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타스알파=박대호 기자] 올해 9월 취임한 강억구 남해해성고 교장은 올해로 34년째 남해해성고를 지켜온 산 증인이다. 1984년 교단에 첫 발을 디딘 이래 2009년까지 영어교사로 남해해성고 학생들과 호흡해온 강 교장은 2009년 교감으로 자리를 옮겨 전임 최성기 교장과 올해 8월까지 손발을 맞춘 끝에 교장직에 올랐다. 한 때 폐교위기에 내몰렸던 남해해성고가 화려하게 부활하기까지 물심양면으로 노력해온 숨은 주역 중 하나다. 

지금까지의 발전상만 해도 놀랍지만, 강 교장은 더 나은 미래를 꿈꾼다. 다음 목표는 전국에서 손꼽히는 학교 만들기다. “민사고 하나고에 버금가는 학교, 전국에서 세 손가락 안에 손꼽히는 학교를 만들고자 한다. 그간 학교 알리기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내실화 단계다. 수준별 수업을 재구조화하고 맞춤식 학력향상 체제를 만드는 등 향후 발전을 위한 계획들이 차곡차곡 진행되고 있다. 이미 자리잡아 있는 창의적 교육과정은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 남해해성고가 길러내고자 하는 인재상은 
“‘미래 사회를 열어갈 인성과 지성을 갖춘 창의적 인재’를 지향한다. 가장 우선은 학업역량을 갖추는 데 있다. 올해 교장 취임사를 통해 기본이 바로 서면 길이 열린다는 ‘본립도생’이란 말을 학생들에게 했다. 인성도 중요하지만 실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한 가지만 파고들어선 안된다. 두 마리 토끼를 전부 잡아야 한다. 현재 대입의 중심인 학생부종합전형은 학력과 인성을 모두 갖춘 학생을 원하고 있다. 우리학교 역시 학업역량을 탄탄히 하면서 인성까지 갖춘 인재들을 길러내려 한다. 불리한 지역적 여건 상 학업역량에 강점을 갖지 못한다면 살아남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현재 우리 학교의 교육 프로그램도 학력/인성을 함께 배양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학업역량을 기본으로 하되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창의력도 함께 키울 수 있도록 토론/발표 수업을 절반 정도 배정해뒀다. 학교 곳곳에 교사 수에 맞춰 34개의 야외벤치가 마련돼있다. 교사 1인당 8명에서 10명 가량의 학생들이 배정돼 멘토링을 실시하기 위함이다. 이곳에서 토론/발표 수업이 이뤄지는 모습은 흔한 풍경이다.”

- 뛰어난 진학실적의 원동력은
“현재 서울대를 비롯해 유수의 대학들이 학종 중심의 대입전형을 운영하고 있다. 학종을 얼마나 잘 대비했는지에 따라 대학진학의 성패가 결정된다. 우리학교는 철저히 학종 본위의 진학실적을 내고 있다. 학생 수가 많지 않아 높은 내신성적을 성취하기 쉽지 않은 학교특성 상 학생부교과전형은 애당초 고려하기 어려운 환경이며, 논술은 가급적이면 권장하지 않는 편이다. 특히, 학생부교과전형은 인문계열 전교 1등이 2.2등급, 자연계열 전교 1등이 2등급 정도인 상황 상 도전하기가 쉽지 않은 전형이다. 반면, 학종은 내신성적을 그대로 반영하지 않고 원점수 표준편차 학생수 세특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학업역량을 측정한단 점에서 학생들에게 불리함이 없다. 

학종 대비를 위해선 학생부 기록을 잘 해야 한다. 대입을 시험으로 보면 학생부가 곧 답안지 역할이기 때문이다. 최초 타 고교의 교육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하던 당시 교육과정은 잘 이식한 반면, 학생부 기록은 다소 미흡했다. 하지만, 지금은 학생부 기록에 크게 신경쓰고 있다. 

교육과정/내용도 학종에 잘 맞춰져 있다. 토론/발표 수업을 철저히 하다보니 세특이나 독서 등의 기록이 잘 될 수 밖에 없다. 더하여 교육과정의 다양함은 창체에서 풍성한 기록을 만들 수 있게 해 준다. 전체 수업의 절반이 토론/발표식인 만큼 학생마다 기록해 줄 내용이 매우 많다. 수업이 끝나면 매번 기록하고 추후 종합하는 과정을 거친다. 학생들도 자신이 발표하고 토론에 참여한 내용을 전부 기록해 두고 자신의 학생부 내용을 차후 점검/확인한다. 

이처럼 학생부 기록이 잘 되는 것은 우리학교의 모토인 ‘가정’과 같은 학교와도 연관이 깊다. 교육계에서 항상 문제로 여겨지는 사교육은 교사가 바뀌면 자연스레 사라지게 된다.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묻는 경우가 많은데 부모 입장에서 내 자식이라고 생각하고 학생을 바라보면 자연스레 바뀔 수 있다. 이처럼 학생 하나하나를 아이들이라 생각하고 지도하다 보니 성적이 다소 뒤쳐지더라도 부모의 시선에서 장점을 찾아내주고 기록하게 된다. 최근 일부 고교에서 문제로 떠오른 소위 ‘될 학생’인 상위권 학생들의 학생부 기록에만 집중하는 경향은 우리학교와는 거리가 먼 일이다.”

- 향후 고교교육과 대입이 나가야 할 방향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내신 성취평가제가 도입돼야 한다고 본다. 단위학교 교사가 출제하는 시험에 의한 내신성적이 대학진학의 당락을 결정짓는다는 건 옳지 않다. 우리학교의 경우 가장 내신성적이 낮은 학생조차 모의고사를 기준으로 하면 일반고 1등 수준이다. 이런 우수한 학생들이 모두 열심히 수업에 참여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경쟁구조란 점 때문에 순위가 나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토론/발표 수업에서 상대평가를 한다는 것도 적절치 못하다. 개정 교육과정의 취지를 보더라도 성취평가제가 더 적절한 평가방법이다. 고교교육은 경쟁보다 협력의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반면, 수능 절대평가는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절대평가가 가진 의미는 깊지만, 절대평가 시행 시 대학들이 수능최저를 폐지하게 되면서 학력저하가 불 보듯 뻔한 때문이다. 

자기소개서나 추천서는 폐지하더라도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 특히 한참 학업역량을 쌓아야 할 고3 시기에 자소서 작성에 일주일 가량의 시간을 쏟는 것은 피해야 할 일이다. 다만, 면접은 학생부 기록의 진위 여부, 학생들의 학업역량 측정 등을 위해 필요한 전형요소다.”

- 입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을 위해 조언을 남긴다면
“고교 선택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입학상담 때마다 이를 실감하고 있다. 학교별로 갖춘 교육환경과 특색, 프로그램 등을 꼭 확인하길 바란다. 지역에서 유명한 한 학교만 바라보기보단 몇 학교를 돌아보며 학생 스스로 가장 알맞은 곳을 선택하는 게 좋다. 

부모의 희망보다는 학생 희망에 따라 진학 학교를 결정해야 한다. 스스로 선택하지 않고 주변의 등쌀에 떠밀려 진학하게 되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결국 학업에 임하는 주체는 학생이다. 스스로 학교를 선택한 경우여야 달라진 환경을 이겨내고 잘 적응하는 사례로 남게 된다. 특히, 단순 대입실적만 보고 학교를 선택하지 말라고 얘기해주고 싶다. 학부모들부터 욕심을 줄여야 한다. SKY에 20명이 진학한다고 해서 내 아이가 꼭 포함되는 것은 아니다. 입학 후 얼마나 열심히 하느냐에 따라 추후 결과는 달라지게 된다.”

 
본 기사는 교육신문 베리타스알파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일부 게재 시 출처를 밝히거나 링크를 달아주시고 사진 도표 기사전문 게재 시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저작권자 © 베리타스알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