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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부 100일] 교육계 '극심한 혼돈'..동시다발 공약 추진으로 갈등양산수능절대평가 외고/자사고 폐지 교원확대 등 이슈마다 교착상태
  • 윤은지 기자
  • 승인 2017.08.16 21:25
  • 호수 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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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리타스알파=윤은지 기자] 17일 취임 100일을 맞는 문 대통령의 교육공약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취임은 100일이지만 교육계 수장인 김상곤 교육부장관 겸 사회부총리가 임명된 지는 한 달을 조금 넘긴 시점이다. 한 사안만으로도 교육계 대변혁을 몰고 올만한 정책들이 석달 간 줄지어 추진됐다. 장관 임명이전 일부 교육감들의 '공세'로 전국적 반발을 일으킨 외고 국제고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방침을 시작으로 수능절대평가 확대, 내신절대평가 도입, 교원 증원 등 굵직한 사안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되면서 갈등이 심화됐다. 최근 발표한 2021수능 개편안까지 여론의 뭇매를 맞더니 주요 현안들이 전부 국가교육회의 의제로 넘어갔다. 변죽만 올리다 유야무야된 모양새다. 장기 정책연구를 거쳐 백년지대계로 추진해야 할 사안들이 '보여주기식' '밀어붙이기식'에 급급해 졸속으로 처리된 탓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급변하는 교육정책에 피로감을 호소한 교육수요자들에 대한 배려는 보이지 않는다. 초정권적 정책결정기구인 교육위원회로 나아가기 위한 포석이자 주요 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로 관심을 모았던 국가교육회의는 대통령이 아닌 민간 전문가가 의장을 맡을 것으로 알려지면서 초정권적 교육위의 가능성마저 기약할 수 없는 모습이다.   

취임 이틀 만에 국정 역사교과서를 폐지하고 세월호 참사 기간제 교사의 순직을 인정하는 등 긍정적 신호로 기대를 높였지만 동시다발적인 졸속 개혁으로 교육계를 혼란에 빠뜨렸다. 지난달 공개된 국정운영 100대 과제는 특목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을 비롯해 2020년까지 고교 무상교육 전면확대, 누리과정 전액 국고부담, 교과/비교과 교사 증원, 대학입학금 폐지, 반값등록금 확대 등 다양한 과제가 제시됐으나 구체적인 재원조달 방안이 없어 ‘재원없는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에 부딪혔다. 고교학점제, 공영형 사립대 등 재원파악이 어려운 사안들을 제외하고 주요 과제를 이행하는 데만 해도 5년간 30조가 넘는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됐다.  

17일 취임 100일을 맞는 문 대통령의 교육공약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한 사안만으로도 교육계 대변혁을 몰고 올만한 정책들이 석달 간 줄지어 추진됐다. 장관 임명도 전에 일부 교육감들의 설레발로 전국적 반발을 일으킨 외고 국제고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방침을 시작으로 수능절대평가 확대, 내신절대평가 도입, 교원 증원 등 굵직한 사안들이 논의선상에 오르면서 갈등이 심화됐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동시다발 공약추진으로 교육계는 ‘혼돈’>
-2021수능개편안 공개.. 가시밭길 예고

기대와 우려 속에 공개된 2021수능 개편안은 교육계 어느 쪽에서도 환영받지 못하고 딜레마에 빠진 모습이다. 신설과목인 통합사회/통합과학이 수능과목에 추가되면서 오히려 학업부담과 사교육부담이 늘고, 수학은 문/이과를 구분해 '융합'을 내건 2015개정교육과정의 취지를 살리지 못했다는 평가가 쏟아졌다. 절대평가 확대를 두고 대립각을 세우던 시민단체와 전문가, 현장교사들이 모두 불만을 토로하는 반면 사교육업체만 배불리는 개편안이란 지적까지 나온다. 김 부총리가 절대평가 도입을 강력하게 주장해온 탓에 교육계 우려가 컸던 데 비하면 한 발 물러선 모습이지만 두 개의 안이라는 애매한 태도로 비판여론이 들끓고 있다. 사교육부담과 학업부담을 낮추고 4차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해 창의융합형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개정 교육과정의 취지는 온데간데없었다. 

2021학년 수능개편안의 초점은 절대평가 '확대'에 맞춰졌다. 내년 고1부터 도입하는 2015개정교육과정에 맞춰 통합사회/통합과학을 한 과목 추가한 것을 제외하면 절대평가 도입여부가 가장 큰 변화지점이다. 올해 수능부터 실시하는 영어와 기존 절대평가인 한국사에 더해 제2외국어/한문, 통합사회/통합과학까지 4과목을 절대평가하는 1안과 국어 수학 사/과탐을 포함해 7과목에 절대평가를 전면 확대하는 2안이다. 교육부는 공청회를 거쳐 8월31일 최종안을 확정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공청회는 21일까지 권역별로 네 차례 일정이지만 첫 공청회부터 삐걱거렸다. 교육부가 정한 토론자 4명 가운데 3명이 1안을 지지하면서 2안 도입은 사실상 물 건너 간 셈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교육부가 패널을 구성한 탓에 1안을 유도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됐다. 교육부가 절대평가 확대를 중장기 정책자문기구인 국가교육회의에 넘기며 얼버무린 탓에 가시밭길을 예고했다.

-‘내로남불’만 남은 외고/국제고/자사고 폐지 
가장 먼저 부정적인 여론에 부딪힌 사안은 외고 국제고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정책이다. 문 대통령은 후보시절 과고를 제외한 특목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문 대통령이 당선되자마자 지속적으로 특목 자사고 폐지 입장을 밝혀온 조희연 서울교육감을 비롯해 이재정 경기교육감 등 진보교육감들과 시민단체들의 폐지 요구가 빗발치면서 강한 반발을 샀다. 

논란은 이 교육감이 경기 내 특목 자사고를 다음 재지정평가인 2019년, 2020년 평가에서 일괄 탈락시키겠다는 발언으로 촉발됐다. 평가를 실시하기도 전에 결과를 정해놓는 ‘무리수’ 발언으로 학생과 학부모들의 반대 여론이 격화됐다. 전국의 자사고와 외고 교장들은 폐지철회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법적대응도 불사하겠단 입장을 밝혔으며 서울지역 자사고 학부모들은 보신각에 모여 폐지반대 집회를 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정부 주요 인사들의 자녀가 외고 국제고 자사고를 졸업했다는 사실이 공개되면서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키워드가 전면에 등장하기도 했다. 특목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을 위한 법적 근거가 미비한 탓에 입시 일정 일원화 등 선발권을 무력화할 수 있는 방안이 제시되기도 했으나 연일 갈등이 심화되자 국가교육회의 의제로 넘기면서 일견 마무리됐다. 다만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 일반고 전환 방침을 언급하면서 폐지 기조를 유지, 논란의 불씨를 남겼다. 

-교원 확대? 선발인원 급감.. ‘겉핥기식 교육공약 탄로’
문 대통령의 대표공약인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창출의 일환으로, 적체됐던 임용대기자들의 기대를 모았던 교원 증원 정책은 오히려 교원수급 불균형문제가 수면 위로 부상하는 계기가 됐다. 교육부가 국정기획위 업무보고에서 올해 초중고교사 3000명, 향후 5년간 1만3500여 명을 증원하겠단 계획을 밝힌 데 이어 지난달 여야의 줄다리기 끝에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이 통과되면서 증원이 순조로운 듯했다. 문제는 이달 초 각 교육청이 발표한 선발예정인원이 지난해 대비 반토막 수준으로 나타나면서 촉발됐다. 올해 임용시험 사전예고에 따르면, 모집인원은 지난해 최종 모집인원인 5972명 대비 2651명 적은 3321명이다. 교육계 전문가들은 매년 큰 폭으로 줄어드는 학령인구와 인력수급현황을 고려하지 않고 선발인원을 정해온 문제가 한꺼번에 겹쳐 터졌다는 데 입을 모았다.

임용적체 해소를 기대했던 교대생들에겐 날벼락이 돼 돌아왔다. 서울의 경우 초등교사 선발인원이 전년의 8분의1 수준인 105명으로 대폭 줄었으며 경기는 지난해 1786명에서 올해 868명으로 절반 이상 축소됐다. 학령인구 감소를 이유로 그간 교육부가 감소기조를 유지해왔지만 올해 선발인원은 유례없는 감축규모로 교대 대학가는 혼돈에 휩싸였다. 임용준비생들과 교대교수들이 거리로 나와 연일 집회를 벌이고 있다. 4월 감사원 감사 결과, 각 교육청이 선발가능인원을 초과 선발해온 문제가 드러나기도 했다. 수도권 상황과 달리 지방은 미달이 지속되면서 지역별 수급불균형 논란으로 번졌다. 초등교원보다 공급과잉이 심각한 중등교원들도 광화문에서 집회를 열고 정원 증원을 촉구했다. 교원 증원 문제로 본질을 파악하지 못한 ‘겉핥기식 공약 설계’의 문제점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고교학점제, 1수업2교사제, 기간제교사의 정규직 전환 등 교원 증원에 얽혀있는 공약들이 많았지만 임용축소사태로 진척이 불명확한 상태다.  

-고교학점제와 내신절대평가 도입.. '현장 고려 안해'
고교학점제도 문 대통령이 추진한 대표공약 가운데 하나다. 문이과를 통합, 선택과목 수 증가로 학생들의 수업선택권을 확대하고 진로와 적성에 맞는 교과운영이 목적인 새 개정 교육과정과 발을 맞춘 제도다. 고교에서도 대학처럼 학생이 원하는 수업을 선택해 졸업학점을 이수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고교학점제는 또다른 공약인 내신성취평가제(절대평가) 도입과 맞물린다. 현행 내신 상대평가를 유지한 채 고교학점제를 도입할 경우, 수강인원이 적은 과목을 들은 학생이 불리한 내신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인 탓에 선결조건으로 제시됐다. 전면 교과목 선택제 등 일부 고교에서 유사제도를 운영한 사례에 주목하며 담당 부서를 별도로 조직하는 등 박차를 가했지만 현장의 회의론에 부딪혔다. 

소규모 학교에서나 가능한 고교학점제는 도시의 대단위 고교에선 교원 수급과 공간 확보가 이뤄지지 않는 한 현실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선결과제로 제시된 내신절대평가 도입여부는 2021수능 개편안과 함께 공개될 예정이었지만 브리핑을 이끈 박춘란 교육부 차관이 내신은  현행 상대평가를 유지하되 향후 도입을 논의하겠다고 전하며 무마됐다. 대학 관계자들은 수능 절대평가 확대 방침을 제안한 마당에 내신까지 절대평가를 실시할 경우, 학생 선발의 변별력 확보를 위한 새로운 전형을 만들 수밖에 없다고 누차 경고해왔다.   

-입학금 폐지+전형료 인하.. ‘밀어붙이기로 풍선효과 우려’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되진 않았지만 대통령 발언으로 시작된 전형료 인하도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교육부가 각 대학 입학처에 ‘대입전형료 투명성 제고(인하) 추진계획’을 내려보내 전형료 인하를 강요하는 것으로 밝혀져 ‘강제 인하압박’으로 질타를 받았다. 대학의 자율적 인하를 독려하겠단 외피를 썼으나 제출서식에 25% 인하를 명시하면서 사실상 가이드라인을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형료 인하에 동참하지 않으면 내년 고교교육기여대학지원사업의 평가지표에 반영하겠다는 압박과 함께 실태조사를 단행하겠단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형 간 특성을 무시하고 단순 합산으로 인하율을 맞추도록 요구하면서 ‘밀어붙이기식’ 정책추진이란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국정과제 중 하나로 제시됐던 대학입학금 단계적 폐지는 국공립대를 중심으로 확산됐다. 군산대가 입학금 폐지의 첫발을 떼면서 서울시립대를 비롯한 19개 국공립대가 입학금 폐지와 함께 5% 이상 전형료 인하에 합의했다. 최근 국공립대총장협의회가 17일 회의를 열어 입학금 폐지방안을 확정할 것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립대의 입학금 폐지 압박으로 이어졌다. 연간 입학금 수입이 전체 재정에서 1%를 넘지 않는 국공립대와 달리 사립대의 입학금 수입은 평균 10% 가까이 차지한다. 등록금 동결에 대한 재정구멍을 입학금으로 충당해왔던 사립대로선 전형료 인하와 입학금 폐지 압박이 겹쳐지면서 재정부족을 면치 못할 상황이다. 문제는 전형료 인하나 입학금 폐지 모두 정책연구와 재정보완책 마련 없이 삽시간에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대학 관계자들은 보여주기식 정책으로 당장은 수요자들의 경제적 부담이 덜어진 듯 보이지만 모의면접, 지역별 입시설명회, 전공체험 등 수요자 친화조치가 줄어들고 길게는 대입사정관 수 축소로 평가의 질이 하락할 것이란 우려를 쏟아냈다.    

<길 잃은 '국가교육회의'.. 주요 현안 몰아놓고 의장은 민간전문가?>
굵직한 교육공약들이 잇달아 반대에 부딪히자 결국 논란 사안은 전부 국가교육회의에 넘긴 꼴이 됐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달라지는 교육정책으로 피로감을 호소해온 교육수요자들에게 정권을 초월한 독립적 정책결정기구인 교육위는 주요 대선후보들의 공통공약이었다. 문 대통령도 교육부 권한축소에 동의했으나 교육위 설치 대신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국가교육회의 설치를 공약했다. 교육위로 나아가기 위한 징검다리 역할로 제시된 국가교육회의는 본래 교육계가 염원하던 교육위보단 권한과 지위가 크게 축소된 기구다. 예상과 달리 정권 출범 이후 주요 현안들이 국가교육회의 의제로 미뤄지면서 교육정책의 방향을 제시하는 교육정책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이 제시되기도 했다.

이 같은 기대는 곧바로 무너졌다. 15일 교육부가 “국가교육회의 설립근거와 구성방식 등을 담은 ‘국가교육회의 설치 운영 규정’을 17일 입법예고하겠다”고 밝히면서 국가교육회의의 윤곽이 드러난 때문이다. 당초 대통령이 의장을 맡기로 했으나 실상은 달랐다. 민간전문가가 의장을 맡고 관련부처 장관과 교육전문가 등 21명이 위원으로 참여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교총과 전교조가 ‘약속위반’이라는 데 한 목소리를 냈다. 김 부총리는 지난달 12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대통령이 의장이 되고 25명 내외가 참여하는 국가교육회의를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으며 이보다 앞선 6월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간담회에서 “국가교육위원회 이전에 시행령 개정으로 대통령이 의장이 되는 국가교육회의를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최대 21명의 당연직 위원으로 기획재정부 교육부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여성가족부 장관과 대통령비서실 사회정책 수석, 시도교육감협의회장, 한국대학교육협의회장,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장 등이 물망에 오른 가운데, 교총 전교조 등 주요 교원단체는 제외됐다. 현장의 목소리를 대변할 교사들이 빠지고 민간전문가가 의장을 맡아 국가교육회의는 공염불이 될 것이란 예측이 빗발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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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지 기자  blink@veritas-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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