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학 3위 '하락'.. 로스쿨 대학 ‘법학과’ 폐지

[베리타스알파=박대호 기자] 인문계열에서 수험생 선호도가 가장 높은 상경계열이 로스쿨 입시에서도 두각을 드러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경계열은 2018학년 총 510명의 로스쿨 합격자를 배출, 2009학년부터 2017학년까지 9년간 1위를 독주해온 법학계열을 제치고 가장 많은 합격자를 배출하는 계열로 올라섰다. 이어 사회계열 497명(23.6%), 법학계열 440명(20.9%), 인문계열 326명(15.5%) 순이다. 인문계열 다음으론 자연계열에 해당하는 공학계열이 110명(5.2%)의 합격자를 내며 뒤따랐다. 법학계열의 합격비율 감소는 전국 25개 로스쿨이 인가 과정에서 법학과를 폐지, 2008학년을 끝으로 신입생 모집을 중단했고, 올해 2월을 기점으로 로스쿨 내 법학과가 전부 문을 닫게 되면서 벌어진 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계열별 합격비율이 유의미한 데이터이지만, 로스쿨 진학을 희망하는 고교생들의 경우 잘못된 해석을 하지 않아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계열별 비율에 따라 대학 전공을 결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다. 한 교육 전문가는 “상경계열은 현재 인문계열에서 가장 선호도가 높은 전공이다. 그만큼 우수한 학생들이 많이 입학, 학부과정 이후 지원하는 로스쿨에서도 많은 성과를 내고 있다는 결과론으로 해석해야 한다. 상경계열이 로스쿨과 ‘궁합’이 잘 맞아서 벌어지는 전공이라는 해석은 곤란하다는 얘기”라며 “오히려 법학과 연관이 크지 않다고 볼 수 있는 공학계열에서도 꾸준히 합격자가 나오는 것을 보면 로스쿨 입학에 있어 학부 전공은 큰 제한이 없다고 봐야 한다. 계열 비율을 쫓아 맞지도 않는 학과로 진학해 부적응 문제를 겪는 것보다는 본인이 원하는 학과에 입학, 4년간 학업에 열중하는 것이 로스쿨 입학에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25개 로스쿨의 법학과 폐지와 맞물리며 그간 로스쿨 입시에서 가장 합격자 비율이 높았던 법학계열 대신 상경계열에서 가장 많은 합격자가 배출됐다. 다만, 로스쿨 입학을 염두에 둔 고교생들의 경우 학부전공 과정에서 계열별 비율을 크게 신경쓸 필요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사진=중앙대 제공

<2018로스쿨 합격자 상경계열 1위.. 9년간 1위 법학 두 계단 내려앉아>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법전협)가 최근 홈페이지에 게시한 2018학년 출신 계열별 합격자 통계자료에 따르면 전체 학문계열 가운데 가장 많은 합격자를 배출한 곳은 상경계열이었다. 상경계열은 2018학년 전국 25개 로스쿨 합격자 2106명 가운데 24.2%인 510명을 배출했다. 이어 사회계열 497명(23.6%), 법학계열 440명(20.9%), 인문계열 326명(15.5%) 순이었다. 

상경계열이 로스쿨 합격자 최다배출 계열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존 상경계열은 법학계열에 밀려 계속해서 2~3위권의 합격자를 배출하는 데 만족해야했다. 2009학년과 2010학년, 2012학년과 2014학년 2015학년 2017학년에는 상경계열이 법학계열 다음으로 많은 합격자를 냈고, 2011학년과 2013학년, 2016학년에는 사회계열이 법학계열 다음으로 합격자를 많이 배출한 곳이었다. 

눈길을 끄는 것은 법학계열의 비중 축소다. 법학계열은 로스쿨 입시가 처음 시작된 2009학년부터 2017학년까지 9년간 가장 많은 합격자를 배출한 곳이었지만, 2018학년 들어 처음으로 상경계열에 1위자리를 내줬고, 사회계열보다도 적은 수의 합격자를 배출하는 데 그쳤다. 불과 5년 전인 2013학년만 하더라도 55.4%의 합격자를 배출하며 절반 이상이 법학계열로 채워졌고, 2014학년에도 49.4%, 2015학년에도 44%로 절대 다수를 차지했단 점을 고려하면 급격하게 비중이 감소한 모양새다. 

법학계열 합격자가 급격하게 감소한 것은 로스쿨이 설치된 대학에서 법학과가 일제히 폐지된 것과 맞물린 현상으로 보인다. 전국 25개 로스쿨은 인가 과정에서 학부 단계 법학과를 폐지하기로 결정, 2008학년 마지막으로 신입생을 받았다.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에 로스쿨을 두는대학은 법학에 관한 학사학위과정을 둘 수 없다고 규정돼있기 때문이다. 이후 25개 로스쿨의 법학과는 올해 2월 학위수여식을 끝으로 모두 자취를 감춘 상태다. 경북대가 2012년, 충북대가 2016년, 건국대 서울시립대 인하대 제주대 한양대의 5개교가 2017년 마지막 졸업생을 배출하며 문을 닫은 가운데 올해 2월에는 남은 18개 로스쿨이 모두 마지막 졸업식을 가졌다. 우수인재들의 산실 역할을 해온 선호도 높은 대학들의 법학과가 사라지면서 로스쿨 입시에서의 법학계열 경쟁력도 그만큼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전체 로스쿨을 대상으로 보면 법학계열이 1위 자리를 내준 것은 올해가 처음이지만, 이미 서울대에서는 일찌감치 법학계열보다 상경계열 사회계열이 강세를 보여왔다. 최근 2년간의 현황을 보면 150여 명을 선발하는 서울대 로스쿨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계열은 상경계열이었다. 2017학년에는 42.4%(64명/전체 151명)가 상경계열이었고, 2018학년에는 48.4%(74명/153명)로 그 비율이 한층 높아졌다. 법학계열은 2년 연속 같은 2.6%(4명)의 비율을 차지하는 데 그쳤다. 고려대 성균관대 등도 이미 상경계열 합격자가 가장 많았던 실정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법학계열 감소는 올해 전부터 상위대학을 중심으로 발생하던 일들”이라며 “전체 로스쿨을 대상으로 한 통계에선 해당 현상이 조금 늦게 나타난 것에 불과하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법학계열의 비율 감소가 일시적 현상이 아니란 점에서 향후에도 상경계열/사회계열 ‘강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 교육 전문가는 “현재 법학과가 설치된 대학들은 전부 로스쿨 인가를 받지 못한 곳들이다. 동국대처럼 상위대학 중에서도 로스쿨이 없어 법학과를 유지하고 있는 곳이 있지만, 소수 사례에 그친다. 우수자원들이 법학계열에 많아질 수 없는 상황”이라며 “앞으로도 로스쿨 입시에서의 법학계열 비율은 계속해서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반면, 꾸준히 많은 합격자를 배출해오던 상경계열과 사회계열, 이문계열, 공학계열 등은 반사이익을 얻어 비율이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밖에 성별 통계에 따르면 합격자 중 여성비율은 소폭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017학년에는 전체의 44.7%인 946명이 여자였지만, 2018학년엔 43.1%(907명)으로 다소 비율이 낮아졌다. 2018학년 서울대의 경우 남자 93명(60.8%), 여자 60명(39.2%)로 평균을 다소 밑돌았다. 2017학년에는 남자 83명(55%), 여자 68명(45%)으로 평균 이상의 여자 비율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년 지원자 풀에 따라 비율이 달라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합격자 비율이 남성에 비해 다소 낮긴 하지만, 법조계에서의 여성 활약은 점차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오종운 종로학원하늘교육 평가이사는 "로스쿨 도입 첫해에는 여자 합격자가 전체 1998명의 39.4%인 778명에 그쳤지만, 올해까지 여자 합격자 비율은 모두 40%를 넘어섰다. 10년간 평균 여자 합격자 비율도 42.9%에 달한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여성 법조인 비율'이 24.1%였단 점을 고려하면 향후 법조계에서 여성의 활약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고 말했다. 

<로스쿨 가려면 상경계열? 글쎄.. 학문계열보단 진로적성>
대입을 앞둔 인문계열 수험생의 경우 로스쿨 진학까지 염두에 두고 진로를 설정하는 일이 잦다. 인문계열 전문직 중 가장 선호도가 높은 ‘법조인’이 될 수 있는 유일한 통로란 점에서다. 그 과정에서 계열별 합격비율은 관심의 대상이 되곤 한다. 어느 전공을 선택해야 로스쿨 진학이 쉬운지를 수요자들 입장에선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계열별 합격비율을 참고해 학부 전공을 선택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입을 모은다. 전체 로스쿨 중 어느 계열이 많다 정도의 참고자료로만 활용해야지, 진로선택에까지 활용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단 것이다. 상경계열이나 사회계열은 본래부터 로스쿨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고, 인문계열에서 가장 우수자원들이 몰려있다보니 합격자가 많이 나오는 것에 불과하단 해석이 주를 이룬다. 진로적성에 맞춰 학부전공을 선택하고 LEET 등을 충실히 준비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단 얘기다.

합격자 비율이 큰 상경/사회/인문 등을 제외하고 보더라도 계열선택과 로스쿨 진학 간 연관성은 크지 않았다. 앞선 세 계열 외 로스쿨 합격자를 배출한 계열별 비율은 공학 5.2%(110명), 사범 3.7%(78명), 자연 2.4%(50명), 기타 2.1%(45명), 예체능 0.9%(19명), 의학 0.7%(14명), 약학 0.4%(8명), 농학 0.2%(5명), 신학 0.2%(4명) 순이었다. 상경 사회 법학 인문을 제외한 ‘비인문계열’ 중에선 공학계열의 합격자가 꾸준히 많았다. 이어 로스쿨 진학과 관련이 크지 않다고 여겨지는 농학 신학 예체능 등에서도 매년 꾸준히 합격자가 배출되는 등 학부 전공이 ‘걸림돌’로 작용하지는 않는 모양새다. 

다양한 계열에서 합격자가 나오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로스쿨 설립 목적 중 하나인 ‘다양한 전공자들의 변호사 시장 유입’은 비교적 잘 작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상경/사회/인문으로의 합격자 편중이 너무 강하고 공대생 비율이 너무 적다며, 전공 다양성이 더 확보돼야한단 의견도 내놓지만, 현재 수치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게 정설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로스쿨 초창기 시절 공대생들이 더 많이 로스쿨에 진학한 적도 있다. 하지만, 그런 현상을 두고 현재 로스쿨의 전공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것은 확대해석”이라며 “기본적으로 로스쿨 입학 전 치러야 하는 LEET 시험은 언어이해 추리논증 논술로 구성, 자연계열보단 인문계열 전공자에게 더 유리한 측면이 있다. 인문계열 대비 자연계열에서 로스쿨 진학을 원하는 인원들이 적고, 경쟁력이 적어 비중이 크게 늘어나지 않는 것일 뿐으로 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대학 수준’을 높이는 것이 최선이라는 실질적인 조언도 존재했다. 로스쿨의 자교 선호는 ‘공공연한 비밀’ 축에 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한 교육 전문가는 “올해 로스쿨 협의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자교 합격자는 476명으로 22.6%, 타교 합격자는 77.4%였다. 수치만 놓고 보면 로스쿨의 자교선호가 잘못된 편견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눈속임에 불과하다. 상위대학 로스쿨의 경우 간혹 대학별 합격자가 공개되는데 자교가 사실상 ‘한계선’을 형성한다. 자교보다 선호도 낮은 대학 학생들이 합격하는 일은 많지 않다는 뜻이다. 자교거나 또는 자교보다 상위대학에서 대다수 합격생이 나오는 실정”이라며 “결국 로스쿨 진학에 있어 폭을 넓히기 위해서는 선호도 높은 상위대학에 입학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선호도 낮은 대학에 진학하는 경우 진학 가능한 선택지가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진다고 해석해야 한다. 지난해부터 블라인드 면접이 도입됐지만 이는 면접에 한정된 것일 뿐, 서류평가에선 여전히 출신대학이 드러난다. 로스쿨들이 대학만 보고 합격자를 선발하는 것은 아니지만, 선호도 높은 대학에서 상대적으로 우수 인재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란 점을 기억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2019 로스쿨 입시 '서막'.. '바뀐' LEET 7월15일 실시>
올해 치러질 2019학년 로스쿨 입시의 '서막' 격인 LEET(법학적성시험)은 7월15일 실시된다. 지난해 8월27일 LEET가 실시됐단 점을 보면 예년보다 1달 가량 더 빠른 일정이다. 시험 접수는 5월29일부터 6월7일까지다. 

올해는 시험에 일부 변동이 있다. 출제 문항 수와 시험시간이 달라진다. 1교시 언어이해는 기존 35문항에서 30문항으로 5개 문항이 줄고, 시험시간은 80분에서 70분으로 10분 축소된다. 반면, 2교시 추리논증은 기존 35문항에서 40문항으로 5개 문항이 늘고, 시험 시간은 110분에서 125분으로 15분 확대된다. 2개 문항이 출제되는 3교시 논술은 지난해 2문항 중 1문항만 사례형이었지만, 올해는 2문항 모두 사례형으로 출제될 예정이다. 시험시간은 120분에서 110분으로 10분 축소 예정이다. 

올해부터 LEET가 크게 달라지는 것은 2016년 12월1일 발표된 '법학적성시험 개선계획'에 따른 것이다. 당시 법전협은 로스쿨 입학전형의 공정성과 투명성 확보를 위한 제도개선의 일환이라며 정량평가 비중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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