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수능최저 미적용 다수'.. '학생부 기재요령부터 개선해야'

[베리타스알파=윤은지 기자] 이르면 2022학년 대입부터 학종에서 수능최저학력기준과 교사추천서가 전면 폐지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교육부가 대입 학종(학생부종합전형) 개선방안으로 수능최저와 교사추천서 폐지를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20일 대학가에 따르면 교육부는 학종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고자 학종에서 수능최저 폐지, 교사추천서 폐지 등에 대한 현장의 의견을 수렴했다. 이미 학종에서 수능최저를 적용하지 않는 대학이 많고 정성평가라는 취지에도 맞지 않아 수능최저 폐지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다. 추천서 역시 필수제출을 요구하지 않는 대학이 적지 않아 없어질 가능성이 있지만 대교협 공통양식을 활용해 부담이 크지 않다는 반론도 있었다. 일각에선 올해 초 정성평가 요소를 제한하는 방향으로 변경된 학생부 기재요령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기도 했다.

학종 개선방침은 지난달 31일 2021수능 개편안 유예 결정과 함께 거론됐다. 개편안 유예를 발표한 김상곤 교육부 장관 겸 사회부총리는 “수능 개편뿐만 아니라 고교체제, 고교학점제와 내신, 대입제도 등 학교체제와 대입전형 전반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다”라며 유예를 결정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이와 함께 대입제도 개선에 대한 전반적인 얼개를 제시했다. ▲논술축소 ▲교과 관련 특기자전형 단계적 폐지 유도 ▲학종 수능최저학력기준 완화/폐지 ▲학종 공정성/투명성 강화 ▲사교육 유발요소 개선 위한 교사추천서, 학생부 기재양식 개편 ▲선행학습 유발요인 검토/제재 강화 ▲학종 평가기준 정보 공개 ▲블라인드 면접 도입 ▲입학사정관 회피/제척 법제화 등이 추진 방안으로 거론됐다. 학종의 비중은 유지하되 질적으로 개선하겠다는 방침이다. 대학들의 참여가 필요한 부분은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과 연계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개선된 내용은 내년 8월 수능 개편안 발표와 함께 공개하기로 했다. 

이르면 2022학년 대입부터 학종에서 수능최저학력기준과 교사추천서가 전면 폐지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교육부가 대입 학종(학생부종합전형) 개선방안으로 수능최저와 교사추천서 폐지를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사진은 건국대의 면접 장면. /사진=건국대 제공

<수능최저, 추천서.. 이미 활용하지 않는 대학 많아>
대학 관계자들은 이미 학종에서 수능최저를 요구하는 대학이 많지 않아 폐지 가능성이 큰 것으로 진단했다. 2018수시에서 수능최저를 적용하는 대학은 의학계열과 교대를 제외하면 수도권 8개교, 지방 국립대 5개교로 대부분의 대학이 수능최저를 반영하지 않는다. 상위17개대학 가운데선 한양대 중앙대 경희대 한국외대 서울시립대 건국대 동국대 숙명여대 인하대 등 절반 이상의 대학이 수능최저 없이 전형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대의 경우 지역균형선발전형에 수능최저를 적용하는 반면, 일반전형은 예체능계열을 제외한 전 모집단위에 수능최저 적용을 전면 배제하는 등 전형별로 차이가 있다. 

학종의 평가방식 자체가 기존 정량평가가 아닌 정성평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수능이나 내신 등 정량적 요소보다는 학생부와 자소서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정량지표에서 드러나지 않는 지원자의 전공적합성과 발전가능성 등 잠재력을 중심으로 평가하기 위해 도입했다. 일반적으로 학생부 자소서 등 서류 종합평가로 일정 배수의 인원을 선발한 후 2단계에서 면접을 실시, 1단계 성적과 합산해 합격자를 선발하거나 면접100%로 최종 선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학종의 취지와 달리 수능이 합격과 불합격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상대적으로 경쟁률이 낮고 지원자가 적어 수능최저 여부가 선발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교과와 비교과를 준비해야 하는 수험생들에게 수능 준비까지 더해지면 부담이 크다는 지적도 있었다.

교사추천서 역시 정부의 대입 간소화 정책으로 아예 받지 않거나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전환한 대학들이 증가하는 추세다. 올해 수시를 진행 중인 상위17개대학 가운데선 중앙대 서울시립대 건국대(KU학교추천) 홍익대 이화여대 등 5개교가 추천서 필수제출을 요구한 반면, 한양대 한국외대 건국대(일부전형) 동국대 숙명여대 인하대 홍익대(일부전형) 단국대는 추천서 제출을 요구하지 않는다. 이외 연세대 성균관대 경희대는 제출여부를 선택사항으로 뒀다. 

일각에선 추천서 폐지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대학가 한 관계자는 “추천서나 자소서 모두 대교협 공통양식을 활용하기 때문에 부담이 크진 않다”면서 “추천서만으로 합격 여부를 결정하는 것도 아니고 학생을 파악하기 위해 가능한 많은 자료를 확보하고자 하는 것이 대학의 입장이기 때문에 무조건 없애겠다는 건 문제가 있다”고 전했다. 

교육부는 사실상 2022입시부터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수능최저와 추천서 폐지 등 개선사항은 빠르면 2021입시부터 적용이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 2021대입기본사항은 내년 8월 내에 발표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입 3년 사전예고제에 따라 2020대입기본사항은 이미 지난 8월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서 발표를 마쳤으며 이에 따라 대학들은 대학별 시행계획을 내년 4월까지 확정해야 한다. 대학별 시행계획에는 전형유형별 모집인원뿐만 아니라 수능최저와 제출서류 등 평가방법까지 구체적인 내용이 포함된다.

일부 대학에선 이미 수능최저와 추천서 없이 학종을 운영하고 있다. 한양대 학종은 수능 면제와 추천서를 받지 않는 데 더해 자소서와 면접도 없이 오로지 학생부만으로 선발하는 전형방법으로 유명하다. 한대 정재찬 입학처장은 지난 4월 열린 입학설명회에서 학종 선발방식에 대한 신뢰성을 강조했다. “몇몇 선생님의 기록이 왜곡될 수도 있겠지만 학생부는 한 명이 아닌 여러 선생님들의 3년간의 기록을 담은 것”이라며 “대학이 학생부만 보는 것은 고교와 신뢰를 쌓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학생부 영역을 수상경력 창의적체험활동상황 세부능력및특기사항 행동특성및종합의견 등 네 가지 영역으로 구분하고 각각에 적힌 내용을 교차 검증하는 횡단평가 방식을 소개, 선발의 타당성을 더하기도 했다. 

한대는 입학생 종단연구 결과를 공개해 학생부만으로도 충분히 경쟁력 있는 학생을 선발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2015년과 2016년 2년간의 누적 종단자료에 따르면 정시보다 수시 출신 학생들의 학점이 높고, 수시 중에선 학종 출신이 가장 높았다. 수시 입학생 3890명, 정시 입학생 1845명을 대상으로 평점구간을 상/중/하로 구분해 분포를 살펴본 결과, '상' 구간에 있는 학생 비율은 학종(일반)이 59.7%로 가장 높ᄋᆞᆻ으며 정시(일반)이 48.1%로 가장 적었다. 학생들의 전공적합도를 알 수 있는 전형별 재학현황에서도 학종 출신의 재학현황 비율이 84.4%로 가장 높았다. 교과전형이 83.4%로 뒤를 이었으며 정시 일반전형이 75.3%로 가장 낮았다.   

<학생부 기재요령부터 손봐야.. 자소서/면접, 여전히 필요>
고교 현장 일각에선 학종 개선이 자소서와 면접 폐지까지 이어질까 우려하는 시선도 있었다. 지난 5월 당시 임명 전이었던 김 부총리가 학종에서 면접과 자소서 추천서 등을 궁극적으로 폐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김 부총리는 원탁토론아카데미가 주최하는 교육포럼에 참석해 “학종에서 면접, 에세이(자소서), 추천서 등 사교육을 유발하는 요소들을 줄여나가고 궁극적으로는 해소하자는 게 교육공약 가운데 입시분야 주요사항”이라고 말했다. 자소서를 작성하고 면접을 대비하는 데 사교육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고교 현장에선 전제가 맞지 않을뿐더러 시기상조라고 비판했다. 사교육에 들이는 전체 비용을 놓고 봤을 때 자소서와 면접이 차지하는 비용은 현저히 낮은 데다 교사들의 부담완화를 이유로 줄어든 학생부 기재요령을 손보는 등 전반적인 보완책이 먼저 만들어진 후 논의해볼 문제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학생부의 보완 성격을 띠고 있는 자소서와 면접을 없앨 경우 학종 선발기준에 대한 논란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자소서는 교사가 작성한 학생부에 미처 담지 못한 지원자의 생각이나 학생부에 언급된 객관적 사실들을 지원자 자신의 입장에서 구체적인 사례와 강조점을 드러낼 수 있는 자료다. 진로희망사항이 고교 3년 동안 달라진 학생의 경우 이에 대해 해명할 수 있는 수단이 자소서 외에 존재하지 않는다. 올해 고려대 입학설명회에 참석한 한 입학사정관은 고교 재학 중 진로가 갑자기 바뀌었지만 최종 지원학과와 연결고리가 없는 경우 자소서를 활용할 것을 조언하기도 했다. 학생부에 나타난 활동에 참여한 동기도 풀어 설명할 수 있는 것이다.

면접은 대학이 지원자의 인성을 확인하는 과정일 뿐만 아니라 제출서류의 진실성을 검증할 수 있는 장치다. 학생부나 자소서에 기재된 내용의 사실관계를 보다 명확히 파악하기 위해 활용된다. 지원자마다 학생부와 자소서가 다르기 때문에 개별질문을 통해 평가한다. 학종이 확대되면서 면접도 보다 검증의 수준이 향상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인 서울대 의대가 실시하는 다중미니면접은 지원자에게 다양한 상황을 제시하고 상황에 대처하는 지원자의 행동을 통해 해당 학문을 전공하는 데 필요한 자질과 적성 인성을 검증하는 면접 형태다. 지원자는 일정 시간 동안 여러 개의 면접실을 돌며 제시문을 통해 주어진 상황에서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답변하거나 제시문의 자료를 분석하게 된다. 

교육계 한 전문가는 “사교육 부담으로 말하면 내신과 수능 대비가 고교생활 내내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친다”라며 “반면 자소서와 면접을 대비하는 시간은 고3 수시 접수철에 몰리는 게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사교육 유발요인을 배제하는 게 목적이라면 최근 개악됐다고 평가받는 학생부 기재요령을 보완해 학생부부터 정상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초 교육부가 발표한 ‘학생부 기재요령’은 일선 고교와 대학 현장의 흐름과 동떨어져 ‘개악’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학부모의 진로희망란을 삭제하는 등 학생중심 기재방식으로 개선했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정성평가를 위한 다양한 운신의 폭을 없애 오히려 학생들의 종합적 역량을 담는 근본 취지와 거리가 멀어졌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방과후활동 과제연구 독서활동상황 관련 기재방식에 대한 제한이 강화돼 구체적인 학습과정이나 성장과정을 설명할 수 없게 됐다. 방과후활동은 강좌명과 이수시간만, 세특/창체/동아리활동에 기재됐던 R&E 소논문 탐구실험보고서 등의 과제연구는 연구주제 참여인원 소요시간만 기재하도록 했다. 독서활동상황은 독서성향이 배제된 채 책 제목과 저자만 기재하도록 했다. 

학생부가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표현들의 나열로 채워지는 문제를 개선해 교사와 학교에 따른 학생부 기재수준 차이를 최소화하고 교사의 업무부담을 줄인다는 목적이지만 교사들의 입장은 달랐다. 지난해 서울대가 진행한 '샤 교육 포럼'에선 지나친 글자 수 제한 규정에 대한 지적이 빗발쳤다. 오히려 공교육의 파행을 불러오고 있다는 의견이다. 서울의 한 고교 교사는 "초기에 교과학습발달사항이 학습내용을 나열하거나 추상적인 단어의 나열이 주를 이루는 부작용이 있긴 했지만, 이렇게까지 줄일 정도의 심각함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며 “글자수를 제한할수록 대학과 고교 모두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학생부의 개별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공간이 충분치 않다는 점은 학생을 직접 가르치는 교사로서 매우 아쉬운 점”이라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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