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치에 근거한 섣부른 증원" 비판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서울지역 초등교원 선발인원이 사전예고인원보다 280명 늘어난 385명으로 확정됐다. 서울교육청은 지난달 사전예고인원을 지난해 846명에서 올해 105명으로 급격히 줄이면서 서울교대생을 중심으로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교육계에서는 이미 학령인구가 감소해 교사 정원이 줄어야 하는 상황에서 내년도 교육감선거를 의식한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팽배하다.  

서울교육청은 초등교원 임용후보자 선발 예정인원을 385명으로 확정한다고 13일 발표했다. 교육청은 “초등교원 임용절벽에 대한 우려와 함께 교원 수급 대책 마련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크게 대두됐다”며 “교사 1인당 학생수를 OECD 평균 수준으로 낮추고 교실수업 혁신을 위해 지금보다 1만5000명 이상의 교원이 필요하다는 추산을 고려해 2018 공립초등학교 교사 선발예정 인원을 사전예고 인원보다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교육계에서는 여론에 못 이겨 임시방편을 내놓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교육청이 선발인원 확대의 근거로 제시한 방안은 교사 학습연구년제 확대, 대학원 연수파견 확대, 시간선택제교사/자율연수휴직제 신청 요건 완화 등이다. 현직 교사가 일시적으로 비운 자리를 신규 임용자가 메우는 방식이다. 현직 교사를 대상으로 수요조사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여서, 신규 임용자 규모만큼 현직 교원이 휴직하지 않을 경우 교원이 과잉공급되는 상황도 초래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OECD 평균 수준으로 교사 1인당 학생수를 줄이기 위해 교원 확대가 필요하다는 주장 역시 아직 정부 차원에서 정원 확대가 고려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섣부른 판단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교육청은 ‘교육부가 교사증원에 대해 공식 발표만 못했을 뿐이라고 믿는다’는 입장이지만, 섣부른 선발인원 확대의 책임을 정부에 떠넘기는 모양새”라고 지적했다.

서울교육청이 초등교원 선발인원을 당초 예고인원보다 280명 확대한 385명으로 확대하면서, 여론에 좌우한 행정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미 학령인구 감소로 교사 정원 축소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섣부른 증원 아니냐는 우려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여론 따라 확대/축소 반복되나>
서울교육청이 2018학년 공립초등학교 교사 임용후보자 선정 경쟁시험 선발 예정인원을 지난달 사전예고한 105명에서 280명 증원한 385명을 선발한다고 13일 밝혔다. 교육청은 105명의 사전예고인원을 발표할 당시 “이전 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에 따른 교육부 요구에 의해 선발인원을 수요인원보다 확대해 채용해왔다”며 “현재 2016학년도 신규임용합격자도 올해 말까지 수용이 불가능하고 2017학년도 신규임용대기자를 포함해 998명이 적체된 상태”라고 밝히면서 선발인원 축소가 불가피하다고 밝힌 바 있다. 

상황은 한 달이 지난 지금 역시 그대로지만 여론을 이기지 못하고 다시금 선발인원을 확대한 것이다.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교원 정원 축소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교육청이 독단적으로 무리수를 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폭탄돌리기’ 식으로 당장 올해만 넘기자는 식이 되어버린 셈”이라며 비판했다. 

정원 확대의 근거로 내놓은 방안들은 정확한 수치적 근거 없이 막연한 기대에 따른 조치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현직 교원이 일시적으로 비운 자리를 신규 임용 교원이 채우는 취지의 교사 학습연구년제 확대, 학생교육을 담당하는 직속기관 및 교육청 산하 학생교육센터 파견, 대학원 연수파견 등의 방안은 현직 교원에 대한 수요 조사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신규 임용으로 초과된 인원만큼 현직 교원이 빠져나가지 않을 경우 또다시 임용대기자가 적체된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교육청이 또다른 근거로 제시한 교육부의 ‘교원 수급정책 개선 방향’ 역시 교원 확대를 명시적으로 언급한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섣부른 판단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다. 교육부는 12일 교사 1인당 학생수, 학급당 학생수를 OECD 평균 수준으로 낮춰 교육여건을 개선하겠다는 중장기 교원 수급계획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교육청 측은 이에 대해 “OECD 평균 수준으로 감축하겠다고 언급한 것은 교사 증원을 염두에 뒀다고 받아들이고 있다”며 “교육부가 공식 발표만 못했을 뿐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확정된 사안이 아니라는 점에서 말 그대로 “모험적”인 증원이 된 셈이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최종 선발인원 고시를 이틀 앞둔 11일 김상곤 교육부장관에 초등교원 증원과 중장기 수급대책 마련을 호소하는 서한문을 보낸 사실을 공개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정원 확대가 힘든 상황에서 교원수급정책에 대한 비판을 교육부에 떠넘기기 위해서라는 지적도 나왔다. 조 교육감은 서한문에서 “서울은 2016, 2017년 신규임용합격자 중 미발령자가 998명에 이르고 있어 2018학년 초등교사 선발인원을 105명으로 줄일 수밖에 없었다”며 “이미 선발해놓은 임용대기자 적체를 3년 이내에 해소해야 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지난 정부에서 선발인원을 수용인원보다 확대 채용하도록 무리한 정책 추진을 한 것이 출발점이지만 서울교육청 역시 교원 수급의 왜곡을 낳을 결정에 대해 함께 했다는 점에서 비판과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고 인정했다. 

인력 수급 현황을 고려하지 않고 선발인원을 정해온 문제가 한꺼번에 터진 상황에서 또 다시 미봉책 마련에 급급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감사원이 4월 선발인원 적정성 여부 검토 결과, 서울의 경우 지난해 선발가능인원이 699명인데 반해 실제 846명을 공고해 147명을 초과 선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용대기자 누적 문제는 교육청이 자초해 온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앞으로 선발인원을 줄여야 한다는 것은 이미 예견된 상황”이라며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지 않는 한 매년 똑같이 문제가 되풀이된다는 것은 자명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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