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숙사비 1인실 연대 63만원 육박.. 건대 고대 톱3

[베리타스알파=윤은지 기자] 상위17개대학 가운데 기숙사 수용률이 가장 높은 대학은 연세대였다. 2017년 기준 연대의 기숙사 수용가능인원은 9570명으로 재학생 2만7064명 가운데 35.4%를 수용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알리미 10월 공시자료인 ‘기숙사 수용 현황’에 따르면 연대의 기숙사 수용률은 상위17개대학 평균인 17.3%의 두 배에 가까웠으며 전국 대학의 기숙사 수용률인 21%와 비교해도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었다. 다만 연대는 1인실 기숙사비용 월 62만7000원을 기록해 질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학교 측이 평균 50만원 수준의 주변 원룸 월세보다 비싼 가격에 민자기숙사를 운영하면서 학생들의 지탄이 쏟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대 기숙사비용은 유일하게 60만원을 넘는 수준이었으며 국공립대인 서울대(24만5000원) 서울시립대(20만5000원)의 세 배에 달한다.

기숙사수용률과 비용은 대학이 학생들에게 안정적인 주거공간에서 교육받을 수 있는 여건을 얼마나 갖추고 있는지를 드러내는 잣대 가운데 하나다. 기숙사는 전국 각지에서 대학교육을 위해 몰리는 학생들의 주거부담을 덜기 위해선 필수적인 시설이다. 특히 원거리에서 통학하는 학생이나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못한 지방출신 학생들에게 절실하다. 대학은 적정 규모의 기숙사를 건립하고 저렴한 비용으로 시설을 제공해 학생들의 편의를 보장해야 할 의무가 있다. 상위17개대학 중에서도 10명 중에 1명의 학생을 수용할 수 있는 10% 내외의 기숙사 수용률을 보인 곳이 적지 않아 기숙사 시설 신축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기숙사 수용률은 점진적으로 높아지고 있으나 관련 제도는 미비한 상황이었다. 올해 신규조사항목으로 포함된 기숙사비 납부제도 현황에 따르면 상위17개대학 중에서 카드납부를 허용한 곳은 건국대 민자기숙사 1곳에 불과했다. 현금분할납부를 허용하는 대학도 서울대 서강대 시립대 건대 홍대 등 5곳에 그쳐 관련 규정을 신설하는 등 개선의 목소리가 커질 전망이다. 전국에서 카드 납부를 허용하는 대학 기숙사는 28곳으로 전체 219개 기숙사의 12.8%에 불과했다. 현금분할납부를 허용한 곳은 53곳(24.2%), 현금으로만 일시납부를 요구하는 기숙사는 148곳으로 67.6%에 달했다. 카드납부와 현금분할납부제도를 모두 실시하는 기숙사는 10곳으로 전국에서 4.6%에 불과했다.  

연세대의 기숙사 수용가능인원은 9570명으로 재학생 2만7064명 가운데 35.4%를 수용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대의 기숙사 수용률은 상위17개대학 평균인 17.3%의 두 배에 가까웠으며 전국 대학의 기숙사 수용률인 21%와 비교해도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었다. 다만 연대는 1인실 기숙사비용 월 62만7000원을 기록해 질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사진=연세대 제공

<대학별 수용률과 비용 격차.. 관련 규정 없는 탓>
기숙사 수용률과 비용은 대학별로 격차가 큰 편이다. 기숙사 수용 규모나 비용에 대한 별도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기숙사 관련 규정은 ‘대학설립/운영규정’에서 기숙사를 교사시설 중 지원시설로 분류한 것이 전부다. 1996년 이전까지는 ‘대학설치기준령’에 기숙사 수용인원을 총 학생정원의 15%이상으로 명시했으나 ‘대학설립/운영규정’에는 관련 규정이 삭제됐다. 대학은 전체 교사 면적 중 기숙사를 필요에 따라 갖추기만 하면 된다. 

기숙사 수용률은 각 대학의 교육체제와 소재지에 따라 달라지는 경향이 뚜렷하다. 재학생 전원 의무 기숙사 생활을 하는 대학이 있는 반면, 지방에 있는 캠퍼스는 주변 주거시설이 부족한 탓에 기숙사 비중이 높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 대학으로 확대할 경우 기숙사 수용률은 2017년 21%를 기록했으며 수도권대학은 16.1%로 나타났다. 기숙사 수용률은 전년 20%와 비교해 불과 1%p 상승한 셈이다. 기숙사 부족 문제는 수도권대학에서 뚜렷했다. 비수도권대학은 기숙사 수용률이 24.4%로 수도권대학 16.1%보다 약 8.3%p가 높다. 

대학알리미가 공시한 기숙사 수용률은 기숙사 수용가능인원을 재학 중인 학생수로 나눈 값에 100을 곱해 산출한 수치다. 수용가능인원은 2017년 4월1일 기준 학교 밖 행복기숙사, 대학생연합생활관, 글로벌교류센터 수용인원(학교추천입사생 기준)과 학교 기숙사 건물대장에 기재된 수용가능인원을 모두 합해 산출했다. 총장 교직원 일반인 등이 사용하는 기숙사 수용분은 제외했으나 실제 수용가능인원은 이보다 더 적은 셈이다. 입사경쟁률은 기숙사 지원자수를 수용가능인원으로 나눠 산출했다. 기숙사비는 2017년 기준 30일간의 기숙사비를 말한다. 

<상위17개대학 기숙사 수용률, ‘RC체제’ 연대 1위.. 성대 이대 서울대 순>
2017년 상위17개대학 가운데 기숙사 수용률이 가장 높은 대학은 연대였다. 연대 기숙사의 수용가능인원은 9570명으로, 재학생 2만7064명 가운데 35.4%를 기숙사에서 수용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연대는 지난해에도 31.2%의 수용률을 보여 상위17개대학 가운데 유일하게 30%대 수용률을 보이며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2014년 21.6%에서 2015년 30.6%로 수용률이 대폭 높아진 후 2016년 31.2%, 2017년 35.4%로 해마다 확대하고 있다. 

연대 기숙사 수용률의 증가는 2014년부터 신입생 전체가 국제캠퍼스에서 1년간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하는 RC(Residential College, 기숙형대학)체제를 도입한 영향이 크다. RC도입을 위해 2014년 국제캠퍼스에 제2기숙사를 완공하면서 수용가능인원이 크게 늘었다. RC체제는 영국과 미국의 명문대학의 사례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학생이 교수와 함께 기숙사생활을 하며 교과목은 물론 인성교육을 포함한 다양한 교육을 받는 것을 말한다. 연대는 2013년 신입생부터 공동체 생활에서 지켜야할 규율과 에티켓을 가르치고자 RC를 도입, 신입생을 절반으로 나눠 한 학기 동안 의무적으로 국제캠퍼스에서 지내도록 했다. 2014년에는 RC를 확대해 신입생 전원이 국제캠퍼스에서 1년 간 생활하게 됐다. 

연대 다음으로 높은 수용률은 성대였다. 성대의 기숙사 수용가능인원은 5371명으로 재학생 2만4068명 대비 22.3%를 차지한다. 성대는 서울의 명륜학사와 수원 소재 봉룡학사 2곳에 학생들이 거주하며, 양 학사를 합쳐 5000명 이상의 수요규모를 갖춘 12개 동의 기숙사를 운영하고 있다. 이어 이대 22%(수용가능인원 4284명/재학생수 1만9475명), 서울대 21.3%(5933명/2만7875명), 경희대 19.3%(5547명/2만8736명), 단대 19.1%(4680명/2만4483명), 건대 18.5%(3309명/1만7844명), 중대 17.3%(4629명/2만6747명), 외대 15.7%(2940명/1만8674명), 홍대 14.7%(2945명/2만57명), 한대 12.5%(2524명/2만119명), 서강대 12.4%(1222명/9887명), 인하대 12.3%(2364명/1만9248명), 숙대 11%(1223명/1만1069명), 고대 10.3%(2751명/2만6754명)까지 15개교가 수용률 10% 이상을 나타냈다. 동대 9%(1419명/1만5764명), 시립대 8%(814명/1만153명)는 10%에 미치지 못했다. 재학생 10명 가운데 1명도 기숙사 시설을 이용하지 못하는 셈이다. 

이대는 지난해보다 올해 기숙사 수용률이 크게 확대돼 눈길을 끌었다. 이대는 E-House 한우리집 솟을관 I-House 등 총 4곳의 기숙사를 운영하고 있다. 이 가운데 솟을관은 로스쿨 전용 기숙사로 학부생들이 실질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기숙사는 세 곳이다. 지난해 2월 한우리집이 438명을 수용할 수 있는 학부생 대상 기숙사를 개관해 확장하고 8월에는 약 2580명을 수용할 수 있는 E-House과 오뚜기 국제관이 개관하면서 수용가능인원이 늘어났다. 인근에서 원룸 하숙 등 입대업을 하는 지역주민들이 생존권 문제를 들면서 기숙사 신축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면서 갈등을 빚은 끝에 문을 열 수 있었다. 

<입사경쟁률 시립대 1위.. 기숙사 수요 못 미쳐>
입사경쟁률은 기숙사 지원자수를 수용가능인원으로 나눈 값을 나타난다. 실질적인 기숙사 거주희망자를 대상으로 수용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인 셈이다. 재학생 전체를 기준으로 할 경우 캠퍼스 인근에 거주해 기숙사가 필요하지 않은 학생들까지 포함될 수 있는 기숙사 수용률과는 차이가 있다. 다만 기숙사 수용규모가 워낙 적어 지원을 일찌감치 포기하고 인근 월세나 하숙으로 눈을 돌린 학생들도 적지 않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입사경쟁률은 상위 17개대학 가운데 시립대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시립대의 기숙사 수용인원은 814명에 불과하지만 거주희망자는 4097명에 달해 무려 5.0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상위17개대학의 평균 경쟁률 1.44대 1(수용인원 6만1525명/지원자 8만8503명)의 3배가 넘는 수치다. 시립대에 이어 외대 1.87(2940명/5496명), 동대 1.81(1419명/2566명), 인하대 1.74(2364명/4117명), 홍대 1.66(2945명/4899명), 중대 1.6(4629명/7396명), 단대 1.52(4680명/7100명) 등이 비교적 높은 입사경쟁률을 보였다. 수용규모가 넉넉한 연대는 입사경쟁률 1대 1(9570명/9554명)로 수용인원과 지원자수에서 큰 차이가 없었다.

시립대는 비교적 저렴한 기숙사비로 수요가 많은 편인 데 반해 상위대학 가운데 가장 적은 규모로 입사경쟁률이 치열하다. 기숙사 부족은 지난해 시립대 학내 문제로 이어져 박원순 서울시장의 시립대 등록금 전액감면 정책을 철회하는 배경이 되기도 했다. 시립대 총학생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숙사 증축에 관한 투자심사가 통과돼 설계까지 진행됐지만 예산배정이 이뤄지지 않아 기숙사 증축이 백지화될 위기에 놓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숙사비 1인실 연대 ‘최고’.. 2인실 서강대, 3인실 인하대 1위>
상위17개대학 가운데 2017년 기준 가장 비싼 기숙사비를 받는 대학은 연대였다. 연대 기숙사비는 1인실 기준 월 62만7000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64만원에 비해 하락하긴 했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서울 대학가 평균 월세가 약 50만원인 사실을 감안해도 상당한 수준이다. 월세나 하숙이 비싸 기숙사로 발길을 돌리기도 어려운 현실이다. 대학알리미의 기숙비가 식비와 보증금을 제외한 관리비까지 포함한다 하더라도 적지 않은 금액이다. 건대 58만5000원, 고대 48만4000원, 동대 47만8000원, 외대 46만6000원, 한대 46만6000원, 중대 42만1000원, 성대 40만7000원, 이대 40만2000원, 숙대 39만9000원, 단국대 37만4000원, 경희대 31만6000원, 서울대 24만5000원, 시립대 20만5000원 순이었다. 최고가인 연대와 비교하면 국공립인 서울대와 시립대의 기숙사비는 상당히 저렴한 편이다. 서강대 인하대 홍대는 1인실을 운영하지 않아 제외했다.

가장 많은 대학이 운영하는 형태인 2인실은 서강대의 기숙사비가 가장 높았다. 서강대의 기숙사비는 월 38만7000원으로 나타났다. 이어 고대 38만3000원, 건대 38만2000원, 중대 34만2000원, 홍대 33만9000원, 동대 33만8000원, 외대 32만3000원, 단대 31만원, 연대 30만8000원, 경희대 29만8000원, 이대 29만8000원, 성대 29만3000원, 숙대 29만2000원, 인하대 29만000원, 한대 25만7000원, 서울대 17만원, 시립대 14만4000원 순이다. 

3인실 기숙사비는 인하대가 33만2000원으로 가장 높았으며 인하대 33만2000원, 숙대 32만1000원, 이대 30만2000원, 외대 26만8000원, 경희대 22만5000원, 연대 21만원, 고대 20만8000원, 한대 18만3000원, 홍대 16만7000원 순으로 나타났다. 4인실 이상은 숙대 24만5000원, 중대 24만3000원, 이대 21만7000원, 단대 19만6000원, 외대 18만5000원, 서강대 18만원, 인하대 16만7000원, 홍대 15만3000원, 서울대 15만3000원, 성대 15만2000원, 동대 14만8000원, 한대 12만6000원, 경희대 10만1000원 순이었다. 

<정부 ‘기숙사 수용인원 5만명 확충’.. 실현가능성은?>
문재인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기숙사 시설 확대를 공약으로 제시했다. 정부 출범 이후 인수위 역할을 맡은 국정기획자문위가 발표한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대학생 기숙사 수용인원 5만명(실입주 3만명) 확충’이 포함되기도 했다. 교육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해 등록금과 주거부담을 경감하기 위한 조치다.   

대학가 자취방 월세가 해가 다르게 치솟자 기숙사를 더 지어달라는 대학생들의 요구가 커지고 있다. 총학생회가 재학생 수천명에서 탄원서를 걷어 구청에 민원을 접수할 정도로 구체적인 움직임도 나타났다. 지난 6월 고대 총학생회는 교내 민주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운산 기숙사 신축을 성사시켜 달라”며 학교와 성북구청에 요구했다. 고대는 2013년 말 교내 개운산에 기숙사 신축을 추진하면서 2014년 8월 부지에 대한 토지 용도변경을 신청했으나 성북구청이 주민반대를 이유로 허가하지 않았다. 

같은 달 한대 총학생회도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서울시 도심계획심의위원회는 한양대 기숙사 신축 계획을 통과시켜달라”며 시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한대 학생들은 “기숙사 수용률이 11.5%에 그친다”라며 신축을 요구했지만 인근 지역에서 원룸을 운영하는 주민들은 “지역경제가 초토화된다”며 맞서고 있다. 주민들은 '한양대기숙사건립반대대책위원회'라는 단체를 만들어 현수막을 내거는 등 적극적인 반대활동을 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희대도 고대 한 대처럼 2014년 기숙사 건립 추진 당시 주민 반대에 부딪혔으나 동대문구청에서 민원조정협의체를 구성해 주민 설명회와 공청회 등 의견수렴과정을 수차례 거치면서 합의를 이끌어냈다. 힘들게 얻어낸 기숙사 건립이지만 최근 동대문구청과의 사용승인 허가 문제로 또다른 갈등을 빚고 있다. 지난 8월 경희대 총학생회는 “학생들이 다 지어진 기숙사에 들어가지 못하는,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났다”면서 “동대문구청은 학생들의 주거권을 인질 삼아 기숙사 사용승인 허가를 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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