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문기구 한계 뚜렷'.. 장기 현안 표류 가능성 높아져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새정부 주요 교육공약의 향배를 결정할 국가교육회의 의장을 대통령이 아닌 민간위원이 맡도록 하면서 국가교육회의의 역할이 유명무실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자문기구에 불과하다는 약점이 더욱 부각되면서 논란이 심각할 장기 교육이슈들이 자문기구에서 표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민간위원 중 의장을 위촉한다는 방침에 따라 민간위원 구성에 한층 더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립성을 고려한 위원 구성이 더욱 중요해졌다는 분석이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현 정부 들어 과도하게 큰 목소리를 내고 있는 단체 대표들이 위원으로 구성될 경우 국가교육회의의 조정 기능의 의미가 퇴색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교육부는 국가교육회의 설치를 위한 제정안을 17일 입법예고한다고 15일 밝혔다. 국가교육회의는 당연직 위원과 민간 위촉직 위원 21명으로 구성할 예정이다. 당연직 위원으로는 교육부 장관을 비롯한 기획재정부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여성가족부 장관, 대통령 비서실 사회정책 수석,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회장,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회장이 참여한다. 민간 위촉직 위원에는 교육분야/교육관련분야 전문가가 참여하며 위원 중 1명을 의장으로 위촉한다는 방침이다. 교육부는 17일 입법예고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고 법제처 심의와 규제 심사 등을 거쳐 9월 초 최종 확정한다고 밝혔다. 

주요 교육공약의 향배를 결정할 국가교육회의 의장을 대통령이 맡지 않게 됐다. 민간위원 중 1인을 의장으로 정하도록 해 기구가 유명무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민간위원 의장..자문기구 한계 명확해지나>
국가교육회의의 설치는 이미 여러 차례 예고됐던 내용이다. 대통령 직속 교육정책 자문기구로 ‘정권초월’ 국가교육위원회를 만들기 위한 초석으로 제시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당시, 집권 초기 교육개혁 추진을 위한 국가교육회의를 설치하고 장기적으로 중장기 국가교육정책 논의를 위한 독립기구인 국가교육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7월19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발표한 문재인정부 100대 국정과제에도 포함됐다. 복합적인 교육 현안에 대해 대안을 제시하는 등 교육개혁을 실질적으로 뒷받침한다는 방침이다. 

굵직한 교육사안의 향배를 결정한다는 점 때문에 교육계는 국가교육회의 구성원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웠다. 문 대통령이 당선 전부터 교육부 권한 축소를 예고한 터라 주요 교육정책의 결정은 대부분은 국가교육회의에서 이뤄질 전망이기 때문이다. 국가교육회의가 출범하면 교육부는 정책 집행기관으로만 기능할 가능성이 크다. 국가교육회의의 주요 의제는 ▲외고/국제고/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등 고교체제 개편 ▲고교학점제 ▲내신 절대평가 ▲시도교육청의 교육부 권한 이양 등 논란이 큰 교육정책이다.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인사청문회에서 주요 교육정책의 방향을 국가교육회의에서 논의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당초 대통령이 의장을 맡기로 알려진 것과 달리, 민간위원이 의장을 맡도록 한다는 방침을 교육부가 15일 밝히면서 논란이 됐다. 교육부가 밝힌 바에 따르면 교육분야/교육관련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민간 위촉직 위원 중 1명을 의장으로 위촉하기로 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김상곤 부총리가 “대통령이 의장이 되는 국가교육회의를 추진 중”이라고 발언한 것에서 돌연 변경된 것이다. 민간 위촉직을 제외한 당연직 위원은 교육부/기획재정부/보건복지부/고용노동부/여성가족부 장관, 대통령 비서실 사회정책 수석,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회장,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회장이 맡게 된다. 당연직 위원과 민간 위촉직 모두 합해 21명으로 구성한다는 방침이다. 당초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맡을 것으로 예상했던 부의장은 따로 두지 않는다. 

대통령이 의장을 맡지 않음에 따라 기구의 위상이 낮아져 개혁 동력이 떨어진다는 우려가 나온다. 갈등 사안을 두고 합의에 도달하기 어려워질 뿐더러 합의의 권위가 떨어져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지 못한다는 우려다. 논의를 앞두고 있는 사안들은 모두 갈등 요소가 많은 분야이기 때문에 정책 추진을 위해서는 책임있는 대통령이 의장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교총은 “민간위원에게 의장을 맡기겠다는 것은 사실상 국가교육회의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것이나 다름없다”면서 “민간위원이 의장을 맡는 것으로 변경된 것은 새 정부가 출범한지 불과 100일도 안 돼 약속을 뒤집는 것으로,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를 깨뜨릴 뿐만 아니라, 국가교육회의의 실질적 기능과 역할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다양한 인사가 참여한 가운데 사회적 논의를 통한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만들어 진 것이 국가교육회의”라고 강조했다. 전교조 역시 비슷한 입장이다. 갈등 사안에 대해 갑론을박만 벌이다 제대로 된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다는 우려다. 

일각에서는 논란이 많은 사안에 대해 정부가 한 발 뒤로 물러서 회피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 교육계 전문가는 “외고/자사고 폐지, 수능 절대평가 등을 두고 당사자들의 반발이 생각보다 큰 때문에 정부가 전면에 나서 끌고 가기에 부담을 느낀 것 아닌가 싶다”면서 “당초 공약으로 내세운 정책의 추진이 무기한 연기될 가능성도 엿보인다”고 분석했다. 

<민간위원 구성에 촉각..‘중립적 인사’ 중요성 부각>
민간위원 중 의장을 선출한다는 방침에 따라 구성원 선출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지난달 20일 열린 토론회 ‘국가교육회의 구성과 교육부 개편방향’에서는 중립적 전문가로 구성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광주교대 박남기 교수는 “협치 기구적 성격을 가진 국가교육회의는 본래 의도와 달리 진영 간 싸움의 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정쟁의 장이 되지 않기 위해 다양한 집단의 대표가 아닌 다양한 집단이 추천한 중립적 전문가가 위원이 돼야 한다”고 발언했다. 

시민단체의 포함 여부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컸다. 기구의 중립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가운데 일부 시민단체가 이념편향적 성격을 드러내왔기 때문이다. “전문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을 위촉한다는 방침에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이념 편향과 더불어 전문성 부재 역시 우려되는 부분”이라면서 “대입 현실과 뒤떨어지는 의견을 내놓은 전례가 있는 단체가 위원으로 참여할 경우 국가교육회의의 취지를 퇴색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감 대학 전문대학을 대표하는 단체 대표가 참여한 반면 교원을 대표할 단체가 명시되지 않은 점이 지적되기도 했다. 교총은 “국가교육회의에 다른 어떤 인사보다도 교육개혁의 주체인 교원의 참여가 필요하며, 그 교원을 대표하는 교원단체가 참여하는 것은 대표성이나 전문성 측면에서 반드시 보장돼야 할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김상곤 부총리가 전교조 지위회복에 긍정적 반응을 보여온 것을 고려하면 전교조가 추후 포함되는 것 아니냐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 부총리는 인사청문회 전 제출한 서면질의 답변서에서 전교조에 대해 ‘교육정책 파트너 중 하나’라고 답했다. 하지만 전교조가 현재 법외노조 판정을 받아 지위가 불안정한 상태라는 것을 고려하면 참여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교육 주요 정책 자문, 심의/조정 논의>
교육부가 밝힌 입법예고안에 따르면 국가교육회의에서 교육/학술/인적자원개발 정책 및 인재양성과 관련된 주요 정책에 대해 자문하고 정책과제 제안, 부처간, 중앙-지방간 협력이 필요한 정책의 심의/조정을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입법예고안에 담긴 세부 내용은 ▲교육/학술/인적자원개발/인재양성과 관련해 중장기 국가계획의 수립 및 주요 정책의 추진성과 점검과 조정에 관한 사항 ▲교육재정의 확보와 교육복지 확대에 관한 사항 ▲고른 교육기회 보장을 위한 제도개선 및 지원에 관한 사항 ▲학교교육의 혁신을 통한 학생의 소질과 적성 개발 및 민주시민 양성에 관한 사항 ▲유초중등교육 기능의 지방이양 및 중앙정부와 시도교육청의 교육협력에 관한 사항 ▲고등교육기관에 대한 교육/학술/연구 지원과 조정에 관한 사항 ▲고등교육의 혁신을 통한 국가경쟁력 제고와 고등교육의 공공성 확충에 관한 사항 ▲직업교육 확대 및 질 제고를 통한 일자리 미스매치 해소와 일자리 창출 지원에 관한 사항 ▲평생교육 활성화를 위한 인문/소양 교육의 확대와 평생교육 기회의 고른 제공에 관한 사항 ▲4차 산업혁명 및 미래사회에 대비한 교육 및 인력양성 관련 정책의 혁신에 관한 사항 ▲유초중등학교와 대학을 중심으로 한 지역사회 협력 및 공동체의 활성화와 산학연 협력에 관한 사항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를 위한 조사, 연구 및 제도 개선에 관한 사항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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