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수능’ 현실화?..'실제 수능 난도조절 가능성 높아'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9월모평에서 영어 영역의 난도가 상당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영어 1등급 비율은 5.39%로 올해 영어 절대평가 체제에서 치른 모의고사 중 가장 어려운 수준이었다. 다만 실제 수능은 9월모평만큼 어렵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교육계에서는 9월모평이 난도를 조정하기 위해 치르는 시험인 특성상, 실제 수능에서는 난이도를 조절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2018수능 9월모평 채점결과 표준점수 최고점이 국어 134점, 수학(가) 131점, 수학(나) 142점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26일 밝혔다. 2017수능에서는 국어 139점, 수학(가) 130점, 수학(나) 137점이었다. 수학(가)의 경우 2017수능과 비슷한 수준이었던 반면, 국어는 더 쉬웠고 수학(나)는 더 어려웠던 셈이다. 

9월모평의 반전은 영어영역의 ‘역습’이다. 영어영역은 올해 수능부터 절대평가로 실시하면서 예년보다 쉬운 수준으로 출제되지 않겠느냐는 예상이 주를 이뤘지만 막상 9월모평을 치른 결과 6월모평보다 더 어려운 수준이었다. 지난해 수능에서 90점 이상의 비율인 7.8%에 비해서도 확연히 낮은 수준이어서 올해 수능이 어렵게 출제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흘러나오고 있다. 

9월모평의 난도가 수능에서 그대로 유지될 경우 수능최저 만족에도 비상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반복학습의 요소가 많은 수능의 특성상 재수생이 좋은 점수를 받기가 유리해, 재학생이 수능최저 불충족으로 대거 탈락하는 현상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올해 수능영어가 절대평가로 쉬워질 것을 예상하고 등급합 기준을 높인 대학들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다만 교육계 전문가들은 실제 수능에서는 난도가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9월모평은 수능 이전, 출제기관인 평가원이 시험의 난도를 조정하기 위해 치르는 시험으로 실제 수능까지 동일한 난도로 출제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난도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너무 쉽게' 출제하는 오류를 범할 우려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9월모평에서 너무 어렵게 출제됐다는 점을 평가원에서도 인식하고 있을 것"이라며 "실제 수능에서는 이보다는 쉽게 출제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만 수험생들은 영어를 쉬운 시험으로 속단해서는 안 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계 관계자는 “영어 난도에 대해서는 확답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수험생들은 ‘어려운 수능’을 예상하고 공부하는 것이 올바른 대응법”이라고 조언했다. 

6일 치른 9월모평에서 영어 1등급 비율이 5.39%로 나타났다. 앞선 모평/학평에서 7~9%대를 유지했고 지난해 수능에서 추정치 7.8%를 나타낸 것에 비하면 상당히 어려운 수준이었다는 평가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절대평가 영어..쉽지 않아>
평가원이 26일 밝힌 9월모평 채점결과에 따르면 영어영역의 1등급 비율은 5.39%(2만7695명)로 나타났다. 6월모평에서 8.08%(4만2183명)였던 데 비해 확연히 줄어든 모습이다. 영어영역 절대평가 체제 아래에서 치른 모의고사 중 가장 어려운 수준이었다는 평가다. 올해 3월학평은 7.36%, 4월학평 9.49%, 6월모평 8.08%, 7월학평 7.33%로 모두 7~9% 수준이었다. 

지난해 상대평가 체제에서 치른 수능의 경우 90점 이상 추정자 비율이 7.8%(4만2867명)였던 점을 고려하면 9월모평의 난도가 상당했다는 분석이다. ‘물수능’으로 평가됐던 2015수능의 경우 ‘만점자’ 비율만 3.37% 수준에 달했다.

예상보다 어려운 영어가 출제되면서 2018수능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당장 가장 큰 걱정은 수능최저 충족 여부다. 9월모평에 앞서 치렀던 시험에서는 1등급을 만족했다가 9월모평에서 2등급으로 떨어진 수험생이 다수 존재하게 된 상황이다. 등급합 기준을 맞추지 못해 아까운 지원기회를 하나 날리게 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흘러나오고 있다. 

9월모평처럼 어려운 수능이 출제될 경우 재수생 강세 현상이 재현된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해 수능의 경우 의대 지원자 중 상당수 재학생이 수능최저의 문턱에 걸려 탈락하면서 N수생이 대거 합격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한 교육 관계자는 “수능이 어려워질수록 반복학습 기간이 더 길었던 N수생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특히 올해의 경우 대학들이 ‘쉬운 영어’를 예상하고 등급합 기준을 상향한 경우가 있다. 대표적인 대학이 중앙대다. 중대는 지난해 학생부교과/논술 인문계열 기준 국어 수학(가/나) 영어 사/과탐 중 3개영역 등급합 6이내에서 올해 등급합 5 이내로 기준을 강화했다. 중대 지원자 풀을 고려하면 영어에서 1등급을 받는 수험생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 데 따른 결과다. 숙명여대는 기준 영역수를 늘리면서 강화한 양상이다. 지난해 학업우수자/논술우수자 인문계열 기준 국어 수학(가/나) 영어 사/과탐 중 2개영역 등급합 4.5이내에서 올해 3개영역 등급합 6이내로 기준을 변경했다. 

성균관대의 경우 영어 등급을 별도 적용한 경우다. 지난해 논술우수 인문계열 기준, 국어 수학 영어 사/과탐(2과목 평균) 중 3개영역 등급합 6이내에서 올해 국어 수학 사/과탐(2과목 평균) 중 2개영역 등급합 4이내, 영어 2등급으로 변화했다. 영어 등급 상승으로 인해 수능최저 통과자가 증가하는 현상을 막기 위한 조치였지만, 수능이 9월모평처럼 어려운 수준으로 출제될 경우 결과적으로는 수능최저 강화로 귀결된다는 분석이다. 

이같은 우려에 대해 평가원이 난도를 조정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오히려 모의고사와 수능의 난이도가 엇갈리는 ‘엇박자 출제’가 이뤄지는 경우도 빈번한 탓이다. 9월모평은 출제기관인 평가원이 수능의 난도를 조정하기 위해 시행하는 시험이기도 하다. 오히려 평가원이 난도를 조정하기 위해 너무 쉽게 출제하는 오류를 범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한다. 한 교육계 전문가는 "어려운 난도로 출제해 기존 상대평가의 1등급 비율인 4%와 큰 차이가 없을 경우 절대평가를 시행한 의미를 찾기 어렵다는 비판에 직면할 것을 우려할 수 있다”며 “평가원이 난이도를 하향조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어 지난해 수능 대비 ‘쉬워’..수학(나) ‘어려워’>
영어가 어려웠던 반면 국어는 지난해 수능 대비 다소 쉽게 출제됐다는 분석이다. 표준점수 최고점이 134점으로 6월모평 143점보다 낮을 뿐만 아니라 수능의 139점보다도 낮게 나타났다. 6월모평과의 난이도 차이가 상당해 수험생들이 수능의 난도를 가늠하기는 더 힘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수학(나)는 어려운 편이었다. 표준점수 최고점이 142점으로 6월모평 138점, 2017수능 137점보다 높은 수준이었다. 수학(가)는 6월모평보다 쉽고 2017수능보다는 약간 어려운 수준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9월모평의 표준점수 최고점은 131점으로 6월모평 138점보다는 낮고 2017수능 130점보다는 높았다.

<재수생 증가세 유지..‘의대 확대’ 영향>
2018수능 9월모평에 응시한 수험생은 총 51만4586명이다. 지난해 9월모평 응시자 53만5912명에 비해 줄어든 수치다. 응시자 감소는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예견된 추세라는 분석이다. 3년간 56만7009명→53만5912명(3만1097명 감축)→51만4586명(2만1326명 감축)으로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반면 재학생 대비 졸업생 비중은 증가했다. 올해 9월모평 응시자 중 재학생은 43만7851명(85.1%), 졸업생은 7만6735명(14.9%)이다. 졸업생 비중이 지난해 14.4%에서 소폭 확대된 모습이다. 2016학년 13.6%에서 꾸준히 확대되는 양상이다. 재수생의 증가는 의대 열풍과 쉬운 수능 기조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특히 의대 정원이 증가하면서 최상위권 재수생이 생겨남과 동시에, 쉬운 수능으로 인해 현재 재학 중인 대학에 만족하지 못하는 수험생이 늘어난다는 분석이다.

<아랍어 선호현상 여전..전체 ‘60.7%’>
영역별 응시자를 살펴보면 국어 51만1422명, 수학(가) 16만6930명, 수학(나) 33만8161명, 영어 51만3498명, 한국사 51만 4586명, 사탐 26만 1046명, 과탐 24만 2157명, 직탐 8710명, 제2외국어/한문 2만3118명 순이다. 수학영역 유형별 응시자를 살펴보면 수학(가)를 응시한 인원이 33%, 수학(나)를 응시한 인원이 67%로 나뉘었다.

올해 역시 아랍어의 선택 비율이 높았다. 아랍어 선호 현상이 계속해서 굳어지는 모양새다. 제2외국어/한문 영역에서 아랍어를 선택한 수험생은 1만4030명으로 전체의 60.7%에 달했다. 이어 일본어 2507명, 중국어 2024명, 한문 1163명, 프랑스어 스페인어 각 837명, 독일어 768명, 베트남어 558명 순으로 뒤를 이었다. 러시아어를 선택한 학생이 394명으로 가장 적었다. 

제2외국어/한문의 경우 과목 선택에 따른 유불리도 큰 편이었다. 가장 많은 학생들이 선택한 아랍어는 표준점수 최고점이 92점이었던 반면 러시아어는 65점으로 차이가 27점에 달했다. 

특정과목 쏠림 현상이 심화되면서 제2외국어/한문에 대한 절대평가 요구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아랍어의 경우 대부분의 학생들이 아랍어를 모르는 상태에서 ‘찍기’로 시험을 치르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교육적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아랍어를 선택하는 학생은 2017수능의 경우 7만3968명 중 71.1%인 5만2626명, 2016수능의 경우 응시자 7만1022명 중 52.8%인 3만7526명이 몰렸다.

<탐구, 과목 선택 따른 유불리 크지 않아>
사/과탐의 과목 선택에 따른 유불리는 크지 않았다는 평가다. 표준점수 최고점을 살펴보면 한국지리가 70점으로 가장 높았던 반면, 가장 낮았던 생활과윤리 법과정치는 65점으로 5점 차이에 불과했다. 과탐 역시 물리Ⅱ가 75점으로 가장 높고 화학Ⅰ이 68점으로 가장 낮았다.

사탐의 경우 가장 많은 수험생이 선택한 과목은 생활과윤리였다. 15만5396명이 응시했다. 사회/문화가 13만9418명 응시해 뒤를 이었다. 두 과목만이 사탐에서 ‘유이’하게 10만 명을 넘었다. 이어 한국지리 7만75명, 세계지리 4만1104명, 윤리와사상 3만2436명, 동아시아사 2만7432명, 법과정치 2만7077명, 세계사 1만9455명 순이었다. 경제를 선택한 수험생은 7148명으로 가장 적었다.

과탐의 경우 지구과학Ⅰ을 선택한 수험생이 15만1035명으로 가장 많았다. 생명과학Ⅰ이 14만6268명으로 비슷한 수준이었다. 이어 화학Ⅰ 9만7833명, 물리Ⅰ 5만7214명, 지구과학Ⅱ 1만1315명, 생명과학Ⅱ 1만117명, 화학Ⅱ 4793명, 물리Ⅱ 4502명 순이었다. 

사/과탐 선택 비율을 살펴보면 수학(나)를 선택한 학생 중 과탐을 응시한 비율도 적지 않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인문계열 모집의 경우 수학과 탐구의 유형을 하나로 제한하지 않고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개방해 둔 점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수학(나)형을 치른 수험생 중 사탐 응시자 비율은 74.6%, 과탐 응시자 비율은 22.6%였다. 
 
반면 수학(가)를 치른 경우에는 과탐 응시자 비율이 98.9%에 달했으며 사탐 응시자 비율은 0.4%에 그쳤다. 국어를 치른 수험생의 경우 사탐 응시자 비율이 50.6%, 과탐 응시자 비율이 47.2%로 비슷한 비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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