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밀어붙이기 압박책, 단순합산 꼼수 유도'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2018 대입에서 전국 197개 대학이 평균 15.24% 수준으로 전형료를 인하하기로 했다. 교육부 주도의 밀어붙이기가 현실화된 셈이다. 대통령이 전형료 인하를 사실상 지시한 지난달 13일로부터 한 달이 갓 넘은 시점이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대통령이 주도해 지시한 사안인 만큼 대학 입장에서는 거스르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현실적으로 인하하기 어려운 대학들도 불이익을 우려해 동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전형별로 살펴보면 교과 학종 수능 실기 논술 순으로 인하율이 높았다. 많은 지원자가 몰리는 논술의 인하율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나 수요자의 실질적 부담 경감에서는 멀어졌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전형 간 특성을 무시하고 단순 합산으로 인하율을 계산하도록 한 탓에 대학들이 지원자가 적은 전형료를 인하하도록 ‘꼼수’를 유도했다는 것이 드러난 셈”이라고 말했다.

전형료 인하에 참여한 대학은 전국 4년제 대학 202개교 중 5개교(감리교신학대 상지대 제주국제대 한일장신대 호남신학대)를 제외한 197개 대학이다. 98%에 달하는 거의 모든 대학이 동참한 셈이다. 교육부는 “자발적으로 동참해 줄 것을 요청했다”는 입장이지만 사실상 강권에 가까웠다는 것이 대학가의 의견이다. 교육부는 지난달 19일 각 대학 입학처에 '대입전형료 투명성 제고(인하) 추진계획'을 내려보내면서 전형료 인하 실적을 고교교육기여대학지원사업의 평가지표로 반영하겠다고 알렸다. 함께 첨부한 예시는 25.1% 수준의 인하 내용을 담고 있다. 한 대학 관계자는 “교육부로부터 ‘한 자리 수 내리는 것으로 되겠는가. 두 자리 수는 돼야 하지 않겠냐’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최소 10% 이상 인하해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지난해 3만명 이상의 수험생이 지원한 25개 대규모 대학의 경우 평균 16.25% 수준으로 인하해 전체 평균보다 높은 수준이다. 국공립대 3개교를 제외하면 17.09%까지 높아진다. 교육계 관계자는 “교육부가 지난달 이들 대학에 전형료 집행 내역을 요구하고 전형료를 올해 인하하지 않을 경우 실태조사를 벌이겠다고 하는 등 강권한 모양새”였다면서 “결국 대학들이 압박에 못 이긴 셈”이라고 말했다.  

2018 대입에서 전국 197개 대학이 평균 15.24% 수준으로 전형료를 인하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자발적 동참을 요청했다"고 밝혔지만 대학들은 사실상 교육부의 압박에 못이겨 인하할 수 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가장 많은 지원자가 몰리는 논술의 인하율이 가장 낮으 수험생의 실질 부담 경감은 고려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지원자 가장 많은 ‘논술’ 인하율 가장 낮아..단순 합산 인하율 ‘맹점’>
전형별로는 ▲학생부교과전형(이하 교과)의 인하폭이 16.8%로 가장 컸다. 기존 3만7968원에서 3만1591원으로 6377원을 인하했다. 이어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16.53%) 8542원(5만1679원→4만3137원) ▲수능전형(16.3%) 6289원(3만8595원→3만2306원) ▲실기전형(11.92%) 8440원(7만812원→6만2372원) ▲논술전형(10.07%) 6576원(6만5303원→5만8727원)  순이었다. 

교과의 인하폭이 가장 큰 반면 논술의 인하폭이 가장 작았던 이유는 지원자 수를 고려한 대학들의 자구책이라는 것이 교육계의 시각이다. 지원자가 많은 전형의 전형료를 인하할수록 전형료 수입 타격이 크기 때문에, 지원자가 상대적으로 적은 전형의 전형료를 더 인하하는 방식으로 총 인하율을 맞췄다는 분석이다. 통상 교과는 지난해 입결 등으로 합격선을 예측할 수 있어 허수 지원이 덜한 편이다. 반면 논술은 자신의 평소 실력보다 상향 지원하는 경우가 많아 허수 지원을 비롯한 많은 지원자가 몰린다. 

실질적인 수요자 부담 축소를 고려했다면 지원 경향을 고려한 대책을 내놨어야 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전형 간 특성을 무시하고 단순 합산으로 인하율을 맞추도록 한 탓에 ‘꼼수’를 유도했다는 비판도 불거져 나왔다. 결국 실제 수험생들의 부담 경감이 아니라 ‘보여주기’의 대표적 사례로 남게 됐다는 분석이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수요자에게 돌아오는 실질적인 혜택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교과는 수시 전형 중 가장 전형료가 싼 편에 속해 같은 금액을 인하하더라도 높은 인하율로 나타났다. 교과의 전형료가 비교적 낮은 이유는 학생부 교과 성적 100% 일괄합산만으로 선발하는 간명한 방식을 취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면접이나 시험을 추가로 실시하는 다른 전형에 비해 비용이 덜 소요된다. 지난해 상위17개대학 기준 전형료는 특기자(9만7500원) 학종(7만5535원) 논술(6만5000원) 교과(5만2272원) 순이었다. 

전형료 인하율을 10만원 이상의 전형(43개교 170여 개 전형)으로 한정한 경우 16.4%가 인하된다. 인하액 기준, 교과 1만9583원(10만3750원→8만4167원) 학종 1만8750원(10만1667원→8만2917원) 실기 1만7651원(10만9679원→9만2028원) 수능 1만6944원(10만2500원→8만5556원) 순이다. 

대학 유형별로 살펴보면 국/공립대가 평균 12.93%, 사립대가 15.81% 인하했다. 지역별로는 서울/인천/경기가 17.77%, 그 외 지역이 13.8%다. 

교육부는 대학별 전형료 인하 계획을 2018수시 모집요강에 즉시 반영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내년 초까지 대입전형료 산정기준을 마련하고 관련 제도를 개선해 2019대입부터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 교육계 관계자는 “대입전형료의 과중 여부를 먼저 연구해 표준안을 마련하고 이후 대학들에 권고하는 수순으로 진행했어야 한다”면서 “선후가 바뀐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개선안에는 ▲입학전형에 반드시 필요한 예산만 반영하고 집행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 ▲대학별 대입전형관리위원회에 외부위원(회계전문가 등) 포함으로 입학전형료 산정 투명성/전문성 강화 ▲지원자 규모, 모집단위별 평가방법, 지역 등 고려한 입학전형료 책정 기준 마련으로 학교별 편차 완화 ▲항목별 집행기준 명확화, 세부정보 공개 등으로 집행의 투명성 제고 등을 담을 것으로 알려졌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전형료의 투명성을 제고하는 차원에서 진작 필요한 제도였다”면서 “정부가 여태껏 손을 놓은 채로 방관하다가 개선안을 채 만들기도 전에 부랴부랴 대학들에 책임을 떠넘기며 인하부터 강행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교육부 의도대로 두 자리 수 전형료 인하>
이번 전형료 인하는 사실상 정부의 의지대로 밀어붙여진 모습이다. 교육부는 지난달 '대학 입학전형료 투명성 제고(인하) 추진계획‘을 대학에 내려 보내면서 '대입전형료 인하 시행계획 제출서식'의 형식에 맞춰 제출하도록 했다. 해당 서식에는 25.1%의 인하율을 예시로 들었다. 이에 대해 한 대학 관계자는 “자발적 인하 독려라면 자체 인하방안을 마련해 제출하라고 했을 텐데, 금액을 지정해 보낸 의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추진계획 상에는 내년 고교교육기여대학지원사업의 평가지표로 인하 실적을 반영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 ‘자발적 인하’를 독려했다고는 볼 수 없다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한 대학 입학팀장은 “교육부로부터 ‘두 자리수는 돼야 하지 않겠냐’는 반응이 나왔다”고 말했다. 전체 대학 평균이 15%를 달성한 점을 고려하면 교육부가 의도한대로 결론지어진 셈이다. 

이번 전형료 인하로 대학들은 ‘전형료 장사’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전형료의 개선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언급 없이 모든 대학이 일괄적으로 전형료를 인하하도록 했다”면서 “그간 대학들이 필요 이상의 전형료를 징수해왔다는 의심을 인정하는 모양새로 비춰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 대학 관계자 역시 “하는 수 없이 내리더라도 ‘그럼 그동안 전형료 장사를 한 것이냐’며 매도당할까봐 걱정”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해당 관계자는 “전형료를 내리지 않았다가는 어떤 불이익을 당할지 모르고, 고통 분담의 차원에서 전형료를 낮추겠다고 동참하더라도 ‘그동안 내릴 수 있었는데 왜 안 내렸냐’는 비판을 받을 수 있어 고민된다”고 말했다. 

대학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씌운다는 지적도 있다. 교육계 관계자는 “대학은 무조건 부도덕하고 무조건 나쁘다는 메시지를 수험생을 비롯한 학부모 국민들에게 던지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 고민된다”면서 “불신을 조장하고 대학에 대한 부정적 시그널을 주는 것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대학별 전형료 과중 여부를 연구하는 절차를 생략하고 ‘당장’ 내리는 것을 목표로 강행한 것이 문제를 야기했다는 지적이다. 일부 전형료를 과도하게 징수한 대학이 있다면 표준안을 근거로 해 시정을 요구하는 순서로 진행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비율’을 기준으로 전형료 인하를 강권하면서 전형료를 합리적인 수준으로 현실화한 대학까지도 전형료를 인하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아간 셈이다. 오히려 ‘착한’대학들은 재정적으로나 대외적으로 타격을 입게 됐다는 억울한 입장이다. 

<수당/홍보비 축소.. 입시공정성, 수요자 친화조치 위축 우려>
대학들은 전형료 인하에 따른 대책을 강구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대학들은 이미 전형료 수입을 기반으로 짜놓은 지출계획을 대폭 수정해야 한다. 한 대학 관계자는 “인하를 강행하면 공정성이 최우선인 대입전형 시스템이 망가질 우려가 있고 설명회나 모의논술 논술가이드북발간 등 수요자 친화조치들이 축소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현재 전형료 지출 항목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항목은 수당(37.4%)과 홍보비(16.1%)다. 수당은 ‘입학전형 업무를 수행하는 교직원 등에게 지급하는 비용’이다. 수당을 낮출 경우 당장 입시 공정성이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한 교육 전문가는 "표준안이 만들어진 이후라면 대학별 단가가 통일되는 효과라도 있겠지만 이번처럼 전체 전형료 인하로 압박한다면 수당부문의 단가를 낮추는 것이 아니라 단계나 참여인원을 줄이는 방식으로 귀결될 것으로 본다. 결국 학종이나 논술이나 수시의 골간을 이루는 전형 전체가 공정성을 위협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홍보비 축소는 도서벽지 대상의 설명회부터 줄일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소외지역에 대한 정보차별이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홍보는 수험생에게 알권리를 공평하게 제공하는 역할이다. 예산이 줄어들어 홍보비 예산도 줄인다고 하면 대학 입장에서는 효율성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효율성을 고려하다보면 대도시 등 인원이 많이 모이는 곳에 우선적으로 가게 될 것”이라면서 “정보에 대한 형평성 차원에서 오히려 차별을 불러올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대규모 설명회를 비롯해 박람회, 고교방문설명회, 모의논술 등 다양한 수요자 친화조치가 위축돼 결국 수요자 피해로 돌아온다는 지적도 있었다. 한 대학 관계자는 “전형료를 내리라고 한다면 모의논술을 줄이거나 채점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방식을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입 정보를 제공하던 수요자 친화조치가 줄어드는 경우 오히려 사교육이 기승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교육계 관계자는 “대학이 직접 정보를 제공하던 통로가 사라지면 수요자들의 불안감을 이용해 사교육이 파고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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