으로 줄었음에도 감소세가 크지 않았던 셈이다.

수능의 경우 일반고 비율은 69%, 자사고 18.2%, 외고/국제고 8.2%, 과고/영재고 0.4% 순이었다. 물론 일반고 비율이 높다고 일반고가 수능에서 유리하다는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다. 재수생의 존재 때문이다. 통상 정시는 N수생 중심의 실적이 대부분이고 매년 공개되는 고교별 4년제 대학 진학률에서 확인할 수있듯이 교육특구를 중심으로 일반고의 재수비율이 높은 편이기 때문이다. 최상위대학에서 재수생의 위력은 ‘2016~2018학년 고려대 연세대 정시 입학생 현황’이 상세히 확인해 준다. 연대의 경우 N수생 비율이 2016학년 50%에서 2017학년 55.1%, 2018학년 58.3%로 꾸준히 상승해 60%에 육박했고, 고대는 2016학년 50.8%에서 2017학년 53.1%로 소폭 상승했다가 2018학년 64.4%로 뛰어올랐다. 재학생보다 N수생 수가 현저히 적음에도 N수생 비중이 훨씬 높다는 점은 그만큼 정시가 N수생에 유리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N수생은 수도권과 교육특구를 중심으로 대거 양산되는 특징이다. 올해 학교알리미에 공시된 전국 1662개 일반고 ‘졸업생 진로현황’을 통해 재수생 비율을 집계한 결과 톱10 모두 특구 영향권 고교들로 나타났다. 대부분 사교육을 통해 재수를 준비하는 현실 상 이를 일반고 고교의 경쟁력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수시 비중이 큰 상황에서 영재학교/자사고/특목고 등 경쟁력이 높은 수험생들이 수시에서 먼저 진학대학을 결정하고, 정시에 뛰어들지 않아 일반고가 반사이익을 누리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한 교육 전문가는 “일반고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시체제가 잘 갖춰진 특목자사고가 수시 합격 사례가 많다. 정시에 뛰어들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일 뿐, 정시에서 역량을 발휘하지 못한다고 보긴 어렵다. 이들이 모두 정시로 방향을 돌린다면 일반고가 지금 같은 실적을 낸다고 장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과고/영재학교의 경우 수능을 준비하지 않고 대부분 수시로 진학하는 특성상 수시에 비해서는 정시 진학 비중이 낮을 수밖에 없다. 이번 실태조사 결과에서 지원자 대비 합격자 비중으로 따진 수능의 합격률은 일반고 16.3%, 자사고 18.4%, 외고/국제고 20.2%, 과고/영재학교 24.3%로 나타났으나 모집시기에 따른 지원 횟수가 수시 6회, 정시 3회로 차이가 있기 때문에 학종과의 직접적인 비교는 어려웠다.

통계 눈속임뿐만 아니라 자료 배치순서 역시 의도가 엿보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조사결과, 학종에서 서울 쏠림 현상이 가장 낮았던 데다 소득균형의 효과가 있음이 드러나는 자료는 맨 뒷부분에 배치해 학종 옹호 근거를 약화하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수능을 확대하면 저소득층이 불리해진다는 내용을 부각시키지 않기 위한 선택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정시확대할 경우 의대열풍과 맞물려 교육특구 일반고 강화 가능성>
각 출신고교 합격자의 전형별 비중을 살펴보면 고교유형별로 특성에 맞게 대입전형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일반고의 경우 학종으로 진학한 비율이 39.1%로 가장 높았고 수능 32.1%, 논술 16%, 교과 8.9% 순이었다. 다른 고교유형과 달리 교과를 통해 학종 비율을 보완하고 있다. 수능 비율이 32.1%로 높게 나타난 것은 교육특구 N수생 중심의 실적으로 풀이된다. 

반면 자사고는 수능이 48.2%로 최대 통로였다. 학종 30.9%, 논술 16.3%, 특기자 4.1%, 교과 0.4% 순이었다. 정시 비중이 높은 의대효과로 풀이된다. 외고/국제고의 경우 수시체제로 빠르게 전환하면서 학종이 50.6%로 최대전형이었다. 수능 27.1%, 특기자 14.1%, 논술 8.2% 순으로 뒤를 이었다. 

과고/영재고는 이공계인재양성의 설립취지에 맞게 서울대 이공계특성화대 진학을 겨냥한 학종 진학이 62.8%로 가장 많았다. 특기자 29.2%, 논술 5.7%, 수능 2.3% 순으로 수능으로 진학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한 교육 전문가는 “과고/영재학교에서 수능 비중이 2.3%였다고 해서 과고/영재학교가 수능에서 일반고보다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해석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각자 고교유형에 맞는 전형통로를 선택한 것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만일 정시가 확대될 경우 현재 수능이 최대 대입통로인 자사고는 물론, 다른 고교유형에서도 수능 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 교육 전문가는 “대입 최대 블랙홀인 의대열풍이 정시확대와 함께 영향을 미쳐, 현재 수능비중이 2.3%에 불과한 과고/영재학교까지 수능 비중 확대가 불가피하다”며 “정시확대가 의대열풍과 맞물리면서 교육특구 일반고를 강화시키고 자사고/과고/영재학교의 의대진학을 더욱 확대시킬 것”이라고 분석했다.

<2주만에 202만명 분 검토.. 부실조사 지적>
이번 조사는 지난달 11일부터 24일까지 총 202만여건의 전형자료를 대상으로 분석해 부실한 조사라는 비판도 이어졌다. 24명으로 구성된 조사단이 참여해, 2주만에 1명이 약8만400건을 살펴봐야했던 셈이다. 실태조사가 대통령의 대입개선 발언을 계기로 시작된 이후 고교서열화 방안을 발표하기 전 결과를 내놓기 위해 촉박하게 마무리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된다. 학종의 뚜렷한 불공정성을 규명하지 못해 정시 확대 명분쌓기가 실패로 돌아감에 따라, 혼란만 부추긴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조사가 시작되기 전부터 ‘13개대’ 선정 기준조차 공정성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조사 대상이 된 13개대는 건국대 경희대 고려대 광운대 동국대 서강대 서울대 성균관대 연세대 춘천교대 포항공대 한국교원대 홍익대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현아(자유한국)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학종 실태조사 학교 선정현황’을 분석한 결과 홍익대는 선정기준에 부합하지 않았음에도 조사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가톨릭대 경인교대 서울교대의 3개대학은 연세대와 동일하게 4개의 선정기준 가운데 3개에서 상위 30개대학에 포함됐지만 조사대상에서 제외됐다. 

통상 서울 상위대학으로 인식되는 대학들의 명단이 빠지고, 일반대학이 아닌 교대를 포함시키는 등 13개대 성격이 제각기 다른 탓에, 13개대 전체 통계로 제시된 수치가 큰 의미를 지니지 못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게다가 대학별 개별 수치는 공개하지 않은채 익명으로 공개하면서 정보의 의미를 더욱 찾기 어렵게 했다.

일반고 내에서도 교육특구와 비교육특구의 수시/정시 실적차이가 큰 만큼 세부적 구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려면 시군구별 합격자 비율을 공개해야 수치가 왜곡되지 않는다는 비판이다. 교육특구 일반고의 경우 정시에 강점을 두고 있다. 서울대가 가장 마지막으로 공개한 서울대 2018등록자 자료 기준으로 일반고 실적을 살펴보면 일반고 1위는 양천구에 소재한 강서고로, 수시6명+정시18명의 실적을 냈다. 강남구의 단대부고가 수시8명+정시11명으로 뒤를 이었다. 충남에 소재하지만 전국단위 자율학교여서 선발효과를 지니고 있는 한일고가 수시8명+정시9명, 강남구의 숙명여고가 수시6명+정시11명으로 뒤를 이었다. 모두 수시보다 정시 실적이 더 우수했다. 

반면 자사고의 경우 우수한 실적을 내는 전국자사고와, 미달을 겪을 정도로 상황이 어려운 일부 광역자사고를 한 데 묶어 통계를 냄으로써 비교가 더욱 어렵게 했다. 특히 광역자사고의 경우 2018등록자 기준 서울대 실적이 31명에 달하는 고교가 있는 반면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한 고교도 있다. 반면 전국자사고는 10개교에서 대부분 10명 이상의 실적을 냈다.

<정성평가 학종.. 내신등급으로 줄세우지 않아>
고교서열화에서 나아가 고교등급제가 의심된다는 근거로 제시되는 수치는 고교유형별 합격자 내신이 일반고>자사고>외고/국제고>과고 순이었다는 것이다. 자사/특목고에서 내신이 낮음에도 합격할 수 있었던 것은 사실상 고교등급제가 적용된 것 아니냐는 것이 비판의 골자다. 

하지만 이는 학종평가의 성격 자체를 무시한 지적이라는 비판이 대학가에서 터져 나온다. 정성평가인 학종은 내신을 수치화해 선발하는 전형이 아니기 때문이다. 단순 내신등급이 아니라 원점수/표준편차를 통해 학업역량의 수준을 파악하고 비교과/자소서 등을 평가에 반영하기 때문에 내신등급을 잣대로 비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자사고/외고/국제고 재학생이 일반고 학생보다 내신이 불리한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비슷한 역량을 가지고 있더라도 일반고 학생에 비해 내신이 낮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교육부 역시 이를 언급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분석의 단순화를 위해 평균 내신등급을 분석했으나, 학종에서 학업성적은 다양한 전형요소 중 하나이며, 여러 전형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평가가 진행된다는 점, 개별 전형별로 내신등급(교과성적)을 반영하는 방식이 다양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전제했다. 이 같은 전제사항을 무시하고 단순 결과로만 ‘고교등급제’를 단언하는 보도가 쏟아져 나오고 있는 셈이다. 

학종을 교과전형 성격으로 호도한 비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교육 전문가는 “만일 교과전형에서 일반고 1등급을 자사고 3등급과 동일하게 취급했다면 분명한 문제다. 교과전형은 대학이 설정하고 있는 산출기준에 따라 정확히 수치를 내서 줄세우는 전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종은 다르다. 단순히 내신성적이 아니라 전반적인 역량을 보고 뽑겠다는 것이 교과와는 분명히 구분되는 학종의 취지인데, 이 같은 도입취지를 무시하고 내신등급을 평균 내 비교하는 것은 의도에 맞게 몰아가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정시 확대될 경우 외고/국제고까지 수능이 최대전형될 수도>
오히려 정시가 확대될 경우 자사/특목 쏠림 현상은 더 심화된다는 지적이 힘을 얻는다. 한 교육 관계자는 “자사고/특목고 쏠림은 수능에서 더 심한데 교육부가 이를 학종 문제만으로 돌리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9월 한국대학학회가 주최한 ‘사회 불평등 구조와 대학정책 방향’ 심포지엄에서 박정원 상지대 교수는 “고소득층은 사실상 모든 전형에서 유리한 입장이지만, 그 중에서도 정시는 고소득층/특목/자사/대도시 출신이 유리하고, 학생부교과와 학종 중심의 수시는 중저소득층/일반고/특성화고/지방출신이 상대적으로 덜 불리한 제도”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이 같은 분석은 2017년 서울 10개 사립대가 ‘학생부종합전형 3년의 성과와 고교 교육의 변화’ 심포지엄에서 발표한 결과와도 같은 맥락이다. 2015~2017학년 3개년을 분석한 결과, 모두 일반고는 학종에서 일반고 비율이 수능에서의 일반고 비율보다 높았다. 가장 최근인 2017학년의 경우 학종에서 일반고 비중은 68.1%, 수능에서는 66.3%였다. 2016학년은 학종 70.1%, 수능 66.4%, 2015학년은 학종 68.7%, 수능 65.6%였다. 반면 특목/자사/영재학교의 경우 수능에서의 입학비율이 더 높았다. 2017학년은 학종 23.8%, 수능 28.6%, 2016학년 학종 21.1%, 수능 27.9%, 2015학년 학종 22%, 수능 29.4%였다. 

지난해 서울대가 정시 확대에 따라 나타날 변화상을 예측해 본 결과 특목고를 비롯, 강남3구, 졸업생(N수생)이 유리해질 것이라는 결과가 도출되기도 했다. 정시를 확대할 경우 서울대 실적을 배출한 일반고가 크게 줄어든다는 예측이다. 2018수시 일반전형을 통해 서울대 합격자를 배출한 일반고는 305개교, 특목고는 78개교였다. 정시를 40%로 늘리면 일반고는 227개교로 줄어드는 반면, 특목고는 74개교로 유사한 수준이었다. 정시를 50%까지 늘릴 경우 일반고는 171개교로 크게 줄어들지만 특목고는 71개교로 차이가 크지 않았다. 자율고와 비교한 내용도 있었지만 자공고와 자사고를 같은 유형으로 비교한 탓에 유의미한 결과는 없었다. 

서울대 최종등록자 기준으로 수시/정시 합격자 비율을 살펴보면 영재학교와 특목고 합격자 비율은 수시에서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종로학원하늘교육이 제공한 2007~2018학년 서울 소재 고교 서울대 최종 합격자(최종 등록자 기준, 이하 등록자) 통계를 분석한 결과, 수시 등록자에서 특목고 비중(영재학교 포함)은 2007학년 30.8%에서 수시 전 전형 입학사정관제가 도입됐던 2012학년 40.2%로 확대됐다가, 학종이 본격 도입된 2014학년 37.2%, 2018학년 26.7% 순으로 낮아졌다. 

자사고의 경우 학종이 본격 도입된 2014학년 대거 대입원년을 맞이해 이전 연도 진학자가 없어 직접적으로 증감을 비교하긴 어려웠다. 다만 그 이후 시점으로 살펴보면 정시에서는 2014학년 24.7%에서 2018학년 2018학년 34.6%로 큰 폭으로 확대된 모습이다. 같은 기간 수시에서는 2014학년 16.9%에서 2018학년 19%로 소폭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였다. 수시보다는 정시에서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였던 셈이다. 

<'고입 선발효과를 대입 고교등급제인 것처럼 해석해선 안 돼'>
마치 새로운 사실이 발견된 것처럼 ‘고교서열화’ 사안을 다루고 있지만, 이번 조사결과는 이미 알려져 있는 사실을 재확인한 수준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물론 일반고에서 과고/영재학교 또는 자사/특목고보다 뛰어난 학생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지만 고교유형 전체 평균으로 봤을때는 고입전형을 실시하는 과고/영재학교 자사고/외고/국제고 학생의 학업역량이 더 높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번 실태조사 결과는 대입 고교등급제가 아니라 고입 선발효과와 수시체제 구축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시각이 힘을 얻는다. 고교서열화가 고교등급제로 연결돼 부당하게 혜택을 받은 것이 아니라 경쟁력 있는 학생들이 배출된 결과라는 것이다. 

과고/영재학교는 전기고로 우수 학생들을 선점하는 구조다. 자체적으로 고입전형을 실시해 우수 학생을 선별하고 있다. 자사고/외고/국제고의 경우 자기주도학습전형으로 선발해 선발효과가 많이 줄어든 상태지만, 지원자 풀 자체가 수월성교육에 대한 수요로 인해 몰렸다는 점에서 합격자의 역량도 높은 편이다. 한 고교 전문가는 “경쟁력있는 학생들을 모아놓은 곳이 자사/특목고이니만큼 이것이 입시결과로 반영되는 것은 당연하다. 일반고에 있었더라도 합격권에 들었을 학생들이 한 고교유형에 몰려있다보니 고교유형별로 따진 합격률 수치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번 조사는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수치로 옮긴 것에 불과하다. 자사/특목고 학생들이 우수하다는 것과, 자사/특목고여서 뽑았다는 것은 완전히 다른 얘기다. 일반고 학생에 비해 역량이 떨어지는데도 단순히 자사/특목고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뽑았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그런 정황도 밝혀내지 못한 상황에서 섣부르게 몰아가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수시체제 구축한 자사/특목고 벤치마킹하던 일반고 동력 상실>
선발효과에 더해 일반고 대비 자사/특목고가 일반고보다 수시체제로 더 빨리 적응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자사/특목고는 학종 도입 이후, 정시 중심이었던 고교도 수시체제로 체질개선에 나서면서 진학실적을 끌어올려왔기 때문이다. 외고/국제고 전국학부모연합회에서는 “외고/국제고에 재학중인 학생들이 마치 원칙에 어긋난 특혜를 받는 것처럼 오인하고 있다”며 “고교 교육정책에 맞게 열심히 준비했기 때문에 학종 합격률이 높은 것이지 특혜가 아니다”고 말했다.  

‘공교육의 롤모델’로 자리잡은 자사/특목고가 사라지면 이들의 수시체제를 벤치마킹하며 체질을 개선하던 일반고까지 동력을 잃어 하향평준화된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간 자사/특목고는 내부 개선을 통해 교내 프로그램을 내실화하고 교사의 열정이 뒷받침된 결과로 우수한 실적을 내면서 일반고의 벤치마킹 대상이 돼왔다.

일반고 역량의 강화 방안을 뚜렷하게 내놓지 못하던 상황에서, 그간 일반고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데 롤모델로 삼았던 자사/특목고가 폐지될 경우 일반고의 벤치마킹 대상 자체가 사라지는 셈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그간 일부 일반고들은 우수한 수시체제를 갖춘 자사/특목고에 탐방을 가기도 하면서 교내프로그램을 모방하는 등 체질개선에 힘써왔다. 그런데 자사/특목고가 폐지될 경우 최근 정시확대 요구와 맞물리면서 학교에서는 다시 문제풀이식 수업으로 회귀하고 변화의 동력이 꺼질 가능성이 크다. 

자사/특목고를 폐지한다면 수월성 교육수요를 어떻게 만족시킬 것인지 문제도 남는다. 교육 전문가는 "단순히 자사/특목고의 우수한 학생들이 일반고로 흩어진다고 해서 일반고 황폐화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현재 문제는 일반고 교육역량을 어떻게 강화시킬 것인지 뚜렷한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수요를 만족하지 못한 학생/학부모는 사교육이나 해외유학으로 눈 돌릴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학종 지역균형/소득균형 효과 재확인>
서열화 논리에 매몰돼 학종이 가진 지역균형과 소득균형효과가 등한시된다는 우려도 있다. 이번 조사결과 역시 학종에서 서울 쏠림 현상이 정시보다 낮았던데다 국가장학금 8구간 이하 수혜자 비중이 높은 결과가 나타났다. 

정시가 확대될 경우 특별시 출신 학생이 가장 유리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광역시 읍면지역은 불리해진다는 분석이다. 각 전형에서 출신지역 비중을 살펴보면 학종 대비 수능에서 특별시 출신의 비중이 높고 읍면 출신의 비중이 낮았다. 학종에서는 읍면 출신이 15%를 차지한 반면 수능에서는 8.6%에 불과했다. 반면 특별시는 학종에서 27.4%였던 반면 수능에서 37.8%였다. 

각 지역에서 전형별 합격자 구성을 살펴본 결과 역시 같았다. 읍면에서는 학종으로 합격한 비율이 57.8%로 가장 높았다. 수능이 24.8%로 뒤를 이었다. 반면 특별시에서는 수능으로 합격한 비율이 35.4%로 가장 높았고 학종이 34.2%로 뒤를 이었다. 광역시는 학종 49.3%, 수능 26.4%, 중소도시는 학종 39.6%, 수능 31.5% 순이었다.

서울로 국한해 살펴보면 서울지역 고교출신 학생 비중이 4개년 평균 27.4%인 가운데 수능은 37.8%로 더 높았다. 수능은 2016학년 37.4%, 2017학년 36.9%, 2018학년 38.2%, 2019학년 38.9% 순의 추이였다. 반면 학종은 이보다 서울고교 출신 비중이 낮았다. 2016학년 27.6%, 2017학년 27%, 2018학년 27.6%, 2019학년 27.2%였다. 

국내 최고 선호대학인 서울대로 한정해 놓고 봐도 서울대 정시에서 서울/경기 고교 출신 쏠림현상이 강하게 나타났다. 정시 신입생 중 서울/경기 출신 학생이 70%를 차지했을 정도다. 국회 교육위 소속 여영국 의원(정의당)이 발표한 ‘2019년 서울대 전형별 신입생 출신 고교 시도별 현황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19학년 서울지역 소재 고교 졸업생 비율이 전국 고교 졸업생 수의 17%인데 반해 정시 신입생은 42.8%, 학종은 34.4%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지역은 졸업생수 25.4%에 비해 정시는 27.2%, 학종은 18.5%였다. 서울의 경우 고교졸업생 비율의 2.5배, 경기는 1.1배가 서울대 정시수능을 통해 입학한 것이다. 

국가장학금 8구간 이하 수혜자 비중은 수능/논술/특기자 대비 학생부교과와 학종에서 더 높았다. 학종 35.1%, 교과 42.3%인 반면 수능은 25%였다. 논술이 25.1% 특기자가 25.9%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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