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흠 대영고 교장 인터뷰

[베리타스알파=박대호 기자] 이지흠 교장은 영주 대영고의 역사를 지켜 온 ‘산 증인’이다. 1982년 개교와 함께 교단에 선 이교장이 대영고에서 보낸 세월은 35년. 2003년부터 2013년까지 대영고 교감으로 10년간 근무하다 잠시 대영중 교장으로 1년간의 시간을 보낸 후 2014년부터 올해까지 4년째 대영고 교장을 맡고 있다. 대영중과 대영고가 같은 울타리 안의 학교임을 감안하면, 한 평생 대영의 울타리를 지켜온 셈이다. 작은 ‘시골학교’인 대영고가 명문으로 발돋움하기까지 학교의 치열한 노력을 한 데 모은 장본인이자 그 과정을 지켜온 산증인이다.

새 정부가 들어서며 고교 체제/교육에서도 일대 변환이 일어나지 않겠냐는 우려의 시선이 가득하지만 이 교장은 대영고가 나가야 할 길을 자신있게 제시했다. “일반고는 진학이 목적인 학교다. 현재 가진 테두리 내에서 학교가 제공할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 해줘야 한다. 이를 두고 입시위주라고 비판하는 것은 잘못됐다. 당장 손을 놓아버리라고 하면 교사들이야 퇴근도 빨라지고 편하다. 하지만, 이는 학교 문을 닫으란 것이나 다름없다. 국가 경쟁력을 고려하더라도 수월성 교육과 평등교육이 모두 이뤄져야지, 평등교육 위주의 교육만 이뤄져선 안된다.”

이지흠 대영고 교장

- ‘선비정신을 계승’한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있다. 선비정신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선비정신이란 의를 중시하고 학문을 숭상하는 정신을 뜻한다. 영주는 우리나라 최초 사학 서원인 소수서원이 있는 곳이다. 서원은 지금으로 보면 사립학교 격으로 공립학교 역할을 하던 향교와 더불어 선비들을 배출한 기관이다. 사학과 관학이 두루 발달하면서 선비들이 많이 배출된 곳이다 보니 지역 설명부터 ‘선비의 고장 영주’다. 대영고가 세워질 당시의 최초 설립목적도 소수서원의 전통을 이어받아 영주에 명문사학을 세워 발전시키겠단 것이었다.

선비정신은 인성과도 연결된다. 최근 대입에서 인성이 많이 강조되고 있다. 대학에 들어갈 정도의 학생들이면 기본적인 학업역량이 있는 만큼 인성이 중요하게 부각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본래부터 인성에 무게를 실은 교육과정을 꾸려왔다. 음성 꽃동네 등이 유명해지기 전부터 우리 학교는 봉사활동을 꾸준히 실시해왔고, 도에서 운영하는 인성학교 시범교육사업에도 선정됐을 정도다. 공부만 시키면 버릇없고 이기적인 인재들만 길러지기 마련이다. 아이들이 타인을 배려하고 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어 선비정신이 주효하다는 판단으로 이제 시스템 정착 단계다.

막연하게 선비정신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인성교육을 비롯해 다양한 교육을 실시한다. 소수서원 옆에 선비문화수련원이 있는데 청소년수련원도 함께 자리해 있다. 지역 인프라를 활용해 입학과 동시에 2박3일 동안 청소년수련원에서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한다. ‘자세부터 바르게 한 후 공부를 해야 한다’ ‘공부 이전에 사람이 바로 돼야 한다’ ‘생활지도가 우선이다’ 라는 생각으로 자연스레 선비정신을 체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2학년 때는 인문소양교육의 일환으로 1박2일간 안동에 있는 국학진흥원을 찾는다. 일종의 인성교육인 선비정신교육을 하기 위함이다. 바른 인성을 갖춘 학생에게 대영 선비 인증서와 인증 휘장을 수여하는 대영 선비 인증제도도 운영한다. 지/덕/체의 3품 별로 인증 기준을 마련해 기준에 도달한 학생이 나오면 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대영선비로 인증하고 있다.

현재 재학생 중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인원이 60% 정도다. 나머지 40%도 기숙사가 부족해서 들어오지 않는 것은 아니다. 영주 내 학생들이 많이 입학하다 보니 거주지가 인근이어서 굳이 기숙사에 들어올 필요가 없는 경우들이 있기 때문이다. 공동체 생활을 통해 길러지는 인성교육 역시 학력을 향상시키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한다고 보고 있다.”

- 일반고 중 손꼽히는 진학실적이 인상깊다. 실적의 원동력은
“수시에서 진학실적이 많이 나와야 한다. 현재 한 해 졸업생이 110여 명 나오는데 수시에서 많을 때 40명 정도의 진학실적이 나온다. 문제는 내신이 다소 낮은 학생들이다. 5등급 정도 되면 수시에선 지방대를 택할 수밖에 없는데 학생들이 원치 않는 진로다. 결국 수시에서 승부를 보지 못하는 학생들은 수능을 통해 정시에서 실적을 내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는 쉽지 않은 길이다. 수능은 결국 재수생과의 대결인데 지금은 선행학습 금지법으로 인해 앞서 교육과정을 끝내지 못하도록 돼 있다. 재학생이 불리한 구조다. 때문에 교육과정을 기반으로 학생부종합전형에 주로 대비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수능을 등한시 하는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론 수시를 준비하지만, 수능 역시 끝까지 대비한다. 수시에서 확실히 합격하지 않는 이상 수능 때까지 학습 분위기가 틀어지지 않도록 지도한다. 수시에서 수능최저를 적용하는 경우도 많은 만큼 상위권 대학 진학을 위해선 수능 때까지 학습 분위기가 이어져야 한다.

논술은 이전에 많이 시도를 했다. 시의 지원을 받아 서울에서 강사를 초빙하기도 했지만 비용대비 성과가 좋지 않았다. 지금은 학교 차원에서 논술 대비를 돕고 있다. 컴퓨터실이 상당히 잘 갖춰져 있기 때문에 저녁 시간을 이용해 논술강좌를 보거나 기출문제 등을 학습할 수 있다. 인문논술 수리논술을 평가와 무관한 교양과목으로 설정해 기초 논술실력도 기를 수 있도록 해놨다.

학생 수가 많지 않다 보니 내신이 불리하다는 평가가 있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선 특색있는 교육과정을 운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대영고에 입학하면 배우는 게 있다고 생각할 것 아니겠는가. 그간 특색있는 교육과정을 만들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을 해왔다.

시간을 다소 거슬러 올라가면 1990년대 경북에서 지정하는 학력관리 중심학교가 된 것이 현재의 대영고를 만드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 당시 진학실적이 우수한 학교들을 몇 개 지정해 2000~3000만원 가량을 지원해줬는데 이를 기반으로 우수 고교들을 방문해 교육 프로그램을 배워오기도 하고 기숙사를 확충하는 등 교육여건을 개선하기도 했다. 당시 학력고사 체제에서 수능으로 막 넘어가던 시기였는데 잘 적응하는 바탕이 됐다.

이명박정부 당시 시행된 교육사업이 많았는데 우리 학교는 특색있는학교만들기사업에 선정됐다. 사업계획서 작성하는 것, 사업 진행하는 것 등이 번거롭다고 생각하는 학교들이 많았던 것이 선정되는 데 일부 도움이 됐다. 특색있는학교만들기를 몇 년 하다보니 과학중점학교가 도입됐다. 당시 다른 학교들이 하지 않는 사업에 지원하는 것을 두고 교사진 간에도 이견이 일부 있었지만, 학생들에게 좋은 교육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선 해야 한다고 설득했고 끝내 교사들도 이해해 과학중점학교 체제를 도입할 수 있었다.

과학중점학교로 인해 상대적으로 문과가 약해지는 경향도 대비해야 했다. 때문에 비슷한 시기에 시행된 고교 교육력 제고 시범학교 사업에 지원해 선정됐다. 강사지원 등을 해주는 사업인데 이를 통해 문과의 역량을 보완할 수 있었다. 그밖에도 선진형 교과교실제학교 인문소양교육선도학교 등 각종 지원사업에 선정된 사례가 많다.

최근 가장 큰 고민은 정보교환이 너무 잘 이뤄지다 보니 학교 간 특색있는 교육프로그램들이 널리 퍼져 평준화하는 양상을 보인다는 점이다. 소논문을 안하는 학교를 찾아보기 힘들 지경이며, 과학중점학교가 아닌 곳들도 그에 대응하는 프로그램을 갖춘 경우가 많다. 그래서 최근엔 진학실적이 좋은 자사고들을 몇 군데 방문했다. 방문 결과 공동 교육과정을 운영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교과형 공동 교육과정은 도 차원에서 허락을 해주지 않는다. 서울에서 주로 하는 교육과정 클러스터를 본 따 영주 시내 몇몇 고교와 같이 학교간 공동교육과정 거점학교를 신청했다. 성적처리, 학생부 기재 여부 등의 문제가 없어 작년부터 시작한 상태다. 방학 때가 아닌 점심 이후 2시간을 배정하는 방식 등을 활용해 진행 중이며, 80% 정도는 이과계열, 20%는 문학 등 문과계열의 프로그램으로 배정하고 있다. 과고에서나 할 법한 화학실험, 국제경제/국제정치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의 학업역량 향상에 도움을 주려 한다.

진학실적을 위해 면접에도 신경을 쏟고 있다. 경상도 방언이나 말투가 면접에서 긍정적이지 못하다는 얘기를 듣고 토론/발표대회 등을 자주 열어 개선하려 했다. 그 결과 학생들이 심층면접에 대응을 잘 하고 있다. 설득력 있는 말을 면접관 앞에서 구현할 수 있도록 꾸준히 도울 예정이다.

아이들을 위해서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서울대에 방문해 시험을 치러야 했던 학교 설립 초기에는 학생들이 주눅들지 않도록 하기 위해 시험 일주일 전부터 서울대 주변 숙박시설에 상주하며 아침마다 구보로 대학 교정을 돌기도 했다. 최근 몇 년간은 입시제도가 바뀔 때마다 서울대 입학본부를 찾아 준비방법을 물어보는 등 학교 차원의 대비체제를 튼튼히 하려고 노력 중이다.”

- 입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을 위해 조언을 남긴다면
“우리 학교는 차별화된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을 통해 선비정신을 계승하는 인성과 지성을 겸비한 인재를 육성하고 있다. 인성교육 강화에 중점을 두고 선비문화수련원 국학진흥원 등에 입소하는 등의 교육활동도 병행한다. 이러한 인성교육의 바탕 위에 학업역량 강화까지 더해질 수 있도록 전 교직원이 하나되어 전심 전력으로 교육에 임하고 있다. 이러한 교육의 결과 자기주도적 학습이 잘 이뤄지고 있으며 학교폭력이 없는 학교, 준법우수학교로도 자리매김하고 있다. 전통 가운데 공부하는 학교문화가 형성되면서 지역 내 신뢰도 무한할 정도로 높다.

‘마중지봉’이란 말이 있다. 순자 ‘권학’편에 나오는 말로 ‘삼밭의 쑥대’란 뜻이다. 삼밭에 있는 쑥은 바르게 자라는 삼을 닮아 곧게 자란다. 본래 쑥은 곧게 자라지 않지만 똑바로 자라는 삼과 함께 있으면 붙잡아 주지 않더라도 스스로 삼을 닮아 가며 곧게 자라게 된다. 이처럼 좋은 사람들 사이에 있으면 그 영향으로 자기도 모르게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다. 자사고나 특목고, 전국단위 자율학교처럼 우수 학생들로 구성된 학교는 아니지만 꿈을 실현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공부하겠단 마음 자세를 갖춘 학생이라면 많은 관심과 지원 바란다. 삼밭의 쑥처럼 입학 후 3년의 과정을 보내며 바르게 성장 발전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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