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자 존중’ 충원율비중 강화.. 권역별평가연계 ‘역차별 심화’

[베리타스알파=박대호 기자] 학령인구 감소에 발맞춰 대학정원을 선제적으로 줄이는 제도였던 대학구조개혁평가가 ‘대학기본역량진단’으로 이름을 바꾸면서 내용을 대폭 수정한다. 1주기 평가 당시 A등급 대학에만 주어지던 정원감축 자율권은 전체 대학 중 최소 50%에서 최대 85%까지 주어지는 형태로 확대된다. 2주기 정원감축 목표는 5만명에서 2만명으로 크게 축소된다. 충원율 평가를 강화해 미충원 인원이 있는 경우 자발적으로 정원을 줄이도록 하는 ‘시장논리형’ 성격도 평가에 덧붙인다. 교육부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대학구조개혁평가의 새로운 청사진을 23일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의 취임 100일 기념 기자간담회를 통해 공개했다.

바뀐 역량진단에 대해 교육계는 대체적으로 호평이다. 특히 충원율 비중을 강화해 학생들이 선택하지 않는 대학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것은 수요자 눈높이에 맞춘 방안이라는 평가다. 2주기 정원감축 목표가 줄어든 것도 1주기 당시 늘어난 인원, 2주기 동안 보건계열 등의 자연감축인원 등을 생각했을 때 적정한 수준으로 풀이된다.

물론 호평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자율감축 대학의 비율이 크게 늘어나는 탓에 경쟁력 있는 대학들이 선의의 피해를 입게 될 것이란 지적이 제기된다. 한 교육 전문가는 “권역별 평가가 예정된 상황에서 자율감축 대학을 늘리는 것은 소수의 대학에 정원감축이 집중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쟁력 측면에서 우위에 있는 대학이 지역논리에 휘말려 뜻밖의 정원감축을 해야 하는 상황이 나올 수 있어 우려스럽다. 지역균형 역시 중요한 가치지만, 이로 인해 경쟁력이 낮은 대학이 살아남고 경쟁력이 높은 대학은 정원감축하는 역차별을 당하는 것은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손해”라고 말했다.

2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의 청사진이 공개됐다. 명칭을 대학기본역량진단으로 바꾸고 정원감축 자율권을 대폭 확대한다. 1주기 평가에서의 초과 충원분을 고려해 감축목표는 2만명으로 정해졌다. /사진=충남교육청 제공

<2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 ‘대폭 수정’.. 명칭부터 내용까지>
- 대학기본역량진단으로 탈바꿈.. 3년 주기는 유지

2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는 본래 계획에서 큰 폭으로 모습을 바꾼다. 명칭부터 대학구조개혁평가가 아닌 대학기본역량진단으로 변경한다. 교육부는 “대학의 부담을 초래한 기존 대학구조개혁평가가 아닌 대학의 기본 교육여건을 진단하고 지원하고자 하는 것”으로 명칭 변경의 이유를 설명했다. 이미 교육부와 한국대학평가본부는 대학구조개혁평가 의견수렴 설명회 등을 통해 2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의 실질이 바뀔 필요가 있다며, 재정지원사업과 연계되는 진단 성격의 평가로 바꾸겠다고 여러 차례 밝혀왔다.

명칭은 바뀌었지만, 총 3주기로 구분됐던 평가 체제는 고스란히 유지됐다. 본래 대학구조개혁평가는 3주기로 구성돼있었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 1주기, 2017년부터 2019년까지 2주기, 2020년부터 2022년까지를 3주기로 3년을 각 1개 주기로 설정, 총 16만명의 정원을 감축하겠다는 내용이 골자였다. 1주기에는 4만명, 2주기에는 5만명, 3주기에는 7만명의 정원 감축이 예정됐다. 2017년까진 고교 졸업생이 대학 정원보다 많아 큰 문제가 없지만, 2018년부턴 고교 졸업생이 대학정원보다 더 많아지는 역전 현상이 발생하고 2023년에 이르면 16만명이나 대학정원이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됐던 때문이다. 이번에 명칭을 바꾼 대학기본역량진단 역시 내달 기본적인 틀을 공개하고 내년에 진단을 실시해 내후년 적용하는 형태로 3년 주기를 유지할 예정이다.

- 감축 예정인원 대폭 감소.. 1주기 초과분 반영
다만, 예정된 감축 인원은 크게 줄어든다. 교육부가 밝힌 2주기 정원 감축분은 2만명에 불과하다. 기존 계획이 5만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3만명 가까이 정원 감축분이 축소된 것이다. 새 정부가 들어서기 이전 교육부가 확정돼있진 않지만 본래 예정됐던 5만명을 감축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인 것과 대조적이다.

교육부는 1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의 정원감축이 충분해 이처럼 감축인원을 조정했다는 입장이다. 실제 1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는 예정보다 많은 정원을 감축하는 데 성공했다. 전 정부가 부실대학들을 퇴출하겠단 의지가 강했기에 대학들이 미리부터 자발적인 정원감축에 나서면서 목표치를 상회하게 된 때문이다. 이미 1주기 대학평가 결과가 나오기 전 대학들이 감축한 정원은 4만2000여 명에 달했으며, 2015학년과 비교하면 현재까지 5만6000명의 정원을 감축해 목표보다 1만6000명을 더 감축한 상황이다.

교육부는 2만명 감축을 진행할 시 추가 감축이 필요한 나머지 1만4000명은 자연적인 감축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교육부는 “보건계열 학과들은 신/증설 시 정원을 의무적으로 감축하게 돼 있다”며 “의무정원 감축분과 한계대학들이 스스로 문을 닫는 경우 등을 통해 1만4000명 감축이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한계대학은 1주기 평가에 이어 이번 진단에서도 최하위 판정을 받은 경우를 의미한다. 1주기에서 E등급을 받았던 대학이 역량진단에서 재정지원대학이 되는 경우 ‘한계대학’으로 규정 혹독한 제재가 주어질 예정이다. 기존 평가와 마찬가지로 재정지원사업을 일체 제한받고 일정 비율 이상의 정원을 감축해야 한다.

교육부는 향후 재정지원사업도 대폭 개편하겠단 계획이다. 설립유형에 따라 국립대는 ‘국립대학 육성 사업’, 사립대는 ‘자율협약형 대학지원사업’을 일반재정지원사업으로 삼는다. 역량진단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대학에 부여되는 ‘자율개선대학’이 되는 경우 기본역량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일반재정지원사업 참여를 허용하는 방식이다. 국립대학 육성사업은 내년, 자율협약형 대학지원사업은 내후년 각각 시작된다.

일반재정지원사업 외 특수목적지원사업들은 유형을 통폐합할 예정이다. 산학협력(LINC)사업 연구(BK)사업 교육(특성화)사업의 3개 유형으로 각종 사업들을 단순화한다. 대학이 자율적으로 프로그램을 설계하는 상향식 지원방식도 도입할 계획이다.

- 정원감축 자율권 대폭 확대.. 최소 50%, 최대 85% 전망
감축해야 할 인원이 줄면서 정원을 자율적으로 감축할 수 있는 자율 감축 대상 대학은 크게 확대될 예정이다. 최소 50%에서 최대 85% 대학에 정원감축 자율권이 주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1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는 등급제 평가를 실시해 A등급(최우수) B등급(우수) C등급(보통) D+등급(미흡) D-등급(미흡) E등급(매우 미흡) 등의 평가결과를 각 대학에 통보했다. 정원감축 권고 비율은 4년제대학의 경우 B등급 4%, C등급 7%, D등급 10%, E등급 15%, 평가제외 대학 7%이고 전문대학은 B등급 3%, C등급 5%, D등급 7%, E등급 10%, 평가제외 대학 5%였다. A등급만 대학 자율에 따라 감축 여부를 결정할 수 있었다. 당시 A등급 대학은 4년제대학 34개교, 전문대학 14개교로 전체 대학의 16%에 불과했다. 대학 10개 중 2개만이 정원 감축 여부를 자율 결정할 수 있던 셈이다.

하지만, 이번 기본역량진단은 ‘일정수준’ 이상만 되면 정원감축 자율권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그 폭을 크게 늘리겠단 방침이다. 기존 평가가 우수한 평가를 받은 대학이 아닌 경우는 모두 감축에 임해야 하는 체제였다면 이를 뒤집어 대다수가 정원감축에 나서지 않는 체제로 완전히 사업 성격을 바꾸는 것이다.

그간 정부는 2주기 평가를 통해 대학들을 ‘자율개선대학’ ‘역량강화대학’ ‘재정지원대학’의 3개 유형으로 구분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정확한 비율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최초 평가를 통해 40%를 우선 자율개선대학으로 지정한 후 남은 대학들을 대상으로 재평가를 벌여 10%를 추가로 자율개선대학에 포함시키는 안이 유력하다. 계획대로라면 최소 50%의 대학은 자율개선대학에 포함되는 셈이다.

최대 85%의 대학이 자율개선대학이 될 것이란 예상도 있다. ‘퇴출대학’으로 분류될 재정지원제한대학의 선정 비율이 15%에서 20% 수준이 될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역량강화대학들은 명칭 그대로 일부 재정지원사업 신청 등에서 제한을 받는 대신 정원 감축으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존재한다. 만약 이렇게 되면 정원감축 자율권은 85%까지 주어질 수 있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 ‘충원율’ 비중 증가.. ‘수요자 선택권 존중’
바뀐 역량진단의 또 다른 특징은 평가지표 중 충원율의 비중이 확대된다는 점이다. 학생 충원이 원활하지 못한 대학들에는 ‘시장논리’를 적용, 불이익을 피할 수 없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이를 가리켜 ‘학생의 선택’이라고 표현했다.

교육계에선 이 같은 변화가 교육 수요자들의 선택권을 존중하는 조치로 보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교육 전문가는 “학생들이 부실대학을 면밀히 판단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간 1주기 평가에서 부실대학으로 지정된 대학에도 여전히 지원자가 꾸준히 나오던 것은 이를 방증한다. 그럼에도 충원율의 평가 비중을 늘리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최종 등록자를 기준으로 정해지는 신입생 충원율, 직접 대학을 경험한 후의 이탈비율을 나타내는 재학생 충원율 등의 영향력을 높이는 것은 교육 수요자들의 직접적인 반응을 평가에서 중시하겠다는 뜻인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재 대학알리미 기준 신입생 충원율이 90%를 밑도는 대학은 전국 19개교다. 영산선학대가 16%로 가장 충원율이 낮았고 다음으로 대전가톨릭대가 27.5%, 한중대가 28.8%의 충원율을 보였다. 뒤를 이어 대전신학대 서남대 수원가톨릭대 한려대 중앙승가대 등은 30%의 충원율을 보이며 계획된 인원의 절반도 채우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밖에 경주대 제주국제대 광주가톨릭대 신경대 대구외대 칼빈대 김천대 부산장신대 대구예대 인천가톨릭대 호남신학대도 절반 이상은 충원하고 있었지만 충원율이 90%에 미치지 못하긴 마찬가지였다. 이들 대학은 채우지 못한 정원을 감축하지 않는 이상 역량진단에서 좋은 평가를 받긴 어려울 전망이다.

<바뀐 역량진단 문제 없나? 권역별 평가에 감축 자율권 확대 ‘역차별’ 우려>
물론 바뀐 역량진단에도 문제는 있다. 1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와 달리 권역별 평가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정원감축 자율권을 확대하는 계획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새 정부는 그간 ‘지방대학 고사’ 등을 이유로 권역별 평가를 시행하겠다고 여러 차례 입장을 밝혀 왔다. 이번 간담회 발표에서도 ‘권역별 균형 고려’ 내용이 포함됐다.

권역별 평가는 전체 대학을 수도권, 충청권, 대구/경북/강원권, 호남/제주권, 부산/울산/경남권의 5개 권역으로 구분해 권역마다 비율을 적용하는 것을 뜻한다. 전체 대학간 경쟁이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같은 권역 내 대학끼리 경쟁해 재정지원제한 여부가 결정되는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권역별 평가가 상대적으로 경쟁력 있는 권역 대학들에 ‘역차별’을 강요한다는 데 있다. 특히 우수대학들이 몰려 있는 수도권에서는 다른 권역이었다면 재정지원제한, 정원감축 등을 하지 않아도 되는 대학이 불이익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수도권만이 아니라 다른 권역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문제다.

권역별 평가 자체가 ‘역차별’적인 요소를 안고 있는 상황에서 감축 자율권을 확대하는 것은 소수 대학을 대상으로 한 더욱 강도 높은 정원감축이 이뤄질 것을 암시한다. 2만명으로 감축 목표가 줄긴 했지만 본래대로라면 우수대학 외에는 전부 감축하는 형태로 광범위하게 이뤄졌어야 할 감축이 소수 대학에 집중적으로 이뤄질 것은 자명하다. 더 이상 운영이 어려운 ‘한계대학’들에 집중적인 감축을 한다는 것은 긍정적인 대목이지만, 권역별 평가와 연계해서 살펴 보면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할 수 있다는 부정적 측면 또한 부각되는 상황이다. 때문에 권역별 평가의 약점을 보완을 먼저 선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다만, 교육부는 선의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충분히 배려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권역별 균형이 원칙이지만 절대 점수가 높으면 배려할 것”이라며 “수도권 대학들이 상대적으로 경쟁이 치열한 것은 맞지만, 좋은 인프라로 인해 점수가 높다는 것도 생각해봐야 한다. 인프라가 부족한 지방과 수도권을 일률적인 기준에서 경쟁시킬 시 지방대학은 불리할 수밖에 없다. 향후 불합리한 결과가 나오지 않도록 예방대책을 세울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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