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틀 변화..권역별 진행, 재정지원사업과 연계

[베리타스알파=윤은지 기자] 내년부터 3년간 대입정원 5만명을 줄이는 2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가 시작된다. 1주기 평가에선 6개등급 가운데 최우수등급인 A를 받은 48개대학(일반대34곳/전문대14곳)을 제외하고 전원 정원감축을 권고했으나, 2주기부터 상위50%대학까지 감축권고를 실시하지 않을 계획이다. 대학구조개혁평가는 학령인구 절벽을 대비해 2023년까지 대입정원 총 16만 명을 줄이기 위한 대학구조개혁작업이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실시한 1주기 평가로 목표치인 4만명을 상회하는 정원 4만4000명을 감축한 바 있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실시하는 3주기 평가에선 7만명의 감축이 예고됐다. 

2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는 권역별로 진행될 전망이다. 지난 1주기 평가 결과, 지방 소규모 대학에 평가가 불리하게 적용돼 정원감축대학의 지방쏠림현상이 나타났다는 지적사항을 반영한 결과다. 이 같은 보완계획에 대해 국공립대들은 환영의사를 내비쳤지만 치열한 경쟁이 예고된 수도권 대학들 사이에선 역차별 논란이 제기됐다. 새 정부가 지방국공립대 육성계획을 표명한 탓에 수정된 평가안을 두고 지방대학들 사이에서도 국공립대와 사립대간 의견이 엇갈리기도 했다. 이번 평가결과부터 정부 재정지원사업과 직접적으로 연계할 것을 예고하기도 했다. 올해 초 공개한 평가 기본계획에 따라 X, Y, Z등급을 받은 하위대학을 제외한 상위대학은 등급을 구분하지 않고 자율개선대학으로 선정, 재정을 지원한다. 재정은 대학별 발전 전략과 중장기계획에 따라 자율적으로 집행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반면 부실/비리 대학은 권역이나 규모에 관계없이 강력한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최하위인 한계대학은 적극적으로 퇴출할 방침이다.  

교육부는 25일 대전 우송대에서 ‘2주기 대학 구조개혁평가’에 대한 의견수렴을 진행했다. 의견수렴 과정에서 지난 3월9일 공개한 ‘2주기 대학 구조개혁 기본계획’에 대해 대학 현장에서 제기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보완된 평가시안을 공개했다. 내달 중 공청회를 거쳐 평가안에 대한 대학 현장의견을 반영한 후, 2주기 최종평가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내년부터 3년간 대입정원 5만명을 줄이는 2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가 시작된다. 1주기 평가에선 6개등급 가운데 최우수등급인 A를 받은 48개대학(일반대34곳/전문대14곳)을 제외하고 전원 정원감축을 권고했으나, 2주기부터 상위50%대학까지 감축권고를 실시하지 않을 계획이다. 2주기 평가 결과에 따라 부실/비리 대학은 권역이나 규모에 관계없이 강력한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최하위인 한계대학은 적극적으로 퇴출할 방침이다. 사진은 폐쇄절차를 진행 중인 대구외대의 모습. /사진=대구외대 홈페이지 캡쳐

<2주기 구조개혁평가, 5개 권역별로 실시>
교육부가 공개한 2주기 평가시안의 핵심은 권역별 평가다. 지난 1주기 평가에서 제기된 지적을 반영한 결과다. 평가 이후, 평가결과가 지방대학에 지나치게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지방대학들은 획일화된 평가지표로 지역별, 대학규모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대학 줄세우기’를 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이에 교육부는 지난 3월 발표한 2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 기본계획을 통해 수도권과 비수도권 대학을 구분해 평가를 실시하겠단 방침을 밝혔다. 25일 공개된 평가시안은 대학별 의견수렴을 거쳐 이보다 한 발 더 나가 5개 권역으로 구분해 평가를 진행, 권역별 균형을 고려해 자율개선대학을 선정하겠단 입장이다. 일반대의 경우 ▲수도권 ▲충청권 ▲대구/경북/강원권 ▲호남/제주권 ▲부산/울산/경남권 등 5개 권역으로 나눠 자율개선대학 선정을 진행하고, 전문대는 별도 의견 수렴을 거쳐 권역을 결정할 계획이다. 대학들은 정원감축 여부를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자율개선대학 자리를 놓고 전체 대학이 아닌 지역 내 대학과 경쟁하게 되는 셈이다. 이에 더해 자율개선대학 선정 시, 일반대와 전문대 간 균형도 고려할 계획이다. 

권역별 평가방안은 1주기 평가의 지적사항을 반영한 내용이지만, 권역구분에 따라 수도권 대학들 간 치열한 경쟁이 예고되면서 반발이 예상된다. 수도권 대학만을 한정해 평가를 실시할 경우 타 지역 대학에 비해 건전한 운영여건을 갖춘 대학도 정원 감축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수도권 대학에선 ‘역차별 논란’까지 나온 상태. 서울소재 한 대학의 관계자는 “지방대학을 살리기 위해 학생과 학부모가 선호하는 경쟁력 있는 수도권 대학이 오히려 희생될 수 있다. 자칫하면 불공정 게임이 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1주기 평가 이후 ‘지방대 죽이기’라는 비판이 나오자 수도권 대학들은 그간 자체적으로 정원을 감축하는 등 수도권 대학들의 선제적 노력이 반영된 결과라며 재반박에 나선 바 있다.

지방대학들 사이에선 국공립이냐 사립이냐에 따라 반응이 엇갈리기도 했다. 지방 국공립대들은 평가방법 개선으로 열악한 상황에서도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비수도권 대학들의 노력이 반영될 것이라 기대했지만 사립대들은 국공립 위주의 지방대 육성방침이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문 대통령이 지방거점대학의 육성을 공약으로 제시한 탓에 구조개혁평가에서도 지방 사립대만 정원감축대상으로 몰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구조개혁평가 결과, 재정지원사업과 직접 연계>
그간 문제점으로 지적돼온 평가결과와 교육부 재정지원사업 선정대학 간 불일치를 해소하기 위해 대학 일반 재정지원사업과의 연계도 추진한다. 재정지원사업대상 선정 시 별도의 선정평가 없이 대학구조개혁평가 결과와 연계해 일정수준 이상의 모든 대학에 일반 재정지원을 검토하겠단 방침이다. 연계안은 두 가지로 제시했다. 1안은 자율개선대학에 한해 일반 재정지원을 실시하는 내용이며 2안은 Y,Z등급을 받은 재정지원제한대학을 제외한 모든 대학에 일반 재정지원을 진행한다는 내용이다. 대학이 각 대학의 중장기 발전계획에 따른 사업계획을 제출하면 교육부가 정해진 금액 한도 내에서 대학별 지원액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2안을 채택할 경우, 자율개선대학은 대학별 중장기 발전계획에 따라 재정을 자율적으로 집행하고 등급이 부여된 대학은 구조개혁평가 결과를 활용해 중장기 발전방향에 부합하는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재정을 집행한다. 등급부여대학은 컨설팅을 병행해 사업비를 조정한다. 

지난 2015년 1주기 평가 결과, 대학특성화사업(CK) 특성화전문대학육성사업(SCK) 학부교육선도대학육성사업(ACE) 산학협력선도대학육성사업(LINC) 등 교육부의 주요 재정지원사업에 선정된 19개대학이 D등급을 받은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대해 당시 교육부는 기존 정부재정지원사업은 그대로 유지한다는 방안을 밝혔다. 당초 계획에선 D등급을 받은 대학에 정원 감축, 정부재정지원사업 참여 제한, 국가장학금 일부 미지급, 학자금 대출 제한 등의 제재를 가하기로 돼있었다. 교육부의 이 같은 방침에 D등급을 받은 대학은 물론, 상위등급을 받은 대학에서도 후폭풍이 일었다. D등급을 받은 대학들은 굵직한 정부재정지원사업에 선정돼 대학의 역량을 인정받고도 막상 구조개혁평가에선 지원제한대학이라는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C등급 이상의 상위대학들은 구조개혁대상인 대학에 재정지원을 지속한다면 ‘연명’의 빌미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냐며 비난했다. 대학들은 평가의 잣대가 자의적인 것이 아니냐고 지적, 평가 공정성 시비로 이어졌다. 실제 결과 발표 이후, 4급 이상 고위공직자들이 퇴직 후 재취업한 대학이 모두 B등급 이상의 상위등급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관피아 논란으로 번졌다. 

<‘부실/비리대학’ 강력 규제, ‘한계대학’ 적극 퇴출> 
등급평가를 완화하면서 정원감축에 대한 대학의 부담은 줄었지만 부실/비리대학에 대해선 강력한 구조조정을 단행할 방침이다. 부실대학은 권역과 상관없이 엄정한 기준으로 선정하며 비리대학에 대해선 평가 감점과 등급 하향 등 제재를 강화한다. 부실대학에 대해 맞춤형 컨설팅으로 정상화를 지원하되, 정상화가 불가능하다고 판단될 경우, 폐교/통폐합 등 퇴출도 적극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폐교에 따르는 학생과 교원에 대한 지원방안은 별도 검토할 예정이다.  

지난 1주기 평가에서 하위등급을 받아 ‘부실대학’으로 여겨지는 대학은 67개교에 달한다. 이 가운데 일반대 30곳, 전문대 32곳 등 62개교가 구조개혁평가의 후속조치인 맞춤형 컨설팅을 수행 중이며 일반대 3곳, 전문대 2곳 등 5개교는 보다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한 상시컨설팅 대상으로 분류된 상태다. 교육부는 23일 1주기 평가에서 최하위등급을 받은 대구외대와 한중대 서남대에 대한 폐교절차를 돌입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외에도 광양보건대 대구미래대 등이 상시컨설팅 대상으로 퇴출 수순을 밟고 있다. 

<'학생충원율' 배점 높이고, '법인책무성' 강화>
평가지표의 세부내용도 수정했다. 학생의 선호도를 반영하기 위해 일반대 평가지표의 ‘학생 충원율’ 항목의 배점을 상향 조정했다. 신입생 충원율의 경우 3점에서 4점으로, 재학생 충원율은 5점에서 6점으로 높였다. 학생 충원율이 높은 대학이 보다 높은 점수를 받게 해 대학 스스로 정원을 줄이도록 유도하기 위한 방침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평가지표의 학생 충원율 비중을 높였다. 이렇게 되면 점수를 잘 받기 위해 학생 충원이 어려운 대학은 자율적으로 정원을 감축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학알리미가 공시한 2016년 학생 충원율 현황에 따르면 충원율 100%를 넘지 못하는 대학은 172곳이다. 이 가운데 90%를 넘지 못한 대학은 18곳에 달했으며 18곳에는 퇴출대학인 대구외대 한중대 서남대 등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여건 개선을 위해 ‘전임교원 확보율’ 지표의 배점도 기존 8점에서 10점으로 확대한다. 전임교원 확보율 평가 시 보수 수준의 적절성도 평가할 예정이다. 기존 평가지표에 따라 전임교원 확보율을 높이고자 저임금의 비정년 전임교원을 양산한다는 비판을 반영했다. 교원 운영의 대학 자율성을 존중하기 위해선 ‘강의 규모의 적절성’ 지표의 배점을 2점에서 1점으로 낮추고 기준도 조정했다. 기존 평가기준이 20명 50명 100명 200명으로 제시돼 40명 규모의 강의를 둘로 쪼개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한다는 지적을 반영한 결과다. 

사립대 법인의 책무성도 강화한다. 기존 2단계에서 평가하던 ‘법인 책무성’ 지표를 1단계로 변경하고 배점도 1점에서 3점으로 높였다. 일부 사립대학들 사이에선 법인전입금 등 재단의 재정건전성을 주로 평가하는 법인 책무성 지표가 의외의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다. 한 대학 관계자는 “법인 여력이 부족해 대학에서 전입금을 부담하는 곳이 많다. 이 지표 때문에 의외의 평가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의대를 보유한 대학은 여타 대학에 비해 법인전입금 부담비율이 높아 평가의 편향이 생기지 않도록 평가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도 있었다.

이와 함께 대학운영의 건전성을 위해 ‘구성원의 참여/소통’ 배점도 상향 조정했다. 구조개혁평가지표에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무리하게 대학을 운영하는 등 평가 부담을 완화하고자 기존 ‘대학특화전략’ 지표를 특성화 또는 중장기계획 등을 평가하는 ‘발전 계획 및 성과’로 변경하고 배점도 8점에서 2점으로 하향 조정했다.  

<2주기 평가결과, 2019학년부터 적용>
대학 입학자원은 2023년 39만여 명으로 2013년 대비 약 16만명이 줄어든다. 교육부는 인구절벽에 따른 대학 입학학자원 감소와 4차산업시대를 대비한 대학 개혁을 위해 대학구조개혁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평가는 3년단위로 진행하며 2014년부터 2016년까지 1주기 평가가 종료된 상황이다. 올해부터 시작된 2주기 평가는 2019년까지, 3주기 평가는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실시한다. 

2주기 평가도 1단계와 마찬가지로 2단계로 진행한다. 1단계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상위40% 대학을 선정, '자율개선 대학'으로 지정한다. 나머지 60% 대학을 대상으로 2단계에서 심층평가를 실시, 다시 상위 10%를 자율개선 대학에 포함한다. 자율개선 대학에 속한 상위50% 대학들은 정원 감축 권고를 받지 않으며 정부 재정지원도 받게 된다. X등급은 정원만 줄이면 되지만 Y,Z등급은 정부 재정지원사업과 국가장학금까지 제한된다. X,Y,Z등급의 대학들이 제한에서 풀려나려면 정원의 40% 이상을 줄여야 한다. 1주기에 E등급, 2주기에 Z등급으로 연속 최하위 등급을 받은 '한계대학'은 모든 정부지원에서 제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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