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지원자 '역대 최고'.. 생물학 꺾고 공학 1위 '이공계열 중도이탈 우려'

[베리타스알파=윤은지 기자] 약대 입학자격시험인 PEET응시자가 역대 두 번째로 많은 인원인 1만5107명을 기록했다. 취업시장의 한파가 이어지면서 문과학생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업이 수월하다고 여겨지는 이공계열 학생들마저도 전문직으로 몰리는 양상이다. 2016학년과 2017학년 2년간 생물학 전공자가 최대를 차지했던 PEET는 올해 공학 전공자가 27.2%(4106명)로 최다인원을 기록, 자연과학계열 학생들의 약대 쏠림현상이 공대로까지 번진 양상이다.  

올해 공학 전공자 응시인원이 증가하면서 기초학문 붕괴, 수도권 대학 이탈현상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2009년 2+4체제를 도입한 약대는 약대가 아닌 다른 학부(학과)로 입학해 2년 이상 학부과정을 이수한 후 약대에 입학, 4년 동안 전공 및 실무교육과정을 이수하는 체제를 운영하고 있다. 학사편입학 체제를 운영하는 탓에 화학 생물학 수학 등 자연계열 학생들의 이탈현상이 꾸준히 문제점으로 지적돼왔다. 학부 2학년을 마치면 약대 입시에 뛰어들 수 있어 기초학문 붕괴에 더해 수도권 대학의 화학계열 생명과학계열 학생들의 중도이탈 문제도 제기됐다. 약대 입시를 준비하기 위해선 고가의 사교육에 의지해야 한다는 비판까지 더해지자 약대는 통합 6년체제 전환을 촉구해왔다. 지난해 서울대 약대가 고졸 신입생(1학년)을 선발하겠다는 협조 요청서를 교육부에 제출한 데 이어 올해 초 약교협도 현행 2+4학제에서 통합 6년제 전환을 촉구하기 위한 결의문을 채택했다. 의전원/치전원 체제가 사실상 폐지된 가운데 약대의 통합 6년제 전환이 가능할지 주목된다. 

약대 입학자격시험인 PEET 응시인원이 역대 두 번째로 많은 1만5107명으로 나타났다. 취업한파가 이어지면서 문과학생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업이 수월하다고 여겨지는 이공계열 학생들도 전문직으로 몰리는 양상이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PEET 응시자 역대 두 번째.. 공학 전공자, 생물학 제치고 1위>
한국약학교육협의회(이하 약교협)가 지난 8월20일 시행한 2018학년 약학대학입문자격시험(PEET) 채점결과를 20일 공개했다. 자료에 따르면 PEET 접수자 1만6192명 가운데 602명이 취소, 483명이 결시해 실제 응시자는 1만5107명이었다. 역대 최대인원이 응시한 지난해 1만5206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인원이다. PEET응시인원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09학년 2+4체제 전환 이후 실시한 첫 시험인 2011학년 1만47명이 응시한 이후 2012학년 1만2194명, 2013학년 1만3142명, 2014학년 1만4330명, 2015학년 1만4706명, 2016학년 1만4759명, 2017학년 1만5206명, 2018학년 1만5107명의 추이다. 

지난해 생물학 전공자가 26%(3953명)로 가장 많았던 것과 달리 올해는 공학 전공자의 응시인원이 생물학을 제치고 가장 많았다. 응시인원은 4106명으로 전체 응시자 1만5107명 가운데 27.2%를 차지했다. 생물학 전공자가 3794명(25.1%)으로 뒤를 이었고 화학 3170명(21.0%), 기타 1223명(8.1%), 자연(물리/통계/수학) 1214명(8.0%), 인문/사회 743명(4.9%), 의약학 475명(3.2%) 농학 382명(2.5%) 순으로 나타났다.

자연/공학계열 전공자가 늘면서 성별 응시자 분포도 변화를 보였다. 소폭이긴 하지만 2011학년 이후 남성 응시자 비율이 꾸준히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1학년 32.0%(3212명/1만47명), 2012학년 33.7%(4112명/1만2194명), 2013학년 35.6%(4685명/1만3142명), 2014학년 35.6%(5105명/1만4330명), 2015학년 35.2%(5183명/1만4706명), 2016학년 35.0%(5168명/1만4759명), 2017학년 35.9%(5461명/1만5206명), 2018학년 36.5%(5512명/1만5107명)로 올해 남성 응시자비율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선호도가 높은 수도권 약대 가운데 여학생만 입학 가능한 여대 정원이 320명(37.74%)으로 여성 응시자가 다수를 차지하는 게 일반적이다. 

학력별 응시자는 2학년2학기 이상 4학년2학기 이하가 63.6%(9615명)로 가장 많았다. 졸업자가 3246명으로 21.5%를 기록했으며 2학년1학기 이하는 14.9%(2246명)였다. 연령별 응시자는 23세 이상 25세 이하가 38.5%(5824명)로 가장 많았으며 22세 이하 24%(3621명), 26세 이상 28세 이하 20.5%(3093명), 29세 이상 31세 이하 9%(1366명), 32세 이상 34세 이하 4.1%(621명), 35세 이상 3.9%(582명) 순이었다. 연령별 응시자 현황에선 2+4체제 이후 지적된 문제점 가운데 하나인 장기재수생 문제가 드러난 모습이다. 

<2+4체제 부작용 ‘심각’.. 기초학문 이탈 심각, 유일한 수혜자 사교육>
교육계 전문가들은 극심한 취업난과 2+4체제가 맞물리면서 이공계열 전공자들이 약대로 몰리는 쏠림현상과 함께 기초학문 약화, 수도권 대학 이탈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박경미(더불어민주)의원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16학년 약대 입학생의 55%가 화학 생물학 수학 등 자연계열 학생인 것으로 나타났다. 박 의원은 자연과학계열 학생 상당수가 약대 입시에 뛰어들어 기초학문 분야가 붕괴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약대 입시생 증가는 의전원(의학전문대학원)과 치전원(치의학전문대학원)이 단계적으로 폐지되면서 나타난 현상이지만 의전원/치전원 체제와 달리 약대 입시는 학사편입학 형태로 이뤄져 자연계열학생들의 이탈이 가속화된다는 분석이다. 

대학 2학년을 마친 후 학사편입 방식으로 약대에 입학하는 방식을 취하는 탓에 수도권 대학의 화학계열 생명과학계열에서 휴학생과 중도탈락생(자퇴/제적) 등 ‘이탈학생비율’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가톨릭대의 경우 2015년 생명과학전공 재적학생 195명 가운데 77명이 휴학을, 16명이 중도탈락을 기록해 이탈학생 비율이 46%에 달했다. 동국대 화학과는 45%에 이르는 높은 이탈학생비율을 보였다. 그 외에도 서울시립대 생명과학과와 성균관대 생명과학과 학생들이 37%의 이탈률을 보이며 최고 이탈률 탑10을 형성했다. 이들 대학의 이탈학생비율이 평균 25%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수준이다. 약교협이 지난해 발간한 '6년제 약학교육의 학제 변화 연구 보고서'에서도 학생 이탈 증가 현상이 드러났다. 약교협은 수도권 주요 11개 대학의 화학과 자퇴율이 약대 2+4체제 시행 이후 급격히 증가했다고 밝혔다. 2009년 2.2%에 불과하던 자퇴율은 2011년부터 매년 30% 이상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문제가 지속되자 2년 전 수도권의 한 대학 교수가 작성한 '민폐만 끼치는 기형적 약대 입시'라는 기고가 교수신문에 실리기도 했다. 

반면 대학원 진학률은 감소하고 있었다. 전국 약학대학원 진학률은 2010년 20.1%에서 2015년 13.2%로 5년 만에 7% 수준의 감소폭을 보였다. 2+4체제 실시로 약대 입학/졸업생들의 평균연령이 높아져 학제 개편 이후 졸업생들이 대학원 진학 등의 연구영역보다 직업 약사의 진로를 선택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는 분석이다.

약대입문자격시험인 PEET가 과도한 사교육을 유발한다는 지적도 매년 이어졌다. PEET 시험과목은 일반화학추론 유기화학추론 물리추론 생물추론 등 4과목으로 나뉜다. 시험 난도는 이과계열 입시 가운데 의전원 입학시험인 의학교육입문검사(MEET), 5급 기술고시, 변리사 시험 다음으로 어렵다는 게 일반적이다. 화학 생물 물리 등 대학에서 관련 선수과목을 충실히 들었더라도 시험 특성 상 독학으로 고득점을 받긴 힘들다. PEET 자체가 자격시험의 역할보다 변별력 확보에 초점을 맞춰 난도가 급격히 높아진 때문이다. 이로 인해 사교육에 의지해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2014년 약교협 조사에 따르면 전국 약대 학생의 53%가 6개월 이상 PEET전문학원을 이용했다고 답했으며 1년 이상 사설 강좌를 수강했다고 답한 학생도 25%를 차지했다. 비용도 만만치 않다. 인터넷 강의의 경우 1년 통합 수강권은 약 260만원에 판매되고 있으며 사설 학원에선 한 달 수강료가 약 200만원(회원가입비 포함)에 달하는 곳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약대, 통합 6년제 전환 촉구.. 교육부 깜깜무소식>
2009년 도입된 2+4년 체제가 기초학문 재학생의 이탈비율을 높이고 사교육 시장을 배불린다는 등 지적이 이어지자 약대는 통합6년제 전환을 꾸준히 요구해왔다. 지난해 서울대 약대는 3학년 편입생 선발을 포기하는 대신 고졸 신입생(1학년)을 선발하겠다는 새 학제/입시안에 대한 협조 요청서를 교육부에 제출했다. 그간 약교협 차원에서 비공식 회의를 통해 교육부에 통합 6년제 구축에 대한 의견을 전달한 적은 있었지만 공식 문건을 통해 정식으로 건의가 이뤄진 것은 처음이었다. 국내 최고권위를 자랑하는 서울대 약대가 체제 개편에 관한 협조 요청서를 보내자 교육부도 도입을 논의해보겠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서울대의 요청이 있기 전까지 교육부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강경하게 유지해왔다. 

올해 초 약교협도 현행 2+4학제에서 통합6년제 전환을 위한 본격적인 행동에 나섰다. 지난 2월 약교협은 총회를 통해 사회적 낭비가 심한 현행 학제를 통합6년제로 되돌리는 전국 35개 약학대학 결의문을 채택했다고 밝혔다. 현행 체제가 이공계 기초학문을 붕괴하고 입시 낭인을 양산하는 등 부작용을 일으킨다는 지적이다.  

서울대 약대가 고졸 신입생을 선발하겠다고 나선 데 더해 약교협도 본격적인 행동에 나서면서 약대 2+4체제도 의/치전원과 같이 폐지 수순을 밟게 되지 않겠냐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2005학년 처음 도입된 의전원은 2010년 사실상 폐지된 이후 전국 의대 상당수가 과거 의대 체제로 복귀했다. 현재 전국에 분포한 41개 의대/의전원 가운데 지난해 의대 전환을 결정한 동국대(경주)와 제주대를 의대로 분류하면 의전원 체제를 유지하는 곳은 3곳에 불과하다. 강원대 건국대(글로컬) 차의과대를 제외한 38곳이 의대 체제를 운영 중이다. 다만 대선 이후 교육부 수장이 바뀌고 복잡한 현안들이 다수 터져나오면서 약대 논의가 후순위로 밀려난 상태다. 

<약대 2+4 체제란?>
약대 2+4 체제는 약학대학이 아닌 다른 학부(학과)로 입학해 2년 이상의 기초/교양교육을 이수한 후에 약학 전공 교육과정에 입문, 4년의 전공 및 실무교육과정을 이수하는 체제를 말한다. 그간 4년제로 운영되던 약대를 세계적인 추세에 맞춰 6년제로 개편하는 과정에서 폭넓은 교양과 지식을 겸비한 전문인력을 양성하겠다는 취지로 2+4 체제를 도입했다. 2+4 체제가 도입되면서 전국의 약대는 2009학년과 2010학년 고졸 신입생을 선발하지 않았다.

2009학년 이후 대학 입학생이 약대에 입학하려면 대학에서 2년 이상에 해당하는 과정을 이수하고 PEET(약학대학 입문자격시험)와 선수과목 이수 등 대학별로 요구하는 지원자격을 갖춰야 한다. 약대 입시는 통상 서류평가와 면접평가를 통해 최종 합격자를 가린다. 

약대 입시가 학사편입 운영방식과 궤를 같이하면서 약대 합격자들의 학과/대학 이탈이 불가피한 구조가 형성됐다. 약학대학 입문시험인 PEET와 관련성이 많은 자연과학 기초 학과들은 약대 입학을 위한 통로로 변질, 학과/대학 이탈률이 상당해 기초 학문이 붕괴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일각에선 이공계가 '약대 진학을 위한 정류장' 역할을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더욱이 PEET가 자격시험의 역할보다 변별력 확보에 초점을 맞추면서 사교육 시장을 과열하는 부작용을 낳았다. 화학/생물/물리 관련 대학 선수과목을 충실히 듣더라도 독학으로 고득점을 받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 대부분의 수험생이 사비를 들여 학원/인강을 통해 추가 공부를 하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2014년 약교협 조사에 따르면 전국 약대 학생의 53%가 6개월 이상 PEET 전문 학원을 이용했다고 답했으며 25%는 1년 이상 사설 강좌를 수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7 약대 경쟁률.. 전국 35개 6.21대 1>
지난해 전국 35개 약대 경쟁률은 1693명 모집에 1만506명이 지원해 6.21대 1을 기록했다. 전년 6.67대 1(1630명/1만870명) 대비 소폭 하락했다. 지난해 PEET 접수자가 역대 최고인 1만6127명, 응시자는 1만5206명을 기록하면서 경쟁률 상승이 예견됐지만 기대와 달리 하락했다. 성적 발표 이후 내년을 기약한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전체 접수인원이 최고치를 기록하자 경쟁률 상승을 우려해 지원을 포기한 경우도 많았던 것으로 분석됐다. 

전형별로는 일반 6.29대 1(1432명/9012명), 지역인재 5.72대 1(261명/1494명)을 기록했다. 2016학년은 일반 6.8대 1(1368명/9306명), 지역인재 5.97대 1(256명/1529명)의 경쟁률로 전형별로도 소폭 하락한 양상이다. 차의과대이 32.73대 1(26명/851명)로 최고경쟁률을 기록했으며 고려대(세종) 13.47대 1(30명/404명), 인제대 11.3대 1(30명/339명), 원광대 10.88대 1(40명/435명), 삼육대 10.77대 1(30명/323명) 순으로 톱3가 형성됐다. 차의과대와 고려대(세종)은 전년에 이어 경쟁률 상승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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