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계열 무학과 전면도입.. 일반전형 전공면접 폐지

[베리타스알파=김경 기자] 포스텍(POSTECH, 포항공과대학교)은 과고 영재학교뿐 아니라 일반고 출신에게도 활짝 연 문호가 특징이다. 2010학년부터 학부입학생 100% 학종선발로, 정량평가된 성적결과보다 향후 발전가능성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7학년 등록자 304명 중 과학영재학교와 과고 출신이 아닌 학생은 53.9%에 해당하는 164명이다. 일반고 출신이 129명(42.4%)으로 가장 많았고, 전국단위 자사고 26명(8.6%), 광역단위 자사고 9명(3%) 순이다. 과고 출신은 115명(37.8%), 영재학교 출신은 25명(8.2%)이다. 절반 이상이 비 과고 출신, 특히 일반고 출신이 42.4%나 된다는 것은 학종을 통한 다양한 인재선발이라는 포스텍 취지를 읽을 수 있는 데이터다.

매년 320명을 선발, 교수 1인당 학생수 3.4명에 불과한 소수정예 교육을 통해 경쟁력을 극대화하고 있다. 학생 1인당 연간 교육투자비는 8400여 만원으로 등록금의 15배에 달한다. 장학금 수혜율은 105%로, 사실상 부담할 등록금은 없다고 봐야 한다.

연구개발과 인재양성에 협력해 나갈 국제적 수준의 대학 필요성을 절감한 박태준 전 포항제철 회장의 뜻으로 문을 연 포스텍은 올해로 31주년을 맞은 짧은 역사지만, 이미 세계적 반열에 올라선 위상이다. 2010년 더타임즈 세계대학평가 28위, 2012년부터 2014년까지 더타임즈 설립 50년 이내 세계대학평가에서 3년연속 1위, 2010년부터 2016년까지 QS 아시아권 대학평가 특성화대학 부문 7년연속 1위, 2016년 더타임즈 아시아대학평가 아시아8위 국내1위에 이어 2017년에도 더타임즈 소규모대학평가 세계3위, THE 세계신흥대학 국내1위 세계4위, THE 산학협력세계대학 세계1위에 빛난다. 특히 산학협력 세계1위의 성과는 설립자 박 전 회장의 염원이 실현된 것으로, 포스텍이 제시한 30주년 미래상인 ‘세계적인 가치창출대학’과 궤를 같이한다는 데 의미 깊다. 수험생들은 올해 라이덴랭킹 종합순위 국내1위의 성과도 주목해야 한다. 논문의 질을 기반으로 한 교육경쟁력을 직접적으로 알 수 있는 랭킹이기 때문이다. 2015년 QS 평가에서 교수 1인당 논문 피인용수 부문 세계3위를 기록한 바 있는 포스텍은 교수 1인당 SCI급 논문 발표 6.8편, 논문 1편 당 피인용수 14.7건, 논문 1편당 SCI 영향력 지수(IF) 4.7의 막강한 연구력을 선보였다.

포스텍 입시는 정시 없이 수시모집만 실시, 학종으로만 선발하는 특징이다. 지난해까지 학과별 모집하던 데서 올해 일반전형 전 학과를 단일계열(무학과)로 모집하고, 무학과 모집에 따라 지난해까지 실시했던 2단계 중 전공적합성 면접을 폐지한 변화다. 창의IT인재전형은 지난해와 동일하게 잠재력면접과 창의력평가면접으로 진행된다.

포스텍 입시는 정시 없이 수시모집만 실시, 학종으로만 선발하는 특징이다. 지난해까지 학과별 모집하던 데서 올해 일반전형 전 학과를 단일계열(무학과)로 모집하고, 무학과 모집에 따라 지난해까지 실시했던 2단계 중 전공적합성 면접을 폐지한 변화다. /사진=포스텍 제공

<수시만 모집, 320명 학종선발.. 일반전형 전원 ‘무학과’ 선발>
포스텍 올해 입시의 가장 큰 특징은 지난해까지 학과별 선발을 실시했던 데서 올해 창의IT융합공학과를 제외한 일반전형 전 학과를 단일계열(무학과)로 모집한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학과별 모집과 함께 단일계열(무학과)로 70명을 모집하긴 했으나, 올해 무학과 모집을 전면 도입했다. 단일계열로 입학한 학생들은 입학 후 특정 시점부터 자신의 전공 학과 선택이 가능하며, 창의IT융합공학과를 제외한 모든 자연과학 공학계열 학과를 선택할 수 있다.

정원내 기준 일반전형 300명, 창의IT인재전형 20명으로 총 320명을 모집한다. 전형간 중복지원은 불가하다. 모집인원은 모집단위별 최대 선발인원으로 포스텍에서의 수학(修學)능력을 고려해 일정 학력기준에 미달한 학생은 모집인원과 관계없이 선발하지 않는다. 정원외의 경우 고른기회(저소득층)전형 5명, 고른기회(농어촌)전형 5명, 재외국민과외국인전형 6명으로 16명을 모집한다. 모두 단일계열(무학과) 모집한다.

전형은 2단계로 진행한다. 1단계 서류평가100%와 2단계 면접평가100%로 수능최저학력기준 적용 없이 최종합격자를 가리는 방식이다. 1단계에서 학생부 자소서 추천서 자소서증빙자료(선택)를 통해 면접대상자를 선발한다. 서류를 통해 지원자의 인성 자질 학업태도 등 과학기술계 글로벌 리더로서의 성장가능성과 함께 국어 영어 수학 과학 교과를 중심으로 포스텍에서 수학 가능한 학업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평가한다. 손성익 입학팀장은 학업능력에 대해 “주요과목에 주안점을 두지만, 나머지 교과에서도 특정과목을 기피하거나 소홀히 하는 태도를 갖고 있진 않은지 학업 전반에 대한 태도와 자세도 평가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서류는 포스텍의 교육과정이 학생주도로 운영된다는 특성에 착안해 작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손 팀장은 “능동적으로 자신의 진로를 탐색해 나가고 자신에게 주어진 여러 문제상황을 적극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관심 분야 및 향후 진로에 대해 깊은 고민의 흔적과 의미 있는 노력, 활동 등을 기술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어떠한 실적을 쌓았고 어떠한 활동을 했는가와 같이 눈에 보이는 측면에만 신경을 쓴다면 입학하기 쉽지 않다. 실적 또는 활동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학생의 역할과 태도, 생각하는 모습이 중요하다. ‘왜 그 활동을 했는지’ ‘활동을 하면서 어떤 생각을 했는지’ 등 본인이 하는 활동에 대해 능동적으로 생각하고 접근하는 학생이 매우 유리하다. 같은 연구활동을 했더라도 한 학생은 특별한 생각 없이 주어진 매뉴얼에서 지시한 대로 실험을 하고 단순히 결과만 기록한 학생과 ‘이 실험의 의미가 무엇이고, 왜 이러한 실험을 거치며, 원리가 무엇이고, 결과가 이렇게 나온 이유는 무엇인지’ 등을 분석하고 ‘더 궁금한 부분을 알아보기 위해 다음 실험은 이렇게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학생이 있다면 입학사정관 입장에서는 후자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활동 과정에서 생각을 많이 하면 자소서에도 드러나게 마련이며, 자연스럽게 학교 선생님들도 능동적인 학생과 교류를 많이 하게 돼 추천서와 학생부의 내용이 풍성해진다.”

- 일반전형, 전공적합성 면접 폐지
일반전형은 지난해엔 잠재력평가면접과 함께 전공적합성면접평가를 실시했으나, 올해 단일계열(무학과) 모집으로 전공적합성면접평가를 폐지한 변화다. 손 팀장은 “잠재력평가면접이 일종의 서류확인 면접이라면, 전공적합성면접은 학생의 전공학습에 필요한 사고 역량을 측정하는 면접이었다”며 “2018학년 전형에선 학생들의 전공구분 없이 선발하면서 잠재력평가면접과 전공적합성면접이 통합돼 하나의 면접만 보게 될 예정이다. 면접관 2명과 학생 1명 간의 개인면접이 진행되는 것은 지난해와 동일하나, 지난해보다 약간 늘어난 20분 정도 면접을 보게 되며, 기본적으로 서류확인 면접질문과 함께 전공이 아니라 기본적인 이공계 학문 학습에 필요한 사고역량을 확인하는 질문을 하게 될 예정”이라 밝혔다.

손 팀장은 “학부모와 학생들이 많이 오해하는 부분 중 하나가 ‘사고 역량을 확인하는 질문=교과 지식을 확인하는 질문’이라 생각하는 것인데, 결론적으로 말하면 그렇지 않다”고 강조하며 면접평가 내용을 설명했다. “질문의 소재 및 내용, 필요한 지식은 모두 저희가 제공할 것이다. 학생에게 묻는 것은 그러한 정보를 조합해 어떤 결론을 이끌어낼 수 있는지, 학생이 연구자라면 추가적으로 무엇을 알아보고 싶은지, 어떻게 실험을 구상할지 등으로 생각하시면 좋겠다. 면접준비를 하신다면, 특정 교과목을 공부하거나 심화학습을 하는 게 아니라, 과학의 기본적 탐구과정을 염두에 두고 지적 호기심을 발현시키는 자세를 평소에 가지시는 것을 권한다.”

올해 면접이 무학과 모집으로 이뤄짐에 따라 지난해 학과별 전공적합성면접평가 기출은 크게 의미를 두기 어렵다. 손 팀장은 “지식보다는 사고력을 중심으로 한 문제의 출제를 염두에 둔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지난해 기출문제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이러한 사고방식을 요구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보면 좋을 것 같다”며 올해 평가방향과 유사할 것으로 판단되는 2017학년 기출문제를 공개했다. 제시된 기출은 ▲‘예’ 또는 ‘아니오’로 답할 수 있는 질문들을 통해서 면접관이 생각하고 있는 ‘어떤 것’을 맞추십시오. 각각의 질문에 대해서는 그 질문을 하는 이유도 설명해야 합니다. ▲(쯔쯔가무시병에 대한 기본적 개념 및 소개 지문과 함께) △한동안 국내 쯔쯔가무시병 환자가 증가하리라는 예보가 있었는데 그 이유는? △쯔쯔가무시병을 매개하는 털진드기를 박멸하려면 어떠한 방법을 쓸 수 있을까? △본인이 생각한 방법의 잠재적 위험요소는?이다.

- 창의IT인재전형, 개인/그룹면접 모두 실시
창의IT융합공학과에 한해 창의IT인재전형을 실시한다. 전형방법은 지난해와 동일하다. 면접에 상당한 무게가 실리며, 잠재력면접과 창의력평가면접으로 진행된다.

창의력평가면접은 개인면접과 그룹면접으로 나뉜다. 개인면접은 일반전형의 전공적합성면접과 동일한 형태로 진행한다. 창의IT융합공학과 교수 2명이 지원자 1명을 대상으로 IT 융합역량 및 사고력/창의력을 15분간 평가한다. 학생들은 대기시간에 미리 주어진 지문을 보고 면접에 참여한다. 질문 내용은 IT에 기반한 융합형 교육을 지향하는 학과 특성을 반영한다. 그룹면접은 지원자 4~6명이 한 조를 이뤄 90분간 진행된다. 면접 전 과정에는 면접관이 함께한다. 대기시간을 이용해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개인면접과 달리, 주어진 문제에 대한 조별 구성원 사이의 의견수렴 및 도출, 결과발표 등 일련의 과정 모두가 평가요소이기 때문이다. 결과발표 뒤에 지원자들은 면접관과의 질의응답시간을 갖는다.

창의력평가면접은 목적 면에서는 타 전형의 전공적합성면접과 같지만, 내용상 개인면접과 그룹면접 모두 IT를 기반으로 창의력을 표현하는 것이 다르다. 2017학년 창의IT인재전형에서는 심혈관계 질환 및 심장마비로 많은 사람들이 죽는 이유에 대해 지문을 제공한 뒤 ▲심장마비가 올 가능성이 높은 환자의 수를 줄이기 위한 방법 ▲심장마비 환자의 조기진단 방법 ▲심장마비 환자 발생 시 사망률을 낮추기 위한 방법 등에 관해 질문했다. 손 팀장은 “질문은 단순히 기술적 부분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거시적인 정책, 프로젝트, 혁신, 사업 등 다양한 영역을 아우르는 방향으로도 충분히 사고할 수 있도록 했다”며 “이 과정에서 단순히 해당 질문에 대한 ‘가장 훌륭한 답을 찾는 학생’을 선발하는 것이 아니다. 학생들은 각자의 특정과 역량을 가지고 있으며, 팀 내에서 발산적 사고를 통해 아이디어를 내고, 이를 토의를 통해 정제하는 과정에서 학생이 하는 역할과 팀 내에서의 커뮤니케이션 역량 등 다양한 면도 같이 보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긍부정 사례로 살핀 포스텍 가는 길>
학종100%로 선발하는 포스텍 입시는 수험생 입장에선 ‘정답에 가까운 길’을 찾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수험생 이해를 위해 손 팀장은 평가 긍부정 사례를 제시했다. 손 팀장은 “학생들의 긍정적 사례와 부정적 사례가 아주 극적으로 대비되어 학생의 합/불이 결정되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는 않다. 포스텍에 입학하는 대부분의 학생들은 사실 평범한 환경 속에서 열심히 자신의 목표를 향해 노력해 성과를 얻은 학생들이다. 극적으로 긍정/부정적인 사례는 극소수에 불과한 경우로 보면 될 것 같다. 학생의 주변 환경이나 상황에 따라 긍정적 요소와 부정적 요소의 경중이 달라질 수도 있다”며 “따라서 긍부정 사례를 ‘이렇게 하면 합격한다’ 또는 ‘이런 것을 쓰지 않으면 불합격을 피할 수 있다’는 절대적인 기준으로 활용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전제, 몇 가지 사례를 들었다.

2017학년에 입학한 A학생은 가정의 경제적 형편 및 가정사적으로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목표인 생명과학자에 대한 뚜렷한 의지를 지니고 있었다. 학교 역시 평범한 일반계 고교였고, 과고 등의 특목고와는 달리 학생이 학교 내에서 할 수 있는 활동들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하지만 A학생은 가정 환경, 학교 환경 등 여러 모로 어려운 환경에서도 교내 학업 성적은 학교 내에서 꾸준히 최고 수준을 유지했다. 가정형편과 학업성적 등을 고려했을 때, 안정적이고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전문직을 충분히 선택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생명과학에 대한 의지를 표명해 왔고, 거창하거나 고난도의 활동은 아니지만 본인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의 국/영문 기사를 구독하거나 관심을 가지고 관련 자료를 탐독하면서 지적 호기심을 키워 온 부분도 높이 평가 받았다. 면접과정에서도 이러한 면을 보였고, 인성적 측면에서도 면접 과정에서 아주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특히 다른 학생과는 달리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측면이 매우 눈에 띄는 학생이었다. 물론 A학생은 입학 후에도 학교 생활을 잘 영위하고 있다.

2013학년에 입학한 B학생은 다른 지원자에 비해 학업성적이 뛰어나다고 말하기는 힘든 학생이었다. 다니는 학교가 영재학교이다 보니, 다른 평범한 고교들에 비해 많은 지원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사실이었지만 환경을 십분 활용하는 것은 지원자의 역량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B학생은 서류평가와 면접평가 과정에서 강력한 인상을 남겼는데, 첫 번째는 본인이 가진 화학 분야에 대한 강한 열정과 의지, 그리고 매우 훌륭한 인성적 면모였다. 특히 지원자의 추천인은 오랫동안 지원자를 지켜봐 온 선생님으로, 지원자의 연구를 3년 내내 지도하는 등 지원자와 긴밀한 교류 관계를 맺어왔다. 추천인은 해당 학생에 대한 극찬과 함께 강력하게 추천했다. 특히 지원자는 연구를 주도하면서 3년간 같이 연구한 지도교사보다 연구 주제에 대해 더 깊이 있는 이해도를 가지고 연구를 진행할 정도로 능동적인 활동을 해 왔다. 무엇보다 평가자가 봤을 때 B학생의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화학 분야에 대한 연구 능력도 연구 능력이지만 인격적 성숙도였다. 또래 학생들에 비해 훨씬 더 타인을 배려하고, 자신에 대한 성찰적 자세를 갖춘 학생이었고, 추천서와 면접 양 쪽에서 그러한 측면이 드러난 학생이었다. 면접 후 지원학과의 교수가 지원자의 면접이 끝난 후, 지원자를 보낸 뒤 “정말 인격적으로도, 학문적으로도 인상적인 학생이다. 이런 학생만 뽑을 수 있다면 좋겠다”고 말했을 정도였다. 현재 B학생은 포스텍 대학원에 진학해 석사과정을 진행 중에 있으며, 석사과정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벌써 세계적 학술지에 논문을 2편 이상 게재하고 있다.

많은 학생이나 학부모님들이 걱정하는 부분 중 하나가 학생의 ‘리더 역량’이라는 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리더십은 학생의 하나의 특성일 뿐, 모두가 리더십을 갖추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모두가 외향적이고 적극적으로 나서서 조직을 이끌거나, 학생들을 움직일 필요는 없다. 오히려 많은 학자들은 조용히 자신의 학문적 호기심에 몰두해 성과를 이루어내곤 한다. 2015학년에 입학한 C학생이 바로 그런 학생인데, 수학 분야에 대해서 굉장히 강력한 지적 호기심을 가진 학생이다. 평범한 일반고 출신으로서 심화학습과는 관계 없이 고교에서 배우는 수학의 범위 내에서 공부했지만, 수학을 ‘교과목’으로서가 아니라 ‘학문’으로 접근한 학생이다. 명제와 공식을 만나면 의미를 이해하고, 수학의 본질을 탐구하고, 증명을 통해 완전한 이해를 탐구하고, 이를 통해 수학에 대한 학문적 아름다움을 느끼는 학생이었다. 사교육을 받지 않았던 것이 오히려 C학생에게 수학의 학문적 깊이를 느낄 시간을 제공했고, 그 시간을 정말 값지게 활용한 대표적인 학생이다. 자소서에는 자신이 생각하는 수학에 대한 고민과 노력의 과정이 깊게 녹아 들어 있었으며, 면접에서도 그러한 면모를 확인할 수 있었다. 입학 전 포스텍 입학상담에서 자신은 부족한 리더십이나 내성적인 자신의 성격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이었지만, 입학사정관이 판단하기에는 조금 내성적인 성향은 있으나 인간관계에 전혀 문제가 없었으며, 관계의 폭이 넓지는 않으나 깊이 있는 인간관계를 이루고 있었다. 서류평가 및 면접에서도 내성적 성향은 전혀 문제가 안 된다고 판단됐으며, 학문적 자세가 매우 뛰어나 입학위원회를 통해 합격했다. C학생은 현재 수학과에서 좋은 성과를 보이고 있는 중이며, 인간관계 면에서도 전혀 문제 없이 생활 중이다.

부정적인 사례의 가장 대표적인 경우는 학과목에 대한 편식이 보이는 경우다. 사실 이런 학생은 매년 매우 많은 학생이 해당 사례에 속하기 때문에 따로 학생을 지칭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포스텍이 학업 역량에서 평가하는 교과목은 국/영/수/과 네 교과목이다. 많은 학생들은 해당 교과목에서는 우수한 성과를 기록하고, 이를 통해 좋은 평가를 받지만 입시에 반영되는 주요 교과목 외에는 다른 교과목을 소홀히 하는 학생이 종종 지원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모든 것을 다 잘하라는 의미는 아니지만, 지원자의 학습 능력으로 미뤄볼 때, 주요 교과목은 우수한 성과를 냈지만 나머지 교과목이 매우 부진해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는 학생들이라면 학업 태도 면에서 좋지 않은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매년 그러한 사유로 탈락하는 학생들이 발생한다. 모든 것을 다 잘하라는 이야기도 아니며 바라지도 않는다. 다만 주어진 본인의 과제가 있다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보여줄 필요가 있다.

수치로 보여지는 성적과는 달리, 인성적 면에서 좋지 않은 모습을 면접에서 보였다면 부정적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2015학년 면접에서 만난 D학생의 경우, 학업적 역량 면에서는 매우 훌륭했으며, 충분히 포스텍에서 수학할만한 역량을 지니고 있었지만, 깨끗하지 않은 면접 복장, 면접관에게 집중하지 않은 채 짧고 무성의한 답변 등 태도 면에서 좋은 평가를 주기는 어려웠다. 이러한 태도가 학생의 개성일 수 있다고 판단해 최선을 다해 지원자에게 질문을 하고, 답변을 얻어내면서 긍정적인 면모를 찾아내기 위해 노력했으나, 지원자의 긍정적 모습이 부정적 모습을 덮기에는 많이 부족했다. 특히 공동생활을 하는 기숙사에서 타인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모습이 면접 중에 보였기 때문에 우수한 학업 성적을 두고도 입학위원회에서의 논란 끝에 탈락을 시켰던 사례였다.

2016학년 면접에서 본 E학생은 자소서에 대한 내용 검증 과정에서 거짓말이 발각됐던 경우다.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으나 지원자의 자소서 일부 내용이 사실에 대한 지나친 과장 내지는 없었던 일을 만들어 기록된 것이라 생각됐고, 면접에서 몇몇 사실에 대한 질문을 한 뒤, 앞뒤가 맞지 않거나 과장됐다고 생각한 내용에 대해 사실 확인을 위한 질문을 했다. E학생은 이에 대해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고, 자소서에 과장된 내용을 기록했음을 말했다. 학업적으로는 매우 뛰어난 성과를 보였고, 경험도 상당히 풍부한 것으로 보인 학생이었지만, 자소서에 기록된 허위 사실이 오히려 발목을 잡은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최근 10년 사이 과학자 및 공학자에 대한 연구 윤리가 매우 중요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기본적인 윤리성을 담보하지 못하는 학생에게 합격을 주는 것은 좋은 모습은 아니라고 판단, 논란 끝에 학생을 불합격시켰다. 허위 사실을 기록한 것을 발견했음에도, 학생을 합격시키는 것 역시 공정성에 위배된다고 판단한 부분도 있었다.

 

 
본 기사는 교육신문 베리타스알파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일부 게재 시 출처를 밝히거나 링크를 달아주시고 사진 도표 기사전문 게재 시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저작권자 © 베리타스알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