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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학교 기초학력미달 3배 넘어.. ‘10년 동안 매년 악화’‘악화지역부터 지정, 어불성설’.. ‘확대 공약 재고해야’
  • 권수진 기자
  • 승인 2017.10.13 18:33
  • 호수 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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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혁신학교의 학력 저하 현상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대통령 공약사항인 혁신학교의 ‘기초학력미달’ 비율이 전국 고교 평균보다 3배 가까이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곽상도(자유한국)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받아 ‘혁신학교 학업성취수준’ 자료를 분석한 결과, 기초학력미달에 해당하는 혁신학교 고교생은 11.9%에 달했다. 전국 고교 평균이 4.5%에 그친 데 비하면 학력저하 현상이 매우 뚜렷했던 셈이다. 2015학년의 경우 혁신학교의 기초학력미달 비율은 7.9%, 전국 평균은 4.2%였던 데서 격차가 더 심화된 모습이다.

해마다 반복되는 학력미달 논란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는 혁신학교 확대 방침을 고수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문 대통령은 “경쟁 중심의 교육에서 벗어나 진로맞춤형 교육을 실시하겠다”며 혁신학교 확대를 공약에 포함시켰고 국정과제에서도 이를 재확인한 상태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 혁신학교의 학력미달 여부조차 확인하기 어렵게 된 상황이라는 점이다. 올해부터 학업성취도평가가 일제고사가 아닌 표집조사로 변경된 때문이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기초학력미달 학생에 대한 학습지원에 더욱 한계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학력미달 문제에 대해 12일 교육부 국감에 참여한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기초학력미달자가 많은 곳을 우선 혁신학교로 지정했다”며 옹호하고 나섰지만 이는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2009년 첫 등장한 이래로 도입 10년에 다다를 때까지 꾸준히 학력미달 논란에 시달리고 있어서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혁신학교는 김 부총리가 경기교육감 시절 처음 만든 학교 유형이다. 혁신학교의 최초 등장이 2009년이란 점을 고려하면 ‘원래 기초학력미달자가 많아서 지금도 기초학력미달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는 김 부총리의 변명은 앞뒤가 맞지 않다”며 “진보교육감을 중심으로 확대를 밀어붙이는 상황이지만, 고교 현장에서는 대입 실적 등에 대한 우려로 도입을 반대한 사례도 등장한 만큼 확대 정책을 재고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혁신학교의 학력 저하 문제가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지난해 혁신학교의 기초학력미달 비율은 전국 고교 평균보다 3배 가까이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기초학력미달에 해당하는 혁신학교 고교생은 11.9%에 달해, 전국 고교 평균 4.5% 대비 학력저하 현상이 매우 뚜렷했다. 문재인 정부의 혁신학교 확대 공약을 재검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대두되고 있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혁신학교 기초학력미달 비율, 전국 평균 3배>
곽상도 의원이 12일 교육부로부터 받은 ‘혁신학교 학업성취수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기초학력미달에 해당하는 혁신학교 고교생은 11.9%나 됐다. 전국 고교평균이 4.5%인 것에 비하면 학력저하 현상이 뚜렷했다. 기초학력미달은 학업성취도평가에서 100점 만점에 20점 미만을 나타내는 것으로 사실상 수업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거나 학업을 포기한 인원으로 분류된다.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는 학업 성취 수준을 파악하기 위해 해마다 중3과 고2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시험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성적에 따라 ‘보통학력’(100점 만점에 50점 이상 수준) ‘기초학력’(20~50점) ‘기초학력미달’(20점 미만)로 구분한다.

지난해 평가에서 고교 혁신학교는 ‘보통학력’ 이상 비율이 59.6%로 전국 평균 82.8%을 크게 밑돌았다. 반면 하위권으로 분류되는 기초학력 비율은 28.5%로 전국 평균 12.7%의 2배 이상이었다. 기초학력미달을 포함한 기초학력 이하 학생이 40.4%에 달한 셈이다.

특히 영어에서 기초학력미달비율이 높았다. 혁신학교의 영어 기초학력미달 비율은 14.4%로 전국 평균 5.1%와 큰 격차를 보였다. 수학의 경우 12.9%(전국 평균 5.3%), 국어는 8.3%(3.2%)로 기초학력미달 비율이 전국 평균을 크게 넘어섰다.

수학의 경우 보통학력 이상 비율이 낮은 편이었다. 혁신학교의 수학 보통학력 이상 비율은 52.4%로 전국 평균 78.2%에 비해 낮았다. 국어는 62.4%(전국 평균 84.1%), 영어는 64%(86%) 순이었다.

지역별로는 충북 혁신학교의 기초학력미달비율이 22.3%로 가장 높았다. 충북 전체 평균 2%의 11배 수준이다. 이어 인천 19.5%(지역 평균 3.2%), 전북 16.3%(4.5%), 서울 15.3%(7.6%), 경남 11.6%(5%) 순이었다.

혁신학교의 성취도 저하 문제는 최근만의 문제는 아니다. 보통학력 이상 비율이 2014학년 69%에서 2015학년 67.9%, 2016학년 59.6%로 꾸준히 하락세를 이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 평균이 2014학년 85.2%에서 2015학년 81.8%로 줄어들었다가, 2016학년 82.8%로 다시 반등한 점에 비하면 혁신학교의 지난해 하락세가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혁신학교와 전국 평균간 격차도 2015학년 13.9%p에서 2016학년 23.2%p로 대폭 늘어났다.

지역별로 살펴봐도 하락추세이긴 마찬가지다. 수학의 경우 서울은 보통학력 이상 비율이 2014학년 64.6%→2015학년 61.1%→2016학년 57.7%, 광주는 79%→74.5%→66.8%, 경기는 72.8%→69.2%→60.5%로 계속해서 하락했다.

이에 대해 김상곤 부총리는 “기초학력미달자가 많은 학교를 우선 혁신학교로 지정한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해명했지만, 혁신학교의 도입 시기가 2009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최초 등장으로부터 8년이 지난 지금까지 학력미달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은 혁신학교의 학력증진 효과가 없었음을 증명하는 셈”이라며 “원래 기초학력미달자가 많았기에 지금도 기초학력미달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는 김 부총리의 변명은 앞뒤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학력미달 논란 지속 불구.. ‘혁신학교 확대’ 강행하나>
문제는 혁신학교 확대가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과제라는 점이다. 7월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발표한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따르면, 혁신학교의 성과를 일반학교로 확산한다는 방침이지만 정작 교육계에서는 ‘혁신학교의 성과’가 무엇인지 의문을 제기하는 상황이다.

혁신학교는 김상곤 교육부장관이 2009년 경기도교육감 재임 시절 도입한 학교 모델이다. 김상곤 장관이 당시 문 대통령의 대선후보시절부터 교육공약 전반을 설계하면서 혁신학교 역시 ‘공교육 혁신’의 모델로 전면에 등장했다. 혁신학교는 입시위주 주입식 교육 대신 창의적/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을 높이는 교육을 추구한다는 기치를 내걸었다. 무학년제, 집중이수제, 교과 통합, 창의적 재량 활동 등 다양한 교육과정을 편성할 수 있다. 교장과 교사들에게 학교 운영 및 교과 과정의 자율권을 주고, 교육 과정을 각 학교에 현실에 맞게 다양화/특성화한다고 설명한다.

현재 혁신학교는 진보 성향 교육감 지역 중심으로 전국 1177곳(초 691개교, 중 353개교, 고 120개교, 기타 13개교)에 자리하고 있다. 각 시도교육청은 혁신학교에 연평균 1억원 안팎의 예산을 지원해가며 확산을 장려하고 있는 현실이다. 혁신학교의 명칭도 다양하다. 서울/경기도 혁신학교, 강원 행복더하기학교, 광주 빛고을혁신학교, 충남 행복공감학교, 충북 행복씨앗학교, 경남 행복학교, 전남 무지개학교, 제주 다혼디배움학교 등이다.

특히 서울지역의 경우 진보성향의 조희연 서울교육감의 주도로 서울형 혁신학교가 대폭 늘어나는 추세다. 이 과정에서 응모 요건을 대폭 완화해 일부 구성원의 동의만으로 신청할 수 있게 한 점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기존에는 전체 교원 중 50% 이상, 전체 학부모 가운데 절반 이상이 동의해야만 학교운영위원회에 상정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서울청은 교원투표와 학부모 설문 가운데 하나에서만 50% 동의를 받으면 안건을 올릴 수 있도록 완화한 것이다. 특히 학부모 동의 절차와 관련해서는 모수를 ‘전체 학부모’에서 설문에 ‘참여한 학부모’로 바꿨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소수의 동의만으로도 신청 요건을 갖추도록 해 구성원들 간 갈등의 소지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교육계에서는 혁신학교를 확대해 학력저하만 더욱 부추기는 꼴이라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다. 곽 의원은 "김상곤 장관이 경기도 교육감으로 재임하던 시절 경기도 학력이 전국 최저 수준에 머물렀다"면서 "모든 학교를 혁신학교로 전환하겠다는 이번 정권의 계획대로 간다면 기초 학력 미달자가 잔뜩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성취도평가, 표집방식 전환.. 기초학력미달 현황 파악조차 불가>
내년부터는 혁신학교의 기초학력미달 현황 자체도 파악하기 힘들 전망이다. 9년 만에 학업성취도평가를 전수조사 방식에서 표집방식으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1986년 처음 실시한 이후 시행과 폐지를 반복해 온 일제고사는 올해 다시 폐지가 결정됐다.

교육계에서는 학력 저하를 우려해 폐지에 반대하는 입장이 만만치 않다. 학업성취도평가의 본래 목적은 기초학력미달 학생의 학습결손을 보충하고 교육과정 개선을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한다는 취지다. 교총 김재철 대변인은 “4차 산업혁명을 맞아 개인별 맞춤형 교육이 중요한데 이를 위해 개인별 학력에 대한 진단과 평가 피드백은 필수”라며 “일부만 파악 가능한 표집평가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김 대변인은 “과도한 성적 점수 중심의 평가는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전수평가 폐지는 교육에 대한 국가 책임을 강화하고 일대일 맞춤형 교육을 추진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공약과도 어울리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단위학교의 학력 파악이 어려워지면 그만큼 기초학력미달 학생에 대한 학습지원도 축소될 수밖에 없는 탓이다.

혁신학교의 학력미달 여부조차 확인하기 힘들어지면서, 혁신학교의 기초학력미달 학생에 대한 학습지원에도 한계가 생길 것이란 우려가 대두됐다. 혁신학교가 인적성을 중시하는 학교라 하더라도, 취업이 목적이 아닌 대입을 목적으로 한 일반고라는 점에서 일정 수준의 학력은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 교육계의 견해다. 한국교육개발원도 혁신학교의 낮은 성취도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개발원은 서울형 혁신학교는 부진 학생에 대한 지도프로그램이 운영되지 않거나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 점에 더해,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에 대한 행/재정적 예산지원에도 불구하고 참여율이 일반학교에 비해 저조한 점을 지적하며, 사교육비 증가여부를 따져볼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충북 제천고, 학생/학부모 반발로 혁신학교 지정 무산.. ‘낮은 대입실적 우려’>
이 같은 우려를 반영하듯, 최근 학생과 학부모의 반발로 혁신학교 지정이 무산된 경우도 있다. 지난달 충북 제천고는 올해 혁신학교 지정을 추진했지만 내부 구성원의 반발로 신청 자체가 무산됐다. 제천고 학교운영위원회는 학생 투표 결과 반대 의견이 많았고, 학부모/동문의 반대 의견 등을 고려해 혁신 학교를 신청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학생 대의원회 찬반 투표에서는 1~2학년 학생 500명 중 반대 의견이 찬성보다 8명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역시 혁신학교 신청을 추진했지만 한차례 좌절된 이후 또다시 구성원들의 동의 얻기에 실패했다.

현장의 가장 큰 우려는 진학실적이다. 입시위주의 교육 대신 토론과 발표 등을 통해 학생들의 적극적 참여를 유도한다는 설명이 무색하게도, 사정관제(학생부종합전형의 전신) 아래 대입 실적이 초라했기 때문이다. 수시 전체를 사정관제로 운영해 선발했던 2014 서울대 입시의 경우, 당시 원년을 맞아 졸업생을 배출한 18개 혁신학교 중 16개교에서 서울대 합격자를 1명도 배출하지 못했다. 나머지 두 학교도 각 1명에 그쳤다. 당시 서울대 실적을 1명이상 낸 전국 고교가 모두 864개교에 달했다는 점에 비춰보면 초라한 실적이다. 토론에 참여하는 창의적 수업방식이라는 점 때문에 학종에서 유리할 것이라는 기대마저 만족시키지 못한 셈이다.

입시를 외면할 수 없는 상황에서 혁신학교 기피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현장이 외면하는 학교를 무턱대고 확대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분석이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혁신학교 프로그램이 결과적으로 학력 증진에는 도움이 안 됐다는 사실이 드러난 상황에서, 학생/학부모를 중심으로 혁신학교에 대한 우려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며 “지금이라도 혁신학교 확대 정책을 신중하게 재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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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수진 기자  ksj@veritas-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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