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종, 오히려 문호 넓고 가능성 높아’.. ‘고른기회 선발만 약자배려 아니야’

[베리타스알파=손수람 기자] 교과가 과연 학종보다 일반고 학생들에게 유리할까. 여영국(정의) 의원은 서울 상위15개대학(건국대 경희대 고려대 동국대 서강대 서울대 서울시립대 성균관대 숙명여대 연세대 이화여대 중앙대 한국외대 한양대 홍익대)이 의도적으로 수시에서 교과비중을 낮추고 학종과 수능비율을 높여 ‘일반고 살리기’를 외면하고 있다는 주장을 10월31일 내놨다. 실제 서울의 상위대학들은 교과 비중은 전체 4년제대학 비중 대비 낮은 게 사실이다. 여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0학년 서울 15개상위대학의 학생부교과 모집전형 비율은 전체대학 평균 42.4%에 비해 35.3%p 낮은 7.1% 수준이었다. 반면 상위대학들은 학종비율에 있어선 4년제대학 전체 평균보다 높았다. 상위대학의 학종비중은 44.3%로 전체대학 평균인 24.6%보다 19.7%p 높은 수치다. 여 의원은 서울 상위대학이 의도적으로 교과비중을 줄이고 학종비율을 늘렸다고 비판했다. 수시 내에서 학종과 교과 사이의 불균형을 유발해 부모의 개입이나 고액 컨설팅 사교육 문제를 키운다는 시각이다. 여 의원은 서울 상위대학들이 고른기회 선발에 소극적이라는 지적도 제기했다.

현장에선 여 의원의 ‘넘겨짚기’로 일방적인 주장을 펼치고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내신성적만으로 정량평가를 한다고 해서 교과가 반드시 일반고나 지방학생들에게 유리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교과모집을 실시하는 상위대학 8개교 모집인원의 63.9%는 수능최저 충족에 대한 부담을 안고 대입을 준비해야 한다. 5개대학에서 수능최저를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학종의 경우 전체 선발인원의 25% 정도에만 수능최저가 있다. 결과적으로 수능성적에 따라 최종합격 여부가 판가름 날 가능성이 더 큰 교과가 지방 일반고 학생들에게도 유리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오히려 정성평가로 진행되는 학종이 오히려 다양한 소질을 갖춘 일반고 학생들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한 교육전문가는 “학종은 과거 획일화됐던 정량평가에서 정성평가로 선발방식을 바꿨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 대입이 어렵고 복잡하다는 생각에 닿게 해 현재 정시확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상식적인 관점에서 정량평가보다는 정성평가가 선발의 다양화에 기여한다는 점을 쉽게 동의할 수 있다. 실제 학종이 도입된 이후 농어촌과 지방 중소도시 학생들이 다수 서울 상위대학으로 진학했다. 최근 서울대 합격자의 출신고교가 900개교이상으로 다양해진 원동력 역시 학종 때문”이라고 말했다.

교과가 과연 학종보다 일반고 학생들에게 유리할까. 여영국(정의) 의원은 서울 상위15개대학 이 의도적으로 수시에서 교과비중을 낮추고 학종과 수능비율을 높여 ‘일반고 살리기’를 외면하고 있다는 지난달 31일 밝혔다. 현장에선 여 의원의 ‘넘겨짚기’로 일방적인 주장을 펼치고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교과가 과연 학종보다 일반고 학생들에게 유리할까. 여영국(정의) 의원은 서울 상위15개대학 이 의도적으로 수시에서 교과비중을 낮추고 학종과 수능비율을 높여 ‘일반고 살리기’를 외면하고 있다는 지난달 31일 밝혔다. 현장에선 여 의원의 ‘넘겨짚기’로 일방적인 주장을 펼치고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학종중심 상위대학’ 일반고 외면?.. ‘수능최저 적용여부가 변수’>
여 의원이 비판하는 핵심은 서울 상위대학들이 일반고 출신 학생들에게 불리하도록 수시전형을 운영한다는 것이다. 특히 서울 상위15개대학의 교과 모집비율은 7.1%인 반면, 학종은 44.3%에 달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일반고 학생 대신 특목고나 자사고 학생들을 더 선발하기 위해 대학들이 의도적으로 교과비중을 낮췄다는 주장인 셈이다. 여 의원은 “서울의 상위대학들이 일반고와 지방학생들에게 유리한 학생부교과전형 모집정원 비율을 지극히 낮게 하고 있다”며 “이들 대학들은 다른 대학들에 비해 학종비중이 지나치게 높아 부모찬스 등 고액 스팩 컨설팅 사교육 문제를 발생시키고, 고교등급제실시 의혹을 낳고 있다”고 말했다.

교과가 일반고 학생들에게 유리하다고 여 의원이 주장하는 배경은 전형요소가 단순하다는 이유에서다. 대부분 교과전형은 봉사활동 동아리활동 수상실적 등 비교과가 거의 반영되지 않는다. 면접을 치르는 대학도 많지 않다. 서울 상위대학 가운데선 고대와 이대만 면접을 실시한다. 결국 교과성적이 우수한 학생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구조다. 상대적으로 교내 프로그램이 취약한 일반고 학생들에게도 지원의 기회가 있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특목자사고보다 일반고 학생들의 내신경쟁도 수월한 측면도 무시할 수 없는 대목이다.

그렇지만 현장에선 여 의원의 주장이 전제부터 틀렸다는 반응이다. 교과가 단순히 내신성적만으로 합격이 결정되는 전형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 상위대학들은 수능최저기준을 적용하는 대학이 다수다. 여 의원이 선별한 서울 상위15개대학 가운데 교과를 운영하는 곳은 고대 시립대 숙대 이대 중대 외대 한대 홍대의 8개교다. 이 가운데 고대 시립대 숙대 중대 홍대의 5곳이 수능최저를 걸었다. 상위대학 교과 모집인원 3439명의 63.9%인 2199명은 수능까지 준비해야 하는 셈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서울권 대학들이 수능최저기준을 갖추고 있는 것은 교과 전형 자체의 한계 때문이다. 인기가 높은 상위대학들은 학교별 수준차이가 있는 현실을 감안해 교과성적만으로는 학생들을 변별해낼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기 때문”이라며 “현재 고교현장의 분위기를 본다면 같은 내신 3등급이더라도 학교마다 학생의 수준이 다르다고 볼 수밖에 없다. 대학이 수능최저를 요구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반면 학종의 경우 정성평가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수능최저를 폐지하는 추세가 두드러진다. 상위15개대 모두 학종을 운영하지만, 고대 서울대 이대 홍대의 4곳만 수능최저 기준이 있다. 서울대는 애초부터 일반고 학생들에게 문호가 넓은 지균과 일부 실기전형에 한해서만 수능최저가 적용된다. 전체 선발인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일반의 경우 수능최저가 없다. 2만명이 넘는 상위 15개대학 정원내 모집인원의 25%가량인 5000여 명만 수능을 대비해야 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수능최저를 기준으로 본다면 학종보다 교과가 지방 일반고 학생들에게는 진입하기 어려운 전형이 된다. 특히 수능의 경우 사교육 영향에 크게 좌우된다. 같은 일반고 출신이더라도 교육특구 내 고교를 다니는 학생이 훨씬 유리한 환경이라고 추론 가능하다. 한 교육전문가는 “상위대학 교과전형을 노리는 학생들은 수능을 결국 대비할 수밖에 없다. 수능최저를 충족해야만 합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능은 사교육의 영향력이 매우 크다. 결국 교과를 준비하는 학생들 사이에서도 사교육 여부에 따른 교육격차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사교육에 접근 자체가 어려운 소외지역이나 지방에 거주하는 취약계층은 여전히 불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성평가 활용’ 학종.. ‘일반고 특별히 불리하지 않아’>
실제 ‘정성평가’로 진행되는 학종의 평가방식이 일반고 학생에게 불리하지 않다는 시각도 많다. 교과에선 모든 과목의 내신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어야 하는 것과 달리, 학종의 경우 학생이 가진 특성에 맞춰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내신성적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특정한 과목에 소질이 있다면 교내 프로그램을 활용해 학종 지원을 준비하는 것이 가능하다. 교내대회 입상실적 등 비교과활동 역시 개별 고교마다 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을 최대한 고려한다는 것이 현장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번의 실수로 지원기회 자체가 사라질 수 있는 교과보다 오히려 학종이 많은 학생들에게 열린 전형으로 볼 수 있다.

대학가에선 특히 학종의 가능성에 주목하는 편이다. 전체 평점을 토대로 정량평가하는 교과에 비해 다양한 소질을 갖춘 학생들을 선발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성균관대 김중희 차장은 “교과전형의 경우 1.6등급과 2.2등급의 비교가 무의미하다. 두학생의 당락은 이미 정해져 있고 수능최저 여부에 따라 1.6등급학생의 합격여부가 결정된다. 하지만 학종에서는 역전의 가능성이 존재한다. 교과는 전체 평점으로 결론이 뻔하지만 학종에선 전체 평점이 아니라 모집단위와 관련이 높은 과목의 평점이 훨씬 중요하고 그 과목의 상승곡선이 있다면 훨씬 가능성은 높아진다. 예를 든 두학생의 경우 1.6등급을 받았더라도 1학년 1.5등급, 2학년 1.6등급, 3학년 1.7등급을 낮아진 추이를 보이고 2.2등급인 학생이 1학년 3.2등급, 2학년 1.5등급, 3학년 1.3등급으로 상승한 경우라면 학종에선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학종은 1.6등급을 받은 학생이 상대적으로 중요성이 낮은 기술가정 등의 교과목까지 전반적으로 우수한 내신을 받은 점과 2.2등급 학생이 수학과학의 강점이 두드러지는 성적을 받는 상황도 다른 의미로 평가한다. 교과성적만 봐도 학생 특징뿐 아니라 강점과 약점까지 드러나기 때문이다. 학종은 교과와 비교과를 포함한 학생부 전반을 다양한 방식으로 평가한다”고 전했다.

정성평가로 진행되는 만큼 일반적인 오해처럼 비교과활동을 ‘스펙’처럼 쌓을 필요도 없다. 평가자인 대학의 사정관들도 교내대회 수상실적은 학생의 관심과 학교생활의 성실성을 파악하는 지표로 활용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 사립대 입학사정관은 “교내상은 학생의 관심이나 학업능력을 뒷받침하는 정도로 활용된다. 학교마다 상의 개수가 다르기 때문에 학교별로 상의 종류와 개수를 전부 비교하며, 개수에 따른 정량평가는 진행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2016년 조승래(더불어민주) 의원은 서울대 수시 합격자를 5명 이상 배출한 102개 고교의 교내대회를 전수 조사한 결과, 당시 전국에서 서울대 수시 합격자를 가장 많이 배출한 하나고(53명이상)의 1인당 교내대회 개최 수는 102개 학교 가운데 33위에 그쳤다.
교육계에서 교과와 학종을 마치 ‘선과 악’으로 이분법처럼 구분한 여 의원의 관점이 부당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한 교육전문가는 “실제 학종의 평가방식은 학생들의 다양한 환경과 불리함을 충분히 반영할 수 있도록 개선되고 있다. 예를 들어 서울대의 경우 학생이 이수한 과목의 수강인원 규모를 고려하는 것은 물론 원점수, 표준편차, 석차등급을 분석해 의미를 해석한다. 각 과목의 내용과 세부능력및특기사항에 드러난 교과 담임의 평가 견해도 면밀하게 검토한다. 소규모 학교의 학생들이 내신이 불리해질 수 있는 측면을 충분히 보완하기 위한 방법인 셈”이라며 “여 의원의 주장처럼 학종이 소외되는 학생들의 진입을 막는다고 보기 어려운 것이다. 오히려 교과전형에선 소규모 학교 학생들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적은 인원수에 따라 내신이 상대적으로 낮게 나와도 고려할 수 있는 평가항목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고른기회만 약자 배려?.. ‘대학 여건 충분히 고려해야’>
여 의원이 다시 한 번 서울 상위대학들의 고른기회 전형비율이 낮다는 점을 들어 사회적 약자 배려가 부족하다고 지적한 부분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상위대학들의 고른기회 선발비율은 2017년 8.2%, 2018년 8.6%, 2019년 9.1%로 꾸준히 상승해왔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여 의원은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의 고른기회가 정원의 4~5% 수준으로 전체 4년제대학 평균비율인 11.1%에 미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결국 일부 대학의 사례를 과장한 것은 물론, 특목고가 아닌 전국 고교에 지원인원을 할당하는 지균을 운영하는 서울대의 특성도 고려하지 않은 분석이라는 반론이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대학이 선발의 다양화를 위해 실시하는 전형구조의 이해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학생들의 여건에 맞는 다양한 전형을 운영함으로써 대학은 사회적 약자배려를 위해 여러 방면으로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른기회 선발은 기초생활수급자 특성화고졸업자 특성화고졸재직자 농어촌지역학생 북한이탈주민 서해5도 등의 지원자격에 해당하는 경우만 지원할 수 있는 특별전형이다. 농어촌학생은 정원의 4%, 특성화고졸업자는 1.5%까지 각 선발할 수 있고, 여기에 농어촌과 특성화졸에 기초생활수급 차상위 한부모까지 더하면 5.5%까지, 여기에 특성화고졸재직자까지 하면 11%까지 대학별로 여건에 맞춰 정원외로 선발이 가능하다. 장애인은 입학정원제한이 없고, 재외국민은 정원의 2%까지만 허용된다. 2014년 고교교육기여대학지원사업 시행이후 교육부가 각 대학에 정원내 선발을 권고하면서 일부 정원내 선발이 이뤄지고 있다. 대학별로 고른기회 인원이 다르고 정원내/외 분류가 다른 이유다.

약자 배려라는 취지는 동일하지만 다르게 분류되는 ‘사회통합전형’도 있다. 사회통합은 정원내에서만 선발 가능하다. 지원자격과 선발인원은 별도의 법령없이 각 대학이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는 특징이다. 대학이 판단해 국가유공자 자녀나 장기근속 군인과 소방관의 자녀, 다문화가정 다자녀 소년소녀가장 시설보호대상자 등의 지원자격을 두고 정원내로 선발하게 된다.

학종을 운영하는 것 역시 지역별 편중을 완화하는 시도로 보인다. 국회 교육위 소속 박경미(더불어민주) 의원이 1일 서울대로부터 받은 ‘2017~2019학년 서울대 최종등록자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학종의 지역적 균형효과가 뚜렷했다. 입학생들의 출신지역에 따라 수도권/비수도권으로 나눠 분석한 결과, 학종 교과 논술 특기자 수능의 5개전형 가운데 학종에서의 수도권/비수도권 격차가 가장 작았다. 2015~2017학년까지 3개년을 분석한 결과, 2017학년 신입생의 경우 수도권 학생 비율이 가장 낮았던 전형은 학종(56.1%)이다. 교과(59.9%) 특기자(66.2%) 수능(70.6%) 논술(78.7%) 순이었다. 수도권 출신 입학생 비율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수도권 학생과 비수도권 학생 간 비율 격차가 작아 지역 균형성에 가장 기여하고 있다는 의미다. 지역별 격차 완화 역시 대학의 약자 배려 노력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이다.

결국 다양한 경로를 통해 대학들이 사회적 약자 배려를 실천하고 있음에도 여 의원이 고른기회 전형비율 한 가지 기준만으로 상위대학을 일방적으로 매도했다는 비판이 가능하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소외계층의 교육기회를 보장한다는 기본가치에 반대할 대학은 단 한곳도 없을 것이다. 정부 정책의 방향도 마찬가지인 만큼 대학들도 이를 충분히 따르고 있는 모습이다. 대학재정지원사업을 통해 정원내 고른기회 확대를 권장하는 교육부 방침대로 2017년부터 꾸준히 선발비율도 상승하고 있다”며 “사실 사립대가 대부분인 상위대학 입장에선 고른기회 선발을 급격하게 늘리는 것에 무리가 있다. 등록금 동결이 장기간 지속된 상황에서 재정적 어려움이 날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지원자풀이 적은 고른기회를 확대하는 것은 위험이 따른다. 이런 부담이 적은 국공립대가 다수 포함된 전체 대학평균과 비교해 서울권 대학들을 낙인찍는 것 아닌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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