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재정지원 방안 마련해야"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사립대가 입학금 단계적 폐지로 입장을 정했다. 당초 “시기상조”라는 주장에서 입장을 선회한 대신 등록금 자율 인상을 강력하게 건의하면서, 정부가 입학금 폐지에 따른 재정지원 방안을 마련하지 않을 경우 수요자가 체감하는 등록금 부담은 그대로일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사총협)는 8일 회장단 회의를 열어 “입학금을 인하/조정해나가는 방향에 대해서는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며 “정부에서 입학금 감축 또는 폐지에 상응하는 재정 지원 방안을 마련한다면, 전향적으로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고 결정했다. 당초 “입학금을 당장 폐지하는 것은 시기상조이며 대학 재정 확충과 연계해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 데서 물러선 입장이다. 

하지만 등록금을 자율 인상할 수 있도록 조치해 줄 것을 강력하게 건의하면서 입학금 인하의 효과가 실질적으로 드러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재정 지원 방안 없이 입학금을 내릴 경우 대학들은 등록금을 인상할 수밖에 없다”며 “입학금 폐지가 수요자의 실질적인 혜택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정부가 어떻게 재정지원할 것인지 명확한 방안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립대가 입학금을 단계적으로 폐지한다. 다만 정부의 재정지원 방안이 뒷받침되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간 사실상 동결되어온 등록금의 경우 법적 범위 내에서 자율 인상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함께 나와, 입학금 폐지가 실질적인 수요자 혜택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분석이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사총협은 현재 사립대의 입학금은 대학 등록금의 한 부분으로 인정돼왔으며 대학 재정에도 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시점에서 이의 폐지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자율적/연차적으로 입학금을 인하/조정해나가는 방향에 대해서는 인식을 같이 하고 있어, 정부의 재정지원방안 마련에 따라 전향적으로 검토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학 입학금 폐지는 문재인 정부가 국정과제로 내건 사안이다. 지난달에는 전국 19개 국공립대가 내년부터 대학 입학금을 전면 폐지하기로 결정했지만 국공립대와 사립대의 입학금 수준이 다르고 전체 등록금에서 차지하는 비중 차이도 현격해 접근을 달리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19개 국공립대 신입생 1인당 입학금은 평균 14만9500원 수준으로 등록금 총액의 1%에 불과하다. 국립대 39곳으로 확대할 경우 2015년 세입 총액 3조9517억원 중 입학금 수입은 111억원으로 0.3% 수준에 그쳤다. 반면 159개 사립대의 입학금은 평균 72만3000원이다. 1년 등록금 대비 9.2%를 차지한다. 사총협이 입학금 폐지에 상응하는 정부의 재정 지원 방안을 요구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교육부는 2018 입학금부터 적어도 10~20% 정도의 입학금 감축을 시행하겠다는 입장이다. 15일에는 사립대 입학금 제도 개선 협의회에서 입학금 폐지에 대한 인센티브 방안을 집중 논의한다. 교육부는 “조속한 시일 내에 국회와 입학금 폐지 입법 협의안(고등교육법 개정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등록금, 법적 허용 범위내 자율인상 가능케 해야”>
사총협은 이날 등록금을 자율 인상에 대해 정부에 강력하게 건의했다. 현재 법적으로 허용되는 범위 내에서 대학별로 자율 인상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구다. 사총협은 “자율인상을 제한하고 있는 조치인 국가장학금Ⅱ 연계, 목적별 과제 평가시 규제는 모두 철폐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위헌적 소지가 있는 간접적 규제가 그대로 시행될 경우 사총협 차원에서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고등교육법령상 ‘등록금 심의위원회’를 ‘등록금 책정 자문위원회’로 개정해 대학의 자율적 운영을 보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간 사립대가 등록금 동결에 대한 자구책으로 입학금을 활용해왔다는 점에서, 입학금 단계적 폐지는 등록금 자율 인상과 연계해 실시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분석된다. 입학금 폐지에 따른 정부의 재정 지원 방안이 현재로서는 불분명한 상태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과 교수가 추산한 바에 따르면 대학입학금 폐지에 드는 정부 재원은 5년간 1조4000억원에 달한다. 2018년 1000억, 2019년 2000억, 2020년 3000억, 2021년과 2022년 각 4000억이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입학금 폐지에 뒤따를 재정 충격을 정부가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 구체적 방안이 없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사총협의 입학금 폐지 반대에 대해 “사립대의 의견을 충분히 수용하고 인센티브 방안을 논의하고 단계적인 감축 방안을 대안으로 국회에 제시한다”며 “사립대에 대한 재정 지원 확대에 적극 노력한다”는 입장이지만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아직 내놓지 못하고 있다. 

<“사립대 재정위기, 국가재정 투입해야”>
사립대에 대한 경상비 지원 특별법 제정도 촉구했다. 열악한 사립대의 재정 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가 재정의 투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사총협에서 국회에 건의한 ‘사립 고등교육기관 지원/육성을 위한 특례법안’이 빨리 제정될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가 나서야 한다고 역설했다. 

새정부 주요 교육공약의 향배를 결정할 국가교육회의에 사총협 회장이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놨다. 현재 국가교육회의 설치를 담은 ‘국가교육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안’ 입법예고안에는 고등교육 관련 대교협 회장과 전문대교협회장만 포함된 상태다. 사총협은 사립고등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사총협 회장이 당연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본 기사는 교육신문 베리타스알파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일부 게재 시 출처를 밝히거나 링크를 달아주시고 사진 도표 기사전문 게재 시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저작권자 © 베리타스알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