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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보자] 자사고 ‘국영수 50%초과’ 지적 온당할까.. ‘폐지 겨냥 자락깔기 불과’‘교육과정 다양성’, 국영수 비중 대신 특성화프로그램 등 따져야
  • 권수진 기자
  • 승인 2017.10.22 00:04
  • 호수 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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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자사고의 국영수 수업비중이 50%를 넘기 때문에 교육과정이 다양하지 않다는 지적은 온당할까. 유은혜(더민주)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국 자사고 44개교 중 29개교가 국어/영어/수학의 수업단위를 50%이상 운영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수업단위수만으로 교육과정의 다양성을 판단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자사고의 경우 자율적인 교육과정 운영이 보장된 학교라는 점에서 일반고 기준으로 비판을 가해서는 안 된다는 우려의 시선도 있었다. 국영수 수업비중이 50%를 넘지 못하게 한 규정은 일반고에만 해당하는 사항으로 자사고에 대해서는 권고사항에 그치고 있다. 자사고의 정체성은 자율적인 교육과정 편성이 가능하다는 점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자사고가 다양한 수업방식과 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해오면서 공교육에 시사점을 던진 바가 더 크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국영수 비중만을 근거로, 자사고가 ‘다양하고 개성 있는 교육과정을 시행한다’는 설립목적을 도외시했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지만, 여기서 말하는 ‘다양하고 개성 있는 교육과정’이란 단순히 교과 이수단위의 조합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운영 방식과 교육프로그램을 말하는 것”이라며 “교육과정의 다양성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자사고가 도입해 운영 중인 다양한 교육 시스템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전국단위를 비롯해 상당수 자사고는 기숙사를 운영하며 사교육을 배제한 교내 대입체제를 갖추고 있다. 학종뿐 아니라 논술 대비까지 교내에서 대비하는 학교도 있다. 현 체제 내에서 사교육을 차단하는 대입체제가 바람직한 것인지 국영수 절반 이하 교육과정이 바람직한 것인지조차 자사고는 자율로 선택할 수 있다. 유 의원의 비판은 사교육차단을 하는 바람직한 공교육체제를 오히려 무너뜨리는 지적일 수 있다. 자율권을 주고 비판하는 건 자사고 폐지를 위한 자락깔기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자사고 교과운영에서 국영수 비중이 50%를 넘는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국영수 비중은 현재까지 일반고에 대해서만 강제사항일뿐 자율운영권을 지닌 자사고에 대해 규정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과도한 비판이라는 지적이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국영수 50% 규정 있지만 자사고는 예외>
최근 자사고 국영수 기초과목 수업단위가 50%를 초과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전국 자사고 44개교 중 29개교가 국어/영어/수학의 수업단위를 50% 이상 운영하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하지만 50% 기준은 일반고에 대한 강제사항일 뿐, 자사고는 권고사항에 그치고 있다는 점에서 과한 비판이라는 반론이 제기된다. 자율운영을 보장하고 있으면서도 일반고와 똑같은 잣대로 재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유은혜 의원이 자사고 수업단위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자연계열에서 초과율이 높았다. 조사대상 44개 자사고 중 자연계열이 있는 학교는 42개교로, 이 중 27개교가 50% 기준인 90단위를 초과했다. 인문계열의 경우 44개교 중 14개교가 90단위를 초과했다. 인문/자연(공학) 모두 초과한 학교는 전체 44개교 중 14개교였다.

학교별로 보면 광주 송원고의 경우 국영수 기초교과의 수업단위가 113단위(자연)로 가장 많았다. 국어 36단위, 영어 34단위, 수학 43단위였다. 인문계열 역시 108단위로 가장 많았다. 이어 자연계열 기준, 서울 선덕고가 110단위(국어 34단위, 영어 34단위, 수학 42단위)였으며 서울 동성고, 전북 상산고가 각각 109단위, 108단위 순이었다.

지적된 부분은 국영수 수업단위가 교과 전체의 50%, 즉 90단위를 넘어선다는 것이다. 현행 2009개정교육과정은 고교 교육과정 총 204단위 중 창의적체험활동 24단위를 제외한 180단위를 교과수업으로 진행하도록 하고 있다. 교과는 국영수의 기초과목에 더해 사회(역사/도덕 포함) 과학의 탐구과목, 체육/예술(음악/미술), 기술가정/제2외국어/한문/교양의 생활교양과목으로 구성된다. 이 중 국영수 기초교과의 수업단위는 90단위를 초과해선 안 된다. 1단위는 50분을 기준으로 17회 이수하는 수업량을 뜻한다.

하지만 50% 규정은 자사고의 경우 강제사항이 아닌 권장사항으로 명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판은 힘을 잃는다. 기초교과 이수단위가 교과 총 이수단위의 50%를 초과하지 않도록 한 규정은 2009교육과정이 2013년 일부 개정되면서 추가된 내용이다. 이 문구가 추가되면서 ‘단, 자사고의 경우에는 이 규정을 권장한다’고 덧붙여 예외임을 명시했다. 교육과정에 자율성을 부여한 자사고 설립 취지를 남겨두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자사고를 50% 제한의 예외로 두고 교육과정 자율성을 보장한 상황에서, 50%를 넘겼다고 비판 받는 것이 옳은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자사고가 수업단위 제한을 받지 않으면서 국영수 기초교과의 수업단위가 늘어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은 당연했다. 이를 두고 입시교육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을 가하기도 했지만, ‘수월성 교육’에 대한 수요를 무시한 원론적 비판이라는 반론도 제기됐다. 대학교육의 준비기관인 일반고/자사고에서 대학진학을 위한 준비교육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자사고가 입시준비기관이라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는 이유는 높은 대입실적 때문이지만, 반대로 학생/학부모가 자사고에 입학하고 싶어하는 이유 역시 높은 대입실적 때문”이라며 “일반고 역시 우수대학에 많이 진학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는 상황에서 ‘눈가리고 아웅’ 식으로 자사고만 비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자사고 한 관계자도 “자연 계열 수학과학 시수는 논술수업일 가능성이 높다. 기숙학교라면 교내에서 논술준비까지 포괄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면서 “사교육을 차단해온 바람직한 자사고의 시스템을 이런 식으로 비난하는 것은 논술을 포함해 상당부분 대입을 학교 밖 사교육에 맡기라는 무책임한 지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내년부터는 기초교과 수업단위에 대한 논의도 의미가 없어질 전망이다. 2015개정교육과정이 도입되면서 자사고 역시 일반고와 동일하게 국어/영어/수학의 수업단위가 50%를 넘을 수 없도록 강제되기 때문이다. 교육계 관계자는 “교과 운영상의 자율성을 부여한 당초 취지가 무색하게 됐다”면서도 “자사고의 강점은 다양한 특색 프로그램에 무게를 실은 만큼 실질적인 타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교육과정 다양성 잣대, ‘기초과목 비율’ 정당한가.. 실질 운영시스템 살펴야>
다양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는지를 지적하려 했다면 선택과목 구성이나 실질 운영 프로그램에 대해 살펴봤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단지 기초교과가 50%를 넘기는 수준이라고 해서 개성 있는 교육과정을 운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과목 이수단위라는 ‘양’으로 따질 것이 아니라, 실질 운영 시스템의 ‘질’을 따져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자사고는 그 동안 교과 교육과정에 한정하지 않고 미래인재 양성에 필요하다고 판단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 제공했다는 입장을 피력해왔다. 올해 초 자사고 폐지 논란을 겪으며 자사고가 입시준비기관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불거졌을 당시에도 전국단위 자사고 5개교는 “고교 교육과정의 정상적 운영에 더해 양서읽기 자기역량강화프로그램 명사초청특강 고급/심화과목 과제연구 태권도 음악 미술 체육 등 건학이념과 지역특성에 부합한 프로그램이 제공되고 있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오히려 자사고가 운영되기 시작하면서 공교육체제에 다양한 교육과정, 특성화프로그램을 도입해 공교육 시스템에 시사점을 제공해왔다는 시각이 더 지배적이다. 6월 열린 토론회 ‘외고/자사고 폐지가 공정한 교육인가?’에서는 광양제철고 민사고 상산고 등 자사고의 교육성과가 소개되기도 했다. 홍성대 상산고 이사장의 설명에 따르면 광양제철고는 전국 최초로 수학/영어 과목의 맞춤형 수준별 수업을 운영했고, 다양한 인성/체력 함양 프로그램과 진로/진학프로그램을 운영해 입시위주 교육이 아닌 올바른 인성과 창의적 지식을 갖춘 전인적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에 기여했다.

민사고가 도입한 시스템도 만만치 않다. 학생 선택 수업, 교과교실제, 개인연구 프로젝트, 무학년 무계열 통합 수업, AP수업 등 실험적이고 선도적인 교육방법과 내용을 개발했다고 평가된다. 상산고의 경우 전국 최초로 양서읽기를 정규 교육과정 8단위로 편성했다. 태권도 역시 이수단위에 반영해 전원 초단 이상을 취득하게 했고, 음악 교육을 2학년까지 편성 운영함으로써 입시위주 교육이 아닌 다양한 교육프로그램 확산에 기여했다는 설명이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자사고가 처음으로 시도한 프로그램들이 학생/학부모의 높은 호응을 이끌어내면서 일반고까지 확산된 사례들이 많다”며 “교육과정에 자율성을 부여한 자사고의 등장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라고 분석했다.

계속해서 반복되는 ‘자사고 때리기’는 문재인 정부의 자사고 폐지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올해까지는 권고사항에 그친 내용으로 비판에 나선 것은 의도가 깔린 비판 아니냐는 지적이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현장의 극심한 반발로 저지된 자사고 폐지 정책을 다시 추진해 나가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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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수진 기자  ksj@veritas-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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