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금, 등록금 동결 자구책”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사립대의 입학금 폐지 협의가 결국 무산됐다. 입학금을 폐지할 경우 등록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사립대의 요구에 교육부가 난색을 표하면서 추후 협상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교육부는 법령 개정을 통해 입학금 폐지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22일 교육부와 대학가에 따르면 입학금 폐지 논의가 무산됐다. 사립대총장협의회(사총협)이 등록금 1.5% 인상 조건을 내걸었지만 교육부가 이에 대해 반대입장을 표명하면서 결국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27일로 예정됐던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과 사총협의 간담회도 취소됐다.

교육부는 입학금 중 실소요 비용을 20% 정도로 추산해 나머지 비용은 단계적으로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사립대의 입장은 다르다. 입학금을 사실상 등록금 동결의 자구책으로 활용해, 대학 재정의 한 축을 담당해왔으므로 등록금 인상 없이 폐지하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사총협이 입학금 단계적 폐지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처음 표명했을 당시에도 등록금 인상을 요구한 바 있다”며 “개별 대학의 재정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급속 추진이 결국 협상 결렬로 마무리됐다”고 지적했다.

교육부와 사총혐간 입학금 폐지 논의가 무산됐다. 사총협은 입학금이 사실상 등록금 동결의 자구책으로 활용됐고, 현재 대학 재정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는 점에서 등록금 인상이 뒤따라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교육부/사총협 협상 결렬.. 입학금 논의 무산>
교육부와 사총협의 입학금 인하 논의가 결렬됐다. 입학금 폐지는 문재인 정부가 국정과제로 내건 사안이다. 입학전형료 인하와 더불어 교육부 주도로 급속 추진됐지만, 사립대와의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결국 무산되기에 이르렀다. 사립대는 입학금 폐지에 따라 등록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었으나 교육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입학금 폐지 움직임이 본격화될 당시부터 사총협은 이에 대한 우려를 표시했다. 협의회 첫 모임을 앞두고 입학금 폐지 반대 보도자료를 통해 “당장 (입학금을) 폐지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대학 재정 확충과 연계해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입장을 선회해 단계적 폐지로 입장을 모았지만 등록금 자율 인상을 동시에 강력 건의하기도 했다. 사총협은 “입학금을 인하/조정해나가는 방향에 대해서는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며 “정부에서 입학금 감축 또는 폐지에 상응하는 재정 지원 방안을 마련한다면 전향적으로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는 입장이었다.

교육부가 입학금 폐지 움직임을 본격화한 것은 ‘사립대 입학금 제고 개선 협의회’가 출범하면서부터다. 경희대 순천향대 인제대 동국대 연세대 한국외대 상명대 대전대의 10개 대학 기획처장이 참여해 입학금 축소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었다. 당시 교육부는 “입학금 폐지를 위한 ‘고등교육법’ 개정안이 발의돼, 입학금 폐지로 인한 사립대의 재정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는 입장이었다.

13일 교육부와 사총협이 입학금 단계적 폐지에 합의했지만, ‘등록금 인상’이라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협상 결렬은 이미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교육부는 입학금 폐지에 따라 국가장학금Ⅱ유형, 자율협약형 재정지원 사업에서 인센티브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대학들은 등록금 인상이 뒤따르지 않는 한 손실 보전이 어렵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입학금 대신 등록금을 인상하는 것은 2~4학년 학생들에게도 피해가 간다며 대학 입학금 단계적 폐지는 지속 추진할 의사를 밝혔다. 입학금 관련 시행령을 마련해 입학금 사용 기준/사용처를 공개하고 등록금심의위원회 입학금 심의, 입학금 수입/지출의 근거 규정을 신설해 적정한 사용을 유도하겠다는 입장이다.

<입학금, 사실상 등록금 한 축 “등록금 인상과 동반돼야”>
사립대의 입학금 폐지가 어려운 이유는 입학금을 사실상 등록금 동결의 자구책으로 활용해왔기 때문이다. 공립대와 사립대의 입학금 수준은 현저하게 다르다. 입학금이 전체 등록금에서 차지하는 비중 차이도 크기 때문에 접근을 달리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19개 국공립대 신입생 1인당 입학금은 평균 14만9500원 수준으로 등록금 총액의 1%에 불과하다. 국립대 39곳으로 확대할 경우 2015년 세입 총액 3조9517억원 중 입학금 수입은 111억원으로 0.3% 수준에 그쳤다. 반면 159개 사립대의 입학금은 평균 72만3000원이다. 1년 등록금 대비 9.2%를 차지한다. 전국 19개 국공립대는 내년부터 대학 입학금을 전면 폐지하기로 결정했지만, 사립대는 이 같은 결정이 쉽지 않은 이유다.

사립대가 등록금 인상을 요구한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지난달 8일 사총협은 사립대 입학금이 대학 등록금의 한 부분으로 인정돼왔으며, 대학 재정에도 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시점에서 폐지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현재 법적으로 허용되는 범위 내에서 대학별로 자율 인상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주장이었다. 사총협은 “자율인상을 제한하고 있는 조치인 국가장학금Ⅱ 연계, 목적별 과제 평가 시 규제는 모두 철폐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위헌적 소지가 있는 간접적 규제가 그대로 시행될 경우 사총협 차원에서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강력한 입장이었다.  고등교육법령상 ‘등록금 심의위원회’를 ‘등록금 책정 자문위원회’로 개정해 대학의 자율적 운영을 보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교육부가 입학금 폐지에 따른 정부 재정 지원방안으로 제시한 것은 국가장학금Ⅱ유형, 자율협약형 재정지원 사업에서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이다. 이에 대해 한 교육계 관계자는 “교육부가 인센티브 방안을 제시했지만 사립대는 등록금 인상 없이는 입학금 폐지의 손실을 메우기 어렵다고 본 것”이라고 분석했다.

입학금 인하 관련 논의가 무산되면서 정부는 법령 개정을 통한 입학금 폐지 방안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입학금 폐지와 관련한 법률은 국회 계류 중인 상태다. 노웅래 의원 등이 발의한 ‘고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제11조에서 ‘수업료와 그 밖의 납부금을 받을 수 있다’고 정한 것에서 입학금을 제외하는 내용이다. 대학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한 대학 관계자는 “협상이 안 되면 일방적으로 강행하겠다는 것이냐”며 “대학들이 인하할 수 있는데도 인하하지 않고 버티는 것처럼 몰아가는 듯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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