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인재 수능최저 동일수준 12개 대학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지역인재 선발비율 미준수 대학을 비판하는 언론보도가 쏟아졌다. 오영훈(더민주) 의원의 보도자료를 기반으로 의치한 등 지역인재 선발을 권고하고 있는 대학에서 지역인재 모집비율 권고를 지키지 않았다는 비판이다. 선발비율이 가장 낮았던 대학인 강릉원주대 치대는 2.5%에 그친다고 지적했다. 언론들이 줄지어 인용한 ‘지역인재 선발비율’은 과연 올바른 잣대일까.

문제는 비판에 인용된 지역인재 선발비율 기준이 ‘지역인재 전형 합격자’가 아닌 ‘해당 지역 고교 합격자’라는 점이다. 지방대 육성법을 제정해 일정 비율 이상 지역인재를 모집하도록 한 이후 대학들이 신설해 운영 중인 ‘지역인재 전형’의 모집비율과는 상관없이, 우연히 일반전형을 통해 입학하게 된 학생들도 합산되는 오류가 존재한다. 인재의 지역유출 방지를 위한다는 제도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선, 지원자격을 제한한 ‘지역인재 전형’의 선발비율만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비판의 잣대가 잘못 설정된 탓에 지적을 피해간 대학도 존재했다. 요강상 지역인재 모집인원은 권고비율보다 낮지만, 다른 전형에서 ‘우연히’ 지방 학생들이 많이 선발된 경우 권고비율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반대로 요강상 선발비율은 권고수준을 유지하고도, 수시이월 등의 이유로 적게 모집하게 된 대학은 비판을 피해가지 못했다. 지역인재 전형을 제대로 운영하고 있는 대학이 어디인지 실질을 따지기 어렵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지역인재 선발’ 제도가 아직 현장에 자리잡지 못했다는 비판을 가하기 위해선 요강상 지역인재전형의 선발비율을 살피는 것이 합당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요강상 지역인재 선발비율이 낮은 경우, 적극적 선발 의지가 낮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방대육성법을 제정한 취지는 지역인재 유출을 막기 위해 ‘일정 비율’은 무조건 지역인재를 선발한다는 의미다. 일반전형 입학생의 출신지역까지 포함할 경우 매해 선발비율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단순히 입학생의 출신지만을 놓고 대학의 지역인재 선발의지를 비판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교육계 관계자는 “‘지역인재’의 전형취지와는 다른 일반전형에서, 타 지역 학생들과 동등하게 경쟁해 입학한 학생을 ‘지역인재’ 선발자로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교육계 관계자는 “일반전형에서 지방 출신 학생의 합격 비율은 매년 변할 수밖에 없어 대학이 통제하기 어려운 부분”이라며 “특정 해에는 지방 학생이 많이 뽑히고 또 다른 해에는 지방 학생이 적게 뽑히는 등 매년 들쭉날쭉하게 운영된다면 지역인재 육성의 취지와는 거리가 멀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대학별 지역인재 선발비율이 권고수준에 이르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비판의 근거가 된 비율 기준이 '지역인재 전형 입학자'가 아닌 '지역 고교 졸업자' 전부를 기준으로 삼아 제대로 된 잣대로 기능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사진=경희대 제공

<‘지방 입학생’은 모두 지역인재?>
언론보도는 오영훈(더민주) 의원이 ‘2015~2017학년 지역인재 선발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른 비판이었다. 선발현황에 따르면 한의대의 경우 9개교 중 5개교(55.6%)에서 선발비율을 지키지 않아 가장 비율이 높았고, 치대가 5개교 중 2개교(40%), 의대 23개교 중 3개교(13%) 순으로, 법률상 권고한 지역인재 선발비율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내용이다. 강릉원주대 치대가 2017학년 40명 중 1명을 선발해 2.5%로 비율이 가장 낮았다. 이어 상지대 한의대 3.3%(전체60명/지역인재2명), 고려대(세종) 약대 10%(30명/3명) 순으로 10% 이하의 선발비율을 나타냈다. 10%는 넘었지만 20%대에 머물렀던 곳은 동국대 한의대 22.2%(72명/16명), 원광대 약대 25%(40명/10명), 대구가톨릭대 의대 25%(40명/10명), 울산대 의대 25%(40명/10명), 을지대 의대 25%(40명/10명), 대구한의대 한의대 25%(108명/27명), 대전대 한의대 26.4%(72명/19명), 인제대 약대 26.7%(30명/8명), 원광대 치대 27.8%(79명/22명) 순이었다. 지방소재 법학전문대학원, 의학전문대학원, 치의학전문대학원의 경우 강원/제주는 10%, 나머지 지방은 20%로 규정하고 있지만 역시 권고 비율을 따르지 않은 대학이 존재했다. 법전원은 11개교 중 4개교(36.4%), 의전원은 4개교 중 2개교(50%)가 권고비율보다 적게 뽑았다. 개별 대학을 살펴보면 건국대 의전원이 12.5%, 영남대 로스쿨이 11.3%로 10%대 초반에 머물렀다.

하지만 비율 기준이 ‘지역인재로 입학한 자’가 아닌, ‘전체 전형 입학생 중 지방출신 학생’이라는 점에서 제대로 된 기준으로 작용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역인재를 적극 운영하지 않고 있는 대학은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비판의 대상을 올바로 짚기 위한 기준이 잘못됐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대학의 지역인재 선발의지를 명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지역인재전형’ 선발인원만을 기준으로 비교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요강상 모집비율을 기준으로 다시 살펴볼 경우 의대는 지난해 학부 모집을 실시하지 않은 동국대(경주)를 제외한 22개교 중 8개교(36.4%)가 미달했다. 치대는 5개교 중 1개교(20%), 한의대는 9개교중 7개교(77.8%)였다.

차이는 교육부가 권고한 지역인재 선발비율이 입학인원 대비 ‘지역인재전형으로 합격한 자’가 아닌 ‘해당지역 고교 졸업인원’으로 계산한 데서 발생한다. 오영훈 의원이 분석한 ‘지역인재 선발 현황’의 선발인원 역시, 대학별 지역인재 전형으로 못박아 둔 요강상 모집인원과는 차이가 존재한다. 즉 ‘지역인재’ 전형으로 선발한 인원뿐만 아니라, 타 전형으로 입학한 해당지역 출신 입학자까지 모두 포함해 계산하고 있는 것이다. 울산대 의대를 예로 들면, 2017학년 지역인재 모집인원은 요강상 4명이었으나 자료상 지역인재 선발인원은 10명으로 집계됐다. 을지대 의대 역시 지역인재 모집인원은 8명이었으나 선발인원은 10명으로 집계됐다. 

<지역인재전형 선발비율 낮아도 실제 선발현황은 높아지는 오류>
일반전형으로 입학한 지방학생까지 지역인재 선발인원으로 계산할 경우, 지방인재 전형의 취지와는 상관없는 인원까지 포함되는 오류가 발생한다. 대학의 선발의지와 무관하게 전 지역 학생들과 동일선상에서 경쟁해 선발된 지방학생까지 포함하기 때문이다. 지방대육성법에서 일종의 ‘쿼터제’ 형식으로 일정 선발비율을 권고하고 있는 이유는 타 전형과는 별도로 지방 학생들의 진학 기회를 넓히고자 한 목적이다. 지역인재 수능최저를 일반전형과 동일하게 설정한 대학이 비판받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일반전형에서 지방출신 학생이 ‘우연히’ 많이 입학하게 된 경우 비판선상에서 벗어난 문제도 있었다. 요강상 지역인재 선발비율은 권고수준에 미치지 못했지만, 타 전형 지방 입학생이 빈자리를 채우게 된 경우다. 의대의 경우 2017 요강상 모집비율은 고신대 13.2%(76명/10명) 가톨릭관동대 14.3%(49명/7명) 계명대 26.3%(76명/20명) 영남대 26.3%(76명/20명) 순천향대 26.9%(93명/25명) 전남대 28.8%(125명/36명) 순으로 권고비율을 넘어서지 못했다. 

단 지난해 요강상 비율은 권고수준에 미치지 못했으나 올해 권고수준 이상으로 끌어올린 대학도 있다. 지역인재 선발의지를 한층 강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전남대 의대는 올해 창의인재종합으로 명칭을 변경하고 30.4%(38명/125명)로 권고비율을 넘어섰다. 지난해 선발비율 미준수 대학으로 거론된 대구가톨릭대는 요강상 선발비율을 지난해 25%(40명/10명)에서 올해 37.5%(40명/15명)로 확대했다. 

반대로 요강상 선발비율은 권고수준을 준수했으나, 수시이월발생 등의 이유로 적게 모집하게 된 대학의 경우도 있었다. 강릉원주대 치대의 경우 지난해 요강상 모집비율은 15%(40명/6명)로 권고비율 수준이었지만 실제 선발한 비율은 2.5%(40명/1명)에 그쳤다. 

물론 수시이월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을 덜 기울인 것 아니냐는 비판의 여지는 존재한다. 충실한 충원을 실시해 최대한 정시로 이월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호도가 낮은 대학의 경우 성실한 충원절차를 수행했음에도 타 대학으로 빠져나간 인원이 많은 등 여러 변수가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교육계 관계자는 “요강상 나타난 선발인원은 최소한 이만큼의 지역인재 학생을 선발하겠다는 대학의 의지를 보여주는 잣대”라며 “과도한 수능최저 등 수시이월을 과도하게 발생시켰다는 비판은 그 다음의 논의”라고 지적했다. 

<‘수능최저’ 등 실질 전형 방식도 고민해야>
지역인재선발은 수도권 외 지역우수인재가 지역을 이탈하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2014년부터 도입된 제도다. 일정 비율은 지역 출신 학생을 선발하도록 해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는 현상을 막고자 했다. 올해 초 교육부는 ‘경제/사회 양극화에 대응한 교육복지 정책의 방향과 과제’를 발표하면서 의치한 지역인재 선발을 50%로 확대한다는 방침을 내놓기도 했다. 기존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지방대육성법)’에 따르면 의대/치대/한의대/약대의 경우 충청권 호남권 대구/경북권 부산/울산/경남권은 30%, 강원과 제주는 15%의 비율로 지역인재 선발 비율을 권고하고 있지만 이를 더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선발비율이 강제사항이 아닌 권고사항에 그치는 한계 때문에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의 목소리도 높았다. 이에 교육부는 지역인재 선발 조항을 권고사항에서 의무사항으로 개정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5월 밝히기도 했다. 교육계는 개정이 추진되는 경우 이르면 2020학년부터 적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2019학년은 대입전형계획이 발표된 상태여서 당장 내년부터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선발비율 확대, 강제성 부여 등에도 불구하고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전형의 실질 운영방식에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지역인재는 도입 이후 ‘무늬만 지역인재’라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됐다. 일부 지방대가 지역인재선발에서 수능최저학력기준을 높게 설정해 일반전형과 큰 차이가 없는 경우도 많았기 때문이다. 수능최저를 충족하지 못해 탈락한 인원으로 수시이월이 발생하면 결국 정시를 통해 수능점수가 높은 학생을 선발할 수 있어 일종의 ‘꼼수’ 아니냐는 의심을 받기도 했다. 

올해 의대 지역인재전형을 운영하는 대학 중 수능최저를 적용하는 대학은 건양대 고신대 경북대 경상대 계명대 순천향대 을지대 전북대 조선대 가톨릭관동대 경북대 부산대 연세대(원주) 원광대 전남대 한림대 울산대의 17개교다. 이 중 일반전형과 동일한 수능최저를 적용한 대학은 고신대(교과) 경상대(교과) 계명대(교과) 순천향대(교과) 조선대(교과) 가톨릭관동대(학종) 경북대(학종) 부산대(학종) 연세대(원주)(학종) 원광대(학종) 한림대(학종) 울산대(논술)의 12개교에 달한다. 절반을 넘는 대학에서 일반전형과 지역인재전형의 차이가 별반 없었던 셈이다. 실질적으로는 지역인재 유치보다는 성적이 우수한 학생을 뽑겠다는 의도가 깔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지난해 선발현황과 비교해보면 요강상 모집인원 대비 유난히 지역인재 선발인원이 적었던 강릉원주대 치대 역시 지역인재 수능최저를 일반전형과 동일하게 설정하고 있다. 국어 수학(가) 과탐1 과탐2 기준, 4개 등급합 8로 한 과목 당 최소 2등급을 받아야 하는 수준이다. 교육계 관계자는 “일반전형과 다름없는 수능최저 설정은 결국 지역인재 육성이 아닌, 성적 좋은 학생을 뽑겠다는 의지로 비칠 수 밖에 없다”며 “제도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비율’ 문제도 중요하지만 실질적으로 어떤 방식을 통해 선발하는지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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