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지원연계 시사에 사립대 '난색'

[베리타스알파=윤은지 기자] 대학 입학금 폐지를 두고 교육부와 사립대 간 줄다리기가 팽팽하다. 최근 무산된 것으로 알려진 사립대가 협상재개를 촉구하면서 2라운드에 돌입한 모양새다. 교육부는 사립대의 요구에 대해 당사자인 학생 대표 3명을 사립대 입학금 제도개선 협의체에 포함시켜 협상을 끌고나갈 방침이다. 입학금 폐지가 대입 전형료 인하 사례의 전철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실태조사는 없다던 교육부가 입학금 실태조사를 단행한 데 더해 재정지원사업 참여 조건으로 입학금 폐지를 내걸 가능성이 높아지자 사립대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전형료 인하에 동참해왔던 사립대들이 입학금 폐지 협상 재개를 촉구하면서 교육부와 사립대 간 줄다리기의 전개방향에 이목이 쏠린다. 학령인구 감소로 재정손실이 예고된 사립대의 재정압박이 보다 더 커질 전망이다. 

국공립대에 이어 사립대도 입학금 폐지가 확산되는 듯했으나 최근 협의가 결렬됐다. 사립대측은 교육부의 일방적인 인하 지침으로 실질적인 합의가 이뤄지지 못해 무산됐다고 밝힌 반면, 교육부는 사립대의 등록금 인상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교육부가 2019학년부터 개편되는 재정지원계획을 통해 사립대를 압박하자 사립대는 협상 재개를 촉구했다. 전체 대학과의 협상과는 별도로 개별 대학에 입학금 폐지 계획 조사 공문을 발송해 사립대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교육부는 내달 2일 사립대학총장협의회(사총협) 대표 3인과 학생 대표 3인을 포함해 ‘대학 학생 정부 간 입학금 제도 개선 협의체’를 구성하고 1차 회의를 열 예정이다. 

대학 입학금 폐지를 두고 교육부와 사립대 간 줄다리기가 팽팽하다. 최근 무산된 것으로 알려진 사립대가 협상재개를 촉구하면서 2라운드에 돌입한 모양새다. 교육부는 사립대의 요구에 대해 당사자인 학생 대표 3명을 사립대 입학금 제도개선 협의체에 포함시켜 협상을 끌고나갈 방침이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국정과제' 입학금 폐지.. 국공립대 폐지에 사립대로 확산>
대학 입학금 폐지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하나다. 출범 이후 두 달 가량 지난 시점인 지난 7월,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통해 대학 등록금과 주거부담을 경감하고자 입학금의 단계적 폐지 추진 방침을 밝혔다. 국정과제 100대과제 중의 하나인 ‘유아에서 대학까지 교육의 공공성 강화’ 정책의 일환이다. 내년부터 대학생이 체감할 수 있는 수준으로 등록금 부담을 완화함과 동시에 입학금도 단계적으로 없앨 것을 예고했다. 

정부의 방침에 국공립대가 먼저 부응했다. 국립대인 군산대가 새 정부 들어 처음으로 입학금을 전면 폐지했다. 뒤이어 전국 19개 국공립대 총장은 임시회의를 열고 입학금 폐지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당장 내년부터 입학금 폐지를 적용해 2018학년 신입생들은 입학금 없이 등록금만 내면 된다. 국공립대가 잇따라 입학금을 폐지하자 폐지 논의는 사립대로까지 확산됐다. 원광대는 사립대 중 최초로 입학금 단계적 감축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입학금 폐지로 인한 재정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단계적 폐지 방안을 공개했다. 내년에 20%를 인하한 뒤 그 다음 해부터 매년 10%를 10년에 걸쳐 입학최소비용까지 감축한다는 계획이다.

국공립대에 이어 일부 사립대도 정부 계획에 부응하자 사립대에도 폐지 압박이 가해졌다. 다만 사립대 관계자들은 국공립대와 사립대의 세입총액에서 입학금이 차지하는 비중의 현격한 차이로 접근을 달리 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다수를 이뤘다. 실제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국립대 39개교의 2015년 세입 총액 3조9517억 중 입학금 수입은 0.3% 수준인 111억원에 불과하다. 특별법 법인인 4개 과기원을 포함한 45개 국공립대로 확대하더라도 2017년 기준 입학금은 평균 14만5450원으로 1년 등록금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3.6%에 그친다. 반면 사립대학의 경우 159개대학의 평균 입학금은 72만3000원이다. 1년 등록금 대비 약 9.2%를 차지하는 셈이다. 입학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국공립대에 비해 높은 만큼 급작스럽게 입학금을 폐지할 경우 타격이 상당한 셈이다. 

이에 따라 정부도 ‘단계적 폐지’로 한발 물러선 입장을 보이는 듯했다. 일부 시민단체는 즉각 폐지할 것을 요청했지만 현실적인 대학의 재정여건을 무시할 수 없다는 반론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입학금 폐지가 본격적으로 추진될 경우 상당한 지원예산이 필요할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다. 숙명여대 송기창 교육학과교수가 추산한 바에 따르면 대학입학금 폐지에 드는 정부 재원은 5년간 1조4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1000억, 2019년 2000억, 2020년 3000억, 2021년과 2022년 각 4000억이다. 

국공립대에 비해 정부지원이 적은 사립대는 입학금 수입을 주요 재정수입원으로 활용해왔다. 입학금 수입 대신 등록금을 인상할 경우 국가장학금 Ⅱ유형 제한이나 각종 정부재정지원사업에서 받을 수 있는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등록금 동결에 더해 입학금까지 폐지하면 대학의 재정 운용이 어려워지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마땅한 정부지원 없이 무조건 줄이기는 힘들다”라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지난달 4일 ‘사립대 입학금 제도 개선 협의회’를 출범하고 사립대 입학금 폐지 움직임을 본격화했다. 협의회는 경희대 순천향대 인제대 동국대 연세대 한국외대 상명대 대전대의 10개 대학 기획처장이 참여로 진행됐다. 당초 교육부와 사립대가 함께 입학금 축소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었다. 교육부 관계자는 “입학금 폐지를 위한 ‘고등교육법’ 개정안이 발의돼, 입학금 폐지로 인한 사립대의 재정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자 했다고 전했다. 

동시에 사립대 입학금 실태조사에도 착수했다. 사립대 입학 실소용비용을 분석하기 위한 것으로 전국 4년제 사립대 156개교 가운데 80개교가 조사에 참여했다. 입학금 수입규모와 입학에 소용되는 실제 비용, 입학금 숭비 중 입학 외 일반사용비용 등의 내역을 위주로 조사했다. 

이에 전국 사립대 총장들이 반기를 들었다. 지난 7월 교육부가 대학들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벌인 뒤 결국 대입 전형료 인하를 강행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압박 수위가 더해지자 전국 사립대 총장들은 정부의 입학금 폐지 방침에 대해 공식적인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8일 입학금 제도 개선 협의회의 첫 회의를 앞두고 있었지만 사립대는 이러한 움직임에 정면으로 제동을 걸었다. “입학금 페지는 시기상조이며 대학 재정확충과 연계해 추진해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주요 재정지원 여부가 달려있어 정부 정책에 이견을 내기 쉽지 않은 사립대가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은 그만큼 절박한 탓이라는 시각이 컸다. 사총협 관계자는 “줄이고 깎는 것만 능사는 아니다”라면서 “등록금 동결, 전형료 인하에 입학금까지 폐지하면 고등교육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입학금만 놓고 볼 게 아니라 등록금, 정부 재정지원까지 연계해서 ‘사립대 재정’ 전체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국공립대 입학금과 동일한 맥락으로 비교하는 것에 대해서 지적하기도 했다. 한 사립대 기획처장은 “교직원 인건비를 국고로 지원하는 국공립대와 동일선상에 놓고 사립대가 문제라고 몰아가는 건 말이 안 된다”라며 “적어도 대학 등록금을 법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는 인상할 수 있게 한 다음에 입학금을 없애라는 게 상식”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폐지 합의에도 여전한 입장차.. 사총협, 등록금 자율인상 촉구>
사립대의 반발과 달리 교육부는 지난달 28일 2차 회의 결과, 사립대 입학금을 내년부터 5~6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립대학의 재정적 어려움에 대한 이해는 공유했지만 입학금을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데는 의견이 모아졌다고 전했다. 교육부는 입학금 감축분에 대해 국가장학금 Ⅱ유형 지원, 일반재정지원 확대(2019년 4000억원 목표), 규제 완화 등 사립대학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다만 협의회는 경희대를 대표로, 동국대 대전대 상명대 순천향대 우석대 연세대 이화여대 인제대 한국외대 등 10개대학 기획처장으로 구성돼, 서울 주요 사립대 중 고려대 서강대 성균관대 한양대 중앙대 등은 빠진 상태였다. 폐지 기간 결정을 위해 13일부터 사총협 회장단 소속 기획처장 20여명을 상대로 본격적인 의견수렴에 나섰다. 

11일 교육부가 ‘사립대 입학금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한 데 이어 사총협은 교육부와 입학금 폐지를 합의했다고 13일 밝혔다. 실태조사 결과에 따라 입학 실소요비용을 제외한 나머지를 단계적으로 폐지한다는 방안이다. 교육부와 사총협은 입학금 가운데 오리엔테이션을 비롯한 신입생 사전교육 등 실제 입학 업무에 필요한 금액을 20%가량으로 추산해 나머지 80%를 폐지하는 기간과 방식 등 세부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것을 예고했다. 사총협은 실소요비용 인정 기준과 단계적 폐지 기한을 조율할 대표 3인을 선정해 교육부와 협의하기로 했다.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립대 입학금은 입학관련부서 운영비로 14.2%가 쓰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입학금의 5%는 입학식,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등 행사비로 사용됐고 8.7%는 신입생 진로/적성검사, 적응프로그램 등 학생지원 경비로 사용됐다. 홍보비 14.3%, 신/편입생 장학금 20%, 일반운영비 33.4% 등이었다. 사립대는 입학금을 대학 등록금 동결에 대한 자구책으로 활용해왔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입학금 중 실소요비용을 20% 정도로 추산했다. 전국 159개 사립대의 입학금이 평균 72만3000원인 것을 고려하면 57만8400원이 단계적 폐지 대상 금액이다. 입학금 단계적 폐지 기간을 5~6년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년 약 10만원씩 인하되는 셈이다. 교육부는 “입학금 폐지가 국민의 염원인 만큼 입학 절차에 실제 사용하지 않는 비용의 징수는 국민적 지지를 받기가 어렵다는 점을 사립대학이 충분히 인지할 필요가 있다”라며 압박과 함께 강행 의지를 밝혔다. 

발표된 내용과 달리 사립대는 교육부와 입장차를 견지했다. 당초 ‘시기상조’라는 주장에서 입장을 선회한 대신 등록금 자율인상을 강력하게 건의했다. 현재 법적으로 허용되는 범위 내에서 대학별로 자율 인상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구다. 사총협은 “자율인상을 제한하고 있는 조치인 국가장학금Ⅱ 연계, 목적성 사업 과제 평가 시 규제는 모두 철폐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위헌 소지가 있는 간접 규제가 그대로 시행될 경우 사총협 차원에서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교육계 전문가들은 정부가 입학금 폐지에 따른 명확한 재정지원 방안을 마련하지 않을 경우 수요자가 체감하는 등록금 부담은 그대로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재정 지원 방안 없이 입학금을 내릴 경우 대학들은 등록금을 인상할 수밖에 없다”며 “입학금 폐지가 수요자의 실질적인 혜택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정부가 어떻게 손실을 보전할 것인지 명확한 방안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립대 입학금 폐지 협의 결렬.. ‘등록금 인상 뒤따라야’>
재정손실을 보전하기 위해선 등록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사총협의 요구에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입학금 폐지 협의가 결국 결렬됐다. 교육부는 사총협이 내놓은 등록금 1.5% 인상 조건에 난색을 표했다. ‘입학금 단계적 축소/폐지’라는 큰 틀에서 입장을 공유했지만 결국 재정 충당 방안에서 의견차를 좁히지 못한 셈이다. 이에 따라 27일 예정됐던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의 사총협 간담회도 취소됐다. 

‘등록금 인상’이라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협상 결렬은 이미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교육부는 입학금 폐지에 따라 국가장학금 Ⅱ유형, 자율협약형 재정지원 사업에서 인센티브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대학들은 등록금 인상이 뒤따르지 않는 한 손실 보전이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해왔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제시한 재정충당 방안이 학생 1인당 100만원 가량의 입학금 폐지로 인한 손실을 메우기엔 부족하다는 분석이 주를 이뤘다. 전체 사립대와의 집단 협의는 불발됐으나 11월 중으로 각 대학의 입학금 폐지 계획을 제출받는다. 제출된 폐지 계획은 국가장학금 Ⅱ유형, 일반재정지원사업의 지원조건과 산출기초로 반영할 방침이다. 

교육부는 추후 법령 개정을 통한 입학금 폐지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입학금 관련 시행령을 마련해 사용기준과 사용처 공개, 등록금심의위원회의 입학금 심의, 입학금 수입/지출의 별도 계리를 위한 근거 규정을 신설해 적정하고 투명한 사용을 유도할 계획이다. 

현재 입학금 폐지와 관련한 법률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노웅래 의원이 등이 발의한 ‘고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제11조에서 ‘수업료와 그 밖에 납부금을 받을 수 잇다’고 정한 것에서 입학금을 제외한다는 내용이다. 이 같은 방침에 대학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한 대학 관계자는 “협상이 안 되면 일방적으로 강행하겠다는 것이냐”면서 “대학들이 인하할 수 있는데도 인하하지 않고 버티는 것처럼 몰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입학금 폐지 2라운드 돌입.. 사립대, 협상결렬 원인 교육부의 일방적 지침 탓>
예상과 달리 사립대 총장들이 먼저 협상 재개를 촉구했다. 교육부가 2019학년부터 개편되는 일반재정지원 사업대상 선정에 입학금 폐지 여부를 연계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 탓이다. 다만 일방적으로 진행돼온 협의방식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사총협이 등록금 인상을 요구해 입학금 폐지 논의가 무산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협상 중단 원인이 사립대 탓으로 돌려졌기 때문이다. 사총협은 폐지합의가 무산된 원인이 교육부의 일방적인 수용 강요 때문이라고 지적하며 재정손실 보전방안을 중심으로 실질적인 협상을 요청했다. 

사총협은 “교육부와의 협의 과정에서 (입학금 폐지에 대한 재정 충당) 방안에 대한 실질적인 검토가 결여됐었다”면서 “그 동안의 협의는 교육부의 정해진 지침에 따른 형식적인 합의였다”고 26일 입장자자료를 냈다. “실질적인 협의 한 번 제대로 못한 상황에서 (교육부는) 협의 결렬 원인을 사총협으로 돌렸다”고 덧붙이며 “충분한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제대로 된 협의 틀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했다. 

사총협 회장을 맡고 있는 세한대 이승훈 총장은 “등록금 관련 제안은 사총협 회장단이 아닌 일부 사립대 기획처장의 의견”이라며 “입학금을 폐지하면 등록금이 3.5% 가량 인하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여기서 1.5% 정도를 올려 손실을 줄이는 안을 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등록금 조정은 입학금 폐지에 대비해 정부와 대학 학생 학부모가 고통을 분담하는 다양한 방안 가운데 하나였다는 설명이다. 이어 “회장단이 교육부와 공식 협의한 것이 아닌데 우리가 협상 테이블을 걷어찬 것처럼 돼버렸다”며 “입학금 폐지는 사총협 차원에서도 원칙적으로 동의했기 때문에 원만한 협의가 이뤄졌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등록금은 인상은 사총협이 구성한 입학금 제도 개선 소위원회에서 나온 제안이다. 소위원회는 입학금 폐지에 대한 재정 보전 방안 세 가지를 제시했다. ▲2018년 등록금 1.5% 인상 허용 ▲자율협약형 재정지원사업의 구체적인 방안 제시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재정 제안 등이다. 입학금 실비용과 잔여 금액의 계정을 입학금에 두면 입학금 폐지효과가 없으므로 입학금을 폐지하고 대신 1회에 한해 법적 범위 내에서 등록금 인상을 허용할 것을 요구했다. 이와 함께 대학의 경상비 지원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으로 재정지원 사업계획을 마련할 것으로 요청했다. 장기적으로 사립대에도 초중고와 같이 교부금을 보장해 안정적인 재정마련수단을 위한 특례법 제정을 요청하기도 했다. 

<교육부, 대규모 일반재정지원사업 연계 시사로 압박>
협상이 결렬된 것으로 알려진 후 내후년부터 시행되는 일반재정지원사업에 대한 밑그림이 새어나왔다. 26일 교육부에 따르면 내년 사립대를 대상으로 내년 200억원 규모의 ‘자율협약형 대학지원사업’을 시범실시한다고 밝혔다. 2019년부터 전면 도입하는 일반재정지원사업에 앞서 일부 대학에 먼저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7~10개 정도의 대학을 선정, 대학 한 곳당 평균 20억원 이상 지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자율협약형 대학지원사업’은 일반재정지원방식의 하나로 대학에 총액으로 국고보조금을 배분하면 대학이 자율적으로 예산 집행 계획을 수립해 운용하는 특징이다. 기존 재정지원이 산학협력이나 특성화 등 목적성 사업으로 이뤄진 것과 달리 목표부터 성과까지 대학 자체적으로 설계할 수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새로 대학을 선정하지 않고 사립대 일반재정지원사업인 자율협약형 대학지원사업의 시범사업 형태로 운영할 계획”이라며 “내달 중 시안을 공개하고 의견수렴을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시범 사업의 참여 여부가 대학 입학금 폐지와 연계될 가능성이 유력하다는 점이다. 입학금을 인하하거나 폐지해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경감하는 노력을 보인 대학에 일종의 인센티브로 재정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인센티브를 넘어서 입학금의 단계적 폐지를 사업 참여조건으로 요구할 가능성까지도 제기됐다. 대학이 주요 재정수입원으로 삼고 있는 일반재정지원사업에서 선정되지 못한다면 입학금 폐지 이상의 충격이 가해질 수 있는 탓에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사총협의 제안에 교육부는 향후 협의부터는 학생 대표도 참여시킬 방침이다. 내달 2일 사총협 대표단 3인, 학생 대표 3인, 교육부로 구성된 ‘대학 학생 정부간 입학금 제도 개선 협의체’를 구성하고 1차 회의를 연다. 입학금의 실소요비용과 단계적 폐지에 대해 큰 틀의 합의를 이룬 만큼 구체적인 폐지방안을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학생들에게 부담이 전가될 수 있는 등록금 인상과 장학금 축소 등에 대해서는 협상 대상이 아니라고 밝혔다. 

약 1조5000억원 규모의 대학재정지원사업은 내년이면 주요 사업이 종료돼 내후년인 2019학년부터 대대적인 개편을 가할 방침이다. 지난해 교육부가 공개한 대학재정지원사업 개편시안에 따르면 ▲BK21플러스사업 ▲대학특성화사업(CK) ▲특성화 전문대학 육성사업(SCK) ▲산업연계 교육 활성화 선도대학 사업(PRIME) ▲대학 인문역량 강화사업(CORE) ▲평생교육 단과대학 지원사업 ▲여성공학인재양성사업 ▲산학협력 선도대학 육성사업(LINC) ▲전문대 산학협력 선도대학 육성사업 ▲학부교육 선도대학 육성사업(ACE) 등 10개의 목적성 사업으로 구성된 기존 지원계획을 ▲연구지원 ▲대학/전문대 특성화 ▲산합협력 ▲대학자율역량강화 등 네 가지로 단순화한다. 23일 열린 김상곤 교육부 장관 겸 사회부청리의 취임 100일 기념 기자간담회에서도 이 같은 개편방향을 재차 예고했다. 국립대는 ‘국립대학 육성사업’, 사립대는 ‘자율협약형 대학지원사업’을 일반재정지원사업으로 삼을 계획이다. 

통폐합될 예정인 특수목적지원사업 ▲연구지원(BK) ▲대학/전문대 특성화(CK/SCK) ▲산합협력(LINC) 등을 제외하면 일반재정지원으로 쓰일 수 있는 지원금은 최소 3000억 가량이다. 2016년 예산지원 기준 학부교육 선도대학 육성사업(ACE)이 594억원, 산업연계 교육 활성화 선도대학 사업(PRIME) 2012억원, 대학 인문역량 강화사업(CORE) 600억원을 모두 합해도 3000억원을 상회한다. 대학의 자율성을 강조해 이보다 확대될 가능성도 높다. 내후년부터 대규모로 추진될 ‘자율협약형 대학지원사업’의 지원금을 거부할 대학이 아니라면 교육부의 입학금 폐지 정책에 쉽게 반기를 들 수 없는 여건이다. 

<대학재정지원사업 '양날의 검'>
전형료 인하에도 난색을 표했던 사립대가 결국 인하 방침은 수용했지만 입학금 폐지에는 선뜻 합의하지 못하고 있다. 대학 입장에선 입학금 폐지가 등록금 인하와 동일한 효과인 탓에 상당한 재정 손실이 불가피한 때문이다. 그럼에도 대학이 교육부와의 협상 재개를 촉구한 것은 교육부의 재정지원사업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는 영향이 크다. 사총협이 구성한 소위원회가 등록금 인상과 함께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재정을 촉구한 것도 동일한 맥락이다. 

교부금법 제정은 대학가의 숙원이다. 교부금법은 내국세의 일정 비율을 고등교육 발전을 위한 재정으로 편성해 교육부를 통해 각 대학에 직접 교부하는 제도다. 현행 사업성 정부재정지원 방식 대신 요건을 갖춘 대학에 안정적으로 재정을 지원하는 방식을 강화하자는 취지다. 교육계가 최근 대학이 재정운용의 자율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방식을 일반지원사업 중심으로 방향을 바꾼 것에 대해서 긍정적 의견을 표명하면서도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고 지적한 배경이다. 교부금법 없이 매년 예산이 새롭게 편성된다면 해마다 변수가 생겨 안정적인 재원 확보가 어렵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휘둘리거나 예산 당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어려움이 컸다.

지난 6월 대교협 주최로 열린 대학총장세미나 ‘미래사회에 대비하는 고등교육의 과제’에서도 재정대안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대교협 장호성 회장(단국대 총장)은 “현재 반값 등록금 정책의 장기화와 대학입학 정원 감소로 인해 대학 재정은 최악의 상황에 직면해 있다”면서 고등교육 재정 지원을 위한 법 제정을 요구하기도 했다. 

교육부가 전형료 인하를 밀어붙일 수 있었던 배경도 재정지원과 연계된 측면이 크다. 전형료 인하 추진 당시 ‘대입전혀욜 투명성 제고(인하) 추진계획’을 통해 올해 전형료 인하 실적을 고교교육기여대학지원사업의 평가지표로 반영하겠다고 통보하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인하에 동참하지 않는 대학에는 실태조사도 벌일 것이라는 압박을 가했다. 당시 한 대학 입학팀장은 “사실상 일정 수준 이상의 ‘성의(인하율)’을 보이지 않으면 내년 재정지원부터 문제가 있을 것이란느 ‘경고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라고 말하기도 했다. 재정지원사업과 연계하 교육부가 추진하는 입학금 폐지 방식과 동일한 양상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 대학재정지원사업을 빌미로 대학을 통제하고 있다는 불만이 다수 제기되기도 했다. 재정지원사업을 빌미로 국립대 총장 직선제를 폐지하고 간선제를 도입하라고 압박한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방송통신대 공주대 광주교대 전주교대 등의 대학에서 추천한 총장 후보자를 특별한 이유없이 거부하면서 국립대 총장 공석 사태가 지속되기도 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도종환 의원(더불어민주)에 따르면 2016년 교육부 주요 재정지원사업에서 16개대학(9.8%)이 5개 이상의 사업을 통해 지원받았지만 72개대학(44.2%)은 1개의 사어벵도 선정되지 못하는 편중현상도 지적됐다. 

일각에선 대학재정지원사업이 신입생 선발 등에 있어 ‘착한대학’이 될 수 있도록 유인하고 있는 만큼 개편은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도 있다. 대학재정지원의 대표격인 고교교육기여대학지원사업이 학종 확대에 끼친 영향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사교육을 억제하고 고교교육(공교육)을 살리겠다는 목적으로 시작된 지원사업은 사교육 유발 요인이 큰 전형으로 손꼽히는 논술과 특기자를 축소하고 학생부종합과 학생부교과 등 학생부전형 확대를 권장한다. 학종과 교과전형이야말로 학생부를 주된 평가요소하는 고교교육 중심의 전형인 때문이다. 정성평가를 중시하는 변화된 패러다임인데다 학교교육을 살리고 사교육 축소까지 염두에 둔 전형인만큼 상위대학도 학종 확대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상위17개대학 중에선 지난해와 동일한 규모를 유지한 중앙대를 제외한 16개대학이 학종 확대에 나섰다. 올해 학종 모집인원은 지난해 1만6376명에서 38.8%인 2만1295명(38.8%)까지 몸집을 키웠다. 

대학들이 거부하고 있는 정원감축을 유도할 수 있는 것도 재정지원사업 연계의 역할이 크다. 출산율 저하로 인한 대입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 입학정원 감축이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그간 대학들은 교육부의 정원감축 압박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를 내왔다. 대학인증 중심으로 구조개혁을 추진하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대학의 기본요건을 갖춘 인증대학에 경상비 등의 행/재정적 지원을 통해 대학 경쟁력과 자율역량을 강화하도록 하되, 대학의 기본요건을 갖추지 못한 불인증 미인증 대학에는 정부의 재정지원을 제한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대학 스스로 인증획득을 위한 정원 감축과 학과조정 기능전환 등의 자율적 구조개혁을 유도한다는 셈이다. 다만 대학인증평가를 평가대상인 대학 총장들로 구성한 대교협의 대학기관평가인증 결과를 활용하자고 제안해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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